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61
861화 마음과 영혼을 수련
순간 엽현이 동굴 밖으로 튕겨 나갔다. 그의 곁에 있던 연만리 역시 이 충격으로 동굴 입구 쪽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동굴 밖, 간신히 자리에 멈춰 선 엽현이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생각보다 검광의 위력이 강했던 것이다.
엽현이 검을 들고 재차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할 때, 연천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직 나를 기억하는가?”
순간, 동굴 안쪽에서 가벼운 검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연천이 엽현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이제 가자.”
연천을 필두로 엽현 일행은 다시 어두운 동굴 안으로 진입했다. 이번에는 한참을 걸어갔음에도 어떤 공격도 날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일각쯤 이동했을 때였다. 전방에서 물 흐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전진하자 환한 빛과 함께 밖으로 향하는 통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들었던 물소리의 정체는 바로 그들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작은 폭포였다.
폭포 아래쪽으로는 물이 모여 만들어진 작은 연못,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는 초원이었다.
이때 주변을 둘러보던 엽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바로 연못 중앙에 잠잠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한 남자였다.
중년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눈에 검은색 천을 두르고 있었다. 그 복장이나 겉으로 풍기는 기운은 흔히 볼 수 있는 필부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때 엽현과 연만리가 동시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무명치마를 입고 한 손에는 꽃다발을 든 여인이 자신들을 향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차가운 얼굴, 다소 도도해 보이는 표정. 그녀는 바로 조금 전 엽현을 공격했던 검령이었다.
여인은 엽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연천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느냐?”
연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대답 없이 연못가로 걸어간 여인이 들고 있던 꽃다발을 물 한 가운데로 던졌다.
“네 주인은 어쩌고 혼자 왔어?”
“그는… 실종됐다.”
순간 여인의 표정에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이 세상에 그를 해할 수 있는 자가 있었나?”
“그 말이 어째서 그렇게 되지? 그는 스스로 사라진 것이지 누구에게 납치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히 그를 어쩔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지.”
“하하, 네 주인 역시 대단한 무인이다.”
그 말에 여인이 연못 가운데의 중년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주인은 세상에 나온 후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네 주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 그는 내가 본 무인 중 가장 강한 자였으니까.”
“예전에는 그랬지.”
연천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자, 여인의 시선이 곧장 연천에게로 향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말 그대로다. 사유계에서 매우 강한 여인과 마주친 적이 있다. 그것은… 생전 처음 느껴 보는 공포였지.”
“설마 네 주인보다 강하다는 말이냐?”
“글쎄, 그건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내가 알 수 있는 건 설령 주인이라 할지라도 그녀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 참, 그녀 역시 검수였다.”
검수!
그 말을 듣자 여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검수라고?”
“그래.”
“그 말은 그 여인이 내 주인보다 강하다는 뜻인가?”
연천이 고개를 돌려 연못 중앙의 남자를 응시했다.
“네 주인은 내가 오유계에서 만나 본 검수 중 최고였다. 하지만 그녀는… 네 주인보다 확실히 강하다.”
“말도 안 돼!”
여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다.
“네 주인이 나의 주인보다 강하다 한다면 인정하겠지만, 이 세상에 주인보다 강한 검수가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절대 있을 수 없어!”
연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네가 직접 그녀를 보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연천은 물끄러미 중년인을 응시했다.
일검무량을 창조한 검수가 어찌 약할 수 있겠는가? 다만 안타깝게도 ‘그녀’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 여인은 자신이 만나 본 검수 중 가장 두려운 존재였으니까.
다시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린 연천.
이때 여인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받아들일 수 없어……. 이 세상의 모든 검수를 합친다 해도 주인의 발톱에 낀 때만도 못한 것을……”
바로 이때, 장내에 때아닌 검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와 동시에 엽현의 체내에서 천녀의 검이 불쑥 튀어나와 전광석화처럼 여인에게로 날아갔다.
이를 본 순간 여인의 두 눈에서 얼음장 같은 한기가 흘러나왔다.
“어느 안전이라고!”
음성이 떨어진 순간, 여인의 체내에서 강대한 검세가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차갑게 빛나는 여인의 눈빛.
그녀의 전신에서 굽이쳐 흘러나오는 강대한 검세.
하지만 이 검세는 천녀의 검이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 연기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이를 본 여인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하지만 물러나는 대신 오히려 한 줄기 검광으로 변해 정면으로 몸을 날렸다.
엽현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검광이 연못 한가운데서 정면으로 부딪쳤다.
쾅-!
맥없이 튕겨 날아가는 그림자 하나. 다름 아닌 여인이었다.
먼 하늘로 날아가 버린 여인의 몸은 그 충격으로 인해 다소 희미해진 상태였다. 조금 전 충돌로 하마터면 소멸해 버릴 뻔한 것이다!
이때 장내에 날카로운 검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천녀의 검!
엽현은 천녀의 검에게서 어떤 멸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천녀의 검은 비단 검령 뿐 아니라, 천하를 오시하고 있던 것이다. 마치 오래전 천녀가 그랬던 것처럼!
이 순간 천녀의 검을 바라보는 연천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아닌 게 아니라 천녀의 검이 괴랄하다 표현할 정도로 너무나 강했던 것이다.
이때 공중에서 울부짖던 천녀의 검이 검광으로 변해 엽현의 몸 안으로 돌아갔다.
엽현이 여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그녀는 다소 넋이 나간 듯한 모습이었다.
패배.
그것도 너무나 큰 격차로 패한 것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이봐!”
이때 엽현의 부름에 검령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엽현이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말이야 패배를 통해 성장하는 거거든! 참, 너는 사람이 아니라 검령이지. 아무튼, 패배해 본 적이 없는 자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강해지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뜻이지!”
실패?
엽현은 실패가 두렵지 않았다.
물론 때로는 결코 경험해서는 안 되는 실패도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목숨을 건 진검승부라든지.
하지만 그 외에 경우, 죽지만 않는다면 실패는 오히려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검령이 잠시 엽현의 얼굴을 응시했다.
“너도 검수인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연천이 나섰다.
“거두절미하고 말하지. 이번에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 아이가 혹시 네 주인의 전승을 이을 수 있을지 보기 위함이다.”
검령이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약하군.”
이에 엽현이 웃음을 터트렸다.
“만약 내가 천하무적이었다면 애당초 전승을 구하러 올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
이때 연천이 엽현을 향해 말했다.
“검을 뽑아라.”
연천의 말뜻을 이해한 엽현이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와 동시에 장내에 한 줄기 검광이 번뜩였다.
일검무량(一劍無量)!
엽현의 일검무량에 대한 이해는 이미 매우 깊은 상태였다. 때문에 전력을 다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일검무량을 본 검령이 기이한 눈빛을 뿜어내며 가볍게 오른손을 뻗었다.
쾅-!
검광이 검령의 손에 막힌 순간, 엽현의 모습이 홀연히 사라졌다.
그러자 침착한 모습으로 장내를 둘러보던 검령이 한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쉭-!
손가락에서 한 줄기 검광이 방출된 순간, 십여 장 떨어진 공간에서 갑자기 엽현이 튀어 나왔다.
검광을 간신히 피해 낸 엽현.
그는 더 공격하는 대신 어두워진 표정으로 검령을 바라보았다.
공명경에 은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위치가 발각된 것에 다소 놀랐던 것이다.
“꽤나 그럴싸했다.”
“고맙군.”
검령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령은 잠시 연못 한가운데 있는 중년인을 바라본 후, 다시 엽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는 주인이 생각한 그런 무인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너보다 괜찮은 자가 나타날지 역시 불분명한 것은 사실이지. 그러니……. 가까이 오너라.”
엽현이 검령의 곁으로 걸음을 옮겼다.
“예를 차리거라.”
그 말에 엽현이 중년인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주인의 전승자가 되는 만큼 그의 내력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어야 한다. 주인의 본명은 하풍기(夏風起), 하국(夏國)의 황자셨다. 훗날 황비의 계략으로 두 눈을 잃고 경맥이 끊어져 무공을 사용할 수 없는 폐인이 되셨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강자로 거듭날 수 있었지?”
“일반적인 방법으로 수련할 수 없었던 그는 자신만의 방법을 창안해 냈지.”
자신만의 수련 방법?
“그게 뭐였지?”
“그건 바로…… 마음과 영혼을 수련하는 것이다.”
수심(修心), 수혼(修魂)!
“마음을 수련하는 것은 곧 검을 수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음으로 검을 삼으면 육신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곳에 검을 보낼 수 있다.”
여기까지 말한 검령이 갑자기 두 눈을 감았다. 이때, 그녀의 앞에 한 자루 검이 만들어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여인은 엽현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저쪽을 봐!”
연천의 음성에 정신을 차린 엽현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천 리 밖에 기검 하나가 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순간 엽현은 도저히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때 검령이 말을 이어갔다.
“사실 조금 전 네가 펼친 일검무량은 극한에 이른 것이 아니었다. 일검무량은 주인의 심법(心法)을 토대로 창안된 무공이니만큼, 그것을 익혀야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 일검무량은 애당초 비검(飛劍)이었던 건가?”
검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래서 일검무량을 일검천리(一劍千里)라 부르기도 한다, 천 리 안의 적을 순살(瞬殺) 한다는 뜻이지.”
일검천리(一劍千里)!
천 장도 아니고 천 리를 간단 말인가!
“주인은 일검무량 외에도 또 다른 검기를 창안했다. 아니, 검기라기보다는 검도의 어떤 상태라 보는 게 옳겠구나.”
검도의 상태?
“어떤 상태?”
“검규(劍規)라는 것이다. 검규에는 중검(重劍)과 경검(輕劍)이 있다. 우선 경검의 핵심은 빠르기다. 극한의 속도를 내어 상대가 도저히 방어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럼 중검은?”
“말 그대로 일검에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지.”
검령이 엽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주인이 몸을 회복하고 다시 세상에 나섰을 때, 그는 이미 중검과 경검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경지였다. 이것만으로도 세상에 그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지.”
중검… 경검…….
엽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미 진정한 경검의 위력이 어떠한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일검무량.
이 검기의 위력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렇다면 중검은 또 얼마나 강할 것인가?
그리고 중검과 경검을 함께 사용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