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창명제이결(唱明第二結)의 비밀(1)
젊은 맹호동이 개방의 새 용두방주가 된 개방엔 개혁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당연히 연옥상에 의해 외부에서 초빙된 인사들은 모두 축출되었고, 그래서 생긴 결원은 정의파게게 밀려났던 오의파 사람들이 들어와 채워졌다.
장로전의 십대장로 직은 해남삼검 말고도 연혼대법에 걸려 있던 두 장로의 결원이 생겼는데 해남삼검의 자리는 고죽삼개가 다시 들어와 채우고 두 자리는 일단 공석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천병전주는 당연히 조치성이 그 자리를 다시 차지했고, 명현만을 따라 들어왔던 상당수의 방도들은 개방을 떠났다.
그들은 공수정심 오의파의 정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곧 천병전의 결원은 어렵지 않게 채워졌다.
조치성이 이끌고 있던 무리들 말고도 당시 개방을 떠났던 상당수의 전 천병전 방도들이 소문을 듣고 다시 개방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천안전의 전주 역시 전 천안전주 자운영이 맡았다.
그녀는 그녀가 이끌던 비연회의 전 인원을 통째로 천안전으로 옮겼으므로 비연회에서 활동하던 회도들은 자연스럽게 천안전의 정보개들이 되었다.
그들 중 비연회의 핵심 간부들은 15개 총타의 천안부주직을 맡은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비연회가 가지고 있던 정보도 천안전으로 통째로 옮겨졌으므로 정보에 대한 공백도 크게 없었다.
그런데 육계묵이 맡고 있던 호정당의 호정당주가 된 사람이 뜻밖이었다.
오의당의 삼결개 막충이 오결개로 한꺼번에 가결이 되어 호정당주에 임명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그간 막충이 보인 의기와 오의파의 정신을 높이 산 맹호동이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이제 오의파화 되어 크게 지킬 것이 없어진 개방이 되다 보니 호정당은 대폭적인 축소를 피할 수 없었고, 막충이 감당할 만한 부서가 되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맹호동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오의당 대신 개방 본타엔 다시 정의당이 만들어졌고, 그 정의당엔 10여 년 동안 방주직을 맡았던 향군항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당주가 되었다.
향군항이 찜찜해했지만 맹호동의 설득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누구든 정의파가 될 수 있게 하고 정의당에 가입시켰다.
이미 정의파의 맛을 본 개방도들이 많았으므로 수적으로 예전의 정의파는 비교 불가일 정도로 그 숫자가 많아졌다.
가장 처리가 어려운 부서는 금왕전이었다.
그야말로 금왕전은 오의파 개방 때는 있지도 않은 부서였고, 공수정심 오의파와는 가까이 할 수조차 없는 부서인 것이다.
고심을 하던 개방은 금왕전을 완전히 개방에서 떼어 독립시키고 금왕전의 상개들도 더 이상 개방도란 말도 쓰지 못하게 했다.
일체 그들의 상행위에 간섭하지 않는 대신 개방에 일정액의 상납금을 바치게 했다.
이 또한 공수정심, 오의파가 고수해 온 개방칠규에도 어긋나는 행위였지만 이제 맹호동은 개방도 개혁을 감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조건 재화를 배격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물론 그 재화는 빈민 구제나 구휼, 중원 곳곳에 발생한 재난지역의 사람들에게 쓰기로 했다.
정의파 방도들이 으리으리하게 지어 놓은 개방 본타, 총타, 분타의 건물들도 문제였는데 이것들을 부숴버리는 것도 말이 되지 않았으므로 다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이 건물들을 일단은 그냥 쓰기로 했다.
하지만 사치품들이나 실생활에 필요치 않은 물건들은 모두 처분하여 부족한 빈민 구제비에 충당을 했다.
그리고 구걸행도 수행의 한 부분으로 원하는 사람들만 그 일에 나가게 하고, 그걸 원치 않는 사람은 직접 몸을 써서 하는 일을 하여 돈을 버는 일도 허락하기로 했다.
모든 수익은 개방의 공금으로 적립시키도록 했으며 편하게 장사를 하여 이윤을 취하거나 개인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것은 일절 금했다.
맹호동이 용두방주가 되면서 오의파의 세상이 되었지만 개방에도 개혁의 바람이 불어 닥쳤다.
그것은 맹호동이 개방도가 아닌 입장으로 세상을 접하면서 공수정심이라는 절대 구호에 매몰되어 개방이 너무나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맹호동은 전생의 자신을 구하러 갔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전 개방 후개 용연비의 종적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환희밀교의 사령들을 닦달해도 그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그 일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사천방과 은영매루였다.
맹호동이 연옥상의 측근들을 닦달해서 알아보니 전생의 자신을 죽인 것은 역시 연옥상이었다.
연옥상이 어마어마한 거금으로 사천방에 맹호동을 표적으로 하는 살해청부를 넣었다.
사천방은 천주지회에 참석차 움직이는 맹호동을 노리고 살행을 감행했는데 그때 이용한 독이 귀엽지주독(鬼獵蜘蛛毒)이란 절독이었다.
남만의 밀림에 사는 귀엽지주의 독은 그것만으로는 아무런 독성도 발현되지 않는데 독한 술과 섞이면 엄청난 독성이 발현되는 절독이었고, 사천방은 여호주가에 잠입해 맹호동이 먹을 술에다 그 독을 푼 것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추적을 피하기 위해 사천방은 여호주가의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여호주가를 모두 불태웠던 것이다.
전생에 그런 악연이 있는 사천방은 연옥상의 사주를 받은 것이긴 했지만 이생에서도 팔형철통지관과 능외부부를 동원해 자신을 죽이려 했었다.
그리고 은영매루는 의뢰받은 전서의 내용은 절대로 훔쳐봐서는 안 된다는 정보단의 금기를 어기고 맹호동이 의뢰한 전서의 내용을 훔쳐보았고, 그 내용을 이용해 맹호동과 기개단을 나락에 빠뜨리려고 하였다.
이 두 단체만은 절대로 그냥 봐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 맹호동은 개방의 일이 대충 정리된 뒤, 맹호동은 가짜 수염을 달고 피부에 주름을 만들어 마흔이 넘어 보이는 중년인으로 변장을 한 채 은영매루를 찾아갔다.
물론 하남성 정주(鄭州)의 다정로에 있는 매화다루(梅花茶樓), 은영매루 본루로였다.
그곳에서 맹호동은 청부금 전부를 선불금으로 내고 전서를 의뢰했다.
청부금을 전부 선불금으로 내면 본인의 신분이 밝혀질 위험도, 밝힐 의무도 없었으므로 맹호동의 신분은 미궁에 빠질 터였다.
맹호동이 전서를 전하도록 청부한 곳은 무령왕부(武寧王府)였다.
무령왕은 현 황제인 곤룡제(崑龍帝)의 친동생으로 강서성 일부를 사유지로 관할하고 있었고, 무공을 좋아하여 무림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왕이었다.
전서의 내용은 이러했다.
-중원의 전문청부살수단인 사천방에서 귀 왕의 청부살해를 시도하려 하고 있기에 귀 왕부에 알립니다. 사천방에서는 일급 살수인 사검귀랑(死劍鬼狼)을 투입하여 오는 20일 가벽산(歌癖山) 영현사(英顯寺)에서 그 일을 도모하려 하고 있습니다. 귀 왕께서는 귀체보중하시기 바랍니다.
불교신자인 무령왕은 마침 다가오는 20일 가벽산 영현사를 방문하여 천도제를 지낼 예정이었으므로 그 정보를 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개방의 정보력 덕에 무령왕이 그날 영현사를 방문할 예정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맹호동이 그 내용을 이용해 가짜 정보를 무령왕부에 전달케 한 것이었다.
전서를 전해 받은 무령왕부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날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사천방의 일급살수인 사검귀랑과 사천방은 무령왕부의 가혹한 취조를 면치 못할 터였다.
그것이 허위라고 밝혀진다면 이번에는 그 전서를 전한 은영매루가 취조를 당하리라고 생각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 맹호동은 시간을 두고 이에 대한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 일을 마친 후 맹호동은 방주의 업무를 고죽삼개에게 일임하고 방을 나왔다. 그 혼자 갈 곳이 있어서였다.
* * *
“개방에서 엄청난 난리가 났었다며?”
“그래. 거기가 정의파가 득세를 해서 개방이 이상한 모양이 됐었는데 오의파 거지들이 정의파를 물리치고 다시 개방을 장악했다더군.”
“그런데 정의파도 그냥 정의파가 아니었다며?”
“맞아. 환희밀교인가 하는 이상한 사교의 사령들이 들어와서 정의파 인척하면서 개방을 장악했던 거라더군.”
“이야! 그야말로 개방이 완전히 사파가 될 뻔했네그랴.”
“개방만 사파가 될 뻔한 게 아니지. 개방이 어떤 곳인가? 방도가 십만이나 되는 쪽수로는 당할 방파가 없는 곳 아닌가?”
“쪽수만이 아니라 정보력도 천하제일이지.”
“그런 방파가 사파가 되었다고 생각해 봐. 하여간 중원무림 전체가 이상해질 뻔했다니까.”
“그러네. 생각해 보니 정말 아찔해. 그런데 그 난리통에 새로 용두방주가 된 거지가 란주 촌구석에서 일결개로 있던 거지였다며?”
“맞아. 거기 출신인데 맹추라나 뭐라나. 이름도 이상한 거지인데 하여간 개울에서 용이 난거지 뭐.”
“개울에서 난 용이나 바다에서 난 용이나 개방을 구한 용이면 됐지 뭐.”
“개방만 구한 게 아니지. 사파천지가 될 뻔한 천하를 구한 거지.”
“암. 맞아. 그 일결개 거지가 천하를 구한 거야.”
개방에서 나온 맹호동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한 반점에 들렀는데 거기서 낮술을 먹던 낭인무사들이 맹호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강호에선 어디를 가나 새로 용두방주가 된 맹호동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물론 맹호동은 개방을 나서면서 살짝 변장을 했으므로 맹호동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개방을 나와 맹호동이 간 곳은 개봉의 동남쪽, 황하에 연해 있는 접산이었다.
그 접산에 화만루가 만들어놓은 비동(秘洞)에는 여전히 36방위천향절진을 구성하고 있는 36개의 도인상이 여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몇 달 전, 맹호동이 자양대사의 공격을 받고 황하에 떨어졌을 때, 맹호동을 구한 것은 자운영이었다.
자운영은 비연회의 정보망을 통해 사천방이 맹호동을 피습하려 한다는 정보를 알아냈고, 그래서 자운영은 직접 맹호동의 행방을 추적하며 맹호동을 위기에서 구하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에 생사지경에서 맹호동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극심한 내상과 외상을 입은 맹호동이 자운영의 도움으로 찾아든 곳이 바로 이곳, 접산의 비동이었다.
다행히 이곳에서 36도인상에서 발현된 청량기의 도움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맹호동은 내, 외상을 치료할 수 있었다.
그 후 맹호동은 개방에서 후개등극식이 벌어지기 전까지 이곳에서 운기행공에 매진했는데 역시나 36천존상의 도움을 받아 그 짧은 시간에 1갑자에 달하는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단지 얻은 것은 내공만이 아니었다. 지난 생에서 화후를 이루었던 항룡십팔장(抗龍十八掌)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된 것이었다.
개방의 방주전승신공 중에서도 최고의 무공인 항룡십팔장은 그 초식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내공이 5갑자 이상일 경우에만 수련이 가능한데 그간 맹호동은 내공이 부족해서 그 공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접산의 비동에서 5갑자의 내공을 얻은 후 항룡십팔장 수련에 들어갔고, 항룡십팔장에 상당한 진전을 얻은 후 비동을 나가 후개등극식에 참석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맹호동은 진금성과의 비무에서나 이후 연옥상과의 싸움에서 항룡십팔장을 쓰지 않았다.
그 이유는 항룡십팔장이 워낙 어려운 무공인 탓에 그 극의를 이루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왠지 개방 안에서 그 무공을 쓰는 것이 저어되었기 때문이었다.
빨리 항룡십팔장의 극의를 이루고 언제고 개방의 위상을 만천하에 떨칠 만한 자리에서 맹호동은 항룡십팔장을 쓰리라 다짐하며 이곳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리고 맹호동이 서둘러 이 비동에 온 이유가 또 하나 있었다.
지난 몇 달간 이곳에서 운기행공을 하며 지내던 맹호동은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그것은 안쪽 방에 있던 낡은 북에서 얻게 되었다.
이곳에서 지내면서 맹호동은 화만루가 남겨 둔 그 북에 대한 비밀을 풀기 위해 고심했는데 어느 날, 맹호동은 혹시나 하고 북의 안쪽을 살펴보기 위해 양면의 가죽을 팽팽하게 하는 북통 위로 연결된 끈을 모두 풀었다.
그러자 놀라운 비밀이 드러났다. 북면의 가죽 안쪽 가득히 깨알 같은 글씨로 무공구결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창명제이결(唱明第二結)이란 이름의 무공구결이었는데 난해하기 짝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