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75
775화 그냥 이렇게 간다고?
음성이 울려 퍼진 순간, 옥련과 삼베옷을 입은 여인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한 여인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엽현 역시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때, 옥련이 말했다.
“너는 이만 가 보거라.”
“가다니요?”
엽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옥련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그냥 이렇게 가라고?
“이유는 묻지 말고 가거라.”
옥련의 진지한 표정을 본 엽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언젠가 다시 뵐 수 있기를.”
두 여인을 향해 크게 절을 올린 엽현은, 곧 어검을 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이때 마침 새로 나타난 여인이 두 사람 앞에 도착했다.
“바로 저 아인가?”
“그렇다. 그나저나 어쩐 일이지?”
“어쩐 일이긴. 널 데리러 왔지!”
“그래……. 올 것이 왔군. 나는 이만 가 봐야겠어.”
옥련에 말에 삼베옷을 입은 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보자꾸나.”
“후후, 두말하면 잔소리.”
말을 마친 옥련은 여인과 함께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삼베옷의 여인은 한동안 성공 한 편을 응시했다.
잠시 후, 그녀가 오른손을 크게 흔들자, 신비한 기운이 나타나 그녀가 서 있는 공간을 뒤덮어버렸다.
이와 함께 그녀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이내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 * *
한편, 어두운 성공을 시원하게 가르던 엽현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지?
그랬다. 그는 길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가 기억하길, 이곳으로 오는 동안 십여 개의 커다란 흑동을 지나쳤다. 흑동 주변에는 거의 언제나 강대한 기의 폭풍이 존재했는데, 그때마다 옥련과 원소도가 처리하곤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없는 지금, 그는 홀로 그곳을 통과해야만 했다.
이 생각이 떠오르자,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땅이 꺼지게 큰 한숨을 쉴 뿐이었다.
엽현은 혹시나 삼베옷의 여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싶어 왔던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게 웬일,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성공 중에 떠 있던 대전은 사라지고, 그 공간은 하나의 흑동으로 대체 돼 있는 게 아닌가!
그냥 이렇게 없어졌다고? 말도 안 돼!
엽현은 다시 어검을 타고 흑동 앞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 앞쪽에서 강대한 기운이 흘러나와 전혀 안으로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
엽현은 그제야 이 공간이 다시 삼베옷의 여인에 의해 봉인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말로 모두 떠나버렸구나.
조금 더 흑동 앞을 서성이던 엽현은 결국 다시 어검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제 돌아가는 길은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잠시 후, 엽현은 그가 지나쳐 왔던 흑동 중 하나 앞에 멈춰 섰다.
흑동에서 흘러나오는 폭풍은 지선 급의 육신이라도 순식간에 분쇄해 버릴 것만 같았다.
엽현은 흑동을 응시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엽현은 흑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돌아가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곳을 거쳐야만 한다.
흑동에 가까이 다가간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뼈마디가 끊어져 나갈 것만 같은 압력에 엽현은 황급히 현기를 최대치로 끌어 올리며 검의를 방출했다. 잠시 후, 폭풍같이 몰아치던 압력이 조금씩 밀려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방심하긴 아직 일렀다. 왜냐하면 이제 겨우 흑동의 초입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힘겹게 전진한 엽현은 드디어 흑동의 중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이곳에서의 압력은 초입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강력했다.
잠시 고민하던 엽현이 가볍게 수인을 맺었다. 그러자 천주검이 훌쩍 날아올라 그의 머리 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엽현의 몸 주위로 검광을 뿜어내 하나의 기의 보호막을 만들어 냈다.
보호막이 생성되자 엽현은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만 여전히 방심할 순 없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
다시 얼마간 전진하던 엽현이 황급히 걸음을 멈췄다.
그의 정면, 거대한 검은 회오리바람이 엄청난 속도로 휘몰아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흑동폭풍(黑洞風暴)!
이 엄청난 폭풍을 마주한 순간, 엽현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후퇴했다.
이는 그의 실력으로 대적할만한 것이 절대 아니었다.
참선검호와 천주검을 이용하면 혹시 파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순식간에 가루가 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때, 이변이 발생했다. 웬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를 등 뒤를 향해 접근해 오고 있던 것이다.
엽현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들고 있던 천주검을 휘둘렀다.
쉭-!
한 줄기 검광이 날아간 순간,
쾅-!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엽현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미끄러졌다. 그러나 재수 없게도 그가 후퇴한 방향은 바로 폭풍의 방향이었다.
엽현은 그대로 자리에 멈춰 섰다. 그가 고개를 들자 검은 무복을 입은 신비인 하나가 온몸이 불에 휩싸인 채로 달려오고 있었다.
상대가 보통이 아님을 깨달은 엽현은 주저함 없이 참선검호를 꺼내 들었다. 순간, 참선검호 안에서 한 줄기 검광이 빠져나왔다.
윙-!
날카로운 검명 소리가 흑동 전체에 울려 퍼졌다.
쾅-!
굉음과 함께 흑의인이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검광이 지나간 모든 공간은 희미하게 변해 있었다.
수천 장 밖, 자리에 멈춰 선 남자. 그의 몸 주변을 뒤덮고 있던 화염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이때 엽현이 다시 한번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천주검이 다시 참선검호 안으로 들어갔다. 이를 보자 흑의인의 두 눈이 좁쌀처럼 가늘어졌다.
천주검과 참선검호의 위력이 두려웠던 것이다.
이에 엽현이 씩 웃으며 참선검호의 주둥이를 흑의인 쪽으로 돌렸다. 순간, 천주검이 한 줄기 빛처럼 뿜어져 나갔다.
쉭-!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검광을 보며 흑의인이 양손을 교차해 앞으로 내밀었다.
“만화귀원(萬火歸元)!”
외침과 동시에 남자의 양손에서 사람의 얼굴 모습을 한 화염 한 덩이가 방출됐다. 화염과 검광은 점점 더 가까워졌다.
이때, 화염이 돌연 입을 쫙 벌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천주검을 집어삼켰다.
적막이 흐르는 순간.
쾅-!
화염을 꿰뚫고 나온 천주검이 그대로 흑의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다만 아직 남아 있던 화염의 조각들이 엽현에게 들이닥쳤다.
이때 엽현이 그대로 정면으로 몸을 날리며 일권을 날렸다.
콰쾅-!
화염의 조각들이 사라지고, 천주검의 공격을 받은 흑의인은 또다시 수천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게다가 흑의인의 육신은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었다.
보아하니 천주검을 두 번 연속으로 받아내는 것은 그에게도 무리였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이때, 엽현은 자신의 위치가 점점 흑동의 폭풍 쪽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엽현은 정면의 흑의인을 의식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천주검이 빠르게 날아와 참선검호 안으로 들어갔다.
“계속 할 텐가?”
“…….”
흑의인이 말없이 주먹을 쥐자, 그의 손 안에 붉은 화염이 솟구쳤다. 하지만 함부로 출수할 순 없었다.
또다시 엽현의 검광에 가격당한다면 그땐 정말로 소멸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엽현이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참선검호를 사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흑의인이 덤비지 않자 엽현이 대화를 시도했다.
“그대의 목적은 오유계의 신물이오? 아니면 내 목숨이오?”
“…오유계의 신물.”
“하하하! 그럼 왜 나를 찾아온 것이오? 물건이 이미 검존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듣지 못한 것이오?”
“소문에 검존은 북경을 벗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북경은 네가 다스리는 지역이지.”
“그 말을 믿소?”
엽현이 웃으며 묻자 흑의인이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게 무슨 뜻이냐?”
“머리가 있으면 잘 생각해 보시오. 검존이 어디 마을 골목대장도 아닌데, 내 능력으로 어찌 그를 잡아 놓을 수 있단 말이오? 또, 그가 북경에 남을 이유는?”
“…….”
“그리고 내 예상이 틀리지 않다면, 이 소문은 신전이 퍼트렸을 것이 분명한데……. 그대는 나와 신전이 적대관계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소?”
엽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신전 놈들, 정말 영악한 놈들이오. 그들은 나를 처단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거짓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이오!”
흑의인은 여전히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엽현이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소. 계속하겠소, 아니면 포기하겠소? 만약 출수할 생각이라면 나 역시 사람을 부를 것이오.”
엽현의 말을 들은 순간, 흑의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그는 이미 엽현의 뒤에 자색 장삼을 입은 신비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 그가 기습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금은 엽현의 주변에 그 여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숨에 엽현을 처리하고 계옥탑을 차지하려 했건만 엽현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자신을 위기 상황으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이런 때에 그 여인이 나타나 엽현을 돕기라도 한다면…….
이 생각이 머릿속에 스친 순간, 흑의인은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이때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도 인연인데, 그대에게 공짜로 좋은 정보를 주겠소. 들어 보겠소?”
“말 해 보거라.”
“당시 검존이 북경을 떠나고 오래지 않아, 신전의 두 무인이 나를 찾아왔소. 그들 두 사람 중 하나는 바로 신전의 신인 원소도였소. 괜히 얽히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들에게 검존이 떠난 방향을 알려 주었소.”
“그래서?”
흑의인이 호기심을 보이자 엽현이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대략 한 시진이 지났을 때, 신전의 두 사람이 다시 돌아왔소. 그리고는 내게 검존을 찾지 못했다며, 아직 북경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며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했소. 이거… 뭔가 냄새가 나지 않소?”
순간 흑의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니까, 신전은 이미 검존을 살해한 상태였고, 그런 다음 네게 덮어씌우려 했단 말이냐? 그건 불가능하다. 검존은 신전의 신 따위에 쓰러질 정도로 약하지 않다.”
“만약 그를 덮친 것이 둘이 아니라, 셋이었다면? 혹은 넷이라면?”
“하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하하하! 보기보다 순진하시구려. 무려 오유계의 신물이오. 그만한 물건을 얻기 위해서라면 신전의 신들이 몽땅 출동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오. 어디, 내 말이 틀렸소?”
흑의인은 침묵에 잠겼다.
“잘 한번 생각해 보시오. 만약 검존이 정말 살해됐다면, 그래서 아무리 뒤져도 발견되지 않는 거라면… 나와 신전, 둘 중 누가 더 가능성이 있겠소? 그대가 직접 한 번 고민 해 보시오.”
잠시 후, 생각에 잠겨 있던 흑의인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신전이 정말로 검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