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11
911화 위험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엽현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이 너무 남아돌아서 걱정되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지금은 여기 누워있단 말인가?
충전!
엽현의 머릿속에선 그녀가 마지막으로 했던 이 말이 계속 메아리쳤다.
어떻게 하는 거지?
벼락이라도 떨어뜨려야 하나?
엽현은 귀신에 홀린 듯 품 안을 더듬어 뇌전과 관련된 부적을 꺼내 들었다. 그가 부적을 찢는 순간, 한 줄기 뇌전이 9호의 몸을 직격했다.
쾅-!
벼락 맞은 생선처럼 팔딱거리는 9호.
하지만 이것도 잠시, 그녀는 도로 죽은 것처럼 축 늘어졌다.
이 모습을 본 엽현은 머리를 잡아 뜯으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충전… 충전……. 도대체 뭐지? 뭘 의미하는 거지?
한편, 엽현이 갑자기 여인에게 벼락을 꽂아 넣자 서영족 무인들은 심히 당황한 상태였다.
갑자기 왜 같은 편을 공격한단 말인가? 극도의 공포감에 정신이 미쳐 버린 걸까?
바로 이때, 영혼만 간신히 살아남은 원천이 소리쳤다.
“엽현, 그 여자의 정체가 무엇이냐?”
“흥! 재주껏 추측 해 보거라! 어차피 너희는 다 죽게 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유언장이나 써 두는 게 좋을 것이다!”
말을 마친 순간, 엽현은 9호를 안고서 이미 멀리 도망치고 있었다.
서영족 무인들은 이를 보고서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조금 전 9호의 말도 안 되는 무위를 보고 난 후, 발이 땅에 붙어버렸던 것이다.
원천의 육신을 단 일격에 부숴버린 여인!
마침내 엽현과 9호가 사라지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흘러나왔다.
“너희는 지금 당장 저 여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거라. 오유계에 있는 모든 자료를 뒤져서라도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이때 원천의 안색은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져 있었다.
혼자서 서영족을 거의 완파할 뻔한 여인.
그런 여인이 정말로 엽현의 편에 서 있다면 서영족의 미래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세상에 육대강자보다 더 강한 자가 존재했었던가?
혹시 우리가 은둔해 있었을 때 새로 등장한 인물일까?
원천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물음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 *
영계를 벗어나 달아나던 엽현은 추격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곧 죽은 듯 쓰러져 있는 9호를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
도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바로 이때, 계옥탑과의 교신이 다시 연결되면서 연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연천의 시선은 곧바로 9호에게로 향했다.
“기이하군.”
“연천, 그녀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겠어?”
“나도 그건 모르겠구나.”
“역시…….”
“참, 우선 영혼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으니, 그녀의 영혼을 먼저 깨워 보거라.”
영혼!
정신이 번쩍 든 엽현이 황급히 진혼검을 꺼내 들었다.
“소혼, 이 여자의 영혼과 접촉해 보거라.”
“문제없습니다, 주인.”
대화가 끝나자마자, 진혼검으로부터 한 줄기 빛이 9호에게로 흘러갔다.
잠시 후.
“주, 주인! 이 여자…….”
“호들갑 떨지 말고 말 해 보거라.”
“이 여자… 그러니까, 영혼이 없습니다!”
“뭐!?”
영혼이 없다!?
“무슨 그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잘못 본 것 아니냐?”
“몇 번이나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영혼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수가…….”
“영혼이 없다니, 이게 무슨 소리냐?”
연천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9호와 진혼검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모르겠어. 이 여자… 좀 특이한 것 같아.”
“인간도 아니고, 영혼도 없고, 현기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무공을 펼치는 거지?”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전기, 전기가 없다고 했어. 충전을 해달라고!”
“전기가 없다고?”
연천이 황당한 표정으로 9호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야, 나도 모르지…….”
말하는 엽현은 순간 원통하고 억울한 마음에 울컥했다.
9호에게 아무 문제도 없었더라면 오늘 서영족은 멸망했을 것이 아닌가?
아니, 9호가 깨어나면 서영족은 언제든 없애버릴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충전을 하느냐는 것이었다!
“뇌전을 사용해 보았느냐?”
“벌써 해 봤지. 아무 소용없었어.”
이때부터 엽현은 바닥에 주저앉아 어떻게 충전할 것인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딱히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눈앞에 죽은 것 마냥 축 늘어져 있는 9호.
영혼도 없고, 호흡도 없으니, 기괴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9호가 죽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런 강자가 갑자기 졸도해 죽었다는 가정은 누가 봐도 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충전.
전기가 없다고 한 것으로 보아 벼락과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그것을 9호에게 주입할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내가 그녀를 데려가서 연구를 해 보마.”
“그렇게 해 준다면 나야 고맙지.”
“참, 그리고 네 검… 곧 새로운 경지에 진입할 것 같구나.”
연천의 말에 엽현이 진혼검을 바라보았다.
[헤헤, 주인. 저를 위해 호법을 서 주실 수 있겠습니까?]“물론이지!”
[다만 천지의 영기를 빨아들여야 하니 계옥탑에서 할 수는 없습니다.]“음… 그렇다면 부문종으로 돌아가자!”
아직 서영족의 영역을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니었기에, 엽현은 만약을 위해 일단 부문종으로 복귀하기로 했다.
부문종으로 돌아온 엽현은 곧장 뒤편에 있는 산으로 향했다.
절벽을 향해 바로 선 엽현.
이때 진혼검이 몸을 부르르 떨더니, 엄청난 양의 영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진혼검을 바라보는 엽현의 얼굴은 매우 상기 된 상태였다. 지금도 충분히 강한 진혼검인데 이보다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면 어떻게 변할까?
지금은 알 수 없었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엽령의 수라척에 뒤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그렇게 한 시진 가량이 흐르는 동안, 부문종 주변의 영기는 모두 진혼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부터 진혼검은 몸을 떨며 강대한 영혼지력을 주변으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여인의 비명 같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한 줄기 영혼지력이 구름을 뚫고 성공을 향해 솟구쳤다.
이때, 부문종에 있던 모든 무인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쳐나왔다.
검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그들의 영혼이 갑자기 들끓기 시작했던 것이다!
엽현 역시 자신의 영혼이 불안정하게 변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진혼검의 영향이 분명했다.
잠시 후, 진혼검이 이번에는 유성과 같이 긴 꼬리를 만들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구름 위에 도착한 진혼검은 돌연 한 줄기 검은 검광으로 변해 미친 듯 하늘을 누비기 시작했다.
이를 본 엽현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진혼검이 기뻐하는 것이 그에게까지 느껴졌던 것이다.
진혼검과 천주검.
엽현이 지금의 경지에 도달하기까지 그의 곁을 든든히 지켜 주었던 것은 바로 이 두 자루 검이었다.
예전의 그에게 있어 검이란 그저 살인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물론 그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검은 친구이자 애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검수에게 검이란 곧 목숨이 아니겠는가!
이때 엽현의 감정을 느낀 진혼검이 빠르게 그를 향해 내려왔다.
[주인! 진화에 성공했습니다!]“하하하, 잘 됐구나! 지금의 경지는 어디쯤인 게냐?”
[저도 잘 모릅니다.]“음? 연천, 소혼의 경지를 알아봐 줄 수 있겠어?”
잠시 후, 연천의 음성이 계옥탑에서 흘러나왔다.
[지금 소혼의 경지는 수라척이나 천도와 같은 천도계(天道階)다. 천주검 역시 이에 속하지.]“그렇게 말하니 감이 오지 않는군. 천도계 다음 경지는 뭐야?”
[천도계 다음은 범계(凡階) 초입이다.]“초입? 범계면 범계지 초입은 뭐야?”
[말 그대로 진정한 범계가 되기 전 단계라는 뜻이다. 진정한 범계의 예를 들자면 탑의 세 검을 꼽을 수 있다. 이 세 자루 검이야 말로 현존하는 최고의 경지인 범계에 있다 할 수 있지.]“흠… 그렇군. 참, 말이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물어보자. 나는 왜 천녀의 검을 사용할 수 없는 거지?”
엽현은 천녀의 검을 사용해 보려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끼곤 했다.
그건 마치, 자신이 검의 위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때 연천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는 범검이 왜 강한 줄 아느냐? 이는 검 자체의 경지가 높은 탓도 있지만, 결국은 주인의 강함에 달려있다. 네가 그 검의 위력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너의 검도 조예가 그녀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지. 결과적으로 그 검은 네 손에 있을 때 천주검이나 진혼검만도 못한 것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느냐?]설명을 들은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렇게 된 것이었군.”
[좋은 검에 목을 매달 필요는 없다. 먼 훗날, 네가 그녀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면 너의 검 역시 범검으로 진화하게 될 테니까. 사실 그 정도 강자가 사용한다면 한낱 나뭇가지라도 천하제일의 검으로 변하지 않겠느냐?]엽현은 연천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검이 아닌 검수였던 것이다.
바로 이때, 엽현의 눈앞의 공간이 갑자기 일렁이더니, 그의 표정이 크게 변했다.
[왜 그러느냐?]“만유서원에서 연락이 왔어. 장문수가 곧 경지를 돌파할 거라는군.”
[좋은 소식이로구나.]“물론 그렇지. 하지만…….”
말을 하던 엽현의 안색이 점점 굳어갔다.
“장문수의 현재 경지는 육대강자들 바로 밑이라 할 수 있어. 그런 그녀가 경지를 돌파한다는 것은…… 그녀가 위험해. 서영족이 결코 두고 보고 있지 않을 거야!”
장문수가 위험해!
엽현은 직감적으로 장문수가 위험하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유서옥을 차지하고자 하는 서영족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다름 아닌 장문수였다. 그런 그녀가 경지를 뚫으려 한다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서영족이 아니었다.
엽현은 곧장 만유서원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틀었다. 그러나 이때, 그가 뭔가 떠오른 듯 돌연 발걸음을 멈췄다.
“왜?”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엽현.
이를 본 연천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 무언가 음흉한 일을 꾸미고 있는 게 틀림없던 것이다.
* * *
서영족.
어느 텅 빈 대전 안, 장내에는 오직 원천만이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때 그의 몸은 여전히 영혼체인 상태였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노인 하나가 대전 안으로 들어와 그에게 예를 차린다.
“보고 드립니다. 알아보니, 그녀가 가장 처음 나타난 곳은 어느 비경이었습니다. 그 곁에 엽현이 있었다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정보는 없습니다.”
“비경이라니?”
“무국 강자가 우연히 발견한 구역으로, 아주 오래전 무적종이라는 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합니다. 당시 그들은 오유계 전체를 호령할 만큼 강성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룻밤 만에 멸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천이 흥미가 가는 듯, 가볍게 눈썹을 치켜세웠다.
“그래서, 그 여인은 무적종 사람이라는 게냐?”
“그것은 알지 못합니다.”
“그것참 희한한 일…….”
바로 이때, 말을 하던 원천이 돌연 대전 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웬 청년 남자 하나가 서 있었다.
남자를 본 순간 원천의 두 눈이 가늘게 변했다. 상대의 기척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