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8
78화 황궁이라도 털고 싶다
엽현은 그대로 취선루로 달려갔다.
강국 최대의 상회인 취선루는 말만 하면 그 어떤 물건도 찾아다 줄 것이다.
엽현이 한 골목의 모퉁이를 돌았다. 갑자기 그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눈앞에는 한 남자가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하얀 비단옷을 입고서 한 손엔 부채를 들고 있는 그는 엽현이 봐도 기품이 넘쳐 보였다.
“창목학원 놈이냐?”
“그렇다. 네가 바로 엽현…….”
이때, 남자의 눈앞으로 강렬한 권의가 닥쳐왔다.
남자의 표정이 굳으며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부채가 회전하며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람을 만들어냈다.
쾅-!
큰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의 신형이 똑같이 밀려났다.
재빨리 자세를 잡은 엽현이 재차 공격에 나섰다.
남자가 진지해진 표정으로 부채를 접더니 몸을 날렸다. 순간, 한 줄기 한망(寒芒)이 장내를 갈랐다.
쉬익-!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신형이 십여 장 밖으로 후퇴했다.
엽현의 시선이 자신의 주먹을 향했다. 그의 주먹엔 한 줄기 혈흔이 보였다.
엽현이 손을 한번 흔들어 털고는 다시 주먹을 쥐었다.
쩌억-!
엽현 앞에 있는 지면이 갈라지면서 무형의 기세가 폭우처럼 남자를 적셨다.
남자는 놀란 눈치였다.
“이렇게 패도한 권세라니!”
말과 동시에 남자의 손에서 부채가 떠났다. 부채가 마치 한 자루의 날카로운 칼날처럼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쉬익-!
남자의 부채는 그들 사이의 공기뿐 아니라, 엽현의 기세마저 찢어 놓았다.
하지만 엽현의 신형은 어느새 남자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패도 넘치는 일 권.
쾅-!
남자의 몸이 순식간에 십여 장을 날아갔다. 게다가 그의 부채 또한 엽현의 손에 넘어왔다. 원래 엽현은 부채를 부수려고 했으나, 그것이 영기(靈器)인 것을 알아보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품 안에 넣었다.
“…….”
남자가 그 모습을 보고 기가 차다는 듯이 외쳤다.
“보아하니 그대는 그리 좋은 사람은 아닌가 보…….”
그때, 엽현이 어느새 남자에게 달려들어 일 권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이 일 권은 방금과는 달랐다. 지금의 주먹은 방금 전까지 보여준 것 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것이었다!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가 반격을 마음먹은 찰라 강대한 권세가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일권폭이두(一拳爆你頭)!
퍽-!
엽현의 통렬한 일 격을 그대로 맞은 남자는 그대로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버렸다.
그리고 길에 찾아온 정적.
엽현은 차가운 눈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소리쳤다.
“창목학원 놈들! 보이는 족족 죽여 버리겠다!”
엽령이 납치당한 후, 창목학원에 대한 엽현의 분노는 그야말로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자신을 건드리는 건 허용해도, 동생을 건드리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엽현이 떠난 장내에서 사람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방금 전 부채를 사용하던 남자는 능공경 절정의 강자였다!
그런 고수를 단 주먹 한 방에 절명에 이르게 했다?
이때, 세 명의 남자가 엽현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다른 나라의 창목학원에서 온 학생들이었다.
잠시 말없이 서 있던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화려한 옷을 입은 자가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돌아간다.”
“그냥 이렇게 귀환하는 것입니까? 저 놈의 목에 걸린 보상이 정말 어마어마한데…….”
“죽으면 보상이 다 무슨 소용이냐?”
남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화복을 입은 남자가 방금 죽은 남자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저 자의 실력은 우리 셋보다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엽현의 일 권 조차 받아내지 못했지.”
남자가 창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엽현은 보통 괴물이 아니다. 강국 창목학원에서 차도살인계를 쓴 것은 이유가 있는 것이었어. 이런 진흙탕 싸움엔 우리는 발을 디디지 않는다. 아니, 그럴 실력도 없다. 가자!”
남자가 신형을 돌리자, 나머지 두 사람도 머뭇거리며 그의 뒤를 따랐다.
물론 지계 무기와 공법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 전에 목숨이 더 귀한 것이다!
이때, 다른 한 편에 서 있던 흑포를 입은 남자 역시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실력이 대단하구나!”
그 남자는 말을 마치고서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엽현이 다시 한번 걸음을 멈췄다. 그의 앞에 흑포를 입은 남자가 그를 마주하고 있었다.
“네가 방금 그 창목학원 학생을 죽였나?”
남자가 엽현을 향해 손을 까딱였다.
“나도 창목학원 학생이다. 할 수 있으면 어디 나도 한 번…….”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엽현이 신형을 날렸다.
그러자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순간, 그의 몸 안으로부터 광포한 기운이 솟구쳐 나왔다.
“저, 저건… 통유경? 아니, 통유경에 반 보 남긴 상태…….”
누군가 소리쳤다.
“통유경에 가까운 자라니, 과연 자신 있게 나선 이유가 있었구나!”
바로 이때, 장내에 날카로운 검명이 울려 퍼졌다.
일검정생사(一劍定生死)!
이것은 엽현이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살초였다.
엽현의 일 검을 보자 남자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린 그가 강력한 현기를 뽑아내는 동시에 엽현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크게 요동치는 그의 주먹엔 심지어 활활 타는 화염까지 붙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권의(拳意)가 잠긴 주먹이라는 점이다!
그러자 장내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권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저 검은 장포의 남자가 장래에 무도종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혹은, 이미 준 무도종사에 이렀을지도 모른다!
바로 이때, 엽현의 검이 도달했다.
장내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서걱-!
섬뜩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머리가 높이 날아올랐다.
그것은 바로 검은 장포인의 머리였다!
빠르게 창목학원 학생들의 도발을 저지한 엽현은 다시 취선루로 발을 옮겼다.
* * *
지긋지긋한 가난. 지금 엽현은 가난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몰랐을 때가 행복했다. 그냥 당연하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구와의 만남 이후 세상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만이 이런 가난 속에서 구차하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양계성에서 그는 영기(靈器) 하나의 가격은 적어도 황금 2백만 냥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은 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황궁이라도 털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느덧 취선루에 도착한 엽현은 바로 보라색 명패를 내밀었다. 그러자 노인 하나가 그를 데리고 어느 화려한 응접실로 데려갔다.
“엽 공자,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엽현이 품 안에서 옥품영석(玉品靈石) 아홉 개를 꺼냈다.
“얼마나 쳐 줄 수 있소?”
“옥품영석!”
노인의 눈에 이채로움이 드러났다.
“우리 강국 전체에 이런 종류의 옥품영석은 극히 드뭅니다.”
노인이 잠시 골똘히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엽현을 향해 말했다.
“이 정도 크기라면 황금 오십만 냥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황금 오십만 냥!?’
“그럼 모두 해서 사백오십만 냥이란 말이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검 하나의 가격은 대략 어느 정도 하오?”
“영검이라… 최소 삼백만 냥부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엽현이 쓴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왜 이리 검수가 적은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검 하나에 삼백만 냥이라니! 일반인이 검수가 되기란 하늘에 별 따기 아닌가!
한 집안 전체가 재산을 모은다 해도 결코 만들기 어려운 액수였다.
그 외에도 검기(劍技) 등에 들어갈 지출을 생각하면 그 액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엽현이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한 무더기의 물건들을 쏟아냈다. 이는 모두 그가 상대를 죽이고 나서 취한 전리품들이었다. 잡다한 물건들 속에 가장 값나가 보이는 것은 단연 방금 전 얻은 부채였다.
역시나 노인의 시선이 부채에 머물렀다.
“엽 공자, 이 부채 외에 다른 물건들은 그다지 값이 나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것들을 다 합치면 영검 두 자루를 구할 수 있겠소?”
노인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엽 공자께서는 영검 두 자루를 원하시는 것이지요?”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노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엽 공자는 우리 취선루의 귀빈이시니 방법을 한 번 생각 해 보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지요.”
노인은 엽현이 내놓은 물건들을 가지고 방을 나갔다.
반 시진 후, 방으로 돌아온 노인의 팔에는 두 개의 검은 상자가 들려있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노인이 상자를 엽현의 앞에 내려놓았다.
“원하신 대로 영검 두 자루입니다. 한 번 확인 하시지요.”
엽현이 상자 하나를 열었다. 그러자 삼척(三尺) 정도 길이의 날카로운 검 한 자루가 나왔다.
영성(靈性)이 느껴지는 것으로 볼 때 의심할 여지없는 영검이었다!
엽현이 상자를 닫고는 노인을 바라보았다.
“그 돈은 두 자루 영검을 사기엔 부족 했을 텐데.”
“하하하, 말씀 드렸듯이 엽 공자께서는 우리 취선루의 귀빈이시니 이 정도 편의는 제공 해 드려야지요.”
엽현은 그들의 선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러자 노인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 드릴 것이 있습니다. 창목학원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번 운선에서의 사고를 조사해 본 결과, 창목학원의 소행으로 밝혀졌습니다. 저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언제든 기회를 노릴 것이니, 부디 유념하셔야 할 것입니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 주어서 고맙소. 만약 다른 소식이 들어오거든 내게 귀띔을 해 주면 정말 감사하겠소!”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럼, 가 보겠소.”
엽현은 포권을 취한 뒤, 두 자루의 검을 챙겨 방을 나섰다.
그가 떠나자 방 안에 검은 장포를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는 바로 취선루의 구 루주였다.
“잘했다. 내가 자리에 없을 때 저 아이가 찾아오거든 지금처럼 최대한 편의를 봐 주거라. 그리고 창목학원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거든 소년에게 언질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구 루주가 천천히 눈을 감으며 생각에 잠겼다.
“창목학원…, 너희는 이렇게 서서히 붕괴되는 것이다…….”
* * *
취선루를 나선 엽현은 곧바로 창란학원으로 향했다.
두 자루의 영검!
만약 그가 이 두 자루의 영검을 흡수한다면, 팔 할의 가능성으로 능공경에 이르게 된다.
일단 능공경이 되면 어검비행을 시도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검을 타고 날 수 있게 되는 날엔, 황성 하늘을 한 바퀴 돌아보리라!
이에 생각이 미치자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
마음이 가벼워진 엽현은 더욱 발걸음을 빨리했다.
그가 한 좁은 골목을 지나갈 때 그가 멈춰 섰다.
골목은 한두 사람만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양쪽은 주택의 담벼락으로 막혀 있었다.
기이한 것은 길 위에 행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상한걸!’
엽현은 자세를 낮추고 뒷걸음질 칠 준비를 했다.
그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지만, 함정인 것을 알고도 굳이 강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때, 그의 등 뒤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왔다.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돌려 일 권을 내질렀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