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84
784화 위험해지고 있다
바로 이때, 대전 문이 열리고 엽현이 걸어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를 맞이한 것은 다름 아닌 주사.
“주사, 그동안 고마웠다.”
그는 책들을 샅샅이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주사의 묵인이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훗, 얻은 건 좀 있었나?”
“물론! 엄청 많이!”
실제로 그가 이번에 얻은 수확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다.
검도가 아닌 다른 무도의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우주에 대한 이해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어진 상태였다.
엽현의 흡족한 표정을 보자 주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군. 기회가 되면 언젠가 다시 신허에 들르길 바란다.”
“하하, 고맙다. 너도 언제든지 현황대세계로…….”
엽현이 중간에 말을 멈추자 주사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이제 현황대세계에 관심이 없으니까. 이제 그곳은 완전히 너의 소관이다.”
“…어째서지?”
“어째서 포기하는 것이냐고? 왜냐하면 이미 그곳은 우리에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전은 새로운 목표가 있기도 하고.”
“그렇다면 다행이군!”
엽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현황대세계를 노리는 적이 하나 줄어들었다는 것은 모두에게 굉장한 희소식이었던 것이다.
“아 참!”
무언가 떠오른 엽현이 주섬주섬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서고 안에 있던 불완전한 책, ‘검역’이었다.
“이 책에 대해 알고 있나?”
“물론이다. 그 책은 아주 오래전 어느 비경에서 발견된 책이다. 다만 손상된 정도가 큰 탓에 그 내용을 알아내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지.”
주사가 엽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너는 범상치 않은 자니까, 언젠가 그 안에 들은 오의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랬으면 좋겠군. 어쨌든 고맙다. 그리고 이건…….”
엽현이 품 안을 뒤져 백옥병 다섯 개를 내밀었다. 모두 생명수가 들어있는 병이었다.
이를 본 주사가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너… 설마 생명신수를 쥐어짜기라도 한 게냐? 어떻게 이리도 많은 생명수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
“하하하! 이걸 주고 나면 나도 몇 병 남지 않는다.”
“그런데… 내게 준다고?”
주사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묻자, 엽현이 진중한 얼굴로 대꾸했다.
“나 엽현, 은원은 확실히 하는 남자다. 원수는 원수로, 은혜는 은혜로. 이번에 네 덕을 본 것이 많으니 이 정도 보답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다. 자, 어서 받아라. 보관해 두면 언젠가 쓸 날이 있겠지.”
잠시 침묵하던 주사는 결국 거절하지 못하고 생명수를 받아들었다.
“조심히 가거라.”
“후후, 다시 볼 날이 있기를.”
짧은 인사와 함께 엽현은 그대로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성공 끝으로 사라졌다.
주사는 한동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마침내 돌아서려 할 때 갑자기 장내에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엽현이 주사의 앞에 떨어졌다.
“너… 왜 돌아온 게냐?”
“그게…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운걸. 한 번만 안아 봐도 될까?”
“…….”
주사가 말없이 주먹을 치켜드는 순간, 성 안이 돌연 어수선해졌다.
이때, 누군가 소리쳤다.
“침입자다!”
침입자!
이 소리를 들은 순간, 주사의 안색이 급변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어!
주사는 엽현을 상관하지 않고 곧장 공중으로 솟구쳤다. 이와 동시에 신전의 수많은 강자들 역시 성 위로 날아올랐다.
주사는 이미 허공에 서 있던 주미천 곁으로 다가갔다. 주미천은 다소 굳은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는데, 그의 시선을 따라가니 천 장 떨어진 곳에 이전에는 없던 흑동이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그 흑동 앞에는 손에 창을 든 네 명의 흑의인들이 이쪽을 향해 서 있었다.
“할아버님, 저들은 누구입니까?”
“…나도 모른다. 처음 보는 자들이구나.”
그 말에 주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사유계 내에 신전이 모르는 세력이 있던가?
순간 주사는 주미천의 안색이 왜 이리 어두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안이 분명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설령 양계천이나 생명금구(生命禁區)의 세력들과 붙는다고 하더라도 신전은 자신 있었다.
그만큼 신전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이 사유계 내에서 감히 신전에게 도전할만한 세력 또한 양계천과 생명금구뿐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서 있는 자들은 절대 이 두 세력의 무인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또, 어떤 세력이 보낸 것일까?
바로 이때, 네 명의 흑의인 중 하나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암황색 장포를 걸친 중년 남자는 긴 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붉은색 각인이 새겨져 있었다. 그의 몸 주변으로는 기이한 검은 기체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때때로 아지랑이 치며 마치 뱀처럼 전신을 휘감고 있었다.
흑동을 완전히 빠져나온 중년인.
그의 안광은 곧바로 주미천에게로 향했다.
“엽현.”
엽현! 엽현을 찾아온 자들이었다.
주미천의 옆, 주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녀는 엽현이 왜 떠나려다 다시 돌아온 것인지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들보다 한발 앞서 이 상황을 눈치챘던 것이다.
“그대는 뉘시오?”
“엽현.”
주미천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똑같은 대답뿐이었다.
이에 주미천의 안색이 급격히 흉흉해졌다.
“누구냐고 묻지 않느냐!”
바로 이때, 순식간에 주미천 앞으로 이동한 중년인이 주미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내놓아라.”
순간 주미천의 오른손이 번뜩였다.
쾅-!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그의 소매를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중년인에게 채 닿기도 전, 안개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이를 본 순간, 주미천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공격을 무력화하다니…
눈앞의 중년인은 분명 그보다 위, 아니, 훨씬 더 높은 수준의 무인이었다.
중년인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아래쪽을 내려다보았다.
“어서 놈을 내놓거라! 그렇지 않으면 신전을 멸망시키겠다!”
신전을 멸망시킨다고?
너무 시건방진 말이 아닌가!
주미천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하지만 함부로 출수를 결정하진 못했다. 왜냐하면 엽현을 위해 이런 강적과 싸우는 것은 매우 불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주미천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엽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신전 어딘가로 숨어들어 간 것 같다.
이에 주미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부르려는 순간, 신서전의 문이 열리며 엽현이 걸어 나왔다.
모두의 시선이 엽현에게 쏠린 상황.
이때 엽현이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었다.
“전주, 걱정하지 마시오! 그대들에게 폐 끼칠 생각은 없으니까!”
“…….”
엽현이 이번엔 중년인을 바라보았다.
“이름?”
“…지정(知靖)”
“어떤 세력에서 왔소?”
“알려 줄 이유는 없다.”
이때 엽현이 손바닥 위에 계옥탑을 꺼냈다.
“이걸 노리고 왔소?”
중년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그럼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
“…탑, 그리고 네 목.”
엽현의 표정이 일순 잿빛으로 변했다.
물건만 가져가면 그만이지, 사람 목숨까지 뺏으려 한단 말인가!
엽현이 돌연 검을 들고 솟구쳤다.
윙-!
검명 소리와 함께 한 줄기 검광이 중년인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중, 이를 본 중년인이 손을 들어 가볍게 지면을 향해 내리눌렀다.
콰쾅-!
하늘이 크게 흔들리며 거대한 기운이 엽현을 향해 떨어졌다. 곧 엽현의 검은 이 기운에 막혀 한 치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발을 쿵 하고 구르자, 검 끝이 그대로 중년인의 기운을 꿰뚫었다.
일검무량(一劍無量)!
경지를 무시하는 일검!
눈 깜짝할 사이, 엽현의 검은 중년인의 눈앞까지 날아들었다. 이때 중년인이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일권을 방출했다.
콰쾅-!
폭음과 함께 엽현의 검광이 흩어졌다. 하지만 중년인 자신 역시 수십 장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주먹 위에도 깊은 검흔이 생겨났다.
그리고 이때의 엽현은 이미 장내에서 모습을 감춘 상태.
자신의 주먹을 가만히 내려다보는 지청.
표정 없는 얼굴이지만, 그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엽현에게 부상을 당할 줄은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윽고 지청이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디서도 엽현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적막감이 감도는 순간, 지청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러자 기이하게 생긴 황금색 눈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사방을 향해 황금빛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천지를 뒤덮은 황금빛.
하지만 엽현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연신 눈썹을 꿈틀대는 지청.
이렇게 감쪽같이 사라지다니……. 이게 가능한 일인가?
주미천의 눈에도 기이한 기색이 흘렀다.
이건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증발해 버린 게 아닌가!
이때 지청이 주미천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신물은 누구 손에 있지?”
“…엽현에게 있소.”
지청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흑동을 향해 돌아섰다.
다음 순간, 흑동과 함께 네 명의 신비인의 모습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지청 등이 떠나는 모습을 보자, 주미천은 안도하면서도 근심이 밀려왔다.
“우리 신전이 모르는 세력이 존재하다니……. 도대체 저들의 정체가 무엇인가…….”
사주 등 신전 무인들의 안색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사유계 내의 세력들은 훤히 꿰뚫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전의 신비인들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양계천이나 생명금구보다 더 신비한 세력이 존재했단 말인가!
이때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던 주미천이 입을 열었다.
“듣거라. 앞으로 그 누구도 엽현을 찾아가선 안 될 것이며, 그 어떠한 일에도 간섭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엄벌에 처하겠다!”
이때의 주미천은 본능적으로 엽현의 인과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주사는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야 왜 주미천이 탑을 원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 탑은 한 마디로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후… 그 녀석이 잘 헤쳐나갈 수 있으려나 모르겠군.”
어두운 성공을 바라보는 주사의 눈동자에 근심이 더해졌다.
* * *
이 시각, 어느 성공을 천천히 걷고 있는 엽현. 이미 공명경에 들어선 그를 발견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엽현의 안색은 심히 어두워졌다.
신전을 해결하자마자 또 다른 놈들이 몰려오다니, 젠장 도대체가 끝이 보이질 않는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던 엽현은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엽현은 문득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두 자루 검이 합쳐진, 조금 전 지청에게 상처를 입혔던 바로 그 검이었다.
그들이 과연 이대로 포기할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었다.
미소는 점점 사라지고, 근심이 닥쳐온다.
도대체 언제쯤 편해질 수 있을까?
바로 이때, 그의 눈앞 공간에 파문이 일면서 주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들이 현황대세계로 갔다!”
그 말을 듣자 엽현이 눈을 번뜩였다.
다음 순간, 그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