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57
857화 재수는 더럽게 좋네
주변의 책장들이 흔들릴 정도의 엄청난 위력이었다.
비록 두 사람의 충돌이 강력하긴 했지만, 서계는 이를 버텨 낼 만큼 견고했다. 심지어 그들 주변의 책장은 손상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때, 엽현이 손목을 돌려 검을 회전시켰다.
팟-!
순간 진천의 손바닥이 깊게 패이며 뒤로 밀려났다.
엽현이 재차 출수하려는 순간, 진천이 발끝에 힘을 주어 자리에 멈춰 섰다. 순간 진천의 장(掌)이 권(拳)으로 바뀌며 강대한 힘이 응집됐다.
이 기운을 느낀 엽현은 물러서기는커녕 오히려 양손으로 검을 쥐고 맹렬히 휘둘렀다.
서걱-!
쾅-!
각기 다른 힘이 작용하며 엽현의 신형이 멀리 튕겨 나갔다. 진천의 오른손은 반 정도가 잘려나간 상태였다.
멈춰 선 엽현이 입가를 훑자 소매에 붉은 선혈이 묻어 나왔다.
이에 흐르는 피의 맛을 살짝 보면서 웃어 보이는 엽현.
“오랜만에 맛보는 피로군.”
전투!
오유계로 넘어온 후, 전투를 거의 경험하지 못한 엽현이었다. 그리고 오늘 진천과의 전투를 통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그의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다.
“서두를 필요 없다. 오늘 실컷 맛보게 될 테니…….”
진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엽현이 빠르게 달려들며 크게 일검을 휘둘렀다.
공간을 찢으며 날아드는 검광!
이때 진천의 신형이 갑자기 흐려졌다. 이를 본 엽현이 황급히 검을 거두려는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의 등 뒤에서 몰려왔다.
쾅-!
엽현의 몸이 기우뚱하는 이때, 진천의 주먹이 엽현의 얼굴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이에 황급히 검을 들어 막는 엽현.
쾅-!
충격을 받은 엽현이 검을 쥔 채로 뒤편에 있던 책장에 크게 부딪혔다. 진천은 정신을 채 차리기도 전 바로 앞에 나타났다.
진천의 발끝이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순간, 엽현은 피하지 않고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밀어 넣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그러자 진천이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고, 엽현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엽현을 바라보는 진천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다. 조금 전 공격을 멈춘 것은 한 번의 공격으로 단단한 엽현의 육신을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자신의 육신은 천주검을 당해낼 수 없으니 한발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
진정한 검체로 거듭난 엽현의 육신은 매우 날카로운 동시에 방어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거기에 자령의 힘을 실은 천주검은 진천이 원래 경지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얕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한편, 엽현은 천주검을 쥔 손을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 진천의 실력은 확실히 그의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한 것이었다.
비록 경지가 한 단계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만유서원 일인자다운 강력함을 뽐내고 있었다.
바로 이때, 진천의 소매가 부풀어 오르면서 그의 주변으로 하얀 운무가 끼기 시작했다.
“저게 뭐지?”
[조심해라, 서기(書氣)다!]“뭐? 그게 뭔…….”
엽현이 채 말을 마치기도 전, 진천을 둘러싸고 있던 하얀 기운이 한 마리 거대한 백룡으로 변해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엽현이 황급히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양손으로 검을 내리쳤다.
쾅-!
백룡은 엽현의 검에 막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때 백룡의 몸에서 하얀 기운이 흘러나와 순식간에 주변을 감쌌다. 그리고 하얀 기운에 닿은 순간, 엽현의 몸이 부식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엽현이 황급히 뒤로 몸을 빼자, 백룡이 기다렸다는 듯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이에 엽현은 맹렬히 천주검을 휘둘렀다.
일검무량(一劍無量)!
쾅-!
일검무량이 펼쳐진 순간, 백룡이 연기가 되어 흩어졌다. 이와 함께 엽현 본인 역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막 출수하려던 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황급히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엽현의 흔적을 찾을 순 없었다.
바로 이때, 진천이 흠칫 놀라며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그의 미간을 향해 날아드는 날카로운 검.
진천은 재빨리 손을 뻗어 날아오는 검신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엽현이 곧바로 검을 비틀었다.
촥-!
그대로 쏟아지듯 잘려나가는 진천의 손가락. 하지만 이와 동시에 진천의 주먹이 엽현의 가슴에 도달했다.
퍽-!
엽현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밀려났다. 이 와중에 엽현의 손을 벗어난 천주검이 한 줄기 빛이 되어 진천을 향해 날아갔다.
그러나 이때, 진천의 앞에 하얀 붓 한 자루가 나타나더니 날아오는 천주검을 후려쳤다.
퍽-!
그대로 튕겨 나가는 천주검.
엽현이 손을 뻗자 천주검이 그의 손에 들어왔다. 순간 엽현은 천주검이 부르르 떨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천필(誅天筆)!]이때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연천의 음성.
주천필?
엽현의 시선이 진천이 들고 있는 붓으로 향했다.
“내 걸로 만들 수 있을까?”
[가능하다!]연천의 말에 엽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때 연천이 말을 이어갔다.
[그러려면 먼저 주천필과 진천의 관계를 끊어 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주천필이 너를 주인으로 받아들일 것이다.]“어떻게?”
[그건… 네가 알아서 고민 해 보거라.]“…….”
바로 이때, 정면의 진천이 손으로 엽현을 가리켰다.
“주(誅)!”
그의 음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주천필이 한 줄기 빛으로 변해 엽현에게로 날아들었다.
엽현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그가 펼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검기를 펼쳐냈다.
일검무량(一劍無量)!
검이 떨어진 순간, 강력한 충격이 서계 전체를 뒤흔들었다. 큰 폭음과 함께 엽현의 신형이 사라졌고, 그가 있던 자리에 한 줄기 선혈이 남았다.
엽현이 사라지자, 진천이 미간을 찌푸리며 검지를 까딱였다.
“어(御)!”
그의 손짓과 함께 주천필이 진천의 머리 위로 빠르게 돌아왔다. 이때 주천필이 하얀 광막을 방출하여 진천의 주변을 바늘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에워쌌다. 바로 이때, 진천의 앞에 나타난 엽현이 광막을 향해 천주검을 찔러 넣었다.
쾅-!
광막이 크게 흔들리며 균열을 일으켰지만, 엽현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채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엽현은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때 검을 쥐고 있던 그의 오른손은 하얀 뼈가 드러날 정도로 크게 찢어져 있었다.
엽현은 고개를 들어 주천필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매우 어두워졌다.
이때 들려오는 연천의 음성.
[주천필은 만만한 물건이 아니다. 공격도 대단하지만, 수비력 역시 만만치 않지. 게다가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튕겨 내는 특성이 있다. 예를 들어 조금 전 너는 네 스스로의 힘에 의해 타격을 받은 것이었다.]엽현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건 사기잖아!”
[그럼 괜히 신물이겠느냐? 게다가 공격 방면에도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상대의 초식을 복제하는 것으로……. 조심해!]연천의 외침에 엽현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진천 머리 위에 떠 있던 주천필이 돌연 한 자루 검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때, 그 검은 미처 놀랄 틈도 주지 않고 엽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은 두 눈이 집채만 해졌다.
일검무량!?
검이 펼치고 있는 검기는 다름 아닌 자신의 일검무량 아닌가!
이게 진짜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경악으로 가득 찼던 엽현의 표정은 순식간에 여유를 되찾았다.
검!
만약 주천필이 창이나 다른 무기로 변신했더라면 충분히 두려워할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으로 변했다면…….
엽현은 날아드는 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마음대로 해 보라는 듯 가슴을 쭉 펼쳐 보였다.
다음 순간, 검은 그대로 엽현의 미간에 박혔다.
이때 연천의 음성이 엽현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역시, 재수 하나는 타고 난 놈이야…….]검이 미간에 박힌 순간, 마치 바다 한가운데 돌멩이를 던져 놓은 것처럼 엽현의 몸이 가볍게 떨리고는 금세 잠잠해졌다.
순간 두 눈을 가늘게 뜬 진천.
이내 그의 표정은 점점 경악으로 바뀌어갔다.
돌연 주천필과 자신 사이의 교신이 끊긴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돼!”
엽현을 향한 진천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바로 이때, 게걸스레 숨을 들이마신 엽현이 진천에게 미소를 보냈다.
“선물, 잘 쓰도록 하겠다.”
“놈! 도대체 무슨 사술을 부린 것이냐!”
이 순간 그의 표정은 경악으로 가득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주천필이 엽현에게 넘어간 것이 분명했던 것이다.
“하하하! 어떻게 했는지는 네 상상에 맡긴다.”
진천이 참지 못하고 무어라 소리치려 할 때, 엽현의 모습이 사라졌다.
쉭-!
그 대신 날아드는 한 줄기 검광!
엽현의 검은 번개처럼 빨랐다. 게다가 ‘멸(滅)’자 자령의 힘까지 녹아 있는 천주검의 위력은 이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바깥세상에서라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정도였다.
엽현의 정면, 검이 날아오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진천이 검이 막 도착하려는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에 엽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이미 탈출했다.]탈출!?
“아니, 내 허락도 없이 어떻게 탈출할 수 있지?”
[잊었느냐? 서계는 원래 그의 것이었으니, 빠져나가는 법도 응당 알고 있었을 것이다.]“그렇다면 놈은 지금 밖에 있다는 말이지?”
[그렇다.]“흠…….”
[이 서계가 있는 한 앞으로도 그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가 다시 덤비려 하면 이곳으로 끌고 들어오면 될 테니까. 물론 지금 너의 실력으로 그를 죽이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어.”
지금 당장 진천을 죽이고자 한다면 방법은 단 하나, 혈맥지력을 동원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혈맥을 자극하면 자신 역시 위기에 빠지게 될 테니, 엽현으로서는 매우 답답한 부분이었다.
엽현이 막 서계를 떠나려 할 때였다.
[잠깐 기다리거라. 먼저 주천필을 네 것으로 만든 후에 나가도 늦지 않다.]“얼마나 걸리지? 당장 친구들을 구하러 가야 하는데…….”
[걱정 말거라.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잠시 망설인 엽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이로부터 대략 반 시진 후, 엽현은 주천필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주천필의 능력은 크게 세 가지였다.
공격, 수비, 그리고 복제.
만약 천주검이 아니었더라면 그는 주천필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더 무서운 점은 상대의 기술을 그대로 흉내 내는 주천필의 복제 능력이었다.
물론 그 위력까지 완벽하게 복제하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여유를 찾은 엽현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찬찬히 돌아보았다.
천주검, 진혼검, 만유경, 주천필, 서계 등등…….
만약 이 중에서 하나라도 부족했더라면 조금 전 진천과 일전에서 반드시 패배하고 말았을 것이다. 특히 서계로 상대의 경지를 눌러놓지 못했다면 다른 외물들의 도움을 받았어도 필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앞으로 자신보다 한 참 강한 자와 싸우기 위해서는 서계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잠시 후, 원래 세계로 복귀한 엽현은 먼저 주변부터 살폈다. 이때 진천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연천, 만유서원에는 이것 말고도 다른 보물이 많이 있겠지?”
“흠……. 그들과 친하게 지냈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다만 개중에는 만날 때마다 으르렁거리던 녀석들도 있다. 물론 함부로 덤비진 못했지. 왜냐하면 큰 언니의 실력이 워낙 압도적이었거든.]“…….”
[참, 신물들 중에서 특별히 조심해야 할 녀석이 있다. 만약 다음번에 진천이 그 녀석을 들고나오면…….]바로 이때, 엽현이 돌연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몇 개의 강대한 기운이 엽현 쪽으로 날아와 멈춰 섰다. 그들은 다름 아닌 심성하와 부문종의 강자들이었다.
심성하는 엽현이 무사한 것을 보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헛, 사조! 혹시 진천과 마주치셨습니까?”
엽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죽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