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난 이미 제명되어 있었다
창목학원을 다 죽여버리겠다고?
엽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새 엽현 옆으로 다가온 묵운기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엽 강도, 진짜로 반격할 셈이야!?”
“그래 맞아!”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묵운기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엽 강도, 그 일은 우리에겐 조금 힘들어 보이는데?”
“힘들어 보여!”
백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이에 엽현이 두 사람을 바라봤다.
“확실히 우리가 열세인 것은 맞아. 하지만 우리가 치지 않는다 해도 저들이 과연 우리를 내버려 둘까?”
엽현의 말에 묵운기와 백택이 침묵했다.
창목학원이 창란학원을 멸망시키고자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 두 학원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만약 창란학원이 이쯤에서 용서를 구한다 하더라도, 창목학원은 결코 창란학원을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묵운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하자!”
엽현이 기 원장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모두 일단 학원으로 돌아가자!”
기 원장의 말에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장내에 취선루 구 루주와 강월천이 나타났다. 강월천이 엽현을 보자 반갑게 웃으며 말했다.
“엽 공자, 다시 보게 되는군!”
엽현이 강월천을 향해 예를 올리며 말했다.
“암중에서 도움을 주셔서 두 분께 무어라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엽현이 고개를 감사를 표하자 구 루주와 강월천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들이 이번에 엽현을 도와준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엽현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들의 편에 서게 하려 함이었다.
구 루주가 웃었다.
“모두 황성으로 돌아가야 하니, 모두 취선루의 운선에 오르십시다. 운선이 이미 준비 되어있습니다.”
엽현이 구 루주에게 포권을 취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감사합니다, 구 루주!”
“하하하!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네!”
구 루주의 인도하에 그들은 곧 황성으로 가는 운선에 올랐다.
이때,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척발언이었다.
그녀의 옆에 있던 노인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저국이 이번 일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우리 측 역시 수많은 천재들을 잃었을 것입니다.”
그러자 그의 곁에 있던 노부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 아이들은 하나같이 약한 자가 없습니다. 특히 엽현… 저 놈은 이미 신합경(神合境) 경지의 무인과도 대적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노부인이 무언가 생각난 듯 갑자기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저 아이는 당시 창목학원에 입학하길 원했는데, 창목학원 측에서 문전박대를 했다 합니다. 저런 기재를 오히려 적인 창란학원에 넘겨주다니… 창목학원엔 모두 멍청이들만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창목학원의 원장과 장로들은 모두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겝니다.”
“꽃은 한 번 피면 지기 마련이지.”
척발언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운제국은 이미 부패했고 산상세력이 여기저기 난무하고 있다. 주변의 나라들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으니… 이 청주에 평안할 날이 없겠구나…….”
노부인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에 우리는 무인들을 잃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저 엽현이란 아이가 우리 저국 사람이었다면… 후…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대가 보기에 엽현이란 자가 강국에 대한 충성심이 깊은 것 같은가?”
노부인이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전하는 아마 모르실 것인데, 얼마 전에 양계성에서 당국 군사가 쳐들어와 성 안을 헤집어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성 안에서 아무도 그들을 막을 생각을 못하는 가운데, 유일하게 엽현이 나서 그들을 쫓아낸 것도 모자라 마지막에는 수천 기의 당국 기병들을 홀로 막아냈다고 합니다.
강국 황실에서 그 아이를 그토록 보호하는 까닭은 그의 재능도 재능이지만 이러한 애국심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불세출의 천재, 그것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천재… 이런 자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강국 황실도 전심을 기울이지 않겠습니까?”
척발언이 천천히 두 눈을 감고서 생각에 잠겼다.
이때, 노부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엽현은 이번에 너무나도 많은 자를 죽였습니다. 그들의 배후, 특히, 대운제국 창목학원과 암계 이 두 세력은 반드시 그를 향해 복수를 하러 나설 것입니다. 청주의 창란학원은 그들을 막을 힘이 없지요. 물론, 우리 저국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이때, 척발언이 두 눈을 번쩍 떴다.
“명령을 내리겠다. 앞으로 강국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하도록 하라.”
노부인이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 * *
운선에 오른 엽현 일행은 이내 각자의 객실로 뿔뿔이 흩어졌다.
비경에서의 전투로 인해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으니, 빠른 치료와 회복이 급선무였다.
구 루주, 강월천 그리고 기 원장은 암암리에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창목학원이 언제 어디서 암수를 쓸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창목학원으로서는 엽현과 창란학원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벌일 것이 분명했다.
운선 위, 강월천이 기 원장을 찾아왔다.
그가 술이 떡이 되어 있는 기 원장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아이의 뒤에 대체 누가 있는가?”
기 원장이 술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기 형. 나한테도 알려주지 않을 셈인가?”
기 원장이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몰라 이놈아.”
“아니 원장이란 작자가 어찌 그걸 몰라!”
“아! 안 물어봤으니까 모르지! 물어볼 수도 없고!”
기 원장 역시 엽현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리 천재라 할지라도 배움이 없이는 그 정도의 성취를 얻을 순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 원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그것을 캐내려 한 적이 없었다.
강월천이 한동안 기 원장을 노려보다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하려고?”
비경에서 그런 큰일을 벌였으니, 앞으로 창란학원을 향해 수많은 세력들이 복수하러 올 것이라는 것쯤은 바보 천치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기 원장이 대답 없이 술을 입안에 털어놓고선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잠시 후, 장내에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강월천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다시 그가 나타난 곳은 구 루주가 있는 곳이었다.
강월천이 뭐라고 입을 읊조리는 순간, 구 루주가 먼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순간 강월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하지만 이내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꺼냈다.
“조금이라도 알려주면 안되겠는가? 솔직히 말해 너무 답답한 심정일세.”
“보시다시피 창목학원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는 너무나 졸렬하고 파렴치한 것들입니다. 취선루는 그 꼴을 볼 수 없어서 그 아이의 편에 선 것뿐입니다. 아무리 썩어빠진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조금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월천이 입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 * *
계옥탑 내.
엽현은 이미 금창단 한 알을 삼킨 상태였다. 금창단은 그 명성에 걸맞게 벌써 그의 몸을 빠르게 회복시키고 있었다.
엽현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러자 그의 이마 중간에서 ‘土(토)’ 라는 글자가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도칙!
엽현은 이 도칙을 통해 계옥탑 일층의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 흐릿하게 존재하는 어떤 신비한 힘까지도!
이것이 바로 계옥탑 일 층의 힘이리라!
예전에 천녀가 말하길, 그는 이제 계옥탑 일층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정말로 위험한 순간이 아니라면 결코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도 잊지 않았다.
호기심이 생긴 엽현은 그 힘과 접촉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바로 그때, 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그의 온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엽현은 황급히 도칙을 갈무리했다.
이때 엽현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졌고 등 뒤로 식은땀을 쏟아내고 있었다.
허탈감!
순간 엽현은 몸 전체에 밀려드는 허탈감을 느꼈다.
‘방금 그 힘은 뭐였지!?’
엽현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그는 그제야 천녀가 무엇 때문에 계옥탑을 자극하지 말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현재 그의 능력으로는 결코 탑을 자극할 능력이 없었다. 만약 억지로 강행한다면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엽현은 호흡을 가라앉히며 방금 전에 느꼈던 그 힘을 잊어버리려 애썼다. 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웠던 것이다.
잠시 후, 상태가 조금 호전된 그는 품 안을 뒤적여 엽령과 닮은 나무 인형을 꺼내 들었다.
엽현이 인형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때 엽현의 두 눈이 번뜩였다.
“북한종…… 중토신주……. 조금만 기다려, 오빠가 금방 데리러 갈게. 그때가 되면 이 세상에서 내 이름을 듣고도 감히 널 건드릴 자는 존재하지 않을 거야!”
엽현은 나무 인형을 조심스레 집어넣고선 수련을 시작했다.
노력, 노력, 노력뿐이었다.
이 순간, 엽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심히 노력해서 강해지는 것뿐이었다. 힘이 있어야만 지키고자 하는 사람을 지킬 수 있고, 사랑을 쟁취할 수 있다!
힘이 없는 자들이 하는 말은 모두 헛소리일 뿐이다.
한편, 묵운기 등 또한 각자의 방에서 엽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 일로 인해 그들은 모두 강한 위기의식을 품게 되었다.
비경에서 싸울 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죽을 고비를 넘겼는가? 심지어 그 엽현 조차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지지 않으면 그때는 정말 죽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이다.
묵운기 등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과 다른 나라에서 온 천재들의 무력을 직접 견주어 볼 수 있었다.
그들과 자신들의 실력 차이가 얼마나 큰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자신들을 위해서도, 창목학원을 위해서도,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만 했다.
이날 밤, 창란학원 학생들의 마음속엔 모두 어떠한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틀 후, 마침내 운선은 긴 여행을 마치고서 황성에 도착했다.
운선에서 내린 엽현 등 사인방은 그대로 창란학원이 아닌 창목학원을 향해 직행했다.
그리고 그들의 뒤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물론 그들의 대부분은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이었다.
엽현 등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황성 전체에 퍼지자, 순식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창목학원으로 달려갔다.
기 원장은 그들을 따라가지 않고 바로 창란학원으로 향했다.
창란학원에 돌아오자마자 뒷산에 있는 작은 전각을 찾은 그는, 칠흑같이 검은 향초 세 개를 꺼내 불을 피웠다. 연기가 전각을 가득 채울 때쯤에, 뿌연 연기 사이에서 한 중년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중년인이 기 원장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인가?”
이에 기 원장이 그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청주 창란학원의 기운(紀隕), 본원에 도움을 청하고자…….”
“청주 창란학원?”
기 원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소!”
중년인이 기 워장을 뚫어지게 훑어보더니 물었다.
“너는 당시 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면서 본원을 박차고 나갔던 자가 아니냐?”
기 원장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 그렇게 우쭐댈 때는 언제고 무슨 염치로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한단 말이냐? 그때의 기개와 패기는 다 어디 갔느냐?”
기 원장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이때, 중년인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이미 창란학원의 학생 명부에서 제명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창란학원을 대표해서 너에게 경고하겠다. 우리는 청주에 분교를 세운 적도 없거니와 네가 세운 창란학원을 인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네게 계속해서 ‘창란학원’이란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창란학원의 명예를 위해 너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 말과 함께 남자의 형상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제명!?”
기 원장이 얼이 빠진 채로 중얼거렸다.
“나를 이미 제명했다니…….”
잠시 후, 기 원장은 전각을 빠져나와 어디론가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얼큰하게 취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