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36
836화 그러거나 말거나
아대가 멀리 보이는 사유계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들의 문명은 우리에 비해 한참 낙후된 것이 사실이지. 솔직히 말해 우리 셋만으로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그런가?”
그 말에 장풍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대, 잘 생각해 보거라. 저들이 그리도 간단한 존재들이었다면 왜 만유학부가 굳이 척살령을 내렸겠느냐? 엽현의 목에 계옥탑에 대한 권리 일부와 만유학부의 성지로 들어가 수련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선각자가 창안한 한 가지 무학이 달려 있다. 그들이 아무것도 아닌 자를 위해 이런 파격적인 조건을 걸 수 있을까?”
“흠……. 그건 그렇군.”
“만유학부는 분명 차도살인을 하고 싶은 거다. 이유야 어쨌든 우리도 밑질 건 없지. 여차하면 사유계에 눌러앉아 살코기나 발라 먹으면 될 일이니까.”
“살코기?”
가만히 듣고 있던 여자가 나서자 장풍이 웃으며 대답했다.
“한 번 생각 해 보거라. 우리 셋의 실력이면 사유계의 목 좋은 곳에 충분히 강대한 세력을 일굴 수 있을 거다.”
“그런 다음은?”
“그다음은… 쓸어 담는 거지!”
“약탈!”
여인의 말에 장풍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각자의 금제 때문에 엄두를 못 내긴 했지만, 일찍이 사유계에 눈독을 들이는 자들은 상당히 많았지. 그리고 이제 봉인이 풀리게 되면 그들은 사유계로 우르르 몰려갈 거다. 우리는 그들보다 먼저 사유계로 가서 한 몫 제대로 챙기는 거지.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나?”
이때 아대가 껄껄 웃으며 끼어들었다.
“장풍, 그거참 좋은 생각이구나! 듣자 하니 현황대세계라는 곳이 엽현의 본거지라던데 우선 그곳부터 터는 게 어떤가?”
“하하, 마침 나도 그럴 생각이었다. 늦지 않게 출발하자!”
“출발!”
그렇게 세 사람이 막 자리를 뜨려는 찰나, 장풍이 문득 한쪽 방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남자는 면구를 쓰고 있었기에 용모를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대들도 사유계로 가는 길이오?”
“그대는 누구요?”
낯선 남자의 등장에 장풍이 경계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만유학부의 현엽(玄葉)이라 하오.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듣게 되었소. 실례가 안 된다면… 나도 그대들 계획에 동참하고 싶소만?”
세 사람 앞에 나타난 사람은 물론 엽현이었다.
“만유학부?”
장풍이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대는 무원의 학생이오 아니면 문원의 학생이오?”
“당연히 무원이오!”
무원!
신분을 밝혔음에도 경계를 풀지 않는 장풍.
이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사유계 초출인 것 같소만?”
“그렇소.”
“나는 이미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 비교적 익숙하오. 그대들이 원한다면 내가 길 안내를 해 줄 수 있소.”
“…….”
이때 장풍의 곁으로 여자와 아대가 다가와 작게 말했다.
“저자, 조금 이상한데?”
“나도 뭔가 이상한 것 같군.”
두 사람의 말에 장풍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잠시 엽현을 응시했다.
“좋소! 그럼 길 안내를 부탁하겠소!”
“하하하! 탁월한 선택이오. 그럼 세 분 나를 따라 오시오.”
엽현이 먼저 앞장서 어디론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흠… 저자, 아무래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군.”
“걱정할 것 없어. 조금 이용하다 버리면 되니까.”
그렇게 엽현의 인도 아래 네 사람은 사유계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한참 성공을 이동하는 중에 장풍이 엽현 곁으로 다가왔다.
“현 형, 혹시 엽현이란 자에 대해서 아시오?”
“엽현? 조금 들어본 것 같긴 하오만?”
“그자의 실력이 어떻소?”
“음… 사유계 무인치곤 괜찮은 건 사실이지만, 그대들에 비할 바는 결코 아니오!”
“하하하! 역시 생각대로구려!”
“물론이오! 이 보잘것없는 사유계에서 나고 자란 검수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소? 세 분이서 놈을 죽이는 건 손톱에 낀 때를 벗기는 것만큼이나 쉬울 것이오.”
“정말로 그 정도로 약하단 말이오?”
장풍이 엽현의 얼굴을 쳐다보며 묻자, 엽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강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오?”
“그런 건 아니오. 다만… 그렇게나 간단히 처리할 수 있다면 만유학부에서는 왜 척살령을 내린 것이오?”
“후후, 그건 그자 뒤에 몇몇 강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오.”
“음? 그들이 그대들 만유학부가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단 말이오?”
“그건 나도 자세히 알 수 없소. 나 역시 무원의 작은 학생에 불과하니 말이오.”
장풍이 말을 멈추고 잠시 엽현을 응시했다.
이때 가만히 듣고 있던 아대가 끼어들었다.
“어차피 우리는 지금 현황대세계로 가는 것 아닌가? 엽현이란 놈의 실력도 그때 가면 자연히 알 수 있겠지!”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지당하신 말씀이오. 그곳에 도착하면 과연 그놈이 소문만큼 대단한지 살펴봅시다!”
“그런데 현 형은 무슨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이오?”
장풍의 의심스러운 표정에 엽현이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그저 사유계에서 작은 이득을 취해 볼 요량으로 온 것이오. 그러나… 그대들이 나를 계속해서 의심하는 것 같으니 이쯤에서 떠나도록 하겠소. 그럼 이만.”
말을 마친 엽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갔다.
장풍이 무심한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을 때, 곁에 있던 아대가 소리쳤다.
“잠깐 기다리시오!”
엽현이 자리에 멈추자 아대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현 형, 우리 역시 재물을 긁어 모아보고자 온 것이오. 서로의 목적이 같으니 서로 힘을 합치는 게 어떻겠소? 아니면 찢어지더라도 그 엽현이란 놈을 제거하고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이익일 것 같소만?”
“현 형. 나도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오. 처음 만나는 사이라 조금 예민했던 것뿐이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오.”
장풍까지 나서서 사과하자 엽현이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시오. 그 맘 충분히 이해할 수 있소. 그나저나 세 분은 왜 엽현을 죽이려는 것이오?”
“하하, 아직 듣지 못했나 보구려. 그대 만유학부에서 엽현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소. 누구든지 그 목을 가져가는 자에게 두둑한 보상을 해 준다고 하여 이렇게 나선 것이오.”
“어쩐지… 나 역시 그 목적으로 엽현을 찾아가고 있었소. 기왕 이렇게 된 거 힘을 합쳐 봅시다!”
“좋소!”
“그럼 서두릅시다. 현황대세계까지는 거리가 꽤나 있소.”
말을 마친 엽현이 먼저 어검을 타고 앞장서 사라졌다.
“아직도 수상해…….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다.”
장풍의 말에 나머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세 사람은 엽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한참을 이동하는 중, 장풍이 엽현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사유계의 공간은 정말이지 빈약하기 그지없구려!”
“하하하! 하등한 세상이지 않소. 그 정도는 이해해야 하오.”
“현 형, 그런데 만유학부에서 그대만 나온 것이오?”
“나 말고도 더 있소. 다만 그들의 목적은 모두 엽현이니 서둘러야만 하오. 안 그러면 경쟁자들에게 엽현을 뺏길 수 있을 테니 말이오.”
“그렇다면 혹시, 무원의 대장인 진봉무도 왔소?”
무원 대장!
엽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장 형, 진봉무는 무원의 대장이 아니지 않소?”
엽현의 말에 장풍이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 내가 잠시 착각을 했소. 그대들 대장은 목운식이고, 진봉무는 전대 대장이었구려. 하하하!”
“하하, 장 형. 그대는 정말로 신중하시구려.”
“미안하오, 현 형. 문밖에 나서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지 않소? 앞으로는 더는 의심하지 않을 테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시구려.”
“물론이오.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소.”
바로 이때, 그들의 정면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장풍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마도(魔都) 이운기(李云起)…….”
이운기?
[연천, 저거 누군지 알아?] [낸들 알겠느냐?] […….]이운기가 엽현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이게 누구야. 청운종의 제자들 아닌가?”
장풍 등 세 사람을 씩 웃는 이운기의 표정은 호의적인 것과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이운기, 너 역시 엽현을 제거하러 온 건가?”
“물론이지. 그런 좋은 먹잇감을 놓칠 수야 있겠는가? 보아하니 너희도 같은 생각인가 본데… 아쉽지만, 차례가 돌아가지 않겠군.”
장풍이 무어라 대답하려는 찰나, 엽현이 오히려 발끈하며 나섰다.
“왜 우리의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단 말이냐!”
이에 이운기가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미소로 대답했다.
“왜냐하면 너희는 너무 약하거든. 하하하하!”
순간 장풍 등 세 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때 엽현이 장풍을 향해 소리쳤다.
“장 형, 이대로 참을 거요? 우리를 무시하고 있지 않소!”
이때 장풍이 엽현에게 전음을 날렸다.
[현 형, 저자의 경지는 우리보다 한 수 위에 있소. 그러니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흥! 경지가 높은 게 무슨 상관이오? 우리 넷이서 하나를 못 당한단 말이오?”
말을 마친 엽현이 채 말릴 새도 없이 그대로 이운기를 향해 돌진했다.
엽현은 검을 사용하는 대신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이는 전력의 고작 삼 할에 달하는 힘이었다.
이에 이운기가 엽현을 차갑게 바라보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의 주먹 위에 기이한 부문이 떠오르는 순간, 일권이 쏘아져 나갔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이 멀리 튕겨져 나갔다.
이를 본 순간 장풍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량부문(力量符文)!?”
“후후, 운이 좋아서 얻을 수 있었지. 어찌, 너희 셋도 덤벼 볼 텐가?”
이운기가 자신의 주먹을 어루만지며 묻자, 장풍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이에 이운기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엽현을 바라보았다.
“제법 강단이 있는 놈이니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주겠다.”
이운기는 고개를 돌려 장풍 등 세 명을 바라보았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겁쟁이 놈들아.”
겁쟁이란 말에 장풍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운기, 우리는 너와 적이 되고 싶지 않다. 다만 모욕하는 언사는 삼가도록 해라!”
“하하하! 몰랐느냐? 나는 너희 같은 겁쟁이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한다는 걸!”
말을 마치기 무섭게 이운기가 장풍 등을 향해 몸을 날렸다.
상대가 출수하는 것을 본 장풍이 표정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죽여!”
그 말과 함께 장풍과 아대, 그리고 여인이 동시에 출수했다.
비록 삼대 일의 전투긴 했지만, 이운기는 전혀 밀리는 모양새가 아니었다. 오히려 조금씩 상대를 압도해 나가고 있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낌 장풍이 황급히 소리쳤다.
“현 형, 도와주시오!”
도와줘?
엽현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장 형, 조금 전 내가 당하고 있을 때 왜 나서지 않았소?”
“이익-! 현 형!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소! 놈은 결국 그대도 가만두지 않을 것이오!”
“흥, 그러거나 말거나.”
“그대가 어찌!”
엽현의 차가운 태도에 장풍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모습을 보자 이운기가 크게 웃어 젖혔다.
“재밌구나, 재밌어! 너희 노는 꼴을 더 보고 싶긴 하지만,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