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28
828화 무시하지마!
이때 산귀도인이 앞장서서 소리쳤다.
“저 아이의 말이 백번 옳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잃는다면 영생이 다 무슨 소용인가!”
산귀도인이 이번에는 진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우리 사유계 무인들은 그대들만큼 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구걸하며 살아가진 않을 것이오!”
이 모습을 본 진천이 비웃으며 대꾸했다.
“제법 기개가 있다만, 말로는 뭔들 못할까? 보아라. 지금도 너희 사유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 않느냐?”
“흥! 노부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 같소? 게다가… 듣다 보니 말투가 상당히 거슬리는구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산귀도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까마득한 성공 위에 도착한 그가 돌연 진천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경천탱주(擎天撐柱)!
쾅!
순간 길이 수백 장에 이르는 검고 거대한 손이 공간을 뚫고서 모두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이윽고 사유계로 흘러들어오던 검은 기운이 이 손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거대한 손은 금세 희미해져 갔다.
검은 기운에 깃든 힘이 상상보다 강하자 산귀도인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
이때, 희황이 진천을 향해 웃으며 소리쳤다.
“정녕 오유계가 사유계보다 그렇게나 강한가? 본황은 인정할 수 없다!”
말과 동시에 희황이 자리를 박차고 솟구쳤다. 순간 눈처럼 하얀빛이 검은 기운을 향해 날아들었다.
콰쾅-!
순간적으로 검은 기운이 흩어지긴 했지만, 완전히 없애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이를 보자 진천이 희황과 산귀도인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자존심을 지키고자 죽을 길을 택하다니, 이렇게 우스운 일이 있나! 하하하!”
진천이 이번에는 엽현을 바라보며 무어라 하려는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쉭-!
이와 함께 장내에 번뜩이는 한 줄기 검광.
“엽현, 이 버러지 같은…….”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진천의 미간 사이에 조금 전처럼 붉은 글씨가 새겨지더니, 신비한 기운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에 진천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양손에 힘을 주자,
쾅-!
미간에 있던 붉은 글씨가 순식간에 흩어지고, 이와 동시에 그를 향해 날아들던 검광이 무언가에 막힌 듯 공중에 멈춰 섰다.
“후후, 검도 좋고, 검기도 좋다만……. 상대가 나쁘구나.”
진천이 웃으며 가볍게 주먹을 뻗어냈다.
쾅-!
순간 만 장 밖으로 튕겨져 나간 엽현.
그가 지나간 공간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고, 멈춰 선 공간 뒤로 수천 장에 달하는 균열이 일었다.
이때 여유 있어 보이던 진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 놈……. 그 몸뚱아리는 도대체…….”
끝이라고 생각했건만, 엽현의 육신은 그의 일격을 버텨냈던 것이다.
멀리에 있는 엽현이 뻐근한 듯 어깨를 이리저리 돌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산귀도인 쪽을 바라보았다.
이때 산귀도인과 희황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
“엽현! 서둘러라! 우리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엽현은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공간을 바라보았다. 처음보다도 더 많은 양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이대로라면 어려울 듯싶었다.
이에 엽현이 진노인 등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 들으시오! 둥지가 뒤집어지면 그 안에 알은 모두 깨지고 마는 법이오! 사유계가 사라지면 우리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소! 모두 힘을 합쳐야만 하오!”
그 말을 듣자 진천이 웃으며 대꾸했다.
“우리가 바라는 건 오직 너의 죽음뿐, 네가 죽으면 다른 이들의 목숨은 건들지 않을 것이다!”
진천의 말에 사유계 강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때, 생각에 잠겨 있던 진노인이 사유계 무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엽현 말이 맞다! 우리는 모두 한배 위에 올라탄 상황이다. 만약 산귀도인 등이 죽어버리면 훗날 우리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것인가? 게다가…….”
진노인이 진천을 흘끔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 역시 저놈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가자! 놈에게 우리 사유계에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말을 마친 순간, 진노인이 한 줄기 백광으로 변해 솟구쳤다.
그러자 진시일 등 이십여 명의 사유계 강자들이 곧바로 그의 뒤를 쫓았다.
콰콰쾅…….
모두가 힘을 합쳐 출수하자,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만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했을 뿐더러 그 양도 점점 늘어만 갔다.
한편, 이를 보는 진천의 안색은 어두웠다.
처음부터 사유계 강자들을 이용해 엽현을 제거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언짢았던 것이다.
오히려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반감만 사는 결과를 낳았으니, 이는 그가 원했던 그림과 정반대가 되고 있었다.
생각을 떨쳐낸 진천은 곧장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자, 이제 너와 나뿐이다. 더 이상 너에게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다만 검수에게 어울리는 최후를 선사해 주겠노라.”
음성이 끝남과 함께 한 자루 검이 진천의 손 위에 떠 올랐다.
다음 순간, 그의 검이 벼락처럼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순간 연천의 긴박한 음성이 엽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위험해! 그 검은 네가 막을 수 있는 것이…….]여기까지 말한 연천이 갑자기 말을 뚝 끊었다.
생각해 보니 엽현이 검을 두려워한 적이 있던가?
한편, 아래쪽에서 검을 응시하는 엽현의 얼굴은 완전히 겁에 질린 듯 새하얗게 변한 상태였다.
이를 보자 진천의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가 번졌다.
어두운 성공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가는 한 자루 장검.
순백의 검체의 끝이 붉게 물들어있는 것이 마치 눈 속에 피어난 한 떨기 매화와 같았다.
아래쪽에서는 검을 바라보며 엽현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엽현의 모습을 보며 산귀도인 등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지금 그들은 말 그대로 한배를 탄 신세.
만약 엽현에게 변고가 생긴다면 그들의 배는 그대로 침몰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미 엽현의 지척까지 도달한 검.
조금의 파동도 일으키지 않고 유유히 날아드는 검은 매우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때, 진천의 표정이 가볍게 일그러졌다. 비록 엽현이 겁에 질린 모습을 하고는 있었으나, 실제로 막으려거나 피하려는 동작은 전혀 취하지 않고 있던 것이다.
분명 뭔가 있다!
수상하다고 생각한 진천이 재빨리 검을 불러들이려 하는 이 순간, 엽현이 돌연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날카로운 검 끝에 들이밀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장내가 경악으로 가득 찼다.
저게 대체 무슨 짓이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것인가!
한편, 엽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진천은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검이 엽현의 몸 깊숙이 박혔음에도 불구하고 엽현에게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때부터 엽현의 기운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진천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매우 어리석은 짓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엽현은 숨을 거칠게 들이마실 때마다 기운이 샘솟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나 맹렬하게 불어나는지 이미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그만큼 검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대단했다. 심지어 천주검과 진혼검과 비교해도 하등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러다 경지를 돌파하겠어!
엽현은 필사적으로 기운을 억누르려 했다. 이런 때에 경지를 돌파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진천이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그가 막 엽현을 향해 출수하려는 순간, 돌연 엽현이 소리쳤다.
“진천, 이 악마 자식!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
진천이 황당한 표정으로 손을 내려놓았다.
“무슨 일이냐? 이제 와서 입씨름이라도 하고 싶은 게냐?”
“진천…….”
“어찌 시간을 좀 끌어보려는 수작이겠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진천의 모습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순간, 성공에서 나타난 거대한 기운이 공간을 잿더미로 만들며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사유계의 공간은 진천의 힘 앞에서 그저 썩은 나뭇가지만큼 약한 존재일 따름이었다.
이제 다급해진 것은 엽현이었다.
몸 안에 주체할 수 없는 기운이 꿈틀대고 있는데 어떻게 출수할 수 있겠는가!
엽현의 안색이 새카맣게 물들었을 때, 돌연 여인 하나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안란수였다.
“내가 시간을 벌어 볼게!”
말을 마친 안란수가 한 손에 창을 들고 곧장 날아올랐다.
이에 엽현은 재빨리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돌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경지를 돌파해야 했다.
한편 진천과 마주하게 된 안란수.
쾅-!
엄청난 굉음과 함께 안란수가 공간을 무너뜨리며 튕겨 나갔다. 단 한 방이었지만, 안란수의 육신이 균열을 일으키고, 입으로는 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진천의 힘은 그녀의 육신이 견딜 수 있는 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안란수를 날려버린 진천은 곧바로 엽현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그에게는 안란수보다 엽현을 처리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
엽현을 살려 두었다간 무슨 의외의 일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진천이 막 엽현의 머리 위에 도달한 이때, 한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막사!
막사가 괴성을 지르며 온몸으로 진천을 부딪쳐갔다. 그의 등 뒤엔 한 노인의 거대한 허상이 현신해 있었는데, 이는 예전과 비교해서 더욱 크고 강해진 것이었다.
그동안 막사 역시 놀고만 있던 건 아니었던 것이다.
이때 진천이 막사를 향해 한 발을 쭉 뻗었다.
쾅-!
노인의 허상이 허무하게 사라짐과 동시에 막사가 힘없이 추락했다. 이 가운데 어느새 크게 갈라진 그의 육신에선 많은 양의 피가 쏟아졌다.
진천이 다소 짜증 난 표정을 지으며 엽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때, 한 줄기 검광이 그의 등 뒤편에서 벼락처럼 떨어졌다.
이에 진천이 뒤를 돌아보는 동시에 주먹을 뻗었다.
콰쾅-!
두 개의 강력한 힘이 한 점에서 폭발하자, 호리호리한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다름 아닌 소칠이었다.
수천 장 멀리까지 밀려난 소칠은 자리에 멈춰 섬과 동시에 양손으로 검을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파천일검(破天一劍)!”
순간 한 줄기 검광이 성공을 부숴버릴 듯한 기세로 방출됐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아드는 검광을 바라보는 진천. 검광이 그를 베려는 순간, 그의 신형이 스르르 사라졌다. 이와 함께 검광 역시 자취를 감췄다.
이에 소칠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검을 휘둘렀다.
“찰나일검(剎那一劍)!”
이 외침과 함께 그녀의 모습 또한 장내에서 사라졌다.
파파파파파팟-!
순간 소칠 정면의 공간에 셀 수 없이 많은 검광이 나타나 종횡무진 공간을 잘라냈다. 숨 한 번 들이킬 시간 동안 그녀의 주변은 검광으로 가득 차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찰나!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찰나일검이 아닌, 찰나만검으로 불려야 정확하리라!
바로 이때, 검광이 빽빽이 들어찬 공간 중앙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이와 함께 성공 한 편으로 튕겨 나간 그림자.
다름 아닌 소칠이었다.
소칠이 재빨리 이마 가운데 검을 가져대 댔다.
“호(護)!”
순간 그녀의 등 뒤로 검기 다발이 방패처럼 형성되고, 순식간에 날아가는 속도를 줄였다.
이윽고 천 장 밖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소칠은 얼굴에 세 개의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를 본 진천은 사유계의 실력이 오유계에 비해 한참 떨어지지만, 몇몇 무인들은 생각보다 훌륭한 자질을 지녔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예를 들어 엽현을 포함한 이 젊은 무인들, 특히 눈앞의 소칠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이때, 소칠과 막사, 그리고 안란수가 엽현의 곁에 섰다.
막사는 중상을 입은 상태였지만, 생명수 덕에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