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80
980화 막은 것인가
엽현은 설라의 억울한 외침을 무시한 채, 한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딛었다.
쉬쉭-!
장내에 동시에 번뜩이는 두 개의 검광!
이를 본 설라가 하늘 높이 뛰어올라 검광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흘러나온 권망이 태양처럼 천지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 기운은 곧 엽현의 사기에 의해 빛을 잃었다.
콰콰콰쾅……
폭음이 연속해서 흘러나오고, 검은 사기와 검광이 주변으로 휘몰아쳤다. 이를 본 송성 등은 황급히 뒤로 물러나야만 했다.
엽현이 만들어 낸 사기는 그들과 같은 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만큼 그 농도가 매우 짙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검은 사기 안쪽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사기가 뿔뿔이 흩어졌다. 이에 엽현이 검을 높게 들자, 사방으로 퍼져가던 사기들이 순식간에 사망검 안으로 몰려들었다. 사기가 완전히 응축된 순간, 검 끝이 멀리 떨어져 있던 설라를 가리켰다.
쉭-!
순간 공간을 어둡게 물들이며 날아가는 검은 검광!
이를 본 설라가 황급히 반걸음 물러나며, 다소 기이해 보이는 붉은 깃발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가 깃발을 들고서 재빨리 주문을 외우자, 그의 앞에 커다란 화광(火光)이 모습을 드러냈다.
쾅-!
사기의 검광과 화광이 맞부딪친 순간, 공간이 뒤흔들리고 지면이 갈라져 나갔다.
바로 이때, 어느새 설라 앞에 나타난 엽현이 힘차게 천주검을 내리쳤다.
설라 역시 피하지 않고 그대로 양손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쾅-!
엽현의 공격을 막아 낸 이 순간, 설라의 무릎이 엽현의 복부로 향했다.
그러자 엽현이 곧바로 천주검을 놓더니, 두 주먹으로 빠르게 상대의 머리를 가격했다.
쾅-!
퍼퍽-!
서로 일격을 주고받은 후, 엽현은 수십 장 뒤로 그리고 설라는 십여 장 가까이 뒤로 밀려났다.
이뗘 엽현은 비록 입가에 피를 흘리고는 있었지만, 두려워하는 기색은 결코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모습을 보자 설라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이렇게 무대포로 달려드는 무인을 어떻게 막아낸단 말인가?
게다가 설라는 조금 전 대결을 통해 엽현의 갑옷 이외에도 그의 육신 또한 매우 단단함을 발견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합쳐 놓고 보니 엽현에게 타격을 입히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자신도 지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엽현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인 것이다.
이때 엽현이 재차 출수하려는 것을 본 설라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이보게 젊은이. 이 이상 싸우는 것은 피차 의미가 없네. 그러니 이쯤에서…”
“이쯤에서 뭐!”
고함을 지르며 몸을 날리는 엽현. 이에 설라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돌연 곁에 있던 막천의 허리를 붙들고 몸을 날렸다.
설라가 도망쳤다!
설라가 퇴각을 결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 싸워봐야 승부가 날 것 같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설라 등이 사라진 후, 엽현은 송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들의 본거지가 어디요?”
그 말에 송성이 난색을 표했다.
“엽 공자, 이건 이런 식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오. 일단 돌아가서 먼저 소도 낭자와 상의해 보는 것이…”
“한 번만 더 묻겠소. 부도고족의 본거지가 어디요?”
“허… 이런…….”
잠시 고민하던 송성은 결국 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편을 가리켰다.
“이리로 쭉 천 장쯤 가면 나올 것이오.”
원하는 대답을 들은 엽현은 곧장 장문수에게로 다가갔다.
이때 장문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제 그만해. 이 정도면 됐어.”
“그만해?”
순간 엽현의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
“내 여자가 이 지경이 됐는데 그만두라고? 그럴 것 같으면 이 불알 두 쪽은 왜 달고 있게? 차라리 잘라서 개나 줘 버리고 말지!”
그만하라고? 절대 그럴 순 없지!
한 번 불타오른 엽현의 화는 식을 줄 몰랐다.
장문수를 한 번 쳐다본 엽현은 송성을 향해 말했다.
“송 형. 미안하지만 내 친구를 천도전당포까지 좀 바래다주시오.”
이때 송성이 막 떠나려는 엽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엽 공자,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할 필요 있소? 부도고족은 절대 만만한 세력이 아니오. 그러니 먼저 돌아가서 소도 낭자와 상의해 보는 게…”
말이 끝나기도 전 엽현이 고개를 저었다.
“이 일은 그녀와는 관계없소. 그러니 그녀와 상의할 필요도 없소.”
말을 마친 엽현은 그대로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송성은 엽현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너무 젊어서 그러는가, 왜 이리 혈기가 넘친단 말인가!
뒷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전형적인 젊은 무인의 모습이 아닌가!
이때 장문수가 엽현이 떠난 방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보시오, 소저. 그대는 나와 같이 가야…… 저 썩을 것들이…….”
장문수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사라지자 송성의 입에선 자연스레 욕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나름 이곳에선 연장자가 아니던가!
“에휴… 이러다 큰일 나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송성이 체념한 듯 말하자 곁에 있던 한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천이란 놈이 정말 멍청한 짓을 벌였구나.”
“그만큼 저 여인의 혈맥이 매혹적이란 것 아니겠소? 만약 부도고족이 얻기만 한다면 곧바로 비약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오.”
한령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기엔 일이 너무 커질 가능성이 적지가 않다.”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소도 낭자가 반드시 출수하리란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 않소?”
“너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엽현은 이곳에 오기 전에 소도 낭자와 접촉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놀랍게도 소도 낭자가 누군가를 옹위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지. 너는 이런 장면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느냐?”
송성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알려고 한다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오. 우리는 부도고족의 상황이 어찌 돼 가는지 가서 구경이나 합시다.”
* * *
엽현은 이미 부도고족의 영역 안에 들어와 있었다.
[이놈아, 정말로 해 볼 셈이냐?]구층 존재의 물음에도 엽현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는 듯 마을을 향해 곧장 걸어갔다. 잠시 후, 그가 멈춰 서서 손을 내밀자, 천주검이 그의 손 위에 나타났다.
순간, 엽현이 흉악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양손으로 검을 잡고 크게 휘둘렀다.
쉭-!
부도고족의 본거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는 검광 하나!
그러나 이는 목표물에 도달하기 직전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잠시 후, 엽현에게서 멀지 않은 곳 정면에 설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엽현! 우리 부도고족이 널 죽이지 않는 것은 소도 낭자의 체면을 보아서다. 절대 착각하지 말거라!”
“하하하! 그녀의 체면을 볼 것 없다. 어차피 오늘 죽는 것은 내가 아니라 너희가 될 테니까!”
말을 마친 엽현이 곧장 품 안에서 천도필을 꺼내 들었다.
천도필!
천도필을 본 순간 설라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너… 소도 낭자의 천도필이 어째서 네게 있는 거냐!”
설라는 당연히 천도필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천도필, 그것은 천하 장생의 생명력을 모으기도 하고, 생사를 판별하기도 하며, 작은 우주쯤은 순식간에 날려버리기도 한다는 절세의 보물이 아니던가!
이때 엽현이 천도필을 번쩍 들어 올렸다.
현기를 불어 넣는 것만으로도 무변지하성 전체가 크게 흔들렸다.
잠시 후, 엽현의 머리 위로 신비한 기운이 먹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제천만계(諸天萬界)의 힘!
물론 엽현의 역량으로는 전 우주의 힘을 끌어오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 무변지하성에 한정한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엽현의 손에 들린 한 자루의 붓이 천도를 대신했다.
엽현이 정말로 천주필을 사용하자 설라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 엄청난 힘은 무어란 말인가!
그리고 이때, 송성과 한령, 그리고 장문수가 장내에 도착했다. 이들 뿐 아니라, 무변지하성의 거의 모든 무인들이 속속들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건가!
무변지하성 내에서 무인들 간의 다툼은 왕왕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정도로 큰 소동은 결코 흔한 것이 아니었다.
놀라서 달려온 송성과 한령은 엽현의 손에 들린 천도필을 보고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저, 저… 미친놈!
저건 천도필이잖아!
전설 속에나 등장한다는 천도필, 엽현이 어디에서 이 보물을 얻었을까?
그야 보나마나 소도에게서 받았을 게 너무나 뻔한 상황이었다.
“소도 낭자가 혹시 엽현을 사랑하는 것 아니오?”
“어허, 말조심!”
한령이 황급히 송성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 하지만 이건 정말 수상하지 않소? 다른 것도 아니고 천도필을 주다니, 이는 아무리 정인 사이라 하더라도 힘든 일 아니오?”
한령이 엽현을 응시하며 대꾸했다.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그가 소도 낭자에게 매우 중요한 인물이란 것! 우리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가 엽현이 위험에 빠지면 즉시 출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다가 부도고족이 원한이라도 품는다면…”
“원한은 무슨 원한! 소도 낭자가 아끼는 엽현을 건드렸으니, 부도고족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
이때, 엽현의 손안에 있는 천도필이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사방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이 한 군데 집중됐다.
이를 느낀 무인들의 안색이 심각하게 어두워졌다.
이는 절대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라 볼 수 없던 것이다!
설라가 엽현을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엽현!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정녕 부도고족과 끝장을 볼 셈이더냐! 이 미련한…”
바로 이때, 천도필을 든 엽현의 손이 아래쪽을 가리켰다.
“멸(滅)!”
쾅-!
이 순간, 작은 붓 하나가 천도필 안에서 튀어나왔다.
이 붓을 본 순간, 설라의 눈에 공포가 가득 찼다.
왜냐하면 자신의 실력으로는 저 붓을 절대 막을 수 없으리란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대단하다!
한 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송성이나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여타 강자들의 표정이 그대로 돌처럼 굳어갔다.
특히 송성의 얼굴은 긴장으로 땀까지 범벅인 상태였다. 만약 엽현의 실력이 지금보다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천도필은 분명 무변지하성 전체를 날리고도 남으리라!
소도 낭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저 위험한 물건을 엽현 같은 성격 파탄자에게 주다니.
이러다간 얼마 안 가 무변지하성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바로 이때, 부도고족의 부락 안에서 한 중년인이 튀어나왔다.
이 자는 바로 부도고족의 현 족장인 혁련도(赫連屠)였다.
지면을 향해 빠르게 떨어지는 작은 붓을 본 혁련도는 매우 진중한 표정으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주먹에 강대한 기운이 응집되자 그는 기합과 함께 일 권을 내질렀다.
순간 그의 주먹에서 나온 강대한 권인(拳印)이 천지를 뒤흔들며 작은 붓을 향해 날아들었다.
쾅-!
일순간 고막을 멎게 만드는 엄청난 파공성!
상대적으로 근처에 있던 무인들은 황급히 귀를 틀어막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혁련도의 권인은 허무하게 파괴되었고, 작은 붓은 여전히 지면을 향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이에 혁련도가 눈을 부릅뜨더니, 허공을 향해 황급히 양팔을 교차해 내밀었다.
“횡과천지(橫戈天地)!”
콰쾅-!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방어막이 부도고족 상공에 드리웠고, 작은 붓이 허공에 멈춰 섰다.
막았나?
장내,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허공의 붓에 집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