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14
914화 드디어
이를 보자 장내의 모든 무인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이것으로 끝이란 말인가!
바로 이때, 전투 중이던 엽령이 돌연 들고 있던 수라척을 천령화를 향해 내던졌다.
쾅-!
거대한 불꽃이 사방으로 튀자, 만유서원의 하늘이 일순 암흑으로 변했다.
이에 원천이 두 사람을 맞아 싸우고 있는 엽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과연 육대강자 중 하나인 수라여제였다.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원천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옥라연 등이 버티는 것도 점점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살(殺)!”
그의 입에서 짧은 명령이 터져 나오자, 그의 뒤편에 있던 하얀 회오리에서 영기가 흘러나와 천령화에게로 주입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천령화의 불꽃이 다시 원래 모습을 회복함과 동시에 수라척이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자유를 되찾은 천령화가 재차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원천의 시선이 임소서에게로 향했다. 그는 궁지에 몰린 임소서가 진법을 사용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서영족은 더 이상 두려워할 것이 없게 될 테니까.
한편, 예상대로 임소서는 매우 괴로운 상황이었다.
부문종은 이미 가져온 패를 다 사용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만유서원이 스스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리고 만유서원에 남아 있는 유일한 패는 다름 아닌 선각자의 진법뿐.
정녕 사용할 수밖에 없는가?
임소서는 고지식한 자는 아니었다. 만약 정말로 다른 방법이 없다면 주저 없이 최후의 무기를 꺼내 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만약 이렇게 만유서원이 멸망해 버린다면 진법이 남아봐야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곧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미 천령화가 그들의 머리 바로 위까지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임소서가 입술을 깨문 채, 손을 번쩍 드는 순간, 갑자기 웬 노인 하나가 매우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원천 앞에 나타났다.
“대존,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더냐?”
“엽현이란 놈이 수라기병을 이끌고 와서 서영족을 학살하고 있습니다!”
“원령과 원경은 뭐 하고 있느냐!”
“두 사람은… 모두 죽었습니다!”
노인이 덜덜 떨며 대답하자, 원천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단 말이냐? 혹시 9호라는 여인이라도 나타났단 말이냐?”
“아닙니다! 어디서 나온 자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엽현은 십여 명의 천기경 강자들을 대동해 왔습니다. 여기에 수라기병과 수라사위들까지 더해지지, 저희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천이 돌연 만유서원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이때 그의 표정은 귀신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엽현의 작전이 성공한 까닭은 단순했다. 그것은 애당초 원천이 서영족의 대부분의 강자를 이곳에 이끌고 왔기 때문이었다.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주변에 매복해 있는 서영족 강자들.
이들의 목적은 바로 아직 나타나지 않은 여부자, 그리고 나머지 교존들을 견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출현하지 않았고, 오히려 빈집이나 다름없는 영계를 엽현에게 털려버린 셈이 된 것이다.
“대천존, 회군하시겠습니까?”
“멍청한 놈! 지금 돌아가면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는다는 걸 모르느냐!”
언성을 높인 원천이 오른손을 가볍게 아래쪽으로 내리눌렀다.
순간 허공에 멈춰 있던 천령화가 다시 아래로 이동하면서, 만유서원의 건축물들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죽여라!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원천의 성난 음성과 함께 하얀 회오리 안에서 이십여 명의 무인들이 튀어 나왔다.
최소 천기경 절정의 고수들이었다.
이를 본 순간, 아래쪽의 임소서가 황급히 소리쳤다.
“진법을…….”
하지만 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갑자기 어디선가 하얀 막대기 하나가 날아와 천령화의 전진을 막았던 것이다.
장천척(丈天尺)!
모두가 당황하며 손을 멈춘 순간, 임소서가 돌연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뿐만 아니라, 장내 모든 만유서원 강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여부자의 등장!
원천이 갑자기 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만유서원과 이어져 있는 산길, 웬 나귀를 탄 여인 하나가 한 손에는 고서 한 권을 든 채 나타났다. 이때 그녀는 책을 읽는 대신 주변을 연신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부자, 결국 나타났는가!
여부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원천.
그의 표정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현존하는 무인 중 선각자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을 받는 여부자였다. 선각자에게 무릎을 꿇었던 서영족으로서는 단연 경계 일 순위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한편,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며 다가오는 여부자의 눈동자에는 잔잔한 파문이 일었다. 지난 일을 회상하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내 여부자를 태운 나귀가 서원 안에 발을 디뎠다. 그러자 만유서원의 모든 강자들이 일제히 포권을 취해 예를 차렸다.
그들의 표정에는 환희와 함께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임소서 또한 그녀 앞에선 존경을 담아 예를 차렸다.
“오셨구려!”
여부자가 임소서를 발견하고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소서, 이게 얼마 만이오?”
“그러게 말이오. 그대는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질 않았구려!”
대답 없이 가볍게 웃은 여부자는 곧 장문수가 위치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문수가 경지를 돌파하려는 것이오?”
“그렇소.”
임소서의 말에 여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필시 어떤 기연이라도 얻었나 보구려.”
여부자는 곧 장내 무인들을 한 명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있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구려.”
이에 임소서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류 교존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오. 그 외에 진 교존, 장 교존 그리고 소 교존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 같소.”
여부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중으로 시선을 옮겼다.
마침내 원천과 여부자가 처음으로 눈을 마주쳤다.
순간 원천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
여부자와 만나는 상황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지만, 실제 마주하게 되니 긴장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서영족?”
“그렇다!”
원천이 대답하자 여부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시 선생께서 자비를 베풀어 준 걸로 아는데 그래도 불만이 있었는가?”
“흥! 죄인처럼 구차하게 연명하는 것 말인가? 너라면 불만이 없을 수 있겠느냐?”
“그렇군… 애당초 남겨 두셨으면 안 됐을 것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여부자의 손이 부드럽게 허공을 휘저었다.
그 순간, 공중에 떠 있던 장천척이 천령화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콰쾅!
순식간에 튕겨 나가 버린 천령화.
바로 이때, 원천 뒤에 있던 회오리가 돌연 맹렬히 회전하면서, 엄청난 양의 영기가 천령화를 향해 흘러 들어갔다.
쾅-!
영기를 흡수한 천령화는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불꽃을 만들어내더니, 이내 아래쪽의 여부자를 향해 벼락처럼 날아갔다.
이를 본 여부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뻗자, 장천척이 고무줄처럼 그녀의 손에 빨려 들어갔다. 순간, 공중으로 솟구친 여부자가 장천척을 횡으로 그었다.
쾅-!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히 타오를 것만 같았던 화염이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를 보자 원천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엎친데 덕친 격으로 장문수의 기운은 조금 전보다 훨씬 강해져 있는 상태였다.
원천이 빠르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이때, 그의 곁에 있던 노인이 떨리는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 엽현이… 우리 서영족의 보고를 죄다 털고 있답니다!”
“뭐라고!? 놈이 도둑질을 하고 있단 말이냐?”
원천이 당황한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보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대부분의 보고가 털렸다고 합니다. 만약 이대로 돌아가지 않으면…….”
원천이 난처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때, 여부자가 싱긋 웃으며 손을 가볍게 뿌리쳤다.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장천척이 수백 장 밖에서 엽령과 싸우고 있던 옥라연을 향해 빛과 같이 날아갔다.
쾅-!
그대로 멀리 튕겨 나간 옥라연.
한편, 옥라연이 이탈한 순간, 엽령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옥라연과 함께 엽령을 압박하고 있던 무인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채 몇 장 벗어나기도 전, 수라척이 그의 미간을 꿰뚫었다.
푹-!
무인이 비명 소리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사이, 옥라연은 이미 원천의 뒤편으로 도망친 상태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나온 듯한 옥라연의 표정.
수만 년이 지난 후의 오유계는 그의 상상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았다.
이때 원천이 엽령과 여부자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결국 결단을 내렸다.
“복귀!”
원천이 막 돌아서서 떠나려는 이때, 엽령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녀가 막 원천에게 가까이 도착하려는 순간, 갑자기 그녀 앞에 나타난 왜소한 노인이 엽령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엽령 역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수라척을 깊게 찔러 넣었다.
쾅-!
하늘이 뒤흔들리는 폭음과 함께 엽령이 원래 있던 자리까지 밀려났다.
반면 노인은 원래 자리에서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엽령이 미간을 찌푸리는 이때, 노인이 엽령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수라국에 너 같은 강자가 있었다니…….”
짧은 한마디를 남긴 노인이 돌아서서 자리를 떠나갔다.
이에 엽령이 뒤쫓으려 하자,
“여제!”
여부자의 외침에 엽령이 멈춰 서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조금 전 그 노인은 원전(元战)이라 하오. 우리 둘이 나선다 해도 반보윤회경(半步輪迴境)에 이른 그를 붙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오.”
“할 수 없다고?”
엽령이 불만 어린 시선으로 묻자 여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왜냐하면…….”
여부자가 하늘의 한 곳을 응시했다.
“그와 같은 자가 둘이나 더 있었기 때문이오.”
“…….”
“당시 선생께서 자비를 베푼 것이 이런 화근을 낳을 줄이야……. 참으로 아쉽구려.”
엽령은 심성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라버니에게 소식을 전했소?”
“그렇소. 사조께서는 이미 그곳을 빠져나가고 있을 것이오.”
그 말에 엽령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돌아섰다.
바로 이때였다.
“여제, 잠깐 기다리시오!”
여부자가 외침에 엽령이 뒤로 돌아섰다. 그러자 여부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 함께 있는 편이 방어에 수월하지 않겠소?”
“…오빠를 찾으러 가야 하오.”
오빠?
여부자가 무어라 더 묻기도 전, 엽령은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여부자가 의아한 눈으로 심성하를 바라보았다.
“수라여제에게 오빠가 있었소?”
“하하, 그렇소. 그는 우리 부문종의 사조이기도 하오.”
“사조? 그렇다면 그대들 조사의…….”
“그렇소!”
여부자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심성하가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그럼 서영족은 모두 물러난 것 같으니, 일단 우리도 돌아가 보도록 하겠소!”
여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도움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리오. 우리 만유서원은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오.”
“허허, 그런 말씀 할 것 없소. 그대들과 우리 부문종은 한배를 탄 몸이니 서로 돕는 것이 당연한 것이오.”
그 말에 여부자가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오래된 책 한 권이 심성하를 향해 날아갔다.
“내 사부께서 내게 남겨 준 물건이오. 아마 그대들에게 매우 유용할 것이오.”
표지를 훑어본 심성하는 깜짝 놀라 책을 놓칠 뻔했다. 다만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는 가볍게 예를 차렸다.
“고맙소, 여 존사!”
“하하, 그럼 살펴 가시오. 조만간 부문종에 한 번 들르리다.”
“그대라면 언제든 환영이오. 그럼, 우리는 이만!”
말을 마친 심성하는 다른 부문종 강자들과 순식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어수선했던 장내가 고요해지고, 여부자는 고개를 돌려 장문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제 거의 다 되어 가는가…….”
바로 이때였다.
쾅-!
장문수가 있던 장원 전체가 쩍 갈라지면서, 한 줄기 강대한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