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20
820화 도대체 누구인 것이냐?
도와 검이 부딪친 순간, 엽현의 오른팔이 핏물로 변해 사라졌다. 그러나 도의 위력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이에 엽현이 남은 왼손으로 다시 한번 검을 휘둘렀다.
쾅-!
또 한 번의 충돌 후, 엽현은 엽령 앞으로 튕겨 나갔다. 이때 그의 왼팔은 완전히 찢겨져 나가 하얀 뼈를 드러내고 있었고, 전신은 만신창이가 되어 서 있는 것마저 힘겹게 보였다.
그리고 도는 여전히 살아남아 엽령을 향하고 있었다. 도가 도달하게 되면 엽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죽고 말 것이다.
이에 엽현이 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도를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검과 도가 닿는 순간, 엽현은 피를 토하며 멀리 튕겨졌다.
이로써 방해하는 자는 모두 사라졌다.
엽령은 어느덧 머리 위에 도착한 도를 올려다보며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그녀 몸에 새겨지고 있는 부문은 어깨까지 이르렀다.
도가 막 엽령의 몸에 닿으려는 순간, 어느새 나타난 엽현이 엽령을 감싸 안았다. 도는 거침없이 엽현의 등을 뚫고 엽령에게로 향했다. 이에 엽현은 너덜거리는 왼팔로 가슴을 뚫고 나온 도 날을 붙잡았다. 하지만 이 역시 허사였다.
이때 엽현이 짐승처럼 포효하며 젖 먹던 힘을 다해 날을 붙잡았다.
순간, 그의 검의와 혈맥지력이 밀물처럼 솟구쳐 나와 도를 감쌌다. 그러자 엽령의 미간에서 손가락 몇 마디를 남기고서야 마침내 도가 멈춰 섰다.
이에 피투성이가 된 엽현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 오빠가… 있으니…….”
걱정하지마.
엽현의 이 한 마디에 목석같던 엽령의 눈에서 마침내 파동이 일었다.
한편, 검목은 엽현의 가슴을 꿰뚫고 있는 도를 보며 십 년 묵은 체중이 뻥 뚫린 분이었다.
드디어 죽었구나!
엽현이든 엽령이든 반드시 죽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발 뻗고 잘 수 있을 테니까!
엽현의 기운은 겉보기에도 점점 약해져 갔다. 하지만 도 날을 붙들고 있는 손은 결코 포기를 모르는 듯 도가 전진할 수 없도록 부들거리며 앞을 막았다.
바로 이때, 검목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엽현의 등을 향해 날아드는 한 자루 검.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 엽령의 두 눈이 검붉은 색으로 번뜩였다.
검목의 검이 엽현의 등으로부터 지척 거리에 도달했을 때, 하얀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검 날을 움켜쥐었다.
이에 깜짝 놀란 검목이 엽령을 향해 입을 연 순간, 이번에는 엽령의 다른 손이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에 모두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목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심지어 엽령이 언제 출수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조금 전 뿔이 달린 소녀의 실력도 이 정도는 아니지 않았던가!
검목이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엽령이 차가운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인간의 것이라고는 볼 수 없는 무미건조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죽어라.”
음성이 울려 퍼진 순간, 검목이 돌연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그대로 목이 꺾였다. 발버둥 한 번 칠 시간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를 본 검종 무인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때 엽령이 눈으로 장내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검종 무인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더니, 하나둘, 바닥으로 돌처럼 쓰러졌다.
숨 한 번 쉴 동안 수십 명의 무인들이 죽어 나자빠진 것이다.
엽령은 곧 엽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때의 엽현은 기운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 죽음을 앞둔 모습이었다.
엽현 앞으로 다가선 엽령이 손을 펼치자, 엽현의 몸 안에 있던 계옥탑이 그녀 손 안으로 딸려 나왔다. 계옥탑을 보며 가볍게 눈살을 찌푸린 그녀는 곧 망설임 없이 계옥탑을 들고 떠나려 했다.
그러나 채 몇 보 걷지 않았을 때, 자리에 멈춰 서더니, 다시 엽현을 향해 다가왔다. 잠시 엽현을 응시하던 그녀는 오른손을 엽현의 어깨 위에 올렸다.
순간 그녀의 양팔에 새겨진 부문이 번쩍이더니, 그녀의 미간이 열리고 기이한 검은 빛이 엽현의 미간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묵광이 체내로 들어감과 동시에 엽현의 혈맥은 곧 안정을 되찾았고, 걸레처럼 갈기갈기 찢겨 있던 그의 육신도 빠르게 회복됐다.
바로 이때, 공중에 떠 있던 백광이 몸을 부르르 떨며 엄청난 기운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엽령은 이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엽현에게 집중했다. 마침내 그녀가 손을 뗐을 때, 엽현의 육신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였다. 다만 정신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이 순간, 하늘이 뒤흔들리며 백광 가운데서 반투명한 손 하나가 불쑥 튀어 나왔다. 이 손의 등장과 함께 불안정하던 검허계의 공간이 완전히 주저앉았다.
이에 엽령이 고개를 들어 손을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검게 빛나면서 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뒤이어 그녀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기운이 백광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윽고, 백광 안에서 겁에 질린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당신은… 인간계 마지막 황제… 수라여제……. 그대가 어째서 여기에……. 미안하오! 우리는 그대에게 전혀 악의가 없었소! 제발 한 번만 용서를…….”
떨리는 음성.
엽령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쾅-!
백광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엽령이 다시 돌아서려 할 때, 희미한 음성이 뒤편에서 들려왔다.
“려, 령아…….”
다시 우뚝 멈춰 선 엽령.
“인간의 정이란 것이… 목숨을 바칠 정도로 중요한 건가?”
“령아… 가만 안 돼…….”
엽현은 정신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엽령을 부르고 있었다.
문득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 생각에 잠긴 엽령.
다시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린 그녀는 들고 있던 계옥탑을 엽현에게로 날려 보냈다.
“목숨을 구해 줬으니 이번 한 번은 돌려주겠다. 다음번에 오유계에서 만나게 된다면 더 이상의 인정은 기대하지 말거라.”
이 말을 끝으로 그녀는 검은빛으로 변해 하늘로 솟구쳤다.
팟-!
순간 하늘이 길게 갈라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 엽령이 그 공간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 * *
장내에서 사라진 엽령은 빠른 속도로 이동해 마침내 사유계와 오유계를 구분 짓는 장벽 앞에 멈춰 섰다. 이는 선각자가 만들어 놓은 금제였다.
바로 이때, 장벽 위에 새겨져 있던 ‘止(지)’라는 글자가 돌연 공중으로 떠올랐다.
글자를 바라보고 있던 엽령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고요한 우주 공간에 커다란 폭음이 울려 퍼진 순간, 장벽이 좌우로 갈라졌다. 엽령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자 장벽은 다시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막 장벽 너머로 걸음을 옮긴 순간, 엽령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제 자리에 멈춰 섰다. 이때 장벽이 완전히 닫히고, 그녀는 안타까운 눈으로 장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오빠…….”
하지만 이도 잠시.
다시 차가운 눈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내 깊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검허계.
지면에 대자로 뻗어 누운 엽현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조금 전 마지막으로 본 엽령의 모습이 매우 낯설었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엽령의 태도였다.
이는 그가 알던 엽령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오유계로 갔다는 사실.
엽현은 천천히 눈을 감고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이 돌연 두 눈을 번쩍 떴다.
“오유계로 간다!”
엽령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하나뿐인 동생을 이렇게 내버려 둘 순 없었다.
엽령은 그에게 있어 전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엽현이 손을 뻗자 바닥에 떨어져 있던 천주검이 그의 손안에 들어왔다. 눈앞에 얌전히 떠 있는 계옥탑도 갈무리한 엽현은 곧장 검허계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 검허계 밖에는 한 무리의 무인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름 아닌 양계천의 무인들이었다.
엽현이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자 진노인은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검허계가 사라졌다.
그리고 엽현이 홀로 살아남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진노인은 떨리는 가슴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엽현을 향해 다가갔다.
“아이야, 검종은 어떻게…….”
시선도 주지 않고 쌩 지나쳐 가버리는 엽현.
바로 이때, 진노인 곁으로 진시일이 어두운 얼굴로 다가왔다.
“검종의 모든 무인이… 전멸했습니다. 생존자는 전무합니다.”
그 말에 진노인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장내 다른 양계천 무인들 역시 충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유계 최강의 종문이라는 검종이 이렇게 멸망하다니…….
정말 엽현이 한 짓이란 말인가?
양계천의 무인들은 엽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동안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 * *
얼마 후, 엽현은 북경에 도착했다.
엽현이 무사히 귀환하자 안란수 등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곧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같이 떠났던 엽령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모두가 아무 말도 걸지 못하는 사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엽현은 조용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오유계!
그는 문득 계옥탑을 꺼내 들었다.
오유계로 가기 위해선 반드시 계옥탑을 이용해야 했다.
왜냐하면 현재 그의 실력으로는 두 차원 사이에 가로막힌 금제를 뚫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연천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미안하구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널 탓할 순 없어. 그보다… 어떻게 하면 오유계로 갈 수 있지?”
엽현이 탑을 응시하며 물었다.
이에 연천이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유계로 간 다음엔? 계획이 있나?”
“…….”
“그곳에 간다 한들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게다가 네 동생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은 알고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에 연천이 다소 복잡한 눈빛을 보였다.
“사실 네 누이의 신분은 인간 최후의 여제인 수라여제다.”
“수라여제?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가 어디서 왔는지,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자는 아무도 없다. 다만 오유계에 나타나자마자 소위 대제라 자칭하는 자들을 모두 쓸어버렸다는 것뿐. 그녀가 삼 초 만에 영무대제(靈武大帝)를 쓰러뜨린 후, 오유계에서 스스로를 대제라 칭하는 자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말해, 그녀는 오유계 역사상 가장 강한 무인이라 할 수 있다.”
“수라여제…….”
“그녀는 주인조차도 함부로 건들지 못한 유일한 사람이다. 정말로 무시무시한 존재였지. 다만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왜 이 사유계로 와서 네… 동생의 몸으로 부활했느냐는 말이다.”
“도대체… 그녀는 엽령인건가 아니면 수라여제인간가?”
“…….”
“왜 대답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