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41
841화 욕심
순간 이광생이 군무안 등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너희들이냐! 너희들이 우리 마도를 망치려고 흉계를 꾸민 것이냐!”
“이광생, 언제까지 연극을 펼칠 셈이냐?”
군무안의 냉담한 반응에 이광생은 다시 여진무를 쳐다보았다.
“여장로, 이 일은 분명 저들이 합심하여 우리 마도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오! 부디 속지 마시오!”
여진무가 대꾸했다.
“계옥탑이 여기에 있다고 가지러 오라고 한 건 네놈들 아니었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다니, 정녕 노부를 멍청이로 아는 것이냐!”
이광생의 표정이 더욱더 창백해졌다.
“이광생, 노부가 보니 네가 탑을 가로챌 속셈이로구나.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탑을 내놓거라.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네 놈 목숨은 없을 것이다!”
이광생의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졌다. 여진무에게 맞아 죽기 전에 속이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한편 이광생이 끝끝내 탑을 내놓지 않자, 여진무는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순간 이광생이 깜짝 놀라 황급히 등을 보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가 막 마도의 한 전각 앞에 이르렀을 때, 돌연 장내에 강대한 기운이 불어 닥쳤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순간, 전각 안에서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노인을 보자 이광생이 다급히 소리쳤다.
“조사, 살려 주십시오!”
조사!
이광생 앞에 나타난 노인은 다름 아닌 마도의 조사인 이염생(李念生)이었다.
이염생은 이광생은 본체만체 여진무를 향해 포권을 취해 보였다.
“여 형, 오랜만이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아무리 우리라 할지라도 그런 물건을 빼돌릴 정도로 간이 크진 않소. 게다가 애당초 탑을 차지할 생각이었더라면 그대에게 사람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오. 그렇지 않소?”
“그렇다면 해명해 보시오!”
“물론 그럴 것이오.”
이염생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이광생에게 물었다.
“자, 바른대로 고해 보거라.”
이광생이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납계 안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장로에게 주려고 찾아보니 그사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이때 이 말을 들은 군무이가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사라져? 좀 그럴싸한 변명을 댈 순 없는 건가?”
“이익-!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누군가 마도를 음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후… 내가 볼 때 마도는 여전히 우리를 바보라 생각하는 것 같군.”
군무이가 여진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장로, 물건이 이광생 손에 있었다는 것은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본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저들이 탑을 빼돌리려 하는 것 같으니 마도 전체를 멸해 본때를 보여주셔야 합니다.”
“군무이!”
순간 군무이를 향한 이광생이 눈에서 살기가 흘러나왔다.
“네가 이토록 우리 이가를 미워하는 줄 미처 몰랐구나! 우리를 없앤다고 해서 너희들에게 돌아가는 게 무엇이냐!”
“훗, 이광생.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이런 물건은 힘 있는 자가 차지하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그런데 지금 곤궁에 빠지니 도리를 논하는 것이 매우 우습구나!”
이광생이 다시 반박하려 할 때, 여진무가 그의 말을 잘라냈다.
“그만! 노부는 더 이상 입씨름하고 싶지 않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줄 테니 탑을 어서 내놓거라. 그러지 않으면 오늘 마도는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에 이염생이 미간을 찌푸리며 이광생에게 물었다.
“광생, 정말 네게 없는 것이냐?”
“조사… 믿어 주십시오. 정말 제게 없…….”
이때 이광생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제가 운기와 공간 부적을 이용해 도주하려 할 때, 누군가 저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부, 분명 그놈의 소행이 틀림없습니다!”
“휴… 이 멍청한 놈아. 그런 물건을 그리도 간단하게 얻을 땐 무언가 의심을 해 봐야 하는 게 우선 아니더냐!”
“…모두 저의 불찰입니다.”
이염생이 다시 여진무를 향해 말했다.
“여 형, 사실 이번 일은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소. 첫째로 엽현이 탑을 그렇게 쉽게 내어준 점, 둘째는 이들이 탑을 운반할 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오. 게다가 애당초 광생이 탑에 욕심을 부렸더라면 그대에게 사람을 보내지도 않았을 것이오. 이건 이미 마도의 생존이 문제가 아니오. 만약 이런 석연치 않은 일로 우리가 피를 흘리게 된다면 이 일을 꾸민 자만 기뻐하게 만드는 꼴이란 말이오.”
여기까지 말한 이염생이 장내의 모든 무인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 사이에 일찍이 은원이 존재한 것은 인정하오. 하지만 이번 일은 분명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오. 얼마간의 시간을 준다면 마도 명문 이가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흉수를 밝혀내겠소. 또한 이 기간 동안 마도의 어떤 무인도 마도 밖으로 떠나지 않을 것을 노부가 약조하겠소!”
이 말에 장내 무인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마도의 멸망을 바라마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이번 일에 무언가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순 없었다.
만유학부가 그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여하고도 빼앗지 못한 계옥탑을 마도의 어린 제자가 쉽사리 차지했다는 것은 정상이라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배후에서 음모를 꾸민 자가 존재한단 말인가?
여진무는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만유학부가 해내지 못한 일을 이운기 혼자서 쉽게 해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탑을 여기까지 운반하는 과정이 순탄했다는 점에도 의구심이 들었다.
이때 이광생이 덧붙였다.
“조사님의 말이 맞소! 이번 일은 정말이지 매우 이상하오! 내 추측이긴 하나 혹시 엽현의 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소. 놈이 음흉하고 주도면밀하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오. 놈이 탑을 그렇게 쉽게 포기한 것부터 모든 게 석연치 않소. 혹시 아시오? 놈이 여기 어딘가에서 숨어 지켜보고 있을지!”
엽현이 이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무인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때, 임묘음이 앞으로 나섰다.
“이광생. 일단 의혹은 제쳐두고, 우리가 너의 몸을 수색해 봐도 괜찮은가?”
“원하는 대로!”
임묘음이 여진무를 바라보자, 여진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광생의 몸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여진무가 손가락을 가볍게 까딱이자, 이광생의 납계 안에서 검은 탑이 튀어 나왔다.
이 검고 작은 탑이 모습을 드러내자, 무인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다.
이광생은 두말할 것 없이 돌처럼 굳은 상태였다.
“이, 이게 왜 여기에…….”
이때 탑을 바라보고 있던 여진무의 표정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네가 감히 노부를 능멸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손을 뻗는 여진무.
이를 본 이광생이 안색이 새하얘져 이염생의 뒤로 숨었다.
“조사! 살려 주십시오!”
바로 이때 이염생의 소매가 펄럭였다.
하지만 이는 여진무를 향해 출수한 것이 아니었다.
퍽-!
이염생이 돌연 이광생을 공격하자, 이광생의 머리가 단숨에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그러자 파괴된 육신에서 이광생의 영혼이 튀어나왔다. 이때 이염생이 다시 한번 소매를 펄럭이자, 이광생의 영혼에 시뻘건 불길이 달라붙었다.
“으아아아아악! 조사-!”
지옥불과 같은 화염 속에서 이광생이 처절한 비명을 질러 댔지만, 그 소리도 잠시 후 잠잠해지고 말았다.
이광생이 한 줌 재로 사라진 후, 이염생이 계옥탑을 여진무에게 건넸다.
“여장로, 이는 본디 만유학부의 물건이었으니 응당 주인에게 돌아가야 하오.”
여진무가 잠시 이염생을 바라보고는 계옥탑을 가지고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여진무가 떠나자 군무안 등은 아쉬움을 느꼈다.
결국 여진무는 마도를 멸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이염생의 순발력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가 한발 앞서 이광생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마도 전체가 위기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이염생의 빠른 판단이 여진무의 분노를 누그러뜨렸던 것이다.
이때 이염생이 크게 숨을 들이키며 군무안 등을 바라보았다.
“자, 보는 바와 같이 탑은 이제 우리 손에 없다. 만약 탑의 권리를 주장하려거든 만유학부로 찾아가 보도록 하거라!”
이 말을 끝으로 이염생이 사라졌다.
다른 자들 역시 침묵한 채 자리를 떠났다.
만유학원을 찾아가서 지분을 주장하라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유학부는 마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선각자가 없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오유계 최강의 세력이 아닌가!
한편 마도의 전각 앞에 다른 이염생은 걸음을 멈추고 텅 빈 공간을 응시했다.
“그대가 아직 이곳 어딘가에 남아 있다는 걸 알고 있소. 이번 일은 우리 이가의 탐심으로 야기 된 것인 만큼 결코 원한을 품지 않을 것이오. 부디 이번만큼은 관대히 넘어가 주길 바라는 바이오.”
잠시 후, 이염생이 바라보던 공간에 파문이 일더니 이내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를 본 이염생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고맙소…….”
원한?
이염생은 원한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 원한의 대상은 결코 만유학부가 아니었다.
그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 엽현이 있음을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었다.
비록 분신이긴 하지만 만유학부의 진천조차도 엽현에게서 계옥탑을 빼앗지 못했다.
그런 엽현이 스스로 계옥탑을 내 주었다는 것은 단 한 가지 해석만이 가능했다. 그것은 바로 이번 일의 흉수가 다름 아닌 엽현이라는 것!
이염생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 원한을 갚자니 진흙탕 싸움이 될 것만 같고, 그러지 않자니 떨어진 마도의 위신을 되찾을 길이 요원한 것이다.
긴 한숨을 내쉬는 이염생.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이 수십 년은 더 늙어 보였다.
* * *
한편, 마도를 떠난 엽현은 조용히 여진무를 추격하고 있었다.
사람이란 누구나 마음속 깊이 탐심이 있기 마련이다. 엽현은 여진무의 탐심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여진무은 만유학부에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이렇게 깨끗한 놈이었나?
엽현이 불만어린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여진무가 돌연 멈춰 섰다.
이에 공명경 속의 엽현 역시 멀찌감치 서서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진무가 손바닥을 펼치자 계옥탑이 떠올랐다.
탑을 바라보는 그의 눈 속에 무언가 망설이는 기색이 흘렀다.
욕심? 그런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런 위험한 생각은 자신의 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만유학부에서의 그의 위치는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순간의 탐욕은 그를 나락으로 끌어 내릴 것이고, 결국 죽음으로 점철될 것이었다.
게다가 그의 실력은 계옥탑을 넘볼 정도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할지라도, 여진무 역시 사람인 이상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탑을 응시하던 여진무는 망설임 끝에 다른 마음을 품지 않기로 결심했다.
일단 욕망의 문을 열어젖히는 순간 다시는 원래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진무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이때, 계옥탑이 부르르 떨리더니 일 층으로 통하는 문이 벌컥 열렸다.
순간 여진무는 얼음처럼 굳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