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70
870화 놀랐지?
류사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가 가상하구나. 도전을 받아들이마.”
엽현이 어떤 의도를 숨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는 없었다.
이는 사기의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자신이 엽현에게서 도망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되면, 큰 전투를 앞둔 무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게다가 류사적은 엽현이 무슨 수를 쓰든 자신을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공중에 있던 류사적이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와 엽현 앞에 섰다.
“엽현, 매우 궁금하구나. 과연 내게 어떤 재롱을 부리려 하는지…….”
바로 이때, 엽현의 모습이 사라짐과 함께 붉은 ‘囚(수)’자 육도진언이 류사적의 이마에 나타났다. 강렬한 유도진언의 힘이 휘몰아치는 순간, 한 줄기 검광이 류사적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었다.
여기에 덧붙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기운이 류사적의 사방을 에워쌌다.
검역!
검역의 힘까지 나타나자, 마침내 류사적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죽음의 기운이 날아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이때 한쪽에 있던 임소서가 황급히 들고 있던 고서를 날렸다.
고서가 ‘囚(수)’자에 부딪친 순간, 강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쾅-!
육도진언의 힘이 흩어지자, 류사적이 백 장 밖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그가 모습을 다시 드러냈을 때, 이미 그의 한쪽 팔은 잘려나간 상태였다. 목숨은 구했지만, 결국 엽현의 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순간 쥐 죽은 듯 고요해진 장내.
이때 엽현이 임소서와 류사적을 노려보고는 바닥에 침을 탁 뱉었다.
“젠장, 영감탱이들이 쪽팔린 줄도 모르고.”
“…….”
퉤!
엽현이 침을 뱉은 순간 만유서원 무인들의 표정이 기이하게 변했다.
사실 조금 전 대결 상황에서 임소서가 끼어든 것은 누가 보아도 비열한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임소서 본인 역시 자신의 행동이 불명예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만유서원을 이끌고 있는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린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불리해질 것이 뻔했던 것이다.
한편, 류사적은 한팔을 잃은 고통도 느끼지 못한 채, 멍하니 엽현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조금 전 상황에서 임소서가 아니었더라면 자신은 분명 죽었을 것이다.
그는 처음부터 엽현을 무시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과하다 할 만큼 경계했다.
하지만 조금 전 엽현의 일격은 정말이지 그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것이었다!
이때 엽현의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게 만유서원이 말하는 ‘정정당당한 대결’인가? 가소롭구나!”
엽현이 만유서원의 다른 강자들을 바라보며 재차 소리쳤다.
“어디 입이 있으면 말 해 보시지? 그대들 만유서원은 항상 이런 식으로 싸워 왔느냔 말이냐!”
벌레 썩은 얼굴로 아무 말이 없는 만유서원의 무인들.
반면 부문종 측 강자들의 표정엔 비웃음이 만연했다.
엽현과 류사적의 경지 차이는 누가 보아도 확연한 상황이었다. 이런데도 엽현 하나를 두고 육대교존 둘이 나섰으니 이보다 더한 망신은 없었다.
게다가 류사적은 팔 한쪽까지 잃지 않았나.
이런 이유로 만유서원 무인들의 가슴 속엔 천불이 일었지만, 누구 하나 엽현의 말에 반격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그럴 명분을 잃은 탓이었다.
이때, 침묵하고 있던 류사적이 입을 열었다.
“엽현, 너를 얕본 것을 인정한다.”
“하하하! 나를 얕봐서 그렇게 됐다고? 그럼 어디 다시 둘이서 덤벼 보시지!”
“…걱정하지 말거라. 이번에는 그런 일 없을 것이다. 경지를 낮춰서 싸우겠다. 그것도 너보다 한 단계 아래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류사적의 기운이 약해지더니, 순식간에 경지가 건곤경으로 낮아졌다.
경지를 낮춘 류사적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향했다.
“다시 해 보겠느냐?”
“훗, 또 중간에 난입할 거라면…….”
“걱정 말거라, 이번에는 아무도 끼어들지 못할 것이다.”
“흠…….”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그럼 이렇게 하지. 절대적인 공평을 위해 너와 나 누구도 현기나 비술, 외물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기공(基功)만을 사용해 겨루기로. 어떤가?”
“그야 물론…….”
“함정이오!”
류사적이 대답하려는 찰나, 임소서가 끼어들어 소리쳤다.
이에 엽현이 피식 웃으며 임소서를 바라보았다.
“함정이라고? 뭐, 좋을 대로 생각하시지.”
“놈! 세 치 혀라고 함부로 놀리는구나! 너같이 음험한 놈이 공평을 논할 리가 없다!”
“그럼 조금 전 끼어든 건 공평한 행동이었나?”
“그, 그건…….”
임소서가 얼굴이 빨개져 말을 더듬자 엽현이 손을 휘휘 저었다.
“아, 너희와 입씨름 할 시간 없다. 싸울 건지 말 건지만 정해라!”
임소서가 무어라 대꾸하려 하는 순간, 류사적이 앞으로 나섰다.
“소서, 이번엔 끼어들지 마시오.”
“…….”
“혹시 정말로 내가 엽현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는 게요?”
류사적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임소서는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고 뒤로 물러났다.
장내가 정리된 듯하자, 엽현이 한 자루 검을 꺼내 들었다.
이 검은 천주검이 아닌 매우 평범한 보통의 검이었다.
이에 류사적이 손을 펼치자, 그의 손바닥 위에 녹색 피리 하나가 떠올랐다.
“대나무를 깎아 만든 보통의 피리다.”
“좋다. 그럼 시작하지!”
이때 엽현이 불현듯 심성하 등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벌어지든 절대 참견하지 마시오. 설령 내가 죽더라도 부문종은 반드시 이겨야 하오!”
순간, 부문종 강자들은 피가 끓어오름을 느꼈다.
엽현의 한 마디가 종문에 대한 그들의 자긍심을 일깨운 것이다.
“하하하! 이런 기백 있는 사람을 사조로 둔 것은 우리 부문종의 큰 영광이로구나!”
심성하가 크게 웃으며 류사적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사적이 가벼운 웃음으로 대꾸했다.
“걱정 마시오. 만유서원의 무인들 역시 긍지를 지킬 줄 아는 자들이니까!”
류사적의 시선이 이번에는 뒤편의 만유서원 강자들에게로 향했다.
“내가 죽는 것은 상관없으나, 남들이 우리를 손가락질 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알겠느냐!”
“예, 부주!”
무인들의 대답에 류사적이 엽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럼 시작하지!”
류사적이 소리쳤지만, 엽현은 검을 쥔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이는 반대편의 류사적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금 전에 불의의 일격을 당한 탓에 극도로 신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엽현은 류사적을 앞에 두고 자신을 압도했던 진일몽을 떠올렸다. 같은 육대교존임에도 두 사람에게서 받는 압박은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그가 약한 것이 아니다. 다만 조금 전 상황에서는 확실히 부주의한 면이 있었다. 만약 그가 완전히 경계하고 있었더라면, 이리 허무하게 팔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육대교존들 사이에서도 강과 약은 존재한다. 진일몽의 실력은 문수와 함께 최상위에 위치해 있지. 그렇다 해서 네가 상대하기 어려운 자임에는 변함이 없다. 네가 이길 확률은 이 할…… 너의 꼼수를 더한다면 기껏해야 사 할 정도일 것이다.]꼼수!
엽현은 순간 억울함이 치밀어 올랐다. 그렇게나 자신을 음흉한 자로 여겼단 말인가?
그건 둘째 치고, 승률이 사 할인데 그 중 이 할이 꼼수라니. 그럼 실력의 절반은 꼼수란 말인가!
엽현은 곧바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류사적을 바라보았다. 우선은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바로 이때, 류사적이 먼저 움직였다.
순간 무인들의 시선이 류사적에게로 쏠렸다. 그는 마치 거북이처럼 천천히 발을 옮기며 엽현에게로 다가갔다. 여유롭게 움직이는 그의 얼굴에선 여유가 느껴졌다.
멀리서 이를 보고 있던 소칠이 인상을 찌푸렸다.
기세!
류사적은 엽현에게 무형의 압력을 보내며 기세상의 우위를 점하려 했던 것이다.
소칠의 시선이 엽현에게로 옮겨갔다.
이때의 엽현 역시 류사적의 의도를 이미 알아챈 상황이었다. 류사적이 점점 가까이 다가서며 엽현을 유인하고자 했으나, 엽현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자 둘 사이의 거리가 두 장 이내로 좁혀졌을 때, 비로소 엽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쥔 채 류사적을 향해 다가가는 엽현의 얼굴엔 여유로운 미소가 흘렀다.
그렇게 둘 사이의 간격이 반 장 이내로 좁혀졌을 때, 류사적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나 참을성이 많을 줄은 몰랐구나. 그럼 내가 먼저 시작하마!”
말과 함께 피리를 높이 치켜든 류사적.
그러나 바로 이때, 엽현이 한발 앞서 달려들며 검을 휘둘렀다.
류사적이 느끼기에 엽현의 일검은 대단히 간결하고 시기적절한 것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위력이 자신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순간, 류사적의 피리가 엽현의 미간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힘과 속도,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이 순간, 엽현의 검이 돌연 경검에서 중검으로 바뀌었다.
쾅-!
순간적으로 반응한 류사적이 피리를 회수해 중검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 힘에 뒤로 밀려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바로 이때, 어디선가 한 자루 비검이 빠르게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는 현기를 통한 것이 아닌, 오직 육신의 힘만으로 날려 보낸 것이었다.
류사적이 다시 한번 피리를 종으로 세워 앞을 막았다.
챙-!
피리에 막혀 튕겨 나가버린 비검.
그러나 이때, 어느 틈에 다가온 엽현이 양손으로 중검을 잡고 류사적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비록 현기가 깃들어 있진 않지만, 머리통 하나 날려버리기엔 충분했다. 그만큼 육신의 힘이 강력했던 것이다.
류사적은 그제야 왜 엽현이 현기 없이 싸우자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엽현의 육신은 현기가 없더라도 충분히 강했던 것이다!
길게 생각할 겨를 없이, 류사적이 피리를 휘둘렀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엽현이 원래 있던 자리까지 밀려났다. 멈춰 선 그의 양손엔 각각 중검과 경검이 들려 있었다.
류사적을 바라보는 엽현의 시선이 다소 무거워졌다. 조금 전, 류사적의 공격이 자신보다 빨랐던 것이다.
이때 류사적이 말없이 손으로 엽현을 가리켰다.
그 순간, 그가 들고 있던 피리가 한 줄기 녹광이 되어 엽현에게로 날아갔다. 비록 현기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여전히 뇌전과 같이 빠른 속도였다.
이 빠르기는 심지어 엽현의 비검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퍽-!
황급히 검을 들어 피리를 막아 낸 엽현.
바로 이때, 재빨리 접근한 류사적이 엽현의 머리를 향해 일권을 날렸다.
엽현은 막거나 피하는 대신, 왼손에 들고 있던 검을 세워 류사적의 가슴을 향해 밀어 넣었다. 동귀어진을 택한 것이다.
순간, 류사적의 눈빛이 흔들렸다.
과연 자신이 엽현과 함께 죽어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결단을 내린 류사적이 재빨리 손을 거두고 엽현의 검을 내리쳤다.
쾅-!
검이 지면에 처박힌 순간, 엽현의 어깨가 류사적의 몸통을 향해 들어왔다.
쾅-!
류사적이 주춤거리며 몇 걸음 밀려나자, 엽현이 중검을 들고 훌쩍 뛰어올랐다.
이윽고 강철 검이 공기를 가르며 떨어졌다.
이때, 푸른색 피리가 앞서 엽현의 가슴을 강타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