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58
858화 일각이면 충분해
엽현은 심성하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다만 나를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곧바로 물러나 버렸소.”
진천이 엽현을 상대로 물러났다!?
순간 엽현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사, 사조……. 제가 사조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진천의 실력?
심성하가 그의 진짜 실력을 모를 리 없었다.
그런 진천을 상대로 살아남았다는 것은 엽현이 자신들의 예상보다 더 강하다는 의미였다.
생각을 거둔 심성하가 짐짓 엄중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사조, 다음번에는 절대 이렇게 경솔하게 행동해선 안 됩니다!”
“하하, 미안하오. 종주 말대로 하겠소.”
엽현의 대답에 심성하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말은 이렇게 하고 또 그러실 생각은 아니신지요?”
“하하, 종주. 우선 이 일은 다음에 이야기하고, 우선 내 친구들을 구하러 갑시다.”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대화를 마치자마자 엽현이 어검을 타고 빠르게 날아갔다. 이때 심성하가 주황색 부적을 하나 꺼내 들고는 엽현의 검을 가리켰다. 그 순간, 어검의 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엽현은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부적 한 장의 힘으로 어검의 속도가 삼 할 이상 상승해 버렸던 것이다.
대단하군!
엽현은 다시 한번 부문도의 강력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엽현과 그의 일행은 사유계 방향을 향해 빠르게 사라졌다.
* * *
어느 구름의 바다 위.
소칠과 연만리 그리고 안란수가 한 덩이 적운 위에 서 있었다.
세 여인의 앞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부문종의 류웅이었다.
그리고 네 사람의 주변으로는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뇌전이 마치 그물망처럼 촘촘히 그들을 에워싼 형국이었다.
그리고 이 뇌전의 그물 밖에서 이들을 지켜보는 열 명의 무인들.
가장 앞에 있는 것은 하얀 장포를 입은 노인이었다. 그는 꽤나 점잖은 모습이었다. 나머지 아홉은 모두 이십 대로 보이는 젊은 무인들이었다. 비록 나이는 많지 않지만, 그들이 풍기는 기운은 일류 무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무전각.
이들은 모두 무전각 학생들이었다. 무원의 수많은 무인 중 최정예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 앞에 서 있는 노인은 다름 아닌 무원각의 각주 무천(武川), 이미 오래전부터 오유계 전체에 위명을 떨치고 있는 절정고수 중 하나였다.
이때, 뇌전 안쪽에 있던 연만리가 지루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야 한단 말이오?”
그녀의 쀼루퉁한 말투에 류웅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종문의 지원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오.”
“하지만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소!”
그 말에 류웅이 옅은 웃음을 지으며 연만리를 바라보았다.
“소저, 눈앞에 보이는 것이 그저 고기 잡을 때 쓰는 그물처럼 보이시오? 저 뇌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진법이오. 만약 함부로 움직였다간 그대로 우리들에게 뇌전을 쏟아부을 것이란 말이오. 더욱이 우리가 뇌전을 막느라 정신없는 틈에 저 무인들이 들이닥친다면 우리는 목이 열 개라도 살아남을 수 없소.”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는 것은 저들의 의도를 따르는 것이지 않소!”
연만리의 불만 어린 소리에 류웅이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우리 부문종 무인들이 일 각 이내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받았으니, 참고 기다려 봅시다.”
이에 연만리가 작게 한숨을 쉬고는 소칠을 향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내가 저 흰옷을 입은 노인은 맡을 수 있을 것 같군.”
“란수, 그럼 우리가 나머지를 처리할까?”
연만리가 묻자 안란수가 무전각 무인들을 쓱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할 것 같군.”
“소저들, 방금 노부가 한 말을 무시하…….”
류웅이 발언하고 있던 이때, 무전각 무인들의 앞에 진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뜻밖에 진천이 직접 나타나자 류웅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한편, 진천이 류웅 등을 응시한 채 손을 치켜들었다.
“쳐라!”
명령이 떨어지자, 뒤편에 있던 무천이 손을 펼쳤다. 순간 그의 손 안에서 한 줄기 뇌광이 뿜어져 나가 소칠 등을 감싸고 있던 진법을 때렸다.
그러자 진법이 돌연 크게 흔들리더니, 기둥만 한 두께의 뇌전이 소칠 일행의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본 류웅이 황급히 상공으로 솟구치며 주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부적이 그의 손을 떠나는 순간, 그와 뇌전 사이에 화염이 이글거리는 광막이 펼쳐졌다.
쾅-!
단 한 방에 쩍 갈라져 버린 화염의 방패. 이에 류웅이 재차 주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화염의 방패가 이제는 불이 이글거리는 화염의 바다로 변모했다.
바로 이때, 소칠 등 세 명을 응시하고 있던 진천이 움직였다. 이를 본 소칠이 크게 검을 휘둘렀다.
쾅-!
어느새 소칠의 정면에 나타난 진천이 그녀의 일격을 받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태산의 기운을 담은 일권이 소칠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때의 진천은 원래의 경지로 돌아온 상태이기에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검을 들어 앞을 방어하는 소칠.
쾅-!
결국 소칠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멀찌감치 튕겨져 날아갔다.
진천이 재차 출수하려는 순간, 그의 옆에서 한 자루 창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정도의 속도로 날아들었다.
이에 진천이 귀찮다는 듯 검지를 튕겼다.
쾅-!
진천의 공격이 창끝을 가격한 순간 안란수가 창을 쥐고 미친 듯이 미끄러졌다.
그러나 이때, 어디선가 용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진천이 고개를 돌리자, 청룡의 기운을 담은 한 자루 도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에 진천이 가볍게 한발 물러나며 도를 흘리는 동시에 주먹을 뻗어냈다.
쾅-!
순간 청룡의 기운이 사그라지고 연만리의 신형이 튕겨 나갔다. 그러나 이 순간, 또다시 한 자루 창과 한 자루 검이 그의 뒤편으로 날아들었다.
이를 본 진천이 황급히 뒤로 돌아 양팔로 자신의 앞을 방어했다.
콰쾅-!
거대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소칠과 안란수가 멀찌감치 밀려났다. 반면 진천은 겨우 몇 장 뒤로 뒷걸음질 친 것이 전부였다.
제 자리에 멈춰선 진천.
그의 안색은 처음보다 매우 어둡게 변한 상태였다. 안란수 등의 저항이 생각보다 거셌던 것이다.
사유계의 천재들!
엽현만 해결하면 될 줄 알았건만 눈앞의 세 젊은 무인들의 실력은 결코 그에 비해 못하지 않았다.
만약 이들이 엽현과 함께 계속해서 성장해 나간다면…….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진천의 두 눈에서 짙은 살의가 흘러나왔다.
이와 함께 진천이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출수!”
명령이 떨어진 순간, 뒤편에 대기하고 있던 무전각의 강자들이 일제히 신형을 날렸다.
결국 진천은 이들을 살려두는 것이 자신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달려드는 무인들을 보며 소칠이 출수하려 할 때, 그녀의 시선이 돌연 우측으로 향했다. 순간 그녀의 시야에 빠르게 다가오는 한 줄기 검광이 비쳤다.
“왔구나!”
쾅-!
소칠이 외친 순간 엽현이 검광과 함께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은 잠시 말없이 장내 상황을 탐색했다. 이내 그가 곁에 있던 소칠에게 물었다.
“저자를 묶어 둘 수 있을까?”
“얼마나?”
소칠의 물음에 엽현이 검지를 펴 보였다.
“일각. 일각이면 다 쓸어버릴 수 있어.”
“…….”
엽현의 말을 들었을 때, 무전각 강자들은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만유서원 최강의 무력단체 무전각을 무엇으로 보는 것인가?
그저 마음만 먹으면 비틀 수 있는 닭 모가지로 보는 건가?
엽현의 뒤를 이어 도착한 심성하 등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각에 상대를 전멸시키겠다고?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저들은 만유서원 무원의 정예들이 아닌가!
그러나 엽현의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인 자도 있었으니 바로 소칠이었다.
“그럼 나머지를 맡긴다.”
말과 함께 소칠이 손을 내밀자, 엽현의 몸 안에서 한 자루 검이 빠져나와 그녀의 손으로 들어갔다. 이는 당시 소칠이 엽현에게 맡겨놓은 것이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검을 쥔 소칠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잠시 후, 그녀가 눈을 번쩍 뜨는 순간, 그녀의 검이 한 줄기 뇌전처럼 진천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모두 긴장을 늦추지 마라!”
이 말과 함께 진천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쾅-!
어둠 속, 한 줄기 검광이 산산이 부서져 나가며 두 사람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바로 이때, 엽현이 정면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검은 곧바로 무천을 향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진천을 제외하고 가장 강한 그를 단숨에 끝장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먼저 약한 자들을 공략한다!
엽현이 달려드는 모습을 본 무천이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며 손바닥이 지면을 향하도록 내리눌렀다.
그의 양팔이 투명하게 변한 순간!
“락(落)!”
콰쾅-!
순간적으로 무천의 앞 공간에 거대한 우막(雨幕)이 펼쳐졌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엽현은 이 우막을 손쉽게 뚫고 나갈 수 있었다.
공간도칙!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란 무천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무전각 제자 한 명의 머리가 날아가는 모습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다. 주먹을 단단히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엽현의 공격을 예상하긴 했지만, 결국 반응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한편 상대의 머리를 날려버린 엽현은 마치 귀신처럼 모두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에 무천이 인상을 찌푸리며 황급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로 이때, 그의 오른편에서 한 줄기 검광이 날아들었다.
그야말로 귀신같이 홀연히 나타난 검광!
“모두 조심해라!”
무천의 음성보다 빠르게 반응한 무인 하나가 검광이 나타남과 동시에 일권을 뻗었다.
서걱-!
오히려 한팔이 잘린 채 뒤로 밀려난 무인. 바로 이때, 모습을 드러낸 엽현이 상대의 미간에 검 끝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푹-!
무인의 선혈이 사방으로 튄 순간, 엽현의 모습이 다시 사라졌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무천.
“엽현, 네가 감히…….”
바로 이때, 무천의 미간 사이에 붉은 글씨로 ‘囚(수)’라는 글자가 새겨졌다. 이와 동시에 한 줄기 검광이 그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순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무천.
“유, 육도진언! 네가 어떻게…….”
무천은 황급히 현기를 최대치로 끌어 올려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이때, 신비한 기운이 그의 주변을 순식간에 에워쌌다.
검역!
소스라치게 놀란 무천이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다.
“귀원(歸元)!”
쾅-!
순간 그의 육신이 쩍 갈라지며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폭풍처럼 몰아쳤다. 그러자 엽현이 이 힘을 이기지 못하고 멀찍이 튕겨 나가고 말았다.
위기의 순간에 무천은 스스로의 육신을 폭파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영혼밖에 남지 않은 무천을 향해 진혼검이 날아들었다.
“위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