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19
819화 우리까지 쓸어버릴 셈이냐?
하늘 높이 떠 있는 백광을 바라보던 소녀의 눈동자가 순간 움츠러들었다. 그녀는 엽현을 자신의 뒤에 놓는 동시에 하늘을 향해 일권을 방출했다.
소녀가 주먹을 뻗는 순간, 백광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때였다.
쾅-!
장내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남과 동시에 소녀와 엽현이 수천 장 뒤로 순식간에 튕겨 나갔다.
이를 본 장내 무인들이 황급히 빛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자리에 멈춰 선 소녀 역시 백광을 응시했다. 공중에 얌전히 떠 있는 백광을 보는 그녀의 표정은 매우 차갑게 식어 있었다.
문득 주먹을 내려다보는 소녀.
그녀의 주먹은 붉게 그을려 있었다.
한편 검목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거대한 폭발 속에서도 소녀가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소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백광을 노려보았다. 빛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순간 소녀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건 오라버니가 남긴 게 아니야!”
소녀가 검목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리며 말했다.
“‘그 세계’에 있어야 할 것이 왜 여기 있는 거지?”
그 세계!?
“이곳 말고도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오?”
소녀는 검목의 물음에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양손에 조금씩 힘을 주었다.
바로 이때, 하얀빛이 가볍게 흔들리자, 소녀가 황급히 양팔로 얼굴을 막았다.
쾅-!
소녀와 엽현을 둘러싸고 있던 공간이 와르르 무너짐과 동시에 붉은 불길이 솟구쳐 두 사람을 에워쌌다.
바로 이때, 화염 속에서 강대한 힘이 터져 나와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불길을 사방으로 밀어냈다. 이때 흩어진 불길에 닿은 공간은 그대로 검게 그을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엽현과 소녀.
소녀는 여전히 일부분의 힘을 이용해 엽현의 혈맥을 제압하고 있는 상태였다.
검목은 소녀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그녀는 조금 전 불길에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 소름 끼쳤던 것은 소녀가 본체가 아닌 분신이라는 사실이었다.
만약 이곳에 나타났던 것이 본체였더라면?
검목은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때 소녀가 공중의 백광을 향해 반격을 펼쳤다.
소녀가 주먹을 뻗은 순간, 백광 역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강대한 기운을 방출했다.
쾅-!
백광의 기운은 쉽사리 소녀의 힘을 흩어버리고는 곧장 그녀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이에 소녀가 재차 주먹을 뻗어냈다.
쾅-!
드디어 백광의 힘이 소멸됐지만, 백광은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으로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이 모습을 본 검목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결국엔 버티지 못할 것이오!”
검목의 말에 소녀가 차가운 눈으로 검목을 바라보았다.
“내가 누굴 두려워 해본 적 있는 것 같나?”
“…….”
“안이 언니, 오라버니, 그리고 그 여자를 제외하고 내가 누군가를 두려워한 적 있던가?”
두려움?
그 세 사람을 제외하면 그녀가 두려워할 만한 존재는 없었다.
설령 그것이 저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하는 것이라도 말이다.
소녀의 말을 듣자 검목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럼 어디 한 번 두고 봅시다.”
말을 마친 검목이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나는 이 순간, 공중의 백광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소녀가 백광을 응시하며 소리쳤다.
“소백! 이 엽령이란 녀석 좀 먼저 어떻게 해 줄 수 없어? 이렇게는 실력 발휘가 안 된단 말야!”
그녀는 여전히 엽현의 혈맥을 진압하느라 어느 정도 힘을 빼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백이라 불린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엽령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이때 엽령은 여전히 자색 기운을 흡수하는 중이었는데, 만약 중간에 끊게 되면 지금까지의 일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의 기운이 미친 듯이 엽령에게로 빨려 들어가는 터라 하얀 아이의 몸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삐죽이는 소녀.
“아오, 귀찮아!”
바로 이때, 백광 가운데서 심상치 기운이 응집되더니, 이내 눈같이 하얀 칼날이 아래쪽으로 뚝 떨어졌다.
하얀 칼날이 출현한 순간 그 주변 공간이 모두 희미하게 변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검허계 전부가 원래의 색을 잃고 희미해져 갔다.
검허계가 도광에 담긴 기운을 견디지 못해 생긴 현상이었다.
그 위력을 느낀 소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엽현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아 버렸다.
“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음성과 함께 검은 빛으로 변해 솟구친 소녀.
소녀는 이번에는 주먹을 내지 않았다. 대신 날아드는 칼날을 향해 그대로 머리로 들이받았다.
마침내 하얀 칼날과 소녀의 검은 뿔이 맞붙은 순간.
쾅-!
칼날이 그대로 부서져 나가면서 소녀 역시 빠른 속도로 지면에 떨어졌다.
쿵-!
소녀가 착지한 지면이 푹 꺼짐과 동시에 그녀의 신형이 조금 전에 비해 투명하게 변했다.
소녀와 하얀 아이는 본체가 아니었음으로, 분신에 남겨진 기운 이상을 사용할 수 없다. 즉, 이 기운을 완전히 소모하게 되면 그들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소녀가 희미해진 것을 보자 검목의 입가에 흉흉한 미소가 걸렸다.
“하하하! 큰소리치더니 꼴좋소! 어디 계속해 보시오!
이때 소녀의 시선이 검목에게로 향했다.
“먼저 네 놈 주둥이부터 박살 내주마!”
이 말을 듣자 검목이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검광은 어느새 날아든 소녀의 일권에 그대로 박살 나고 말았다.
소녀가 튕겨져 나간 검목을 향해 재차 출수하려 하는 순간, 공중의 백광으로부터 또 다른 검날 하나가 떨어져 나왔다.
이에 소녀가 어금니를 깨물며 상공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쾅-!
그대로 허공에서 사라진 검날.
하지만 소녀의 육신은 더욱 희미해지고 말았다.
소녀가 언짢은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 때, 또 다른 검날이 떨어졌다.
이렇게 소녀는 계속해서 검날을 제거해 나갔고, 그때마다 그녀의 육신은 계속해서 희미해지더니, 마지막에는 반대편이 보일 정도로 투명해졌다.
“아오, 열받아!”
백광을 올려다보며 분에 받쳐 소리친 소녀. 그녀가 반대쪽에 있던 하얀 아이를 향해 뭔가 말하려 할 때 그녀의 육신이 결국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멀리서 이를 보고 눈을 끔뻑이는 하얀 아이.
그녀의 육신 역시 꽤나 희미해져 있는 상태였다. 다시 엽령을 향해 시선을 돌린 하얀 아이는 돌연 입에서 한 움큼이나 되는 자기를 한 번에 토해냈다.
이 자기는 고스란히 엽령의 몸에 흡수되었는데, 자기가 모두 사라질 때쯤 엽령의 손가락이 순간적으로 꿈틀거렸다.
이를 보자 하얀 아이의 얼굴이 다소 밝아졌다.
하지만 이미 그의 육신은 소멸되기 직전이었다.
한편, 검목은 엽령을 바라보면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강해져만 갔다.
위험…….
공포…….
검목은 조금 전 소녀와 상대할 때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을 엽령을 보며 느꼈던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검목.
그의 결단은 과감했다.
“죽여라! 먼저 저 계집애를 죽여라!”
그러자 그의 말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공중의 백광에서 하얀 검날이 지면으로 뚝 떨어졌다. 목표는 다름 아닌 엽령이었다.
이런데 이때, 죽은 듯 누워 있던 엽령이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 이때 그녀의 눈동자는 검은자위가 없이 온통 흰자뿐이었다.
이를 보고 깜짝 놀란 하얀 아이가 엽령의 앞에 손을 휘저어 보았다.
하지만 엽령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이때, 엽령의 흰자가 갑자기 미친 듯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잠시 멍하니 있던 하얀 아이는 다시 엽령에게 자기를 불어 넣기 시작했다.
허나 어느새 엽령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하얀 검날.
이 순간, 가만히 서 있던 엽현이 하늘로 고개를 들더니, 눈에서 한 줄기 붉은 혈광을 뿜어냈다. 이에 검날이 방향을 바꿔 혈광을 파괴하고는 엽현 쪽으로 날아들었다.
쾅-!
마지막 순간에 엽현이 팔을 들어 수비를 하긴 했지만, 검날에 담긴 엄청난 위력에 엽현은 피를 토해내고 말았다. 동시에 크게 찢겨 나간 양팔은 금세 피로 붉게 물들었다.
하지만 검날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
한편, 이미 많은 양의 자기를 소모한 하얀 아이는 점점 소멸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를 의식한 아이가 문득 엽령을 바라보았다. 엽령의 머리 색은 완전한 은발로 변해 있었는데, 그 머리카락 사이로 정체를 알 수 없는 입이 생겨나 있었다. 그 입은 하얀 아이의 자기는 물론 근방에 있는 모든 영기를 미친 듯 흡수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검목은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는 사색이 되어 공중의 백광을 향해 소리쳤다.
“어서 저 여자아이부터 죽여라! 어서!”
그러자 백광이 갑자기 제자리에서 회전하기 시작하더니, 무형의 기운을 뿜어냈다.
이때 하얀 아이가 엽현을 향해 인사라도 하듯 손을 흔들고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녀가 소멸된 직후, 한 줄기 자색 빛이 마지막으로 엽령의 미간 사이로 흘러 들어갔다.
순간, 엽령의 양쪽 소매가 사라짐과 동시에 팔 위로 혈홍색의 작은 부문들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이 부문들이 나타남과 함께 사방의 빛이 순간 사라지고 음산한 바람이 밀려들었다.
뭔가 오싹함을 느낀 검목이 황급히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죽여라! 어서!”
이때의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속은 어느새 짙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당장 엽령을 죽이지 않으면 큰 변고가 생길 것이란 것만 같았다.
이때, 공중에서 회전하던 백광이 기다란 도 한 자루를 토해냈다. 이 도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반경 수천 리 안의 공간과 지면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목과 검종 무인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설마 우리마저 쓸어버릴 셈이냐!”
검목의 외침과는 상관없이, 도는 천천히 지면을 향해 하강했다. 도가 지나치는 공간은 허무로 변했고, 이 기운을 감당하지 못한 검허계는 서서히 붕괴되어갔다.
이와 함께 검종 무인들의 표정 역시 겁에 질려갔다.
도가 지면에 떨어지면 검허계 전체가 파괴되리라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검목은 자신들 머리 위로 내려오는 도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멈출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검허계가 사라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엽령과 엽현의 죽음이었다!
엽현 역시 공중의 도를 응시하며 천주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찢어진 팔 전체로 선혈이 흘러나왔다. 애당초 상처가 너무나 깊었던 탓에 생명수로도 회복이 쉽지 않았다.
엽현의 반대편, 엽령의 눈동자는 이미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엽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은 조금의 감정도 들어있지 않은 듯 차갑기만 했다.
한편 그녀의 팔엔 점점 더 많은 부문들이 새겨지고 있었고, 또한 더욱 선명해졌다. 뿐만 아니라, 사방에서 불어오는 음침한 바람에는 원망 섞인 울음소리까지 깃들어 있었다.
공중, 백광이 만들어 낸 도가 어느덧 엽현의 머리 위에 도달하자, 엽현의 검이 번뜩였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