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11
811화 위기가 도래하다
엽현은 희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멀리 가진 말거라. 그러면 내가 지켜 줄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이윽고 집 밖으로 빠져나온 엽현과 연천.
“후, 한 달 반이라…….”
하늘을 보며 나직이 읊조리는 엽현의 곁으로 연천이 다가왔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할 듯싶구나.”
엽현이 연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무슨 준비?”
“느낌이긴 한데, 이제 곧 오유계 강자들이 몰려올 것 같구나.”
오유계!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역시 근래 들어 그런 느낌이 들긴 했었다.
오유계 강자들의 등장이 임박해 있다는 느낌이.
과연 그들은 어떤 존재들이며 또 얼마나 강할까?
엽현은 고개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냈다. 지금 고민해 봐야 해결될 것은 없다. 오직 실력 향상만이 최선인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이 불현듯 천주검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검의를 이용해 검역을 생성해냈다.
“연천, 무슨 조언 할 거리라도 있어?”
검역!
엽현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검역을 완성하는 일.
이때 엽현의 검역을 들여다보던 연천이 입을 열었다.
“내 말대로 한번 해 보겠느냐?”
“물론이지! 어떤 조언이라도 좋아!”
“좋다. 그럼 우선 너와 그 청색 장삼을 입은 검수의 실력이 하늘과 땅 차이란 것부터 인정하거라.”
“…인정해.”
“그의 검역은 사유계는 물론 오유계의 법칙과 도칙도 제압해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네가 짧은 시간 안에 그런 검역을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게다가 굳이 그의 방식대로 따를 필요도 없다.”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게 무슨…….”
이때 연천의 눈빛이 정확히 엽현의 눈에 꽂혔다.
“바로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워 새로운 형태의 검역을 만드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검역!
엽현의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게 무슨 말이야?”
“오유계에서 역이란 한 무인이 만든 독립적 세계란 말로 통용된다. 이 세계 안에선 네가 왕이 되는 것이지. 그러나 너도 느꼈다시피 역을 만드는 데는 일정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엽현은 연천의 말에 집중했다.
“궁극적으로는 검역을 천천히 수련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지금 당장 사용하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바로 네가 가진 강점을 모두 모아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내 강점을? 어떻게?”
“네가 가진 것 중 가장 강한 것은 우선 혈맥지력과 주인의 육도진언, 그리고 일검무량이 있다. 그다음으로는 선악검의, 공간도칙, 몽지도칙, 대지도칙이 있지. 그 외에도 네게는 사유계 최강의 검 네 자루가 있다. 자 이제 상상 해 보거라.”
상상?
“만약 네가 검역 안에 안전하게 자리 잡고서, 육도진언을 통해 상대를 제압 해 놓는 것이다. 그런 다음 혈맥지력을 극대화 시키고서, 네 자루 검을 하나로 합쳐 일검무량을 펼친다면 어떻게 될 것 같으냐?”
“육도진언에 혈맥지력…….”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상대와 함께 나도 같이 죽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 엽현은 등줄기에 소름이 끼쳤다.
지금 나열한 비기들은 하나 같이 그 위력이 간단하지 않다. 하나씩 펼쳐도 기력의 소모가 엄청나건만, 동시에 펼친다면 과연 몸이 남아날까?
백 개라도 모두 터져 나갈 것이다!
이에 연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네 혈맥을 통제…”
“아아, 그거라면 불가능해. 두 번째 방법을 넘어가지.”
“…….”
혈맥을 통제한다?
예전도 어려웠지만, 이제는 아예 가능하지가 않다.
청삼남의 선혈을 흡수한 후로, 가뜩이나 강했던 그의 혈맥은 이제 가늠할 수조차 없을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이다. 탑을 이용해 심맥(心脈)과 영혼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가능해?”
“물론!”
“혹시 탑에 손상이라도 가는 건…….”
연천이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탑을 너무 얕보고 있구나. 미안하지만 네 실력은 탑에 영향을 끼칠 만큼 대단하지는 않다. 다만…….”
“다만?”
연천이 잠시 주저하다 말을 이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네 혈맥… 탑이 네 혈맥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나도 확신할 수가 없구나.”
그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확실히 자신 역시 혈맥이 어디까지 강해질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연천의 말대로 검역 안에서 육도진언과 혈맥지력, 그리고 일검무량을 펼친다면 그 위력은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다음에 자신에게 불어 닥칠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을 뿐.
“이러고 있지 말고 한 번 시도 해 보면 어떻겠느냐? 마침 아무도 없으니 말이다.”
“흠… 그러고 싶긴 한데, 일단 혈맥을 자극하면 멈출 수가 없어서 말이지.”
이에 연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선은 혈맥지력은 사용하지 않는 걸로 하자. 곧바로 검역을 펼친 다음 육도진언, 그다음 일검무량을 펼치는 거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할 점은 검을 사용하기 전 공간도칙과 대지도칙으로 검역 안의 공간을 꽉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공간이 박살 나기라도 하면 그땐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기서 하면 될까?”
“그러자꾸나.”
자리를 잡은 엽현은 먼저 검의를 모으기 시작했다. 잠시 후, 그의 주변에 작게 경계가 그려졌다.
검역!
검역이 나타난 후, 엽현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래 생각할 것 없이, 곧바로 천주검을 꺼내 든 엽현. 뒤이어 눈을 감은 엽현이 천천히 주문을 외우자 텅 빈 하늘에 붉은색으로 ‘囚(수)’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육도진언의 등장과 함께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 엽현이 두 눈을 번쩍 떴다.
일검무량(一劍無量)!
오유계의 광세무학(曠世武學)이 엽현의 손에서 펼쳐진 순간,
쉭-!
원래도 어두웠던 하늘이 아예 칠흑에 휩싸였다.
하늘에 남은 것은 오직 붉은 육도진언 뿐.
인멸(湮滅)!
하늘이 사라졌다.
사유계의 법칙도 하늘이 있던 공간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간단히 말해, 엽현의 검이 닿은 공간이 뚝 떨어져 나간 것처럼 소실 돼 버린 것이다.
순간 엽현의 몸에서 한 뭉텅이나 되는 기운이 쑥 빠져나갔다. 하지만 다행히도 곧장 쓰러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때 하늘을 보고 있던 연천이 고개를 내저었다.
“부족해!”
“부족…해?”
“첫째, 검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둘째, 조금 전 상황에서 육도진언과 일검무량의 힘만 발휘됐을 뿐, 검역의 위력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도 알아. 하지만 검역의 범위는 겨우 내 주변을 덮을 정도인데…….”
“아니!”
연천이 단호히 대답했다.
“역은 몸의 중심이 아니라, 검 주변으로 형성된다. 즉, 일검무량이 상대에게 도달했을 때, 상대 근처에 역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게 가능하다고?”
“한번 해보면 알지 않겠느냐?”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곤 생명수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잠시 후, 기운을 회복한 엽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먼 하늘을 응시하자 공기가 무거워지고 먹구름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이윽고 검은 하늘에 붉은 글씨가 나타났을 때, 그의 손에 들린 천주검이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날아올랐다.
쉭-!
검광이 하늘을 찢으며 ‘囚(수)’자 바로 밑에 도착한 순간.
쾅-!
붉은 글자가 폭발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고는, 마치 마른 종이처럼 순식간에 재로 변해 사라졌다.
첫 번째 시도가 단순히 공간만을 멸절시킨 것이라면, 이번 시도는 명백히 물질에까지 타격을 준 것이었다.
기뻐할 새도 없이, 엽현은 곧장 어지러움을 느끼며 자리에 쓰러졌다.
바닥에 얼굴을 파묻은 엽현이 겨우 입을 움직여 보았다.
“어땠어…?”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다만?”
“여기에 혈맥지력은 포함시키지 않는 게 좋겠다. 만약 혈맥지력까지 더해지면 공간이 아예 흑동처럼… 아니, 영원히 이 사유계에서 사라져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네 공간도칙을 사용한다 해도 다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게다가 네 몸은 물론 계옥탑에도 큰 충격이 가해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가 없겠구나.”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혈맥지력은 사용하지 않는 걸로 하지.”
사실 엽현은 조금 전 일검무량을 시전 하는 순간 이미 이와 같은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여기에 혈맥지력을 더한다면 위력이 몇 배는 올라감은 물론 육신도 버틸 수 없을 것임을.
하나만 써도 소모가 엄청난데 동시에 펼치려니 이는 필연적인 결과였다.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검역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지금 너의 검역은 매우 기초적인 상태이니, 천천히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연천, 아까 말하기로는 내 검역을 아주 새롭게 바꿀 거라고 하지 않았나?”
“음 결국 그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한 달 반이란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구나. 먼저 살아남은 후에 생각해 보도록 하자.”
“그러지!”
엽현은 곧 검역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고된 수련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의 육도진언과 일검무량의 위력은 점점 강해지고 또 빨라졌다.
* * *
수련이 한창이던 어느 날, 엽현은 진혼검을 꺼내 들었다.
이때의 진혼검은 또 다른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있었다.
검종 고수들의 영혼을 연속해서 흡수한 후, 진혼검은 천주검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했던 것이다.
한편 엽현은 진혼검 말고도 또 다른 비장의 무기를 숨겨놓고 있었다.
이 무기를 사용한다면 꽤나 많은 어려움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매사를 처리한다면 결국은 또다시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갈지도 모르기에 쉽게 사용할 수 없었다.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결국 게으름인 것이다.
게다가 언젠가 그녀와 만나게 될 때 사용하지 않은 채로 돌려주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더더욱 꺼내 쓰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날짜는 계속 바뀌고 엽현의 숙련도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한편 의황은 자신의 방에 틀어박힌 채 공간도칙을 연구하는데 몰두하고 있었다. 공간도칙을 통해 오유계를 조금이라도 이해해 보려는 그의 열정은 밖에 있는 엽현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이에 엽현 역시 자극을 받아 검역과 육도진언, 그리고 일검무량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혈맥지력에 대해선 아직 손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자극하기만 하면 미쳐 날뛰는데 어찌 연마할 수 있으리오.
그러던 어느 날, 엽현이 수련을 멈추고 갑자기 전음석을 꺼내 들었다. 그가 전음석에 귀를 가까이 대자 주사의 다급한 음성이 튀어 나왔다.
[변고가 생겼다. 북경 하늘에 검목이 출현했다!]현황대세계!
그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