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797
797화 죽이러 가 볼까?
잡자마자 보통 검이 아니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급의 검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대 나쁘지 않았다. 비록 진혼검이나 천주검 만큼은 아니어도 흡수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검이었다.
“나도 한 자루 보내 주마.”
진시일이 말한 순간, 엽현 앞에 또 한 자루의 검이 날아들었다.
사 척 길이의 검은 기이하기도 검 날이 짙은 파란색이었다. 검 끝에서는 옅은 검망을 발하고 있는 것이 척 보기에도 좋은 검이었다.
엽현의 안색이 더욱 밝아졌다.
이 검은 조금 전 것보다 더 좋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두 자루 검을 갈무리한 엽현은 환한 얼굴로 예를 차렸다.
“고맙소, 정말 고맙소!”
“허허, 별 것 아니니 받아 두거라.”
“그럼 잠시 폐관에 들어가겠소.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오!”
“그러려무나.”
진시일이 흔쾌히 허락하자 엽현이 재차 포권을 취한 후 한쪽에서 검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를 본 두 사람은 방해되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 * *
양계천 외곽.
웬 노인 하나가 성공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노인은 왼손에 한 자루 검을 들고 있었고, 허리춤에도 또 다른 검을 건 상태였다.
다소 여윈 듯한 모습의 노인은 긴 머리를 높이 묶어 올렸으며, 날카로운 눈매를 뽐내고 있었다.
이 노인은 바로 검종의 호법장로인 도검(渡劍)이었다.
검종에서 서열 오 위를 차지할 정도의 강자이기도 했다.
이 도검의 뒤편으로는 일곱 무인이 나란히 서 있었다. 여섯 명의 남자 그리고 한 명의 여인으로 구성된 그들은 각자 장검을 등에 꽂은 채 출격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팔 인의 검수.
이들 팔 인은 모두 호법당의 검수들로, 검종 안에서도 특별히 예리한 검을 지닌 자들이었다.
호법당이 나섰다는 것은 검종이 얼마나 이 사안을 중대히 여기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었다.
도검이 양계천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누군가 우리 검종을 음해하려 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저놈, 엽현이다.”
이때 그의 뒤에서 한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놈은 겨우 미지경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의 무인들을 무수히 해치워 온 놈이다. 경지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그 말이 옳습니다!”
말을 한 이는 지난번 양계천을 찾아왔던 강기였다.
강기가 도검의 곁으로 나아왔다.
“엽현 그놈은 검수의 탈을 쓰고서 권모술수에 능한 악독한 놈입니다. 놈이 신물을 들고 양계천으로 들어온 것은 우리와 양계천을 붙여놓고 뒤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술수가 틀림없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증거가 없다는 것이…….”
“증거가 왜 필요하느냐? 검종의 검이 바로 증거이니라! 다만 그 전에 우리 형제를 죽인 양계천에 죄를 묻는 게 먼저다. 정황이야 어쨌든 이제 상관없단 말이다!”
검종의 무인이 죽었다!
그 한 마디에 강기는 침묵했다.
검종에 사상자가 나온 이상, 설령 어떤 오해가 있었더라도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것이다.
“모두 죽여라!”
외침과 함께 도검의 허리춤에서 빠져나온 검이 쏜살같이 양계천을 향해 날아갔다.
공간을 가르며 양계천에 진입한 검.
바로 이때, 양계천 안쪽에서 거의 백 장 높이에 이르는 거대한 주먹이 검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커다란 충격과 함께 주먹이 사라지고, 검 또한 다시 도검에게로 돌아갔다.
이때, 도검 일행의 정면에 진시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뒤로 열여섯 명의 양계천 강자들도 보였다.
이들은 검종을 앞에 두고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양계천에 들어 올 정도의 무인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때 진시일을 바라보고 있던 도검이 아무 말 없이 들고 있던 검을 튕겨 냈다.
윙-!
검명 소리와 함께 진시일을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검광. 이에 진시일이 언제 꺼냈는지 모를 도를 난폭하게 휘둘렀다.
“파(破)!”
쾅-!
순간, 도검의 검이 다시 주인에게로 돌아왔다. 이때 그의 검은 큰 충격을 받은 듯 격렬히 몸을 떨고 있었다.
“도를 쓰는 자라니, 진작 알아보지 못했군…….”
“하하하! 그대들 검종은 오랫동안 세상을 등지고 살면서 스스로가 최강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을 것이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사유계는 그대 생각처럼 만만한 곳이 아니오!”
“훗, 그런가?”
도검의 냉소에 진시일이 미소로 받아쳤다.
“믿지 못하겠으면 한 번 시험 해 보시오.”
“…그럼 사양하지 않고.”
탓-!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몸을 날린 도검.
이에 뒤편에 있던 강기 등 역시 일제히 검을 뽑고 공중으로 솟구쳤다.
찰나의 순간, 여덟 개의 검광이 양계천 무인들을 향해 쏟아졌다.
“방심하지 마라!”
쾅-!
두꺼운 도광(刀光)이 번뜩인 것을 신호로 양측의 전투가 시작됐다.
하지만 기세등등하던 것도 잠시, 양계천 무인들은 순식간에 검수들에게 우위를 내주고 말았다.
검수는 여덟에 불과했지만, 이대 일로도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막강했다.
하지만 승부가 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아무리 몰아붙이고 있다 해도 양계천 무인들을 죽이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한편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이 장면을 지켜보는 두 여인이 있었다.
주사 그리고 원소도.
주사는 이미 신전 병력을 모두 돌려보낸 상태였다. 진흙탕 싸움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만큼 복잡한 상황이었다.
“양패구상할 것 같군.”
원소도의 말에 주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흘러가다간 양측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이란 건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었다.
만약 검종이 처음부터 총력을 기울였더라면 모를까.
고작 여덟의 검수만 보낸 것은 또다시 다분히 상대를 얕본 결정이었다.
그 결과 승리를 거두더라도 손실은 피할 수 없으리라.
게다가 양계천의 인원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지금은 비록 관망 중이지만, 양계천이 정말로 위기에 닥친다면 어쩔 수 없이 출수할 수밖에 없는 세력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애써 일궈놓은 오유계로의 전진기지가 사라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원소도가 말했다.
“검종은 두 가지 착오를 저질렀다. 하나는 양계천 모두를 겨냥한 것, 나머지 하나는 양계천의 실력을 무시한 것이다.”
“마지막 한 가지를 빠뜨렸군.”
주사의 말에 원소도가 고개를 돌렸다.
“그건 바로 엽현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다.”
엽현!
원소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엽현은 확실히 그녀가 겪어 본 검수들 중에 가장 특이하고 약삭빨랐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엽현을 상대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입을 열기 전에 죽여서 기회를 주지 않는 것뿐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반드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 예로 탑을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 엽현인데, 엉뚱한 두 세력이 피 튀기며 싸우고 있지 않은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주사의 말에 원소도가 멀리 전장을 응시했다.
만약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양쪽은 양패구상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이 손실은 그 어느 쪽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것이리라.
특히 검종이 이 아홉 검수를 잃는 것은 한쪽 팔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되든 간에 이미 검종은 멈출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무인이 양계천에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근데 이 사단을 만든 장본인은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엽현? 어디선가 숨어서 몰래 웃고 있겠지.”
“하하하…….”
* * *
양계천 하늘이 피로 물들고 있던 이때, 엽현은 조극경에 이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
과정이 쉽진 않았지만, 아무도 방해하는 이가 없기에 마음만은 매우 편안했다.
이미 두 자루 검 중, 한 자루를 집어삼킨 엽현은 기운이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조극경에 도달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이때 엽현이 나머지 한 자루 검을 복부에 박아 넣었다.
쾅-!
강대한 기운이 체내로 들어오면서 그의 검의가 마치 폭풍처럼 그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렇게 기운이 점점 커지기를 한 시진, 엽현이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
윙-!
청아한 검명 소리와 함께 엽현의 눈에서 두 개의 검광이 번개처럼 튀어 나갔고, 동시에 흑백의 두 검의가 그의 주변 공간을 완전히 잠식했다.
이때 엽현이 가만히 왼손을 펼치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검의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윽고 엽현의 손에 들려 있는 흑백검.
그리고 마침내 도달했다.
조극(造極)!
두 자루 검을 흡수한 후, 미지경에서 곧바로 조극경에 등극한 것이다.
이제 그의 경지와 육신의 강도는 모두 조극경, 검도는 파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 정도라면 파명경 강자가 온다 해도 경지만 놓고 봤을 때 절대 밀리지 않을 수준이다.
왜냐하면 그에겐 천주검과 참선검호라는 괴물이 있으니까.
경지의 부족함은 장비로 채운다!
고개를 숙이고 손 안의 흑백검을 바라보고 있는 엽현.
이윽고 그의 입가에 한 줄기 섬뜩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제… 죽이러 가 볼까?”
양계천 밖에선 여전히 전투가 한창이었다.
양계천 측은 이미 사상자가 발생한 상태.
반면 검종의 무인은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동일 경지라는 가정하에 검수들의 전투력은 일반 무인들을 압도하기 마련이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진시일 역시 검종의 도검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서걱-!
이때 또다시 머리 하나가 잘려나갔다.
이번에도 역시 양계천 측 무인이었다.
이로써 세 명째.
진시일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져 갔다.
그만큼 상황이 매우 불리하게 흘러갔던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 장내에 섬뜩한 검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에 진시일이 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눈앞에서 검수의 머리 하나가 잘려나갔다.
푸확-!
선혈이 사방으로 튀고 장내 무인들은 순간 멍청해졌다.
누…가?
무인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검수에게 출수한 것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구냐! 어떤 놈이 감히……!”
눈이 붉어진 채 사방을 둘러보는 도검.
이때 그의 곁에서 강기가 소리쳤다.
“엽현! 엽현입니다! 그놈에겐 발동한 후 몸을 숨길 수 있는 검기가 있습니다!”
엽현!
도검이 자신의 검의를 마치 그물망처럼 사방에 둘러쳤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엽현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급격히 어두워지는 도검의 얼굴.
검수인가, 아니면 살수인가!
한편, 반대쪽에 있던 진시일은 엽현이 출수한 것을 알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편으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무리 기습이라 해도 검종의 검수를 죽이는 것은 절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도검을 호위하는 칠 인의 검수는 최소 명경 절정으로, 파명경 강자와도 능히 상대를 할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그런 검수를 단칼에 죽인 것은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일인 것이다.
엽현이 자신의 편이란 것에 안도하고 있을 때, 진시일의 머릿속에 음성이 울려 퍼졌다.
[출수하시오!]순간 정신을 차린 진시일.
“출수! 기회를 놓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