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16
816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돌파!
마지막 순간에 깨달음을 얻고서 더 높은 차원의 검도에 발을 디딘 것이다!
그의 검의는 마치 하늘을 집어삼키기라도 하듯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를 본 검종의 검수들의 얼굴이 일순 밝아졌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은 얼마 가지 못해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막리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정작 막리 본인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임종의 순간 그는 깨달았다.
검도란 방문을 걸어 잠그고서야 깨닫는 것이 아닌 살아가면서 터득하는 것이란 것을.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아버렸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막리가 죽었다.
존경하는 대장로가 죽자 검종 무인들의 눈빛이 살기로 가득 찼다.
이때, 누군가 소리쳤다.
“지금 놈은 타격을 입었다! 한 번에 몰아치자!”
그 말과 함께 검광 하나가 엽현에게 날아와 박혔다.
하지만 이는 순식간에 엽현의 몸 안으로 흡수되고 말았다.
이 모습을 보자 출수하려던 검수들이 일제히 자리에 멈춰 섰다.
“검이 안 된다면 다른 무기를 사용하자!”
검이 아닌 다른 무기!
무인들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기왕 엽현의 몸이 만검불침이라면 도나 창, 하다못해 주먹으로 가격하면 되지 않겠는가!
이 생각이 미치자, 몇몇 검수가 맨손으로 엽현을 향해 돌진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사라지고 검광이 번뜩였다.
쉭-!
검광이 지난 자리에 머리 하나가 피를 흘리며 잘려나갔다.
잠시 후, 다른 무인 둘의 머리가 참수됐다.
초살!
이를 본 나머지 검수들은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너무나 흥분한 까닭에 검이 없으면 평범한 무인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던 것이다. 즉, 검이 없는 상태라면 결코 엽현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이때 엽현이 움직였다.
이와 함께 검허계에 피바람이 불어 닥쳤다.
살육!
검종에서 엽현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떠한 검도, 어떠한 검진도 그의 몸에 타격을 줄 수 없으니, 공격의 의미가 없었다.
더욱 두려운 점은 죽은 자들의 선혈과 영혼이 엽현에게 빨려 들어가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어째서인지 엽현은 지치지도 않았는데, 검종 무인의 입장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길 속에 발을 디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엽현은 마침내 검종의 대전이 위치한 봉우리 아래 이르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그가 걸어온 길은 피로 강을 이루었다.
엽령을 등에 업은 채 붉은 안광을 쏟아내고 있는 엽현.
그는 전신으로 짙은 살기와 악기를 뿜어내고 있었는데, 이 기운은 검종 전체의 검의를 집어삼킬 만큼 강성해져 있었다.
바로 이때, 그의 앞에 한 중년 검수가 나타났다.
“엽현, 검종은 너와 대화를…….”
서걱-!
채 말을 끝내기도 전, 중년인의 목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 피는 엽현에게로, 영혼은 곧장 진혼검에 흡수되었다.
이런 죽음은 매우 잔인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영혼이 소멸된 자는 더 이상 윤회를 바라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광오하구나!”
바로 이때, 노호성이 울려 퍼지더니, 하얀 검광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엽현은 피할 생각이 없었다.
쾅-!
검광은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한 채, 그대로 엽현의 몸에 흡수됐다.
그리고 이때, 천주검이 솟구쳤다.
이에 엽현 근처에 나타난 검수 하나가 맹렬히 검을 휘둘렀다.
챙-!
천주검은 상대의 검을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곧바로 검수의 미간을 꿰뚫고 나왔다. 이때, 이미 검수의 뒤편에 나타난 엽현이 천주검을 받았다.
서걱-!
검수의 머리가 여지없이 잘려나간다.
이때 주위를 둘러보던 엽현이 발끝을 가볍게 튕겨 몸을 날렸다.
이에 한 곳에 뭉쳐 있던 검수들이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려 할 때, 노인 하나가 엽현 앞을 막아서더니, 말없이 일권을 내질렀다.
쾅-!
둘 사이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자, 엽현이 어쩔 수 없이 자리에 멈췄다.
노인의 공격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손 안에 신비한 기운을 모은 노인은 한 발을 내디디며 주저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쾅-!
강대한 기운이 화산처럼 터져 나오자,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기운을 느낀 엽현이 황급히 천주검을 내리쳤다. 순간 붉은 검광이 폭풍처럼 날아갔다.
쾅-!
노인의 공격은 엽현의 일격에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이 틈을 타 검을 들고 달려드는 엽현.
“오너라!”
노인이 악에 받친 소리를 지르며 양손을 하나로 합쳤다.
쾅-!
그가 있던 자리가 와르르 무너지며, 엽현과 노인 두 사람이 암흑 속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모두의 시선이 무너진 공간 속에 집중돼 있을 때, 엽현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때 그의 한 손에는 천주검이, 다른 손에는 피를 뚝뚝 떨어뜨리는 노인의 머리가 들려 있었다.
엽현 역시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노인과의 일전에서 타격을 입은 듯했다. 하지만 이 상처는 순식간에 회복됐다.
생명수.
처음부터 지금까지 엽현은 줄곧 생명수를 흡수하며 싸우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강대한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록 이지를 상실한 상태였지만, 그의 본능은 이와 같은 일을 가능케 했다.
엽현은 천천히 검수들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그의 손에 들린 노인의 목에선 끊임없이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기괴한 모습을 본 무인들은 안색이 창백해져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싸울 의지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드시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검목이 출현하지 않는 한, 결국은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검종의 무인들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검종엔 파명경 강자만 해도 스무 명이나 되지 않는가.
다만 문제는 그 스무 명은 엽현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검수와 상극인 그의 체질 덕분에!
“막아라!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
대전 안에서 다시금 검목의 음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누구 하나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막아? 어떻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눈앞의 괴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바로 이때, 검목이 외쳤다.
“상자를 꺼내 오거라!”
상자!?
이에 한 흑의인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검종의 비장의 무기…….”
“상관없다!”
검목의 호통 소리에 흑의인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검결을 맺기 시작했다. 순간, 지면이 쩍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칠흑의 상자 하나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상자가 나타나자 흑의인의 눈빛이 매우 무거워졌다.
이는 검종의 조사가 남긴 세 가지 무기 중 하나로, 절제절명의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열어보지 말라는 말을 했다고 했었다.
그동안은 다행히 사용할 일이 없었건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꺼내게 된 것이다.
상자 안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을까?
흑의인은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튕겨 상자의 뚜껑을 제거했다.
순간, 상자 안에서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무인들이 숨을 죽이고서 상자를 바라보는 이때, 온몸이 새하얀 털로 뒤덮인 작은 아이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아이?
무인들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조사가 자신들에게 남긴 것이 고작 저 작은 아이였단 말인가?
이때 아이가 잠이 덜 깬 눈으로 눈을 비비더니 아예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을 했다.
그러던 중, 아이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엽현을 발견한 아이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갑자기 일어나 도망치기 시작했다.
순간 장내 분위기가 묘해졌다.
도망…?
바로 이때, 하얀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다시 엽현을 향해 돌아섰다.
생각해 보니 도망칠 이유가 없던 것이다.
표정이 밝아진 하얀 아이가 한달음에 엽현 앞에 도착했다. 이때 흑의인이 주저하듯 말했다.
“저, 그자는 검종의 수많은 무인들을 죽인 검종의 적…….”
이에 하얀 아이가 갑자기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 하나를 입에 가져다 댔다.
이에 흑의인은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하얀 아이가 다시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로 이 순간, 엽현이 돌연 검을 휘둘렀다.
이때의 엽현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였다.
등에 업혀 있는 엽령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그와 상관없던 것이다!
심지어 엽령조차 실제로는 알아보지 못했다.
엽현이 출수한 것을 본 아이는 순간 당황하면서도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그 손에 하얀 검이 나타나더니, 엽현의 검을 막아섰다.
쾅-!
모두의 시선 속에 엽현의 검이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이를 보자 검종 무인들은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막았다!
처음 아이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실망했던 검수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보기엔 약해 보였지만 정말 한 수가 있었던 것이다!
하얀 아이는 엽현의 공격을 막은 이후, 반격하지 않았다. 대신 왼손을 펄럭이자, 하얀 영기가 엽현을 순식간에 엽현을 감쌌다. 그러자 엽현 몸에 가득 차 있던 악기와 살의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자 검종의 무인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한편, 엽현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던 붉은 기운이 천천히 물러나더니, 조금씩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그렇게 눈이 원래대로 돌아온 엽현은 잠시 멍한 상태로 있다가 등에 업고 있던 엽령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생기가 없는 엽령의 얼굴은 본 순간, 그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검종 무인들을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쾅-!
순간 그의 체내에서 피처럼 붉은 기운이 휘몰아쳐 나왔다.
이와 함께 정상으로 회복된 눈동자 역시 다시 붉게 번뜩였다.
눈을 깜빡이며 이를 보고 있던 하얀 아이가 재차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조금 전보다 더 많은 백광이 엽현의 주변을 에워쌌다. 엽현에게서 흘러나오던 악기와 살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엽현의 눈빛이 완전히 맑게 돌아왔을 때, 하얀 아이가 엽령에게로 날아갔다. 그리고는 엽령과 자신을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이에 막 제정신으로 돌아온 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체 뭘 하려는…….”
이때 작은 아이의 눈에 기이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뒤이어 그녀가 엽령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자 짙은 자색의 기운이 엽령의 전신을 뒤덮었다.
이에 엽현은 매우 긴장된 표정으로 엽령을 주시했다.
하지만 엽령에게선 그 어떤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에 하얀 아이가 이상하다는 듯 미간을 잔뜩 구겼다.
이 모습을 보자 엽현의 눈빛이 다시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내가 죽거든 동생과 같이 묻어 줘…….”
엽현이 말을 마친 순간,
쾅-!
순식간에 다시 혈인으로 변해버린 엽현이 곧장 굶주린 늑대처럼 검종 무인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하얀 아이가 황급히 그를 붙잡으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동작을 멈추고 엽령을 바라보았다. 붙잡아 봐야 소용없었다. 혈인이 된 엽현을 막으려면 오직 엽령을 되살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살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