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877
877화 이렇게 갈 수는 없어
“그나저나 령이는 언제쯤 돌아올 것 같소?”
엽현의 물음에 아천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우리도 모르오.”
“흠… 수라지옥 안에는 도대체 어떤 존재가 있는 것이오?”
“그곳엔 악귀나 원혼, 그리고 몇몇 특수한 생명체들이 있소.”
“혹시 령이가 위험해질 가능성은 없겠소?”
“그럴 일은 없을 것이오. 저것들이 떼로 덤빈다 해도 주인의 상대가 되진 않으니 말이오.”
“부디 무사히 돌아오면 좋겠는데…….”
바로 이때, 무언가 말을 하려던 아천의 안색이 크게 변했다. 이에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주인… 갑자기 주인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소!”
기운이 사라졌다고?
엽현의 눈동자에 순간 당혹감이 서렸다.
“그게 무슨 소리요? 령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단 말이오?”
“그건 나도 알 수 없소! 다만 주인이 떠난 직후부터 느껴졌던 기운이 갑자기 끊어졌소!”
“그럴 리가! 다시 한번 해 보시오!”
그 말에 아천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정신을 집중했다.
잠시 후, 안색이 더욱 어두워진 아천이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틀렸소! 전혀 느껴지지 않소!”
엽령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순간 엽현이 수라지옥 입구로 뛰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아천이 황급히 그의 앞을 막았다.
“지금 뭐 하려는 거요!”
“보면 모르겠소? 령이를 찾아야지!”
“진정하시오! 지금 그대의 실력으로 지옥에 내려 가 봤자 도움은커녕 폐만 끼칠 뿐이오!”
“건방진!”
순간 엽현이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내가 그렇게 약해 보이나!?”
엽현의 악에 받친 모습에도 아천은 솔직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엽현이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말했다.
“조금 전 화낸 것은 미안하오. 사과하겠소. 그러나 이대로는 령이가 걱정되어 참을 수 없을 것 같으니 직접 내려가 봐야겠소!”
아천이 여전히 흥분해 있는 엽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내려 가 보겠소. 무슨 일이 있으면 곧바로 알려 줄 테니, 진정하고 여기서 기다리시오.”
“하지만…….”
이때 연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고집부리지 마라. 너보다는 저자가 가는 게 더 나을 게다.]연천까지 나서서 말리자 엽현은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무슨 일 있으면 꼭 신호를 보내시오.”
아천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지옥 안으로 사라졌다.
자리에 남은 엽현은 지옥 입구를 응시하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엽령이 강한 것은 알지만, 동생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때 아지가 엽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천이 갔으니 너무 걱정할 것 없소. 사실 지금 그대는 스스로의 걱정을 하는 편이 좋을 것이오.”
“…무슨 말이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으시오. 계옥탑이 그대에게 있는 이상,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대를 노리고 있을 것이오. 만약 그대가 현생의 혈육이 아니었더라면 설령 주인이라 할지라도 탑을 빼앗으려 했을 것이오. 그만큼 선각자가 남긴 만유서옥의 가치가 대단하다는 말이오.”
“…충고 고맙소.”
순간 엽현은 사유계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당시 엽령은 계옥탑을 빼앗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에 탑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도 엽령의 일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이런 사실로 볼 때 엽령은 충분히 자신을 존중하고 있던 것이다.
이때 아지가 말을 이어갔다.
“선각자의 보물 앞에선 오유계 육대강자들이라 해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소. 특히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자들에게 만유서옥은 거의 유일한 희망이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절대 계옥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니, 그대 역시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때 무슨 말을 하려던 아지가 갑자기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시오? 무슨 일이오?”
“…방금 아천의 기운이 사라졌소.”
“제기랄! 내가 뭐랬소! 분명 무슨 사단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지 않소!”
“진정하시오. 내가 한번 내려가 보겠소.”
아지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소. 이번엔 내가 가겠소.”
“하지만 그대 실력으로는…….”
“걱정 마시오. 내가 출수하지 않는 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을 테니!”
말을 마친 엽현은 아지가 채 말리기도 전 지옥 안으로 몸을 던졌다.
“저 어린놈이 어른 말을 안 듣고 결국!”
아지가 황급히 엽현 뒤를 쫓으려 했으나 생각을 고쳐먹었다. 누군가는 지상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엽현이 막 지옥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음산한 한기가 사방에서 그를 엄습했다. 뼛속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기운 외에 또 그를 맞이하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악령들이었다. 순식간에 엽현을 에워싼 악령들은 먹잇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흉흉한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때, 다소 위축되어 있던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악령의 정체가 무엇인가? 다름 아닌 영혼 아닌가? 자신이 영혼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는가?
이때, 때마침 그의 정면으로 악령 하나가 달려들었다. 이에 엽현이 빠르게 진혼검을 꺼내자, 악령이 순식간에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순간, 이를 보고 있던 악령들이 슬픈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졌다. 엽현이 들고 있는 검이 자신들과 상극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엽현은 혼비백산 도망치는 악령들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온 수라지옥은 그의 예상과 달리 크게 위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오히려 기연의 장이 열린 것이라는 느낌이 크게 들었다.
진혼검은 영혼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물론 진혼검의 성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엽령을 찾는 일이었다.
생각을 마친 엽현은 사방을 한 번 훑어보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비록 진혼검이 있더라도 절대 안심할 순 없기에 공명경으로 은신한 것이다.
그가 사라진 찰나의 순간, 갑자기 어디선가 한 줄기 신식이 날아와 엽현이 있던 자리를 맴돌았다.
순간 엽현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발각됐나?
하지만 걱정도 잠시, 신식은 곧 바람을 따라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가슴을 쓸어내린 엽현은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응시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수의 혼령들이었다.
엽현이 눈살을 찌푸리던 바로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혼령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황급히 혼령들의 뒤를 쫓은 엽현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먼저 지옥으로 들어왔던 아천이었다!
이때의 아천은 수만 마리의 혼령들에 빙 에워싸인 상태였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것은 붉은 옷을 입은 남자였다. 마찬가지로 영혼체인 이 남자의 손에는 붉은 장검이 들려 있었고, 전신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엽현이 장내에 도착한 순간, 남자가 돌연 고개를 돌려 엽현이 숨어 있는 자리를 응시했다. 이에 엽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저 자식이 설마 나를 발견했나!?
바로 이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강대한 기운이 돌연 엽현의 주변을 에워쌌다.
그제야 엽현은 자신이 발각된 것을 확신했다!
더 이상 은신이 소용없다는 걸 알게 된 엽현은 공명경을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주변의 악귀들이 들개처럼 몰려들었지만, 엽현이 진혼검을 치켜들자 썰물처럼 뒷걸음질 치며 후퇴했다.
마침내 붉은 옷의 남자와 마주하게 된 엽현.
엽현을 본 남자가 씩 웃으며 먼저 말을 걸어왔다.
“싱싱한 놈이 또 하나 굴러들어왔구나!”
“…내 동생은?”
무표정한 얼굴로 남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엽현.
이에 남자가 웃으며 되물었다.
“수라여제를 말하는 것이냐?”
“…맞아, 그 아이가 내 동생이야.”
그 말을 듣자 남자가 입꼬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후후, 한 가지 알려주지. 망자대제(亡者大帝)께서 깨어났으니 네 동생은 처절한 고통 속에 죽게 될 것이다! 하하하…….”
바로 이때,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남자의 바로 앞에 나타났을 때,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붉은 검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이를 본 엽현은 피할 생각도 없는 듯 그대로 검이 자신의 복부를 관통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남자.
그런데 이때, 남자의 얼굴에 만연하던 미소가 마치 물이 증발하듯 사라졌다.
엽현의 검이 어느새 그의 미간을 겨누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가만히 고개를 들자, 그곳엔 엽현이 악귀보다 더 악귀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도 한 가지 알려주지. 감히 내 동생을 건드린 죄! 너희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처절한 고통 속에 죽게 될 것이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진혼검이 남자의 미간을 꿰뚫었다.
푹… 푹… 푹… 푹…….
한 번… 두 번… 세 번…….
이미 남자의 얼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자되어 있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엽현은 지금의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다.
악귀들의 아우성 소리가 사방을 가득 메웠지만, 감히 덤비는 자는 없었다.
엽현이 들고 있는 진혼검이 두려웠던 것이다.
잠시 후, 진혼검에 난도질당한 붉은 옷의 남자는 완전히 소멸되어 사라졌다.
한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아천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붉은 옷의 남자는 충분히 자신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엽현이 해결해 버리자 도저히 믿을 수가 없던 것이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는가!
이때 엽현이 아천을 향해 외쳤다.
“먼저 돌아가 계시오. 나는 엽령을 찾아보겠소!”
“함께 돌아갑시다! 주인의 실력이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걱정돼서 그럴 수가 없소!”
말을 마친 엽현이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 봐도 악귀들만 우글우글할 뿐,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지?
“그럼, 함께 갑시다!”
아천의 말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가 더 편하오. 늦기 전에 어서 돌아가시오!”
엽현은 말을 마치자마자 한쪽 방향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가 완전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아천은 어쩔 수 없이 출구를 향해 신형을 날렸다. 당장 자신이 이곳에 있어 봐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걸 깨달은 것이다.
엽령조차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이곳에서 자신이 머릿수만 채운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엽현은 공명경에 몸을 숨긴 채 어둠 속을 이동하고 있었다.
[연천, 조금 전 상대는 어떻게 날 발견할 수 있었던 거지?] [왜냐하면 네가 있는 곳은 누군가의 역(域)이기 때문이다.]순간 엽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누군가의 역이라면, 이 지역은 모두 상대의 통제 안에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돼! 내가 코딱지만 한 검역을 만드는 것도 얼마나 힘이 드는 일인데!] [처음부터 말했지 않느냐. 위험한 곳이라고. 이제 알았으니 어서 이곳을 떠나도록 하거라. 지금이라면 아슬아슬하게 벗어날 수 있을 게다.]연천의 권유에 엽현이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령이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겠어?] [정말 떠나지 않을 셈이냐? 설령 그 아이가 위험에 빠진다 해도 네가 상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건방 떨지 말고 네 한 몸이나 돌보거라!] [아니야… 뭔가 불안해……. 이대로는 절대 떠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