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00
900화 내가 누굴까?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쩍 벌어지면서, 원승이 백 장 밖으로 튕겨 나갔다.
엽현은 천주검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보았다.
순간 강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흘러나가면서 주변의 공간을 일렁이게 만들었다.
이 모습을 본 원생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강해진 거지?”
엽현은 대답 대신 크게 숨을 들이켰다. 순간 체내에서 휘몰아치는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직 채 흡수하지 못한 성신의 힘이었다.
이 상황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완전하게 흡수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천천히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엽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여전히 쇠사슬에 갇혀 씨름하고 있는 장문수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엽현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를 본 원승이 황급히 신형을 날렸다. 만약 장문수가 진법을 빠져나온다면 상황은 자신들에게 크게 불리해질 것이 분명했다. 육대강자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그녀를 막을 이는 서영족에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원승이 달려드는 것을 본 엽현이 지체없이 검을 휘둘렀다.
일검무량(一劍無量)!
이는 ‘멸’자 자령을 덧입힌 일검무량이었다.
엽현의 검을 본 순간, 원승이 황급히 자신의 두 손바닥을 가지런히 포갰다. 그러자 반경 천장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영기가 순식간에 그의 손 안으로 몰려오더니 이내 투명한 방패를 응집해냈다.
쾅-!
검과 방패의 충돌에 천지가 크게 휘청였다. 두 사람은 동시에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 과정 중에 천주검이 한 줄기 검광이 되어 원승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원승이 흉흉한 표정을 지으며 정면으로 일권을 방출했다.
순간 그의 주먹 앞쪽에 영기가 집중된 권인(拳印)이 만들어졌다.
쾅-!
권인과 검광이 동시에 터져 나가는 이때였다.
엽현이 돌연 방향을 바꿔 장문수가 갇힌 곳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순식간에 지근거리에 도착한 엽현은 어느새 그의 손에 돌아온 천주검을 머리 위로 치켜들고 그대로 힘차게 내리쳤다.
이를 본 장문수가 보조를 맞춰 동시에 창을 뻗어냈다.
뇌광과 검광이 안팎에서 번뜩인 순간!
쾅-!
결국 붉은 쇠사슬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파괴되었다.
마침내 진법 안에서 빠져나오게 된 장문수.
“이봐, 여기 좀 맡아줘. 반 시진이면 충분해!”
장문수를 향해 소리친 엽현은 황급히 자리를 잡고 앉아 기운을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아, 귀찮은데…….”
“…….”
장문수는 못 들은 척하는 엽현을 뒤로 한 채, 원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더 해 볼 마음 있어?”
“…….”
원승이 침묵하는 이때, 그의 앞에 돌연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가 등장한 순간, 장문수의 눈도 가늘어졌다.
강하다!
그녀는 한눈에 상대가 자신의 아래가 아님을 알아차렸다.
이때, 정체불명의 남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서영족의 원기(元紀)라 하오. 선각자의 체면을 보아 그대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소. 만약 이쯤에서 물러나 준다면, 오늘은 엽현만 제거하고 떠나겠소.”
그 말에 장문수가 엽현을 돌아보았다.
“들었어? 너만 죽이고 우린 살려준대!”
순간 엽현의 안색이 거멓게 변했다.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지?!
엽현의 당황하는 모습을 본 장문수가 깔깔거리며 다시 원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우리 만유서원은 이미 수라국, 부문종과 연맹 관계가 되었다. 여기서 우리가 엽현을 포기한다면 우리는 나머지 두 세력에 협공을 당하게 되겠지? 그리고 서옥의 열쇠는 엽현이, 서옥은 만유서원이 차지하고 있다. 만약 너희가 엽현을 죽이고 열쇠를 획득한다면 다음 목표는 누가 되겠느냐? 말 못 하는 강아지에게 물어봐도 답은 뻔한 것 아닌가?”
“하하하, 굳이 서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지 않겠소?”
“싸우지 않는 방법이라면, 우리가 항복하고 너희에게 서옥을 두 손으로 바치는 걸 말하는 건가?”
“하하하! 소저께서는 총명한 사람이니 내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오. 그대들 만유서원은 더 이상 옛날의 그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오. 현재 그대들의 실력으로는 결국 만유서옥을 지켜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소?”
“흥, 만유서옥은 사부가 남긴 것이다. 설령 여기 있는 우리 전부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절대 넘길 수 없다!”
“…….”
잠시 침묵하며 장문수를 응시하던 원기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그렇게 나온다면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겠구려.”
원기가 엽현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자를 죽이기 위해 우리 서영족은 많은 준비를 했소.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니……. 오늘 반드시 죽여야겠소!”
음성이 떨어진 순간, 원기의 뒤편에 네 명의 흑의인이 나타났다.
검은 장포로 전신을 뒤덮고 있는 탓에 얼굴은 알아볼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장포 사이로 흘러나오는 강대한 기운은 매우 분명했다.
천기경!
넷 모두 장문수와 같은 경지였다. 물론 같은 천기경일지라도 강함과 약함은 나눌 수 있다.
그러나 눈앞의 네 사람의 기운은 장문수에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았다!
“제길……. 아주 작정하고 나왔구나.”
장문수의 입에서 처음으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영족이 진심으로 마음을 먹는다면 애당초 만유서원은 상대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하하, 소저! 엽현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 주시오!”
“…내가 참인대진을 사용하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큰소리치는 거지?”
장문수의 차가운 말투에 원기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가 진법을 사용한다면 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오. 하지만 내 장담컨대, 그대가 진법을 소모하는 순간 서영족이 전 병력을 이끌고 몰려들 것이오. 그렇게 되면 설령 여부자가 돌아온다 해도 만유서원은 사흘을 버티기 어려울 것인데……. 그래도 해 보겠소?”
장문수가 침묵하자 장내는 고요해졌다.
확실히 원기가 지적한 대로 선각자의 진법은 만유서원 최후의 패나 다름없었다. 즉, 소모하는 순간 그 패는 사라지고, 만유서원은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진법을 사용해야 할까?
대답은 분명한 ‘아니오’였다.
할 수 없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원기 같은 잔챙이를 상대로는 쓸 수 없었다. ‘서영족 최후의 강자’ 정도 된다면 모를까!
문제는 진법이 아니면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 장내에는 원기 이외에 하얀 장포를 입은 노인 넷과 검은 장포를 입은 신비인 넷이 있다. 전자는 모두 진법사들이고, 후자는 아직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운은 절대 장문수에 밀리지 않았다.
물론 일대일 상황이라면 걱정 없이 밀어붙이겠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이들을 물리친다고 하더라도 끝이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만유서원 주변에서 강대한 기운들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부는 서영족 무인들이었고, 일부는 정체를 알 수 없었다.
장문수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진퇴양난!
어떤 선택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때, 원기가 웃으며 그녀의 수고를 도왔다.
“출수!”
원기의 음성에 따라, 네 명의 진법사들 구결을 외우기 시작했다. 순간 천지가 크게 뒤흔들리더니, 이내 사방에서 엄청난 양의 영기가 파도처럼 몰려와 장문수 근처에 벽을 세웠다.
분명 장문수의 발을 묶어 두려는 속셈이었다.
이때 장문수의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가고 안색은 붉게 변했다.
이제껏 만유서원이 이런 수모를 겪은 일이 있었던가!
“으아아아아아악-!”
장문수가 괴성을 지르는 순간, 그녀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희미해졌다. 이와 동시에 무수한 뇌광들이 폭죽처럼 터졌고 뇌전으로 이루어진 수십 수백 개의 창들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서두르시오! 기껏해야 반 각밖에 버틸 수 없소!”
반각!
진법사 노인의 외침에 원기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
이때, 원기의 눈빛을 읽은 네 명의 흑의인이 엽현을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장문수와 맞먹는 네 명의 초고수들.
이때까지만 해도 장내 무인들은 엽현의 운명이 여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바로 이때, 엽현이 눈을 번쩍 뜸과 동시에 그의 미간 사이에서 검은 물체가 튀어 나왔다.
계옥탑!
쾅-!
벼락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엽현이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비록 네 무인의 공격을 계옥탑이 막아내긴 했지만, 그 충격은 엽현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던 것이다.
백 장 가까이를 뒷걸음질 치고서야 멈춰 선 엽현은 곧바로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냈다. 조금 전 충격으로 오장육부가 손상된 까닭이었다.
바로 이때, 네 명의 흑의인들이 지체없이 달려들었다.
순간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엽현은 입안에 황금색 단약 한 알을 털어 넣었다.
수미금단!
단약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순간, 강대한 힘이 전신으로 흘러들어왔다. 이때 엽현은 온몸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여기에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성신지력까지 더해지자,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던 엽현은 황급히 검을 휘둘렀다.
쉭-!
순간 엽현의 바로 앞 공간이 길게 찢어짐과 동시에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뒤늦게 도착한 흑의인들의 공격은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이때, 원기의 안색이 귀신을 본 듯 새파랗게 질렸다.
“사중차원……. 흩어져!”
원기의 음성이 울려 퍼진 순간, 한 줄기 검광이 한 흑의 노인 앞으로 날아들었다. 검광에 깃든 강대한 기운을 느낀 노인은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노인이 황급히 양손을 앞으로 모으자, 강대한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쾅-!
검광이 번뜩인 순간, 노인이 생성한 기운이 안개처럼 사라졌고, 이제 엽현의 검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상대의 목을 향했다.
서걱-!
노인의 머리와 몸이 피를 튀기며 분리되자, 한 줌의 영혼이 몸 밖으로 튀어 나왔다. 하지만 채 도망치기도 전에, 이번에는 진혼검이 날아와 영혼에 박혔다.
푹-!
찰나의 순간, 노인의 영혼은 말끔하게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남은 세 명의 흑의 노인들은 이미 백 장 밖으로 후퇴한 상황. 그들의 표정은 충격과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이때 원기가 불신 가득한 얼굴로 엽현을 향해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사기를 친 것이냐! 네가 어떻게 사중차원에 진입할 수 있었느냔 말이다!”
사중차원!
그의 말에 만유서원 밖에서 전투를 지켜보고 있던 자들조차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사중차원이라 함은 장문수는 고사하고 엽령 정도 되는 자라야만이 겨우 시도해 봄 직한 경지가 아닌가!
그런데 겨우 생사경밖에 되지 않은 엽현이 그것을 해냈다니.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농담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지나가는 개가 비웃을 만한 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던 것이다.
한편, 엽현은 천주검을 손에 쥔 채, 자리에 서 있었다.
무인들이 눈치채지 못한 사이 그의 안색은 창백해져 있었고, 소매 안에 숨겨둔 팔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사중차원은 원래 엽현에게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비록 수미지력을 이용해 억지로 진입하는 데는 성공 했지만, 그의 육신은 고스란히 대가를 치러야 했던 것이다.
이때 엽현은 마치 사지가 천 갈래로 끊어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코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적이 이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모든 것이 끝장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생명수를 들이키고 조금이 지나자 엽현의 안색은 조금 전보다 훨씬 나아졌다.
“왜 그렇게들 쳐다보지? 이런 건 예상하지 못했나?”
엽현이 득의양양한 모습에 원기는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이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거냐?”
이때 엽현이 갑자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의 진짜 신분을 알고 싶은가?”
진짜 신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