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01
801화 검수 대 검수
“그게 무슨 학원이오?”
[만유학원(萬維學院)이라 한다. 이것 외에도 만유학부(萬維學府)라는 특수한 학원이 있다. 이곳은 오유계의 성지라고도 불리는데 바로 선지자가 거주하던 곳이기 때문이다.]선지자!
탑의 주인에다가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는 선지자라니, 모든 걸 다 가진 자로구나.
[내가 이 탑에 갇히기 전, 선지자가 사라진 후의 오유계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였던 걸로 기억한다. 모두가 선지자의 보고라 할 수 있는 만유서원을 노렸고, 서원에 들어가기 위한 열쇠인 이 탑을 차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를 흘렸지. 너는 사유계 무인들이 아직 탑의 진정한 용도를 모르는 것에 감사히 여겨야 한다.]“그렇지도 않소. 오유계 무인들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를 찾아올 테니 말이오.”
오유계.
엽현은 가슴 속 깊이 큰 한 숨을 내쉬었다.
사유계의 일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오유계는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도대체 언제쯤이면 마음 편히 살 수 있을까?
이 순간 엽현은 진심으로 피곤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두 다리 뻗고 잠을 자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더 괴로운 것은 지금으로써는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 고달픈 인생이여.
엽현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다시 상처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가볍지 않은 부상이었지만, 생명수는 그의 몸을 빠르게 정상으로 바꾸어 놓았다.
잠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로 향했다.
한편, 이 시각 양계천 주변엔 시시때때로 비검들이 활보하고 있었다.
비검 위에 올라타 있는 것은 검종의 검수들이었다.
엽현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양계천에 들어온 자들이었는데, 그 수가 수십이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무력시위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들을 진두지휘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이진풍.
양계성의 한 찻집에 있던 원소도가 머리 위를 지나가는 검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검종은 탑이 엽현에게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군.”
“나 역시 어느 정도 그를 의심하고 있어. 좀 음흉한 놈이어야 말이지.”
곁에 있던 주사의 말에 원소도가 가볍게 웃었다.
“무시할 수 없는 놈이야. 그 배후의 여인 역시.”
원소도는 여전히 유명전에서 보았던 여인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보여준 실력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정말이지 엽현의 배후들은 하나같이 무시무시한 자들뿐이었다.
그뿐인가?
엽현 역시 상대하기가 까다롭기 그지없는 자였다. 그 능구렁이 같은 화술과 은신술로 지금도 검종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의 암살 실력은 이진풍 정도의 강자가 아니고서는 막아 낼 자가 많지 않았다.
바로 이때, 두 사람의 앞에 한 남자가 다가왔다.
다름 아닌 진시일이었다.
진시일이 먼저 포권을 취하며 말을 꺼냈다.
“원 소저, 진노인의 말을 전하고자 왔소.”
“진노인? 혹시 손이라도 잡자는 제안이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소?”
“흠…….”
원소도가 잠시 고민하더니 마지막에 고개를 끄덕였다.
“받아들이겠소.”
“탁월한 선택이오!”
원소도가 승낙하자 진시일의 얼굴이 환해졌다.
원소도 같은 강자가 합류한다면 양계천에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원소도가 주사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 일은 내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다. 신전은 절대 이 일에 끼어들어선 안 된다.]이 말과 함께 원소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졌다.
잠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사 역시 이내 자리를 떠났다.
* * *
한편 이 시각, 양계천이 훤히 보이는 성공.
이진풍이 가부좌를 튼 상태로 많은 양의 검의를 쏟아내고 있다. 이 검의들은 곧 양계천 사방으로 날아갔다.
이때, 이진풍의 곁에 강기가 나타났다.
“찾지 못했습니다!”
찾지 못했다고?
이진풍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강기를 바라보았다.
“모든 역량을 투입했느냐?”
“그렇습니다. 하지만 마치 하늘로 솟기라도 한 듯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흠.”
“이제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무언가 고민하던 이진풍이 돌연 강기를 바라보았다.
“병력을 이끌고 현황대세계로 간다!”
현황대세계!?
“녀석은 의리를 중시한다 하지 않더냐? 우리가 현황대세계로 향하면 놈은 틀림없이 그리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생각 하느냐?”
“하지만… 그것은 검수가 취할 방법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달리 방법이 있느냐?”
이진풍의 말에 강기가 낮게 숨을 내쉬었다.
“사숙, 사숙과 같은 강자들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겠지만, 저희 연배의 검수들은 양심에 반하는 짓을 한다면 심경이 깨져버릴 것입니다.”
“그건 걱정할 것 없다. 너희가 현황대세계의 무인을 해치지만 않는다면 심경이 깨질 일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유계 무인들은 우리가 신물을 가졌다고 믿을 것이 아니냐?”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 본 강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으로써는 마음먹고 몸을 숨긴 엽현을 찾아낼 방도가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내버려 두기엔 그의 발전 속도가 너무나 두렵다.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떤 압박이라도 취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강기가 막 자리를 떠나려 할 때, 이진풍이 그를 불러 세웠다.
“이번엔 나도 함께 간다.”
“사숙…….”
“지난번처럼 얕보다가는 또 놓치고 말 것이다. 전력을 다해 놈을 포위한다. 가자!”
잠시 후, 이진풍은 강기와 한 무리 검수들을 이끌고 양계천을 떠났다.
그들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현황대세계.
잠시 후, 이진풍이 있던 자리에 주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모습을 주시하던 주사는 품 안에서 전음석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한편 이 시각 엽현은 공명경을 이용해 양계천을 빠져나온 상태였다. 괜히 양계천에 있다가 검종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매우 난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빠르게 어디론가로 향하던 엽현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서는 전음석을 꺼내 들었다. 전음석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그의 안색이 점점 어둡게 변했다.
잠시 후, 그가 무언가 결심한 듯 손을 휘둘러 공명경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원래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이 순간, 현황대세계로 이동하던 이진풍이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섰다.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말과 동시에 이진풍 방향을 바꿔 쏜살같이 날아갔다.
강기 등 역시 일제히 그의 뒤를 쫓았다.
한편, 엽현은 자신을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강대한 검의를 느끼고 있었다.
발각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찾을 줄은 몰랐기에 다소 놀란 상태였다.
이제 어쩐다?
엽현은 일단 어검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싸운다?
절대로 불리하다.
그렇다면…….
이때, 불현듯 무언가 엽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고, 이와 동시에 그가 방향을 틀었다.
그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유명전이었다!
속도를 거의 한계치까지 끌어올린 엽현.
그가 막 흑동 하나를 통과했을 때, 그의 뒤편에서 검광 하나가 빠른 속도로 그를 뒤쫓아 왔다.
이를 본 엽현은 속도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뒤따라오는 검광과의 거리는 빠른 속도로 좁혀졌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벌인 엽현은 마침내 십여 개의 흑동을 통과해 유명전이 있는 성역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성역은 예전과는 달리 이미 봉인이 된 상태.
이에 엽현은 이를 악물고서 천주검을 꺼내 들었다.
천주검을 앞세운 엽현은 봉인을 강제로 찢어발기며 전진을 시도했다.
그러나 그가 유명전 근방에 이르렀을 때, 갑작스레 신비한 힘이 그의 몸을 감쌌다.
엽현이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기운!
이에 엽현이 바둥거리며 소리쳤다.
“같은 편이야, 같은 편!”
잠시 후, 뜻밖에도 그를 옭아매고 있던 신비한 힘이 눈 녹듯 사라졌다.
엽현이 안도하고 있는 이때, 그의 뒤편에 이진풍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엽현이 황급히 유명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진풍이 재빨리 그를 뒤쫓으려는 순간, 그의 곁에 강기가 나타났다.
“사숙, 함정일지도 모릅니다!”
이진풍은 그 말에 몸을 움찔했다.
결코 그의 상대가 아닌 엽현이지만, 그래도 얕볼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그를 무시하다 죽어간 강자들이 얼마나 많이 있던가!
엽현이 이리로 도망친 것에는 필시 그럴 이유가 있으리라!
“우선 저희가 수색을 해 보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이 사유계에서 나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손에 꼽는다.”
자리를 박찬 이진풍은 순식간에 검광으로 변해 사라졌다.
잠시 망설이던 강기는 품에서 작은 검 한 자루를 꺼내 들어 현기를 주입했다. 그러자 검이 가볍게 몸을 떨더니 어두운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
검을 떠나보낸 강기는 그제야 이진풍의 뒤를 쫓았다.
* * *
이때 엽현은 이미 대전 안으로 진입한 상태.
대전 입구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열 한 개의 여자 조각상들이 서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여인들. 하지만 그가 굳이 이리로 온 것은 그저 운을 믿어본 것뿐이었다.
이때 이진풍과 강기가 엽현의 뒤편에 나타났다.
이진풍은 눈앞의 유명전을 바라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어디지?”
“모르겠습니다.”
이진풍은 곧장 엽현을 덮치지 않고 먼저 경계하며 주변을 살폈다. 더 이상 방심하다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엽현은 자신이 유일하게 알고 있는 여인, 맨발 여인의 조각상 앞에 서서 속삭이기 시작했다.
“계십니까? 계셔야 하는데…….”
아무런 대답 없는 조각상.
엽현은 손에 땀이 나는 듯했다.
그녀가 아니면 누가 자신을 돕는단 말인가.
황급히 어르고 달래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엽현이 당황해하고 있던 이때,
“뭘 중얼거리고 있는 게냐?”
이진풍의 목소리에 엽현이 뒤돌아섰다.
“…이진풍,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궁금한 점? 말해라.”
“왜 너희는 탑뿐만 아니라 내 목숨도 노리는 거지?”
당시 검종이 처음 그를 찾았을 때, 그는 기꺼이 탑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검종은 자신을 죽이려 했다.
엽현은 이 점이 내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 사이에는 아무런 원한이 없기 때문이다.
이진풍이 엽현을 잠시 응시하다 대답했다.
“사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굳이 말하자면 후환을 없애기 위함이랄까.”
“하하… 그렇군.”
이진풍이 경계 섞인 눈으로 엽현의 뒤를 살폈다.
“그런데… 너 혼자뿐인 게냐?”
“그럼 여기 또 누가 있지?”
“나와 단독으로 겨루기 위해 이리로 유인했을 리는 없을 텐데?”
“음… 사실 내가 널 이길 순 없겠지만, 그래도 검수 대 검수로서 한번 싸워보고 싶긴 하군.”
그 말을 들은 이진풍이 손을 들어 지면을 향해 내리눌렀다. 그러자 그의 경지가 순식간에 조극경까지 내려갔다.
“이 정도면 체면치레는 되겠지? 자, 오너라!”
“고맙군!”
대답하는 순간, 엽현의 검은 이미 이진풍의 미간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엽현이 돌연 검을 거두고는 황급히 신형을 물렸다. 제 자리에 돌아온 엽현의 미간에는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진풍의 검이 그의 것보다 더 빨랐던 것이다.
얼굴의 피를 닦아 낸 엽현이 재차 몸을 날렸다.
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