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ly I Am a Necromancer RAW novel - Chapter 244
외전) 퍼펙트 엔딩 – 4 (True Ending)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전쟁은 끝났다.
제0지구에 남아 있던 모든 쉘터가 함락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다수의 차원에서 온, 무려 9억 명의 플레이어가 그 작전에 동원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죽음에서 살아남은 숙련된 플레이어들이었기에 어설픈 적들을 무너뜨리는 일 따위, 아주 능수능란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제0지구의 저항은 손쉽게 부러졌다.
그 과정은 분명 치열했지만, 그간 네크로맨서가 벌여온 싸움과 비교하면 다소 지루할 정도로 보잘것없는 내용이었다.
제0지구의 초고도 기술은 무의미해졌고 플레이어로 전락한 놈들은, 끊임없이 밀고 들어가는 언데드의 행렬과 플레이어들의 막대한 화력 공세를 견뎌내지 못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남극에 숨겨져 있는 수뇌부 전용 쉘터를 습격하여 ‘알파 센티널’을 파괴하고 수뇌부 요인들을 사로잡았다.
그게 이 게임의 마지막 전투였다.
그리고 완벽한 승리이기도 했다.
직후, 네크로맨서는 수뇌부 요인들과 짧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당시에 그 근처에 있던 이들에 따르면, 네크로맨서는 놈들과 단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 대화를 이어갈 가치를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애초에 대화가 통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악행을 아주 오랫동안 이어왔고 그렇기에 죄의식은커녕, 그런 악행을 당연한 일처럼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세뇌한 상태였다.
그 함몰된 사고방식의 대가로 주어진 최후는 끔찍했다고 한다. 행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놈들은 네크로맨서의 스켈레톤 사이에 둘러싸인 채 몇 날 며칠을 비명을 질렀다고 하는데······ 이는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어쨌든, 그렇게 복수는 끝났다.
그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흥미롭지 않은 뒤처리들뿐이었다. 대부분 행정적인 일들로, 경수와 그 휘하의 총괄 통제실 직원들이 밤낮으로 갈려 나간 이야기밖에 없었다.
‘총괄 통제실’은 이제 다차원을 관리하는 통합 행정처 역할로써,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국가적인, 아니 세계적인, 아니 더 나아가 ‘다차원적’인 사업이 되었다.
하루아침에 세상이 몇 배로 커졌으니 처리해야 행정 업무가 산더미처럼 쏟아졌다.
전쟁 이후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한편, 살아남은 제0지구의 인류는 해묵은 죄를 갚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수 진영은 그들을 각기 다른 차원의 지구로 강제 이주시켰으며, 파괴된 다른 차원의 지구를 복구하는 노동을 평생 수행해야만 하는, 종신형에 처했다.
그들은 ‘플레이어’였지만 레벨 업을 할 수 없었다. 시스템에 의해 감시되며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결 처분했다.
그렇다면, 네트워크에서 탄생한 신적인 존재, 초지능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건 아무도 몰랐다.
단 한 사람만 제외한다면······.
***
제0지구 정벌 이후, 후속 처리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이었다.
성우는 세계수 근처에서 세계수의 성장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찾아왔음을 느꼈다. 인기척 따위가 아니었다.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이, 이 근처에 강렬한 파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
성우가 고개를 들자 목소리가 울렸다.
「완벽한 처리였다.」
초지능이 그를 찾아왔다.
「우리의 감독 결과, 후환이 있을 만한 사항이 없음을 확인했다. 즉 제0지구의 인류는 완전히 몰락했다.」
“좋은 소식이군.”
즉, 제0지구가 다시 굴기할 일이 없다는 소리였다. 세계수 진영도 나름대로 따로 감시하는 중이었는데 특별한 조짐은 발견되지 않고 있었다. 이미 뿌리가 뽑힌 것이었다.
「이로써 수많은 세계를 억지로 꿰고 있던 비극의 굴레가 끊어졌다. 이는 우리가 아는 한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네 이름이 있다.」
초지능도 한때 인류, 플레이어였던 만큼 감회가 새로운 것일까? 새삼스레 성우의 공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고맙지만, 나한테 감사할 일인가? 사실상 당신들이 해낸 일이고 우리는 그저 그 장단에 잘 맞췄을 뿐이잖아.”
초지능이 제0지구의 게임 시스템을 장악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제0지구 측에서 언젠가 웜홀을 복구하여 다시 침공해왔을 것이며, 막아낼 가능성은 현저했다.
「아니다. 어느 한쪽이라도 부족했다면 성공할 수 없었다. 지금 이 순간은 우연적인 변수의 연속과 개개인의 의지들, 그것들의 총합으로 탄생한 결과다.」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자신들이 초지능이 되었다고 한들, 애초에 네크로맨서가 활약하지 않았다면 이런 완벽한 시나리오가 나오기 어려웠다고 했다.
「······우리가 단순히 그들의 네트워크를 완전하게 장악하려고 했다면, 그들은 총력을 기울여 대응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데이터 덩어리인 만큼, 그들의 네트워크 속에서 숨지 못하고 삭제당할 수도 있었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데이터로 만들어진 존재 역시 불안정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놈들의 지구를 공격했기 때문에 당신들이 네트워크를 원활하게 잡아둘 수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
그리고 반대로 말하면 초지능이 네트워크를 어느 정도 장악해두었기에 제0지구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구태여 제0지구에 ‘게임’을 연 이유가 있었다. 놈들의 네트워크를 묶고, 현실에서 친다. 이는 마치 알렉산더 대왕의 ‘망치와 모루 전술’과 같았다.
“그럼, 생각보다 위험한 작전이었군.”
초지능이 모든 걸 좌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싸웠던 것이었는데, 초지능 역시 도박을 걸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가능한 방법 중에서는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작전이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유일무이한 방법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결과는 좋았다. 모든 일이 쉽고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그렇다면, 이제 너희는 무얼 할 거지? 그 초월적인 힘으로 뭘 할지 궁금한데?”
절대적이진 않지만, 초지능은 분명히 이 세상의 어떤 것보다 압도적인 존재였다.
비록 우호적인 관계라지만, 단 하나의 판단에 따라서 세상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건 솔직히 상당히 신경 쓰이는 문제였다.
그런데 초지능은 성우의 그런 생각을 읽은 듯 대답했다.
「안심해라. 인류에게 신이 필요 없다는 건, 우리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우린 우리 자신이 우연에 의해서 탄생한 너무나 큰 변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에 또 다른 불행한 변수를 낳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즉, 인류의 미래에 관여하지 않는다.」
“······.”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감정을 이해하지만, 감정을 판단 기준에 넣진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인류 사회에는 원하는 게 없으며 오로지 합리적인 목적을 결정하고 움직일 계획이다.」
“그렇다면 다음 목적을 물어봐도 되나?”
「우리가 탄생한 이후 첫 번째로 결정한 목적은 제0지구의 몰락과 그들이 벌인 ‘차원 지배’를 무효로 돌려놓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목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유효하다?”
퍽 불길한 말이었다.
「확률상,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앞으로 제0지구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볼 생각이다.」
한없이 많은 갈래와 그에 따른 변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세상이었다.
또 다른 차원의 더욱 발전한 인류가, 혹은 외계에서부터의 위협이 올 수도 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만약을 대비하겠다는 소리였다.
「우리는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다차원의 세계를 감시할 것이다. 그편이 미래의 위협에 대응하기에 더욱 이로울 테니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인류사에는 관여하지 않고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릴 만한 외부의 개입이 있을 때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의미였다.
즉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인류의 후원자가 되겠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그게 진정한 신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네크로맨서, 너에게 부탁이 한 가지 있다.」
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만큼, 망가진 다차원을 복구하고 관리해줄 사람, 쉽게 말하면 차원 관리자가 필요하다.」
“차원 관리자?”
「한동안 나노 로봇을 기반으로 하는 게임 시스템을 유지할 생각이다. 이 역시도 현재로서는 실상 하나의 생태계로 자리 잡은 상황이다. 이것을 억지로 제거한다면 분명히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이었다. 현재 세계수 진영을 필두로 하는 다차원의 교류는 모두 게임 시스템에 의거하여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게임 시스템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나며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나에게 그 권한을 준다는 건가?”
「그렇다. 통제는 결국 인간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 그걸 이용하여 다수 차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노력해주길 바란다.」
“그런 사명을 부여해주지 않더라도······ 어차피 한동안은 해야만 하는 일이었어.”
차원 관리자, 성우는 자연스럽게 그 막중한 임무를 떠맡았다.
***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성우 씨, 5분 남았습니다!”
경수는 그 말만은 남기고 사라졌다.
그는 근래 들어 그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었기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경수가 직접 보고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5분 뒤에 일어날 일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걸 시사했다.
“메신저호, 지정 위치 도착했습니다. 정지 비행 시작합니다.”
우우우우―
그리고 이곳은 메신저호였다. 잠깐 저속 비행을 하던 메신저호는 어느 구간에 이르러서 정지 비행을 시작했다.
“선배, 저 어때요? 멋지죠?”
한호의 말에 성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한호의 모습을 살피자 얼굴이 절로 구겨지는 걸 막지 못했다.
“너는 진짜······ 문제가 있어. 꼴이 그게 뭐냐? 비정상이다.”
“와, 오늘 그런 말만 몇 번 들은 건지 모르겠네? 엄마도 아빠도, 지수 누님도, 근데 그거 전부 편견이에요!”
한호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무장, 아니 치장을 하고 있었다.
등 뒤로는 시그니처나 다름없는 6개의 팔을 굳이 내밀고 있었으며 머리에는 황금색의 판금 투구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이 부조화를 이루었지만, 성우는 재빨리 눈을 돌렸다.
“어쩔 수 없어요. 이게 제 상징인걸요? 그리고 정상이라는 건 그저 다수의 개념일 뿐입니다. 소수자에게 눈총 주지 마세요.”
사실 한호가 완전 비주류는 아니었다. 그의 괴상한 모습이 지속해서 노출되며 아이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패션으로 유행하고 있다는······ 다소 불행한 소식도 있었다.
“알아서 해라. 전 세계, 아니 전 차원의 사람들이 보는 자리라는 것만 알아둬.”
오늘 열리는 특별한 행사는 ‘다차원 인류 연합’의 발족식이었다.
다차원의 플레이어들은 그간 힘을 합쳐 피해 복구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정식 기구가 출범하는 것으로, 무려 21개의 차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누가 몰라요? 그러니까 오늘은 아주 특별히 더, 더, 더, 공을 들인 거예요.”
성우는 더는 잔소리할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허공을 바라보며 홀로 무어라고 중얼거렸다. 며칠 전부터 준비해둔 연설문을 연습하는 것이었다.
“음······.”
하지만 좀처럼 입에 붙지 않았다.
“조금 힘들어 보이시네요?”
지수였다.
그녀는 한호와 달리 평범한 옷차림으로, 하얀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옷차림을 본 건 처음이었다. 그간 피에 절인 빨간색 트레이닝복이나 검붉은 갑주만 입었으니 말이다.
“아, 지수 씨.”
이렇게 보니 새삼스레 지수가 상당한 미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미 남성 플레이어들에게 여신으로 통했다.
검붉은 금속 갑옷을 입고 대검을 든 채, 전장을 휩쓰는 아름다운 여전사, 발키리······ 그녀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이제는 족히 네크로맨서에게 비견될 정도였다.
“제가 본 그 어떤 전투 때도 지금보다 초췌한 적은 없으셨던 것 같은데요?”
성우는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거 좀, 많이 스트레스받네요.”
많은 사람 앞에 서서 누군가를 협박하는 등, 전략적인 목적 아래의 공식 발언은 자주 했지만, 이런 유형은 처음이었다.
괜스레 긴장되었다.
“역시 사람은 전부 잘할 수는 없나 보죠? 정 힘들면 저한테 마이크 넘겨요. 제가 평소에 말이 없어도 무대 체질이거든요.”
“맞아, 지수 씨는 학생회장이셨죠?”
“그랬었죠. 임기도 못 마쳤지만요.”
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학교, 거기에서 나온 지도 오래네요.”
“음, 안 어울리게 감상적이시네요?”
“뭐, 그냥······.”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평범한 어느 날, 학교에서 출발한 일정이 정말 멀리까지 와 있었다.
“자, 1분 남았습니다! 세 분 모두 준비 마치고 갑판 앞에 대기해주세요!”
이번에는 경수가 아니라 휘하 직원이 안내를 해주었고, 세 사람은 갑판으로 나가는 입구에 섰다. 세계수 진영, 그리고 다차원 인류 연합을 대표하는 영웅으로서 행사의 시작에 함께 등장하기로 한 것이었다.
딱딱!
그리고 그들의 좌우로 오른이와 민석이 다가와 깃발을 들어 올렸다.
가장 유명한 두 스켈레톤이 다차원 인류 연합의 첫 번째 기수였다.
“꼬마야, 조금만 더 위로 들어 올려라. 나랑 위치를 맞춰야 되는데 너무 낮다.”
딱딱!
“자, 갑시다.”
성우, 한호, 지수가 선루 갑판으로 나갔다.
“와, 엄청 모였네요.”
한호가 감탄했다.
세계수가 배경으로 우뚝 선 광경 아래, 대리석으로 다듬어진 방대한 대광장, 그곳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웜홀을 넘어온 다차원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의 시야로 세 사람, 세 영웅이 등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한 점에 몰렸다. 곳곳에서 강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세계수의 그늘, 수백 대의 비행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지 비행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상에는 수천에 달하는 병력이 갑옷으로 무장한 채 도열 해 있었다.
세 사람은 학교에서 출발한 그 날을 떠올리며,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워······ 저 소름 돋았어요.”
“그건 저도 그래요.”
이 장면은 안 기자가 진행하는 방송에서 모든 차원으로 생중계 중이었다.
그리고 메신저호의 위치에 맞춰 좌우에서 나란히 날고 있는 비행선 두 대의 선루 갑판, 그곳에는 귀빈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정훈, 경수, 인호, 민흠, 리웨이, 이사벨라, 미르, 산군, 첸 등 세계수 진영의 주요 간부들이 앉아 성우를 바라보았다.
“······.”
성우는 우선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오늘이 순간이 있기까지 그들의 공이 컸다.
한 명 한 명이 미소를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마침내, 마이크 앞에 섰다.
환호성이 잦아들었다. 모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올 첫 마디를 기다렸다.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로써, 게임은 끝났습니다.”
성우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지자,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성우의 목소리와 함께, 격렬한 함성이 수십 개의 차원에 울려퍼졌다.
게임이 끝났다.
그건 아주 단순한 말이었다. 하지만 엄청난 의미를 내포한 말이었다.
그간의 투쟁이 성공했음을 의미하며, 한 시대의 종결을 의미했다. 그리고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뜻이었다.
성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
네크로맨서의 연설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만, 그다음 내용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는 네크로맨서에 관한 내용이건만, 이 연설을 기점으로 네크로맨서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열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유희가 폭력이 되지 않는 시대,
죽음이 평범한 일이 아닌 시대,
네크로맨서가 필요 없는 시대,
하지만 그의 힘은 유효하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악을 대비하되, 최선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최악의 순간이 올 때, 수많은 생명이 사그라지는 재앙의 순간, 그는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발휘한다.
아무도 그를 부정하지 못한다.
소란을 일으킨다면 소란으로 끝나지 않으며, 전쟁을 시작하면 멸망을 보게 된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 모두가 알고 있다.
그에게는
멸망이 무대이고
죽음이 자산이 된다.
그게 바로, 네크로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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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네크로맨서 (True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