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02
902화 제압할 수가 없어
순간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선 무승남.
“그대들 서영족의 강자는 뭐 하느라 코빼기도 비추지 않소?”
“무 소저, 지금 이 정도 병력이 적다는 말이오?”
“시치미 뗄 것 없소. 처음부터 우리를 희생해 진법을 파훼하고 어부지리를 챙길 계획이었음을 내가 모를 것 같소?”
“무 소저, 그건 오해…….”
“반대로 이렇게 하는 건 어떻소? 그대들이 먼저 진법을 해결하시오. 그 후에 여부자가 나타나면 그땐 우리가 지원을 하겠소. 어떻소?”
“무 소저! 말이 지나치시오! 그 말은 곧 우리더러 앞장서서 죽으란 소리가 아니오!?”
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무승남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럼 우리가 너희를 위해 희생하는 건 당연한 거고?”
“…….”
“한 마디만 더 지껄여 보거라. 그땐 네 혓바닥을 뽑아버릴 테니.”
말을 마친 무승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장내를 떠나갔다.
바로 이때, 장문수를 상대하고 있던 흑의인 하나가 튕겨 나갔다. 그가 다시 중심을 잡으려는 순간, 날카롭게 날아온 창이 흑의인의 미간을 꿰뚫었다.
푸확-!
이를 본 고금 남자가 어두운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시선이 미친 곳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퇴각!”
퇴각!
서영족은 결국 만유서원과의 전면전은 피하기로 결정했다.
자신들만으로는 만유서원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이 정도 전력으로 엽현을 죽이지 못한 것은 분명 의외의 사건이었다.
장문수가 엽현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녀만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엽현을 죽이고도 남았을 것을!
이내 서영족 강자들은 하나둘 장내를 빠져나갔다. 장문수는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상태 역시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녀는 퇴각하는 서영족을 향해 표독스럽게 외쳤다.
“서영족! 오늘 일은 이 장문수가 반드시 되갚아 줄 것이다!”
“하하하! 우리 서영족은 언제든 그대의 방문을 환영하오!”
“…….”
구름 속에서 흘러나온 음성이 사라진 후, 장문수는 곧바로 엽현에게로 다가왔다. 엽현을 한 번 쳐다본 그녀는 갑자기 그를 들쳐 업고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잠시 후, 장문수가 엽현을 데리고 나타난 곳은 어느 밀실이었다. 먼저 엽현을 내려놓은 그녀는 손을 뻗어 엽현의 몸속에 있는 계옥탑을 빼냈다. 그리고는 자신만이 아는 공간에 탑을 봉인해 버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엽현이 의아해하는 찰나.
장문수가 말릴 틈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옷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상의… 하의… 그리고 은밀한 곳을 가리고 있던 속옥까지…….
눈 깜짝할 사이 알몸이 되어 버린 장문수.
순간 엽현은 너무 놀란 나머지 눈을 가릴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누님, 왜 이러셔요…….”
엽현은 작금의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갑자기 이런 으슥한(?) 곳으로 끌고 와서 옷을 벗는단 말인가?
이 미친 여자가 설마.
엽현은 본능적으로 장문수의 몸을 흘끔 쳐다보았다. 그 괴팍한 성격에 가려져 있긴 했지만, 확실히 그녀의 몸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깨끗하고 매끄러웠다.
특히나 전라의 모습이 된 지금은 더더욱.
꿀꺽.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킨 엽현이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흠, 흠……. 이봐. 그렇게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 엽현, 결코 쉬운 남자는 아니야. 알겠어? 그러니 날 자빠뜨릴 생각이걸랑 꿈도 꾸지 말란 말야…….”
하지만 말과는 반대로 주섬주섬 옷고름을 풀고 있는 엽현이었다.
이때 장문수가 두 눈을 감더니, 가볍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한 마디만 더 지껄였다간 눈깔을 파 버릴 줄 알아.”
“……!!”
순간 엽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옷은 자기가 먼저 벗어놓고 이제 와서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때 장문수가 한숨을 쉬며 운을 뗐다.
“일단 내 얘기 먼저 들어. 내 몸에는 고대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마족의 혈맥은 패도 하기로 유명하지. 당시 사부가 곁에 있었을 때는 그래도 통제가 가능했는데, 그가 사라지고 나서는 도무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럼 내버려 두면 되잖아? 꼭 제압을 해야만 해?”
그 말에 장문수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다.
“통제하지 않으면 언젠가 혈맥이 폭발해 죽을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내 실력으로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에 엽현은 장문수의 말이 이해가 됐다.
그녀의 처지는 아마도 엽현 자신과 비슷한 듯했다. 통제불능의 혈맥을 소유한 죄로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는 것 말이다.
사정을 파악한 엽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서, 결론은 음양합일(陰陽合一)을 하고 싶다? 이 말이지?”
순간 장문수의 주먹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퍽-!
꽥-!
고개가 크게 젖혀진 엽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장문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그거 말하는 거 아니었어?”
“…한마디만 더 하면 바로 잘라 버린다.”
장문수의 시선이 자신의 아랫도리로 향하자 엽현은 황급히 다리를 오므렸다.
“아니, 그럼 어쩌자고? 답답하니까 제대로 말 해봐!”
장문수가 화기를 누르며 대답했다.
“조금 전 전투에서 어쩔 수 없이 혈맥의 힘을 개방하고 말았다. 혈맥을 다시 원래대로 눌러 놓으려면 단 한 가지 방법뿐이다. 바로 내 것보다 강한 혈맥의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지.”
“그 말은… 내 혈맥이 네 것보다 강하다는 말이야?”
장문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혈맥의 내력이 어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내 것에 비해 강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내 혈맥도 한 번 발동되면 내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데?”
“그건 상관없어. 그냥 한 번 빌리기만 하는 거니까.”
엽현이 다시 무슨 말을 하려는 이때, 장문수의 몸이 순간 붉은 화염에 휩싸였다. 곧 그녀의 육신은 마치 정말로 타는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엽현은 이제야 장문수가 자신의 손으로 옷을 벗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벗지 않으면 잿더미로 변해버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나는 뭘 하면 되지?”
장문수가 대답 대신 그의 손을 붙잡았다. 순간, 엽현의 손목이 찢어지면서 그 선혈이 장문수의 손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쾅-!
엽현의 피가 장문수의 체내에 진입한 그 순간, 강대한 기운이 그녀의 체내에서 폭발했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엽현의 피를 흡수한 영향인 듯했다.
두 눈을 감은 장문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그만큼 엽현의 혈맥에 깃든 힘이 매우 강했던 것이다.
천하의 장문수도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강성한 기운!
한편, 엽현의 피가 장문수의 몸 안으로 들어가자, 위협을 느낀 마족혈맥이 맹렬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때, 엽현의 피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쾅-!
순식간에 엽현의 선혈이 장문수의 혈관 전체를 장악해 버렸다.
한편, 극심한 고통을 느낀 장문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봐, 괜찮아?”
“피! 더 많은 피가 필요해!”
장문수가 다급하게 외치자 엽현이 황급히 더 많은 피를 그녀에게 전달했다.
피가 빠져나갈수록 안색이 창백해져 갔지만, 엽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장문수의 혈맥을 제압하는 것이 우선이니까!
한편, 장문수의 몸 안으로 주입되는 혈액이 늘어나자, 마족혈맥이 갑자기 광폭하게 날뛰기 시작했다.
이건… 위험하다!
순간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고통에 장문수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갔다.
“이봐, 괜찮은 거지?”
장문수는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 뿐이었다.
“이봐, 아니면 다시 피를 회수할까?”
장문수가 이를 악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내 혈맥이 겁을 먹기 시작했어. 이대로 조금만 더 지나면……. 으윽…….”
이때 장문수의 몸은 한쪽은 붉고, 한쪽은 검은 상태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검은 부분이 붉은 부분을 잠식해 나갔다.
엽현의 혈맥지력이 마족혈맥을 조금씩 억누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장문수가 느끼는 고통도 더욱 커져갔다.
“으으으…….”
고통스러워하는 장문수를 본 엽현이 황급히 그녀의 입속에 생명수를 넣어 주었다. 생명수를 복용한 후, 장문수의 표정은 한결 나아졌다.
“어때, 효과가 있어?”
“으으으…….”
장문수는 대답 대신 엽현의 팔을 꽉 붙들었다.
엽현이 장문수의 떨림을 고스란히 느끼는 찰나였다.
쾅-!
순간 장문수의 체내에서 마족혈맥이 폭발을 일으켰다.
“이봐, 정신 차려! 어떻게 된 거야?”
“호들갑 떨지마…….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버틸 수 있겠어?”
장문수가 무어라 대답하려는 순간, 짙은 혈망(血芒)이 그녀의 몸 밖으로 새어 나왔다. 엽현의 혈맥이 반격하려는 것이리라. 마족혈맥에 이어 엽현의 혈맥마저 난동을 부리자 장문수의 얼굴은 다시 사색이 되었다.
“으아아악-!”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한 장문수가 엽현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네 혈맥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거냐! 괴물같이 강한 건 둘째 치고 이제는 아예 내 신지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지 않느냐!”
“나도 그게 무슨 혈맥인지 몰라!”
이 말은 사실이었다. 엽현은 여전히 자신의 혈맥에 대해 아는 바가 극히 적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매우 강력하다는 것.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스스로의 목숨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었다.
엽현은 우선 급한 대로 장문수를 침상에 올려놓았다. 그녀가 벌거벗고 있음을 인지한 그는 자신의 옷을 벗어 덮어 주었으나, 이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렸다.
엽현이 멍청하게 서 있는 이때, 장문수의 음성이 들려 왔다.
“뭘 그리 보고 있어. 내가 징그러워?”
엽현의 시선이 장문수의 얼굴로 향했다. 이때 그녀의 한쪽 눈은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다른 쪽 눈은 여전히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마족혈맥이 아직 완전하게 제압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이때 엽현이 부드럽게 대답했다.
“이런 절세가인을 두고 어떻게 징그럽다고 할 수 있겠어?”
“…그리고? 다른 생각은 없어?”
“음……. 물론 있지.”
엽현은 잠시 망설였지만, 사실대로 고백하고 말았다.
눈앞에 이런 미인을 두고 다른 생각을 품지 않는다면 그것은 남자가 아닐 것이다. 게다가 장문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 아닌가!
아무리 성격이 개차반이라 해도, 타고난 아름다움은 가려지지 않았다.
엽현의 대답을 들은 장문수는 아무 말 없이 엽현의 얼굴을 응시했다.
이에 엽현은 장문수를 안심시키고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오해하지마. 그런 상상을 했다고 해서 진짜로 무슨 짓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다만 신체 건강한 남아로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세상 그 어떤 남자도 너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앞에 두고 목석처럼 있을 순 없어. 다만 이 기회를 틈타서 네가 상상하는 일을 한다면 그건 정말 금수만도 못한 행동이겠지.”
이 말은 진심이었다. 다소 몰염치하고 때로는 풍류남아의 기질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런 엽현에게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은 존재했던 것이다.
엽현의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잔뜩 긴장해 있던 장문수의 몸이 조금씩 풀어졌다.
장문수의 몸에서는 점점 더 많은 혈망이 흘러나왔고, 엽현은 시시때때로 그녀의 입가에 생명수를 흘려주었다.
이렇게 대략 반 시진 가량이 지나자, 장문수의 마족혈맥은 서서히 안정을 되찾았다.
장문수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엽현에게서 받은 혈맥지력이 아직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것이다.
“이제 네 피를 다시 가져가.”
고개를 끄덕인 엽현이 장문수의 팔목을 잡고 가볍게 상처를 냈다. 그러자 그의 피가 서서히 몸 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때, 체내로 들어온 피가 돌연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엽현이 재빨리 진정시켜보려 했지만, 한 번 활성화 된 혈맥을 억누르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엽현에게 이상이 생긴 것을 감지한 장문수가 황급히 그의 몸 안에 자신의 현기를 주입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전혀 의미 없음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이때, 엽현이 얼굴을 일그러뜨림과 동시에 그의 몸이 붉게 달아올랐다.
곧이어 이어지는 발작 증세!
엽현의 혈맥이 매우 불안정해진 것을 알아차린 장문수가 재차 현기를 주입하려는데 엽현이 괴성을 지르며 짐승처럼 장문수를 덮쳤다. 장문수가 깜짝 놀라 반항해 보려 했지만, 그녀에게는 더 이상의 기운이 남아 있지 않았다.
다급한 마음에 장문수는 일단 엽현의 다리 사이에 달린 그것을 움켜쥐었다.
“더 이상 움직이면 터트린다!”
하지만 이 행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말았다.
장문수의 손길이 닿은 순간 엽현은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만 것이다!
찰나의 순간, 자신의 옷을 찢어발긴 엽현이 장문수를 향해 돌진했다.
마치 한 마리 짐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