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89
789화 탑이 보고 싶은가?
모두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인 엽현은 곧 교천아와 함께 대전을 빠져나갔다.
엽령에게는 작별인사하지 않았다.
교천아의 말대로 일분일초가 다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갈 길이 멀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망망한 성공 속으로 날아올랐다.
목표는 양계천!
잠시 후, 어둠 속을 빠르게 가르며 날아가는 두 사람.
“검종이 찾아온 게 단지 계옥탑 때문인 게냐?”
“음? 무슨 뜻이지?”
“그저 내 직감인데, 그들은 네 목숨도 노리는 것 같아서 말이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런 느낌을 받았어.”
“흠… 그렇다면 이번 일은 다른 어떤 때보다 더 어렵겠군. 그들이 왜 너를 노리는지 알고 있나?”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엽현이 묻고 싶은 말이었다.
검종.
사실, 그는 검종과 얽혀 있는 것이 많다고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개의 검종을 마주쳤으며, 심지어 그중 하나는 엽현 자신이 종주로 있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같은 뿌리에서 나온 다른 검종을 적으로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다만 기본적으로 이 세상은 각자도생이 원칙인 만큼, 모든 검종이 자신과 친구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가 있었다.
이것과는 별개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세상에 몇 개나 되는 검종이 존재하는가였다.
그리고 이 많은 씨를 뿌린 검종의 조사는 도대체…….
엽현이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털어 냈다. 어쨌든 지금 눈앞에 있는 검종은 적인 것이 확실했다.
“그나저나 검종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교천아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신전에 연락을 해 보지.”
말을 마친 엽현이 전음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잠시 후, 전음석을 통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지?] [하하하! 주사! 오랜만이야. 나 안 보고 싶었어?] [하… 할 말 없으면 끊어도 될까?] [자, 잠깐.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래. 지난번 신허에서 날 공격했던 자들의 정체를 알아냈다. 검허계의 검종이라는 자들인데, 뭣 좀 아는 게 있나?] [검허계? 잠시 기다려봐.]잠시 후.
[음, 방금 살펴봤는데 신비하기 그지없는 세력이더군. 마지막으로 사유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일만 년 전이더군. 그것도 누군가를 찾기 위해 나타난 것 같다.] [일만 년 전이라…] [그 이상의 정보는 없다.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네 배후에 있는 여인의 존재를 알면서도 널 노린 것을 보면, 절대로 만만한 세력은 아닌 게 확실하니까.]이때 연천의 음성이 엽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어쩌면 그녀의 강함을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무지!
연천의 실력은 굳이 따지자면 아주 강한 축에 들지는 않는다. 다만 그녀의 식견은 일반인이 따라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유계에서 태어난 그녀는 천녀와 오유계 강자들을 대강이라도 비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였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친 천녀의 강함은 오유계 최강자들, 아니, 상고 시절의 괴물들들에 비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아직 사유계에 머물고 있는 자들이 감히 그녀를 무시한다는 건, 무지에서 비롯된 행동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그녀가 아는 한, 사유계에서 천녀에게 대적할 만한 존재는 단 두 명. 바로 탑의 나머지 두 검주였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이 두 검주 역시 엽현과 모종의 관계로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때, 전음석에서 다시 주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검종의 정보는 내가 따로 알아보겠다. 새로운 게 나오면 알려주지.] [고마워, 주사. 부탁 좀 할게!]주사와의 대화를 마친 엽현은 문득 끝없이 펼쳐진 우주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크……. 쓰다 써.”
“뭐가?”
“내 인생이.”
“…….”
그렇게 다시 한동안 어둠 속을 질주하는 두 사람.
양계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엽현은 오유계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유계.
사실 엽현의 마음속엔 오래전부터 오유계에 대한 환상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유계보다 더 고등한 우주, 과연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
물론 두려움 마음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오유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엽현과 교천아는 점점 양계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기간 동안 두 사람의 앞을 막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긴장을 늦출 순 없는 법이다.
“이제 슬슬 신전을 통해 소문을 퍼트리는 게 좋을 것 같다.”
“계옥탑 경매 건 말인가? 너무 이른 거 아냐?”
엽현의 말에 교천아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양계천은 분명 네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그들이 경거망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리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좋다.”
“음… 알았어.”
엽현은 곧 전음석을 통해 주사에게 연락했다.
상황을 설명하자 주사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전했다.
얼마 후, 엽현이 신물의 경매를 위해 양계천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문이 양계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물론 경매 당사자는 검존이고, 엽현은 그를 돕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양계천에 엄습하기 시작했다.
* * *
한편 어느 미지의 성역.
두 여인이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기까지 두 사람이 지나친 흑동은 셀 수조차 없이 많았다.
두 여인 중 하나는 바로 옥련.
막 몇 번째인지 모를 흑동 하나를 통과했을 때, 옥련 곁의 여인이 자리에 멈춰 섰다.
“다 왔다.”
옥련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 그들의 눈앞에 온몸이 흰 털로 뒤덮여 있는 아이 하나가 나타났다. 아이는 팔을 벌린 채 홀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는데, 일정하게 박자를 타는 것이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입으로는 알 수 없는 구절을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후후, 무공을 연마 중이구나.”
무공?
“무슨 무공?”
옥련이 궁금해하며 묻자 여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염상가향(簾霜家鄉)의 무공 중 하나다. 다만 뭐라 부르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
“그렇군…….”
바로 이때, 이상한 몸짓을 하고 있던 아이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 순간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순식간에 옥련에게 달려들었다. 볼을 마구 비벼대는 모습이 마치 친남매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이때, 옥련의 뒤편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왔느냐?”
그 목소리를 듣자 옥련이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 * *
양계천.
양계천은 무수한 강자들이 개척한 세상이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오유계로 향하는 하나의 거대한 통로라 할 수 있다.
지금의 양계천이 있기까지 수많은 강자들의 시체와 피가 이 통로 위에 뿌려졌다.
때문에 어떤 이들은 양계천을 일컬어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양계묘지(兩界墳地).
사유계의 강자들이 최종적으로 이르는 곳, 혹은 죽음을 맞이하는 곳.
한 세대가 흐르고 또 다음 세대가 돌아와도 이 양계천에는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그 누구도 오유계로 가는 길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유계!
이는 수많은 강자들의 희망이자 절명이었다.
작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이곳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던가!
하지만 빛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들에게도 한 가지 희망이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계옥탑이었다.
소유 자체만으로도 능히 오유계로 건너갈 수 있다고 전해지는 보물.
이 보물의 등장은 절망 속에 시름 하던 양계천 무인들의 가슴속에 희망의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외물의 힘에 기대는 것은 진정한 무인의 자세가 아니다?
이런 말은 한 번도 절망해 보지 않은 자들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어떤 희망도 품지 못하는 양계천 무인들에게 있어 계옥탑은 그저 한 줄기 빛이나 마찬가지.
게다가 계옥탑을 얻기만 한다면 그들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오유계에 대한 비밀이 조금은 풀릴 수 있으리라.
이 시각, 엽현이 계옥탑을 가지고 온다는 소식에 양계천은 마치 용광로처럼 활활 끓고 있었다.
* * *
어느 잠잠한 성공 중. 엽현과 교천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들의 정면, 대략 천 장쯤 떨어진 곳에 차원문 하나가 그들을 반겼다.
양계문(兩界門).
저곳을 지나면 마침내 양계천이다.
양계문을 통과할 수 있는 자격은 최소 지선경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문이 활짝 열려있는 모습이다.
“보아하니 저들은 너의 방문을 반기는 모양이구나.”
“물론이지. 빈손으로 온 건 아니니까.”
“저 문을 지나면 네 생사가 결정될 것이다. 마음의 준비는 되었느냐?”
그 말에 엽현이 걸음을 멈추고 교천아를 바라보았다.
“만약 안 들어가면?”
“그래도 마찬가지지.”
“쳇… 그럼 뭐 하러 물어본 거야?”
이때 교천아가 엽현을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너에 대해 조사하면서 재미난 점을 발견했다.”
“음? 그게 뭔데?”
“그건 바로… 네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네 운명은 너를 피 냄새가 나는 곳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
“참 고달픈 인생이란 생각이 드는군.”
“후… 고달프지. 까딱하면 네게 죽을 뻔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 말에 교천아가 미소를 지었다.
“날 원망하지 않느냐?”
“하하, 처음엔 물론 그랬지. 그러나 지금은… 친구 아닌가?”
친구!
“친구라… 후후…….”
“왜,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누군가에게 등을 맡기면 그는 네 등을 찌를 것이다… 이런 말도 못 들어봤나?”
“하지만 내 등 뒤를 가장 잘 지켜줄 사람도 결국 친구뿐이지. 그렇지 않나?”
잠시 말없이 엽현의 얼굴을 응시하는 교천아.
“하하하! 꽤나 훌륭한 마음가짐이군!”
말하는 사이, 두 사람은 양계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교천아,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다면 아직 늦지 않았다.”
“…그럴 순 없지. 네 뒤를 봐 줘야 하니까.”
두 사람은 하하 웃으며 양계문을 통과했다.
그들을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통로 위에 섰다.
그들 뒤에 있는 양계문은 이미 닫힌 상태였다.
바로 이때, 두 사람 앞에 노인 하나가 나타났다.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과 다리, 매우 굽어있는 등, 게다가 음침한 눈빛은 어딘지 모르게 좋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노인은 처음부터 엽현을 응시하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인장 할 말이 있으면…….”
“내게 오유계의 신물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 보기만 할 뿐, 절대 뺏지 않겠다.”
노인의 말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그 정도야 어렵지 않소.”
바로 이때, 엽현의 곁에 돌연 검존이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을 바라보는 검존의 눈빛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황야(黃牙), 탑이 보고 싶은가?”
검존이 아는 척을 하자, 황야라 불린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때 그의 입안으로 이름처럼 누런 이빨이 번뜩였다.
“검존, 오랜만…….”
말을 채 마치기도 전, 검존이 출수했다.
순간 황야를 향해 날아드는 차가운 검광!
이에 노인이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날아오던 검광이 그의 손에 붙들렸다.
황야가 고개를 드는 순간, 또 다른 검광 하나가 날아들었다.
이에 황야가 들고 있던 검광을 정면으로 뿌렸다.
쾅-!
두 개의 검광이 폭발하고, 검존과 황야 두 사람이 십여 장씩 후퇴했다.
“흐흐……. 검존, 그때보다 별로 발전한 게 없는 것 같구나.”
“황야, 자신 있다면 여기서 생사를 결정짓겠느냐?”
사생결단!
그 말에 황야가 주먹에 점점 힘을 줬다.
“검존, 내 오늘은 단지 신물을 보고자 찾아온 것뿐이다.”
“흥, 네가 그럴 자격이 있을까?”
일촉즉발.
양측이 서로 팽팽하게 맞서는 이때, 엽현이 개입했다.
“자자, 두 분. 진정하시고. 단순히 신물을 보여드리면 되는 것입니까?”
“…그래 줄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황야에게 대답한 엽현이 검존을 바라보았다.
[음흉한 놈이다. 조심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검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계옥탑 안으로 돌아갔다.
사실 조금 전 상황에서 그가 굳이 나설 이유는 없었다. 다만, 이는 양계천 무인들에게 경매자가 검존 자신임을 확인시켜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검존이 사라진 후, 엽현은 황야를 향해 웃으며 섰다.
이윽고 그의 손바닥 위로 작고 검은 탑 하나가 떠올랐다.
순간 황야의 시선이 온통 계옥탑에 집중됐다.
“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