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65
965화 너는 절대 아니다!
엽현은 소령의 뒤에 우뚝 멈춰 섰다.
소령이 누구와 말하고 있는 거지?
엽현이 매우 의심스런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바로 이때, 인기척을 느낀 소령이 황급히 상자를 닫고서 천진난만한 얼굴로 엽현을 돌아보았다.
“소령아, 방금 누구랑 이야기했어?”
“…….”
마치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하던 소령은 결국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나한테도 말할 수 없는 거야?”
“…비밀이야.”
비밀.
“그래, 비밀이라면 지켜 줘야지. 더 이상 묻지 않을게.”
엽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자, 소령이 황망히 고개를 끄덕였다.
“참, 그건 그렇고. 우리 자기가 얼만큼 남았어?”
“자기?”
소령이 눈을 끔뻑이더니 자기 한 가닥을 꺼내 보였다.
“어… 설마 한 가닥뿐인 거야?”
“멍청한 놈.”
바로 이때, 구층 존재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 아이가 들고 있는 건 본원조기(本源祖氣)란 것으로, 저것만 있으면 무한대로 자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 물론 영조(靈祖)가 직접 만드는 것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이 정도 자기를 보는 것도 대단히 희귀한 일이다.”
“저, 정말… 저것만 있으면 자기를 끝없이 뽑아낼 수 있단 말이오? 거짓말처럼?”
엽현이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언젠가 이 본원자기도 완전히 소모되는 날이 오겠지만, 향후 십여 년은 끄떡없을 게다.”
“심봤다!”
자기를 무한대로 뽑아낼 수 있는 본원자기라니!
이는 그야말로 돈을 만들어 내는 기계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때, 엽현이 문득 의심스런 눈으로 소령을 바라보았다.
“소령아, 근데 이 본원자기는 대체 어디서 난 거야?”
“소백!”
“그 온몸이 하얀 아이?”
“응!”
이 대답을 듣자 엽현은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시 소백은 소령에게 두 개의 상자를 주었고, 이 본원자기는 그중 하나에 들어있었던 것이다.
“밖에 있는 여자에게 함부로 이 사실을 흘려선 안 된다. 보아하니 자기에 대한 욕망이 대단한 것 같으니 말이다.”
“혹시 저 여인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 있소?”
“도저히 알 수 없다. 다만 천녀 앞에서도 평정을 유지한 것을 본다면 결코 만만한 자는 아닐 것이다.”
엽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조심해야겠군.”
“그렇다고 너무 경계할 필요는 없다. 천녀의 실력을 본 이상 바보 같은 짓을 하려 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하하, 그대 역시 천녀가 무서워서 내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오?”
“흠… 솔직히 말하자면 네 성격이 마음에 든 것도 있다. 특히 양심에 반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 성격이 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너와 내가 매우 닮아있다고 할 수 있지.”
“하하하! 사나이는 사나이를 알아본다고, 그대 역시 진정한 대장부였구려!”
“허나… 그 두꺼운 낯짝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그런 철면피가 될 수 있는 것이냐?”
“…….”
잠시 후, 계옥탑을 떠난 엽현은 다시 소도와 마주 섰다.
“소도 낭자, 거래를 계속하기 전에, 그 유적지라는 곳에 대해 좀 더 알려 주시오. 그곳은 어떤 곳이오? 매우 위험한 곳이오?”
“후후, 아까도 말했듯이 절대 실망하지 않을 곳이오.”
“그 말만 믿고 거래하기엔 자기 삼백 가닥은 너무나 많소.”
소도는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후… 좋소. 받으시오.”
엽현이 손가락을 튕기자, 한 뭉텅이의 자기가 소도를 향해 날아갔다.
이에 소도가 아예 입을 쫙 벌리고서는 통째로 자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하게 빛났다.
이때 그녀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던 엽현이 말을 건넸다.
“소도 낭자, 그대의 이름도 소도고, 그대의 전당포 역시 공교롭게도 천도라는 이름을 쓰고 있소. 혹시 그대는 무슨 천도의 영이거나 한 것 아니오?”
“천도?”
소도가 눈을 끔뻑거리더니 이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하하! 천도는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인데, 내가 어찌 천도일 수 있겠소? 그래도 굳이 나의 내력을 알고 싶거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면 말 해 줄 순 있소.”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너무 가난해서 묻지 않겠소.”
“하하, 겸손하기는. 그대 몸 안에 있는 보물을 내다 팔면 성 몇 채는 살 수 있을 것인데.”
“뭐, 보물이라면 그대도 만만치 않게 지니고 있을 것 같소만? 혹시 대단한 것이 있다면 한 번 꺼내 보시오. 나도 구경이나 좀 해 봅시다.”
“뭐, 그건 문제 될 건 없소. 물건을 보고 뺏으려 하지만 않는다면.”
“하하, 거 재미난 농담을 하는구려. 내가 어찌 그대 물건을 뺏는단 말이오?”
이에 소도가 웃으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러자 기다란 붓 한 자루가 그녀 손 위에 나타났다.
“이건?”
“천도필(天道筆)이라는 것이오. 오래전 지체 높은 천도가 사용하던 것으로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소.”
“어떤 부분에서 말이오?”
순간 소도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지나갔다.
“이 붓은 바로 천도의 의지를 대표하는 것으로, 손쉽게 우주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소. 천하만물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으며, 작은 우주 정도는 가볍게 지워버릴 수도 있소.”
그 말을 들은 순간 엽현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거짓말! 그런 물건이 세상에 어디 있소?”
“결코 과장이 아니오. 이 천도필은 분명 그만한 능력이 있소.”
“여기서 한 번 보여줄 수 있소?”
소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연히 그건 안 되오.”
“어째서?”
“이 천도필은 천도 자신이나 혹은 그에게 선택받은 천자만이 사용할 수 있소. 물론 나도 사용할 수야 있지만, 아무 이유도 없이 쓰고 싶진 않소.”
“그럼 내가 한번 해 봐도 되겠소?”
“그대가?”
소도가 엽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엽현이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는 모르겠지만 나는 운을 타고 난 사람이오. 어쩌면 내가 바로 그 선택받은 자일지도 모르는 것 아니오?”
“하하하! 이제 보니 농담도 참 잘하는구려! 좋소! 만약에 그대가 이 붓을 깨울 수 있다면 내 그 자리에서 선물로 주겠소!”
그 말에 엽현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 말 진심이오? 나중에 딴말하지 않을 자신 있소?”
“믿어도 좋소!”
소도는 흔쾌히 천도필을 내밀었다.
이때 붓을 건네받은 엽현은 안색이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붓이 손에 들어온 순간, 마치 광활한 우주처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고대의 힘을 느꼈던 것이다.
과연 허풍이 아니었어!
단 한 번의 느낌만으로 엽현은 소도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잠시 천도필을 응시한 엽현은 천천히 현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천도필은 그의 손 위에서 마치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본 소도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내가 왜 그렇게 자신이 있었는지 알고 싶소? 왜냐하면 진짜 천자는 따로 있기 때문이오.”
“…그자가 도대체 누구요?”
“그건 말 해 줄 수 없소. 그럼 천도필을 돌려주시오.”
엽현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천도필을 소도에게 건넸다.
바로 이때, 천도필에서 가벼운 반응이 일었다.
이를 본 엽현은 동작을 멈추고 손을 바라보았다.
소도 역시 깜짝 놀라 천도필을 응시했다.
방금… 반응이 있었다?
“소도 낭자, 방금 보았소? 분명 반응이 있었소!”
“뭐가 말이오? 그냥 바람이 불어서 그런 것이니 일단 돌려주기나 하시오.”
소도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황급히 붓을 낚아채려는 순간, 갑자기 천도필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뒤이어 환한 빛이 엽현의 전신을 뒤덮는가 싶더니, 천도필이 그대로 엽현의 미간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
“…….”
예기치 못한 상황에 돌처럼 굳어버린 두 사람.
한참이 지난 후, 엽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 아무래도 나를 주인으로 삼은 것 같지 않소?”
“…….”
“소도 낭자, 혹시 화났소?”
“…….”
“이렇게 받아 가면 좀 뭐 하니까, 자기 백 가닥 정도로 합의 보는 게 어떻소? 원래 대가 없이 받기로 한 것이지만…….”
“닥쳐.”
소도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엽현을 쳐다보았다. 그 순간, 한쪽에서 사탕을 오물거리던 소범이 당장이라도 출수하려는 듯 검을 빼 들었다.
하지만 소도는 전혀 개의치 않고 엽현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대가 천선지인(天選之人)일 리가 없소!”
이때 엽현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저, 그런데 그 천자인지 천선지인인지 하는 게 혹시 딱 한 명만 존재하는 것이오?”
“…….”
“하하, 그냥 해 본 말이었소. 그대가 정 내키지 않아 하니 그대 물건은 돌려주겠소.”
엽현의 말에 소도가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럴 필요 없소. 나 역시 약속을 한데다, 천도필 또한 그대를 선택했으니 그대가 갖는 것으로 하시오.”
“정말이오? 하하하! 고맙소, 소도 낭자!”
“…그럼 나는 준비할 것이 있어서 잠시 다녀오겠소.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잠시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시오.”
말을 마친 소도가 그대로 뒤돌아 떠나갔다.
홀로 남은 엽현은 제 자리에 서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때의 천도필은 계옥탑이 아닌 그의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엽현은 곧장 천도필과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천도필은 엽현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니, 왜 이러는 거지?”
[보면 모르느냐, 개 무시하는 거지.]“…….”
구층 존재의 음성이 이어졌다.
[내가 보기에 저 붓은 너를 주인으로 삼은 게 아니라 다른 이유때문에 네게 들러붙은 것 같다.]“무슨 원인 말이오?”
[그건 나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 이 모습으로 보자면 결코 네게 복종한 건 아닌 듯하구나.]엽현은 상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걸 어찌 확신하시오?”
[왜냐하면 너는 절대 천선지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운이 좋은 걸로만 따지자면 천선지인은 네 앞에서 명함도 못 내밀겠지만 말이지. 쳇, 또 생각하니까 배가 살살 아파오네.]“…….”
이때 소도가 다시 엽현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시다.”
“좋소.”
그렇게 소도와 엽현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길을 걷는 동안 소도는 이전처럼 웃지도 않았고, 쓸데없이 말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조금 심심했던 엽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소도 낭자, 혹시 또 보여 줄 보물은 없소? 헤헤…….”
“없소. 그대에게 보여 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보물의 보자도 꺼내지 마시오!”
“…….”
그렇게 반 시진쯤 이동한 두 사람은 어느 쓰러져 가는 장원 앞에 멈춰 섰다.
“여기가 어디요?”
“유적으로 통하는 곳이오. 그곳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수많은 기연이 실재하는 곳이오. 다소 위험하긴 해도 그대 정도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오.”
“소도 낭자, 혹시 날 함정에 빠뜨리는 것은 아니겠지 말이오?”
“하하하! 그대를 해칠 생각이었으면 여기까지 올 필요도 없었소!”
소도의 말을 듣고도 엽현은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이때 소도가 손으로 장원 한쪽에 있는 우물을 가리켰다.
“저곳이 바로 전송진 역할을 하는 것이오. 안에 들어가면 바로 유적이 나올 것이오.”
엽현이 소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떤 곳인지 귀띔이라도 해 주면 안 되겠소?”
“그대가 가게 될 곳은 오래전 우주를 통일할 뻔했던 한 나라의 유적이오. 더불어 유구한 우주의 역사 중 유일하게 오유겁을 막아낸 나라이기도 하오. 그리고…….”
소도가 소범을 흘끗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 나라엔 아주 유명한 전신(戰神)이 존재했소. 불패아라라는.”
“…불패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