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41
941화 다다익선 아닙니까?
사인경(死人經)!?
“일종의 공법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위력은 어느 정도나….”
엽현이 주저하며 묻자 흑의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다르겠지. 그것이 선각자라면 크게 위협적이지 못하겠지만, 이곳의 이수와 상대할 때라면 충분히 대단한 위력을 낼 수 있다.”
“이수들에게도 통할만한 위력이란 말입니까?”
“물론이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엽현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렇게나 대단하다니!”
“하하, 이제 내가 질문하마. 사기(死氣)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음… 제가 알기론 인간의 몸에는 생기가 존재하는데, 죽을 때가 되면 이것이 사기로 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추 비슷하게 맞췄다. 사인경은 바로 그 사기를 수련하는 것이다. 조금 전 사인경이 너와 어울린다고 말한 것은 바로 네 체질 때문이었다. 만약 평범한 무인이 이 사인경을 익힌다면 사기를 감당하지 못해 녹아버리겠지만, 네 신체는 그것을 견딜 정도로 단단하니 충분히 익힐만 할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육신은 그 자체로 검이라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체내에 검의와 검기가 가득하니, 사기라 할지라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
“검체라… 꽤나 흥미롭구나. 네 몸이 그리된 것 또한 인과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겠지. 자, 이제 시작하자꾸나.”
“저, 그 사인경이란 건 단순히 사기만을 다루는 것입니까?”
“하하, 조급해하지 말거라. 때가 되면 이 공법의 오묘한 이치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친 남자가 손을 들어 엽현을 가리켰다.
그 순간, 검은빛 한 줄기가 엽현의 미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때 엽현의 몸이 부르르 떨림과 동시에 무수한 정보가 머릿속에 입력되기 시작했다.
사인경!
시간이 지날수록 엽현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갔다.
허나 그 와중에 다소 흥분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 * *
영생지 입구.
엽현이 영생지로 들어간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건만 아직까지 이곳을 떠난 무인은 없었다. 서영족과 원천을 포함한 무적종은 물론, 엽령 등 역시 꼿꼿한 자세로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으로 전투를 치른 이후, 양측 진형은 더 이상 서로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싸워 봐야 서로 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엽령은 영생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엽현이 떠난 지 엿새가 지났지만, 음식은 커녕 물 한 모금조차 넘기지 않은 것이다.
엽현이 돌아오겠다고 약속한 열흘도 이제 고작 사흘이 남았을 뿐이다.
만약 그 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엽령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영생지 안으로 들어갈 작정이었다.
마찬가지로 원천 등 역시 열흘까지는 반드시 자리를 지킬 생각이었다. 만약 그 시간이 지나도 엽현이 나오지 않으면 죽은 것으로 간주해도 좋으리라.
하지만 만약 엽현이 살아서 돌아온다면…….
원천은 이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원전 같은 강자조차 단숨에 살해되었다. 그런 곳에서 엽현이 살아나올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엽현이 죽었다는 것을.
모두가 숨죽이고 영생문을 바라보는 이때, 장문수가 곁에 있던 여부자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너는 하나도 걱정이 안 되는 표정이다?”
“후후, 그런 걱정은 뭐 하러 해?”
“지금도 봐봐, 반드시 살아 돌아온다고 확신하는 말투잖아.”
여부자가 영생문을 응시하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우선 지켜보기나 하자.”
“만약 죽었으며?”
“흠… 안 죽어.”
이 말을 끝으로 여부자가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이런 여부자를 잠시 바라보던 장문수는 결국 영생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과연 여부자의 말대로 살아서 나올 수 있을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아무나 들락날락할 수 있는 곳이라면 삼대 금역이라는 이름을 붙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자고이래로 이곳에 들어갔다가 살아 나온 자가 선각자 하나뿐이라는 것이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진독고 역시 살아 나오긴 했지만, 입구 앞에서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것이 전부이니 들어갔다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그 입구에 잠시 서 있던 것만으로 육신이 박살 나서 돌아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곳에서 엽현이 살아나올 수 있을까?
이는 장내 모든 무인들이 품고 있는 의문이었다.
* * *
영생지, 한 대전 안.
이때 가부좌를 하고 앉은 엽현의 몸에서는 농도 짙은 사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인경.
이 사인경의 가장 두려운 점은 바로 불사의 몸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사기를 이용해 몸을 불사지체로 만드는 것은 예전에 구층 존재가 말했던 불후지신(不朽之身)보다 한 단계 높은 개념이라 할 수 있었다.
불후가 육신이 파괴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라면, 불사는 말 그대로 죽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가!
물론 세상에 정말로 죽지 않는 자는 없다. 여기서 말하는 불사란, 일정 시간 동안 육신을 강제로 ‘죽음’ 상태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시전자는 그야말로 만독불침의 몸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몸은 상대의 힘이 시전자의 사기를 압도할 정도로 강력하지 않는 한 결코 깨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사인경을 익히고 나면 육신이 천지에 널려있는 사기를 자동으로 흡수한다. 주목할 점은 사람이 죽은 적이 있는 곳엔 반드시 사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숨만 쉬고 있어도 육신이 스스로 강해진다는 것!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死氣)라는 새로운 기운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이었다.
이때 흑의인이 엽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가 활동하던 시절에는 세상 모든 종류의 기를 열거해 놓은 기방(氣榜)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중 으뜸인 것은 바로 조기(祖氣)라는 것으로 이 우주의 시작과 함께 탄생한 최초의 기운이다. 우주에서 태어나 우주의 기운을 머금고 자랐으니 다른 기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그다음으로는 영생지기(永生之氣)라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이 기운은 어떤 검 안에 감춰져 있는데, 이 검을 소유한 자는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조기에 대해서는 들어만 보았을 뿐 확신하지 못하지만, 영생지기는 확실히 존재한다.”
“영생지기?”
엽현이 다소 기묘한 표정으로 흑의인을 바라보았다.
“혹시 방금 말한 검이 영생검은 아니겠지요?”
“바로 그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한무기(寒武紀) 시대에…….”
이때 흑의인이 잠시 말을 끊고 엽현을 바라보았다.
“한무기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느냐?”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처음 듣습니다.”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한무기는 백악기보다 훨씬 앞서 있었던 미지의 시대였으니까. 한무기가 끝나게 된 것은 아마 오유겁과 관련 있으리라 여겨진다. 어쨌든 나는 우연한 기회에 그 시대에 관한 잡다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죽을 때까지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던 불패아라(不敗阿羅)라든지…”
“불패아라?”
“그렇다. 당시 사람들은 한무기를 재패했던 그녀를 이렇게 형용했지.”
“어떻게 말입니까?”
“불패아라, 태어나기를 무적으로 태어난 여인!”
태어날 때부터 이미 무적이었다!?
“…….”
엽현은 조금 과장이라 느꼈지만, 그가 어떻게 생각하든 흑의인은 말을 이어 나갔다.
“영생검은 바로 그녀가 사용하던 검이었다. 야사에 따르면 그녀는 영생검과 함께 가까스로 오유겁을 버텨낼 수 있었다고 하지. 즉, 오유겁이 지났을 때 살아남은 유일한 인간이 바로 불패아라였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 후로도 영생검과 함께 계속해서 살아갔다고 한다. 다만 정말로 영생을 얻었는지 어쨌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흠…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저는 이곳이 영생지라 알고 들어 왔는데, 실상은 이수경의 안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엽현의 질문에 흑의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수경을 창조한 것은 어느 기인이라는 것을 너도 알 것이다. 그러나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수경을 만들었는지 아느냐?”
“모릅니다.”
“바로 영생지라는 땅을 이용했다. 즉, 영생지는 이곳이 이수경이 되기 이전의 지명인 것이다.”
“이곳이 영생지라면 여기 어딘가에 영생검도 있겠군요!”
“거기까진 나도 알지 못한다.”
이때 엽현이 뭔가 떠오른 듯 근처에 있던 소범을 흘낏 바라보았다.
“혹시 저 아이에 대해 뭔가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천맥자라는 신분 외에 말입니다.”
“흠… 모른다.”
“그렇군요….”
“그러나, 한 가지 유일하게 아는 것이 있다면, 이 땅에 가장 먼저 존재했던 것이 바로 저 아이라는 사실이지. 심지어 이수경보다 더 오래전에.”
“이수경보다 더 예전에 이미 이곳에 살고 있었단 말입니까?”
엽현이 깜짝 놀라서 묻자 흑의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그 이상을 알려거든 이수경을 찾아 가 봐야 할 것이다. 참,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이수경과 적이 되는 것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어째서 말입니까?”
“간단하다, 그녀가 이곳에서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천맥자를 제외하고는 이곳에서 널 지켜 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설령 나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 말에 엽현의 눈썹이 꿈틀댔다.
“그 정도란 말입니까?”
“후후, 네가 아직 그녀의 전성기를 경험해 보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봉인에서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만 더 실력을 회복한다면 그녀의 무서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되면 이곳의 모든 이수들이 그녀의 명령에 따르게 된다. 그때가 되어서도 이수경에게 대항할 수 있겠느냐?”
모든 이수들이 그녀의 명령을 따른다고?
엽현은 하마터면 자리에서 펄쩍 뛸 뻔했다.
지금 실력으로는 이수 한 마리도 버거운데, 몽땅 몰려온다면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엽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가 싸우고 싶지 않다고 해도 이수경이 절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결국 이곳에 오기 전에 현와와 손을 잡고 이수경에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현와…….”
흑의인이 다소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아는 그녀는 네가 강할 땐 최고의 친구가 되어 주지만,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세상에서 가장 차가운 적으로 돌변할 것이다.”
그 말을 가만히 곱씹어 보던 엽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흑의인의 말은 전혀 틀린 것이 없었다. 실력이 없으면 어제의 동지도 적으로 돌변할 것이고, 실력이 있다면 심지어 적마저 아군으로 돌아서는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실력이 전부다!
“이놈아, 자꾸 딴 데로 새지 말고 잘 들어라!”
“아니 그건 제 잘못이…….”
“흠!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생지기 다음으로는 음과 양 두 개의 기운이 있다. 여기서 양은 곧 생기를 의미하고, 음기는 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짐작하다시피 이 두 기운은 서로 상극이며, 타고나는 것이 아닌 수련을 통해 획득하는 것이다.”
말을 마친 흑의인이 잠시 엽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흠… 너 정도 자질이면 사기를 익힐 준비가 된 것 같구나. 만약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온다면 괜찮은 장비 하나를 선물 해 주마.”
“장비!”
순간 엽현의 눈이 번뜩였다.
“무슨 장비 말입니까?”
“하하하! 일단 불사지체를 만들어 놓고 얘기해 보도록 하자!”
“좋습니다!”
장비란 말에 엽현은 매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그에 눈에 비친 흑의인은 절대 평범한 무인이 아니다. 그런 무인이 선사하는 장비가 어디 보통 물건이겠는가!
이때, 엽현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하고 지나갔다.
[구층에 사시는 형님, 혹시 쓰다 남은 보물 같은 거 없소?] [뭐, 뭐? 이제는 내 물건까지 넘보는 것이냐?] [하하, 아니 그냥 한 번 물어보는 것이오. 그런데… 정말로 뭔가 있긴 있나 본데?] [훠이- 이놈아, 어딜 넘볼 걸 넘봐야지! 게다가 넌 이미 많이 갖고 있지 않느냐?] [이런 말 못 들어봤소?] [다다익선(多多益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