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word Alone RAW novel - Chapter 987
987화 이럴 줄 알았다
“성신운철(星辰隕鐵)이라는 것이다. 창을 만들기엔 이만한 게 없지.”
“성신운철?”
“그렇다. 매우 강력한 운철이지. 자기 백 개에 사겠느냐?”
자기 백 개!
“아니, 그대 머릿속에는 날 뜯어 먹으려는 생각밖에 없는 것이오?”
엽현이 불만을 표하자 소도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우정을 생각해서 깎아 준 건데?”
“…….”
엽현은 더 이상 말을 섞지 않고 자기 백 개를 소도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자 자기가 순식간에 소도의 소매 안으로 사라졌다.
“가장 좋은 건 이 운철을 들고서 영생지의 대장장이를 찾아가는 것이다. 그 자의 손을 거친다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알겠소.”
엽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도가 웃어 보였다.
“가자, 앞으로 갈수록 더 흥미진진해질 테니까.”
말을 마친 소도가 먼저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문수, 혹시라도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말해.”
“왜, 사주려고?”
“하하, 그 정도는 내가 해 줄 수 있지. 말만 해!”
“그럼…”
장문수의 시선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네가 입고 있는 갑옷이 마음에 든다면?”
이 말에 엽현은 웃으며 촉룡갑을 벗어 장문수에게 건넸다.
이에 장문수가 기이한 표정으로 엽현을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장난치는 걸로 보여?”
“그럴 리가! 네가 마음에 든다면 쓰도록 해.”
“…….”
장문수는 잠시 엽현의 얼굴을 응시하더니, 촉룡갑을 들고서 정말로 앞으로 가 버렸다.
이에 앞서가던 소도가 엽현을 돌아보며 말했다.
“정말 아깝지 않느냐?”
“아깝지 않소.”
“…호구 같으니.”
소도는 피식 한 번 웃고는 다시 뒤돌아서 걸어갔다.
잠시 후, 엽현은 작은 노점 앞에 걸음을 멈췄다.
이때 그의 곁으로 소도가 웃으며 다가왔다.
“이런 곳에서 파는 물건은 가짓수는 많지 않을지 몰라도, 때때로 좋은 물건일 때가 있지.”
“소도 낭자, 혹시 이곳에 강도짓을 하는 자들은 없소?”
엽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강도? 하하하! 완전히 없다고는 장담할 순 없지만, 설령 있다 하더라도 여기서 그러다간 맞아 죽기 딱 좋겠지. 가만…”
말을 하던 소도가 돌연 고개를 들어 엽현을 바라보았다.
“혹시 강도짓을 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그 말에 엽현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설마!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시오?”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그런 사람으로 보인다]“…….”
소도와 구층 존재의 공격에 잠시 할 말을 잃은 엽현.
이때, 그의 시선에 물건 몇 점을 깔아 놓은 좌판대가 들어왔다.
주인은 삼베로 된 장포를 입은 중년인이었다.
세 사람을 발견한 주인이 먼저 웃으며 반겼다.
“세 분, 특별히 찾는 거라도 있소?”
“그냥 둘러보겠소.”
“물론 원하는 대로 살펴보시오. 다만 손으로 만지지만 말고.”
소도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좌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의 눈이 엄지손톱만한 진주 위에 멈췄다.
“하하, 소저가 꽤나 안목이 높구려.”
“얼마에 팔겠소?”
잠시 진주를 들여다보던 소도가 묻자 주인이 웃으며 대답했다.
“선천도기 이백 개만 주시오.”
“그 정도 가격은 아닐 텐데.”
소도가 제안을 거절하자 주인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럼 다른 데 가서 알아보시든가.”
“뭐, 그러지. 가자!”
소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돌아선 순간, 주인이 소리쳤다.
“잠깐! 선천도기 백 구십에 해 주겠소. 가져가시오!”
“백 구십? 백 개라 해도 살까 말까인데 너무 나를 띄엄띄엄 보는군?”
소도의 대답에 순간 주인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그대… 물건 볼 줄은 아시오?”
“그야 물론이지. 이 근방에선 나보다 안목이 좋은 자는 없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하하하!”
좌판 주인의 웃음소리가 시장바닥에 크게 울려 퍼졌다.
“기왕 그대가 그렇다고 하니, 우리 내기나 하나 합시다.”
“무슨 내기?”
소도가 묻자 주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주 간단하오. 각자 보물을 한 가지씩 꺼내서 이곳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것이오. 만약 그대의 물건이 내 것보다 값지다면 여기 좌판 위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주겠소!”
그 말에 엽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소도 앞에서 물건 자랑을 한다?
천도필쯤은 아무렇지 않게 휙휙 꺼내는 소도에게?
엽현이 보기에 이는 분명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짓이었다.
온갖 신기들로 몸을 두른 엽현조차 소도 앞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지 않는가!
이때 주인의 제안을 듣고 소도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물론 진심이오, 낭자. 하겠소?”
“음… 이렇게는 별로 재미가 없을 것 같은데. 판을 좀 키워 보는 게 어떤가?”
“판을 키우다니, 어떻게 말이오?”
순간, 소도의 눈빛이 빛났다.
“이긴 자가 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모든 물건을 차지하는 걸로.”
“…….”
“어찌, 막상 다 잃을 생각을 하니 겁나나?”
주인의 안색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던 이때, 곁에 있던 엽현이 소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누님, 갑시다. 척 봐도 개털 같은데 무슨 내기를 한단 말이오?”
이 순간, 주인이 크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합시다! 어디 다 걸고 한 번 붙어봅시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주인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그의 손 위에 한 점의 비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촉룡의 비늘!
순간 엽현은 마음속으로 남자에게 애도를 표했다.
촉룡의 역린이라 해도 모자랄 판에, 좌판 주인이 내민 것은 어디서 떨어졌는지도 모를 평범한 비늘이었던 것이다.
좌판 주인이 소도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물건이 뭔지 아시오?”
“촉룡의 비늘.”
소도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자 주인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과연… 어느 정도 안목은 있는 사람이었군!”
“하하하….”
소도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펼쳐 보였다. 그러자 그녀의 손 위에 똑같은 비늘 하나가 나타났다. 이 비늘은 마찬가지로 촉룡의 것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역린이라는 것이었다.
용의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이 역린이란 것은 무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역린을 본 순간, 주인의 표정이 멍청해졌다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곁에 있던 엽현 역시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소도가 촉룡의 역린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이 여인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걸까?
이때 소도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겼다.”
“…그대는 어떻게 그런 신물을 소유하게 된 것이오?”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네가 졌다는 것이지.”
“…….”
“어찌, 그 표정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건가?”
소도가 재촉하자 주인이 옅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어찌 그럴 수 있겠소. 여기 있는 것 중 아무것이나 하나 골라 보시오.”
“하나?”
순간 소도의 눈빛이 다소 날카롭게 변했다.
“아니지, 아니야. 애당초 네게 있는 모든 보물을 걸기로 약속하지 않았던가?”
이 말을 듣자 주인의 입가에 냉소가 번졌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소? 참, 대낮부터 우스운 소리를 하시는구려. 빨리 아무거나 하나 가지고 여길 떠나시오!”
억지를 부린다고!?
이 모습을 본 엽현이 남자를 향해 애도의 뜻을 표했다.
감히 소도 앞에서 억지를 부리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게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이때 소도가 엽현을 쳐다보았다.
“이걸 어찌하면 좋을까?”
“흠… 우리는 배운 사람들이니 덕으로써 설득하는 게 좋지 않겠소?”
“덕으로 잘 타이른다?”
“그렇소.”
엽현의 말에 소도가 가볍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배운 사람일수록 교양 있게 타일러야겠지.”
소도가 노점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생각엔 네게 사람의 도리에 대해 좀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도리? 하하 그런 것은 필요 없으니 여기서 하나 골라서 떠나시오!”
“그 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나?”
소도의 물음에 주인이 하하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절대 후회하지 않소!”
바로 이때, 소도의 손바닥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쾅-!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노점 주인은 물론 좌판대에 있던 보물이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그리고 이때, 다리 위의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도에게로 향했다.
이렇게 큰 소리가 났는데 듣지 못할 리가 없던 것이다.
한편, 소도가 출수한 모습을 보자 곁에 있던 엽현의 표정도 딱딱해져 갔다.
그녀의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여전히 알 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다만 확실한 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한편, 소도에게 뺨을 얻어맞은 주인은 이미 육신이 가루가 되어 영혼만 남은 상태였다.
주인은 그제야 자신이 건드려선 안 될 자를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 낭자. 내가 졌소. 약속대로 내게 있는 물건 중 하나를 가져가시오!”
“약속대로? 하나?”
소도의 입가가 실룩였다.
“약속대로라면 전부 다 내놔야지!”
소도가 막 출수하려는 이때, 어디선가 회색 장포를 입은 노인 하나가 나타나 소도의 앞을 막아섰다.
“낭자, 이곳에선 출수해선 안 된다는 걸 모르시오?”
“응, 모르겠는데?”
소도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대답하며 소매를 펄럭였다.
쿵-!
그녀의 공격은 노인이 아닌 그 뒤에 있던 주인 남자에게로 날아갔다. 다시 한번 강력한 타격을 허용한 주인의 영혼은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
회색 장포의 노인은 이 장면을 보고도 소도를 어찌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상대가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겁먹은 것은 아니었다.
이때 노인의 손에서 부적 한 장이 홀연히 하늘로 솟구쳤다.
분명 누군가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리라.
이 장면을 본 엽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단체로 죽고 싶은 건가? 건드릴 사람이 없어서 저 여자를 건드리다니…….
한편 소도는 회색 장포 노인에게 신경 쓰는 대신 이제 거의 사라진 노점 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사실 처음부터 네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 줄 알고 있었다.”
“…너는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죽일 듯한 기세로 소도를 노려보는 주인.
이에 소도가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왜 알아야 하지?”
이 말과 동시에 소도가 가볍게 소매를 펄럭였다. 그러자 주인의 검은 납계가 그녀의 손안으로 날아들었다.
“이제 또 걸어 볼까?”
소도가 엽현을 향해 말하자, 엽현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마 그럴 수 없을 것 같소.”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사방에서 몇 개의 강대한 기운이 날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중년인이 엽현과 소도 앞에 나타났다. 비단 장포를 입은 중년인은 한 손에 우아한 부채를 들고 있었다.
잠시 소도를 응시하던 중년인이 먼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그대는 누구시오?”
“그녀를 모른단 말이오?”
이때 끼어든 엽현을 향해 중년인이 시선을 돌렸다.
“내가 알고 있어야 할 이유라도 있소?”
“하하… 물론 그런 것은 아니오.”
엽현이 입을 닫자 중년인은 다시 소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시 한번 묻겠소. 어디의 누구시오?”
중년인의 물음에 소도가 웃으며 대답했다.
“내게는 배후세력 따윈 없으니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바로 해 보거라.”
“흠… 그대는 이곳에 엄연히 규칙이 있다는 걸 알고 있소?”
소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걸 알면서도 살수를 썼단 말이오? 보아하니 꽤나 믿는 구석이 있는가 보구려!”
이때, 소도가 불편한 기색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본론을 이야기 하라니까, 자꾸 쓸데없는 소릴 하고 있구나.”
말을 마친 소도가 품 안에서 검은 영패 하나를 꺼내 들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엄청난 속도로 소도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를 본 순간 엽현은 장문수를 데리고 한쪽으로 비켜났다.
만약 소도가 출수한다면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었다.
과연 이때 소도가 무심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