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90
790화 불청객이 왔군요
이때 엽현이 계옥탑을 황야 앞으로 날려 보냈다.
엽현의 돌발적인 행동에 황야가 눈을 깜빡였다.
교천아 역시 눈을 크게 뜨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하하, 가까이서 잘 한번 살펴보십시오. 진품입니다.”
황야가 다소 경계하면서도 손을 뻗어 계옥탑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전신으로 계옥탑의 떨림이 전달됐다. 점점 굳어져 가는 황야의 얼굴.
잠시 후, 황야가 엽현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너… 내가 이대로 도망치면 어쩌려 그러느냐?”
“하하, 원하신다면 한번 해 보십시오.”
그 말에 황야의 안광이 더욱 깊어졌다.
“어린 녀석이 제법 영특하구나. 과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가 있었어.”
황야는 곧바로 계옥탑을 엽현에게 돌려보냈다.
그는 당연히 계옥탑을 탈취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사유계 전체의 공적으로 몰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빼앗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그 후에 닥칠 후과에 대해선 고민을 더 해 봐야 했다.
손에 신물이 있다 한들 목숨을 잃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으리라.
황야는 마지막으로 엽현을 한 번 바라본 후 미련 없이 떠나갔다.
“주제를 아는 자로구나.”
“훗, 모두 아는 것이지. 이 물건이 양날의 검이라는 것을.”
양날의 검!
계옥탑을 원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사실 역시 모르는 자가 없다.
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상황에서 머리가 아픈 것은 엽현이 아닌 양계천의 강자들일 것이다.
엽현과 교천아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번에 그들을 막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략 반 사진쯤 전진했을 때, 두 사람은 길의 끝에 도달했다. 곧, 백광이 그들을 에워싸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통로 위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밖으로 빠져나온 두 사람 앞에 나타난 것은 어느 이름 모를 성이었다.
크지 않았다. 규모로 보나 투박한 마감으로 보나 누추하다고 불릴 만한 작은 성이었다.
양계성.
두 사람이 성 앞에 이르렀을 때, 성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걸어 나왔다. 검은 치마를 단정히 갖춰 입은 그녀는 매우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 보였다.
빠른 걸음으로 두 사람 앞에 도착한 여인.
“양계성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소인은 이곳에서 작은 사업을 하고 있는 석자정(惜子情)이라 합니다.”
사업?
“하하, 석 소저께서는 혹시 신물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것이오?”
석자정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돈으로 어찌 그런 귀한 물건을 살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제가 엽왕을 찾아온 것은 한 가지 제안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제안? 말 해 보시오.”
“엽왕께서는 신물을 경매에 부치려 이곳을 찾은 게 아닙니까? 그렇다면 그에 어울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저희가 나서서 경매에 필요한 일체를 준비할 것이며, 능력이 닿는 만큼 성 안에서의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양계성의 지리나 상황에 대해 빠르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릴 수도 있습니다.”
“흠…….”
엽현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제안이오. 그 대가로 그대가 원하는 건 무엇이오?”
“후후, 그러면 먼저 자리를 옮기실까요?”
“좋소!”
엽현이 승낙하자 석자정이 주변을 향해 몇 차례 포권을 취했다.
“여러분, 우리 운몽상회(雲夢商會)는 그저 경매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 할뿐, 다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저희의 체면을 한 번 살려 주시기 바랍니다!”
고요한 성 주변.
이에 석자정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그렇게 엽현과 교천아는 석자정과 함께 성 안으로 들어섰다. 성 안의 거리는 매우 한산했다. 사람이라고는 그들 외에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이렇게나 사람이 없소?”
“보통 그렇습니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 점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다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뿐… 무슨 말인지 이해하시나요?”
“물론이오.”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런데 양계천에서 가장 강한 세력은 누구요?”
“음… 다소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군요. 이곳의 사람들은 보통 무리를 짓지 않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그들의 목표는 무슨 이익을 꾀하는 것이 아닌 오유계로의 진입이니까요. 다만 지금은 상황은 조금 달라지긴 했지만……”
말을 하던 석자정이 엽현에게 바짝 붙었다.
“현재 양계천의 모든 이들의 이목이 신물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
마음의 준비!
엽현이 가볍게 웃었다.
“마음의 준비라면 이미 끝났소.”
계옥탑을 들고 양계천에 온다는 것. 이는 곧 늑대의 아가리 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 정도 각오라면 이미 현황대세계를 떠날 때부터 생각한 일.
물론 원한다면야 일검무량으로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질 않는다.
그가 사라지면 이곳의 강자들이 현황대세계로 우르르 몰려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 번 굴욕을 당한 그들은 더 이상 강자의 품위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무차별적인 공격을 펼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엽현은 그들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잠시 후, 세 사람은 성의 중심부에 도착했다. 그곳엔 원형으로 된 건축물이 세워져 있었는데, 지붕이 없어 하늘을 곧바로 볼 수 있는 구조였다. 게다가 건물 양쪽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작은 방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엽현이 찬찬히 건물을 둘러보니, 크기로 보나, 위치로 보나 경매장소로는 손색이 없을 듯했다.
“엽왕이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안을 깔끔히 정돈해 두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매우 마음에 드오. 허나… 그대들 운몽상회는 경매 기간 동안 나의 안전을 책임져 줄 실력이 있소?”
석자정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확답하기 어렵습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엽왕의 안전은커녕 운몽상회 역시 위험에서 안전할 순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나 위험하단 말이오?”
“사유계에서 가장 강한 자들이 모두 모인 곳, 양계성에서 어찌 감히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언제쯤 경매를 할 생각이십니까?”
“음, 그 전에 사전 홍보를 좀 해야 하지 않겠소?”
“제가 알기론 경매에 관심 있는 자들은 벌써부터 와서 엽왕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 말에 엽현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그대들 몽운상회는 어떻소?”
“…사유계에서 오유계의 신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저희 몽운상회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정확히 구별할 줄 압니다.”
그 대답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삼일, 삼 일 후에 경매를 열겠소.”
“좋습니다. 삼 일 후로 안배해 놓겠습니다. 다만 모두들 그 이상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이니 엽왕께서 이 점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이오. 고맙소, 석 소저.”
모든 이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계옥탑을 주시하는 지금, 그들에게 삼일 이상의 시간을 버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석자정이 자리를 떠나고, 장내에는 엽현과 교천아 둘만 남았다.
“상황이 당초 생각보다 복잡하게 된 것 같군.”
“걱정마.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으니까.”
이때 엽현이 품 안에서 전음석을 꺼내 들었다. 전음석이 가볍게 떨리더니 주사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물었다!
엽현은 검종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양계천으로 온다는 소리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로써 현황대세계는 안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엽현이 전음석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기억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는 절대 출수하면 안 돼. 알았지?”
곧 들이닥칠 적들의 전투력은 교천아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혹여 그녀가 전투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울 터였다.
교천아 역시 이 점을 알고 있기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엽현이 품 안에서 납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예전에 얻어놓고 보관만 해 둔 혈조의 납계였다.
“교천아, 너라면 이 납계를 열어 볼 수 있는 방법을 알겠지?”
교천아가 엽현 앞으로 다가가 납계를 주의 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봉인이 걸려 있군.”
“맞아.”
교천아는 엽현에게서 납계를 건네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진이 지났을 때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방법이 없어. 미안하다.”
“흑…….”
혈조의 납계. 분명 엄청난 물건들이 들어있을 납계인데,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려오는 엽현이었다.
교천아가 납계를 돌려주며 말했다.
“왜 삼일의 시간을 정한 거지?”
“검종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그렇군. 그나저나 네 배후의 여인과는 연락이 안 되는 건가?”
천녀.
만약 이 상황에서 천녀가 등장한다면 모든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리라.
하지만 엽현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천녀에 대한 소식을 언제 들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교천아의 표정이 안 좋아지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상관없어. 모든 일을 남에게 의존할 순 없는 법이니까. 안 그래?”
“…….”
엽현을 바라보는 교천아의 눈빛이 꽤나 복잡하다.
순간 그녀는 엽현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엽현의 적은 단순한 강자들이 아닌 사유계 최강자들이 아닌가!
게다가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오유계의 무인들이 그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 생각이 미치자 교천아는 한숨만 나올 따름이었다.
“혹시 전생에 어떤 흉악한 죄를 지었던가?”
“…….”
“나는 그럼 지금부터 양계성을 눈에 익히도록 하겠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 하도록.”
이 말을 끝으로 교천아는 양계성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아 천천히 두 눈을 감는 엽현.
얼마 전 신전에서 얻은 고서들을 아직 완전히 소화하진 못했다.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철저하게 이해해 놓아야 한다.
물론 그 양이 방대한 만큼 서두를 순 없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렀다.
경매 날은 점점 다가오고, 양계성은 매우 평온했다. 이 시간 동안 누구도 엽현을 귀찮게 하는 자는 없었다.
살얼음 같은 평화이긴 했지만, 엽현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튿날 저녁.
석자정이 다시 그를 찾았다.
“엽왕, 준비는 다 되셨습니까?”
“모두 끝났소.”
“그럼 실례가 안 된다면 대화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어떤 대화 말이오?”
엽현이 웃으며 물었다.
“오유계의 신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오유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대가로 엽왕이 알고자 하는 것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내가 알고자 하는 것?”
“예를 들어, 여기에 어떤 강자가 있는지, 실력은 어떠한지, 누가 가장 엽왕에게 위협이 되는지 등등 말입니다.”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의미 없소. 내 적은 양계천 전체고, 그들 모두가 큰 위협이오.”
“…….”
“그 대신, 검허계의 검종에 대해 조사를 해 주시오.”
검종!
“검종을 알고 계십니까?”
“보아하니, 그대 역시 검종을 알고 있는 것 같군?”
석자정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건…….”
“지금쯤 거의 도착했을 것이오.”
“아…….”
“왜 그러시오?”
석자정이 한숨을 짓자 엽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후… 검종이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사유계 안에 검종의 이름을 가진 세력은 수십 개가 됩니다. 비록 한 뿌리에서 나오긴 했지만, 지금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가장 강한 것이 바로 검허계의 검종입니다.”
“어느 정도로 강한 것이오?”
석자정은 엽현을 바라보며 대답하지 않았다.
“괜찮소. 말 해 보시오.”
“그게… 어느 정도라고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하기에…….”
“…….”
“소문에 엽왕을 지켜주는 두 여인이 있다고 들은 것 같습니다. 그녀들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엽왕 혼자의 힘만으로는…….”
“음…….”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엽현.
이에 석자정이 엽현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물론 지금 당장은 어렵다는 것입니다. 엽왕의 자질로 볼 때 머지않은 미래에는 그들도 엽왕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저 시간문제겠지요.”
“하하, 석 소저는 말솜씨도 보통이 아니구려.”
“그럼 제가 알고 있는 선에서 검종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좋소!”
석자정이 막 무슨 말을 꺼내려 할 때, 갑자기 눈썹을 치켜세웠다.
“불청객이 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