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200
200화. 호룡음(呼龍音) (完)
디리리링! 딩딩딩! 둥두둥! 둥둥둥!
마을 입구 느티나무 아래에서 맹호동과 정화가 북과 비파로 연주를 하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아이들이 모여 들었다.
디디딩! 딩딩디리리링! 둥둥둥! 두둥둥둥!
연주가 계속되면서 지나가던 어른들도 두 사람의 주위에서 발을 멈추었고, 멀리서 들일을 하던 사람들까지도 손을 놓고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왔다.
디리리링! 딩디리리링! 둥둥둥둥! 두두둥! 둥두둥!
사람만 모이는 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마당에 풀어 놓고 키우는 개들이 모이더니 가까운 나무 위에서 노닐던 참새들도 모여들었다.
아름다운 음악이 아이와 어른의 경계, 사람과 동물의 경계까지도 허문 것이었다.
디리딩딩딩! 딩디리링! 둥두두둥! 둥둥둥!
두 사람이 내는 음악이 느티나무 주위를 물들이고 그 주위로 모여든 사람과 동물들이 그 음악에 침잠되어 그곳은 한 폭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다.
* * *
“연주를 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처음 알았어.”
“그래, 복상지음이니 상간지음이니 하여 음악의 악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음악의 본질은 듣는 사람을 즐겁게 하는 거잖아.”
“듣는 사람들이 행복해하면 연주자도 이렇게 행복해질 줄 몰랐다는 거지. 나는 사부에게 비파 연주를 배울 때부터 음악을 무공의 한 분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내 무공을 키우는 한 부분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고.”
“우리가 곤륜산 비동에서 창명제이결, 제삼결을 연주하며 무아지경에 빠졌던 생각 안 나?”
“나지. 그때 정말 우리가 어떻게 연주에 빠져들었는지 모르겠어. 어쨌든 그 전엔 내 가슴엔 너의 대한 적개심이 상당했었거든.”
“그게 음악의 힘인 거지. 나도 연주하고 있는 널 보면서 나도 모르게 경계심을 내던지고 합주를 하게 됐으니까.”
“굉장했어, 정말. 그때 우리 창명제이결과 삼결의 합주는. 그와 함께 우리 두 사람이 가지고 있던 경계의 벽이 완전히 허물어졌으니까.”
“더 굉장한 게 있잖아.”
“더 굉장한 거? 그게 뭔데?”
“창명제일, 이, 삼결의 합주. 그게 뭐, 천룡후…… 용을 불러내는 합주라며?”
“아! 그래. 잊고 있었네. 천룡후. 사람이 들을 수 있다는 최고 최상의 천상음(天上音). 과연 그 소릴 우리 생전에 들을 수 있을까?”
“창명제일결을 찾으면 들을 수 있지.”
“그게 어디 있는데?”
“그걸 찾아보자.”
“그걸 어디서 찾아?”
“따라와 봐.”
맹호동이 의욕 어린 얼굴로 앞장을 서자 정화도 두 말없이 맹호동을 따라 나섰다.
이제 두 사람의 관심은 음악으로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하긴 이제 맹호동은 무공으로 이룰 수 있는 걸 다 이룬 상태였다.
무공 말고 다른 것에 대한 의욕이 끓어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 *
그로부터 사흘 후 두 사람은 강소성 율양현(慄陽峴)에 있는 모산(茅山)의 정상에 올라 있었다.
예로부터 모산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고 성스러운 기운이 가득하여 천하제일복지로 알려졌고 도교인들에게는 도교의 십대동천 중 제팔동천(第八洞天)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이 산정에는 400여 년 전에 위화존이라는 상청파의 도사가 모산파를 개파하고 만복궁(萬福宮)을 지었다.
“여긴 삼모진군(三茅眞君)을 공양하는 건원정(乾元停)이야. 외부인들은 위화존이 모산파의 개파조사라고 알고 있지만 모산파 사람들은 그보다 더 훨씬 전에 모(茅)씨 삼형제가 모산파의 비조(秘祖)라고 주장하지. 그래서 그 모씨 삼형제를 삼모진군이라고 하고 이 건원정에서 그들을 공양하는 거야. 모산파 사람들의 주장대로라면 모산파야말로 중원의 도가들을 통틀어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도파라는 거지.”
건원정은 모산의 산정의 만복궁(萬福宮) 전각군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 누각에는 세 명의 도인 석상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돌을 깎아 만든 제단이 있었다.
모산파의 사람들이 여기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제단에는 정수가 담긴 옥사발이 올려져 있고, 향이 피워져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모산에는 황명으로 금등령이 내려져 아무도 산에 오를 수가 없었고 만복궁은 텅 비어 사람의 온기라곤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봐. 모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여긴 모산에서 제일 높은 곳이라 모산이 한눈에 다 보여. 봄에는 모산의 색(色)을 보고 여름에는 기(氣) 느끼며 가을에는 정(靜)을 보고 겨울에는 산의 골격을 감상하는 명소지. 모산에는 아홉 개의 산봉과 스물여섯 개의 동굴, 여덟 개의 연못이 산재해 있는데 물과 산봉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청정기가 더 가득한 곳이지. 바로 저기 보이는 연못이 바로 동방염호(洞房鹽湖)야.”
맹호동이 만복궁 아래로 보이는 제법 큰 연못을 가리켰다.
연못은 경사가 심한 바위산의 산등성이에 사람이 일부러 바위 등성을 깎아 만들어 붙인 것처럼 기묘한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동방염호? 나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높은 산에 있으면서 물이 짠 소금호수라 사람들이 신기해한다며?”
“그래, 바로 그 호수야. 그래서 사람들은 저 호수는 모씨 삼형제가 도력(道力)으로 산등성을 깎고 황해의 물을 끌어다 만든 연못이라고 하지.”
“그런데 뭐야? 이 모산에는 언제 올라와 봤대? 이상해, 넌. 가보지 않은 곳이 없고 모르는 게 없고.”
맹호동에게 70년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정화가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맹호동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맹호동은 전생에서 화 사부를 따라 이 모산에 올라와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화 사부에게 들은 풍월을 맹호동이 읊고 있다는 걸 정화가 알 리 없는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너, 엄연히 이 산에는 황명으로 금등령이 내려져 있는데 이렇게 무턱대고 올라와도 괜찮은 거야?”
정화가 문득 산의 아래쪽에 둘러쳐져 있던 붉은 비단 끈이 떠오르기라도 한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맹호동이 품으로 손을 넣었다.
그 손에 세 마리의 용이 양각되어 있는 둥근 황금패가 들려나왔다.
“내가 말했지? 무령왕이 준 이 천황패(天皇牌)를 가지고 있으면 황명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고. 물론 딱 세 번이긴 하지만.”
“치이. 또 그걸로 얼렁뚱땅 넘기려고 하네.”
맹호동이 내민 황금패를 보고 정화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숭산에서 천주지회의 일이 정리된 후 무령왕은 맹호동에게 이 천황패를 주었다.
맹호동의 말대로 천황패는 황명을 세 번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 황제가 내린 사면 패였다.
무령왕이 천황패를 맹호동에게 하사한 건 무령왕이 맹호동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길 원했고, 또 맹호동이란 존재를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리 와 봐.”
천황패를 품에다 넣고 맹호동이 향한 곳은 건원정 바로 옆에 있는 종루(鐘樓)였다.
건원정과 같은 높이로 세워져 있는 종루에는 사람의 키 높이만 한 거대한 범종이 매달려 있었다.
“어! 범종은 불가에 있는 거 아니야? 도가에 범종이 있는 건 처음 보는데?”
맹호동을 따라 종루로 건너온 정화가 그 범종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산파의 조사인 위화존은 불교에도 가슴을 열고 좋은 점을 받아들였던 특이한 도사지. 만복궁에 범종이 있는 건 위화존의 그런 정신이 반영이 된 거라고 보면 되고.”
범종에는 승천하는 용 두 마리가 앞뒤로 양각되어 있었다.
맹호동이 한 손을 활짝 펼쳐서 범종을 향해 치켜들었다.
스으으으!
그 손에서는 은은한 진기가 번져 나왔다.
“이 모산에는 연못도 많지만 동굴도 많다고 했잖아. 그 동굴들은 대부분 모산의 청량기가 잔뜩 들어있어서 사람이 지내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라고 해. 그래서 거기서 수련을 하는 도사들이 많기에 동굴 안의 도사들을 부를 일이 있을 때 이 범종을 썼다고 해. 범종 소리는 여운이 길어서 동굴 속 깊은 곳까지도 전달이 잘 되는 특성이 있으니까.”
말을 하며 맹호동이 천천히 종면을 향해 손바닥을 내리쳤다.
투웅!
맹호동의 손바닥이 가볍게 종면을 때렸다.
두우우우우우웅!
가볍게 때린 듯했으나 마치 타종목(打鐘木)으로 친 것처럼 웅장한 북소리가 범종에서 터져 나와 모산의 전역으로 메아리처럼 번져 나갔다.
“아니, 옆에 타종목이 있는 데 왜……?”
그런 맹호동을 보며 정화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종 옆에 타종목, 대추나무 둥치가 밧줄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맹호동이 그 물음에 대답하는 대신 다시 손을 치켜들었다.
투웅! 퉁!
다시 맹호동이 손바닥으로 종면을 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바로 한 번 더 손을 들어 종면을 두드렸다.
우우우우우웅! 우우웅!
범종에서 긴 여운을 가진 범종소리가 먼저 번져 나가고, 뒤이어 짧은 범종소리가 번져 나갔다.
맹호동이 엄청난 공력을 손바닥에 담아 범종 소리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었다.
퉁! 투웅! 퉁퉁! 우우웅! 우우우웅! 우우웅! 우웅!
맹호동이 계속 손바닥으로 종을 두드리면서 그 손동작을 따라 종소리가 짧고 길게, 혹은 강하고 약한 운율이 되어 산 아래로 메아리쳐 나갔다.
“어머! 이 운율은……?”
순간, 정화가 멈칫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계속 울리는 종소리가 귀에 익은 소리라는 걸 느낀 것이었다.
‘범종으로 창명제이결을 연주하다니, 저게 십 갑자 공력자의 위엄인가?’
정말 맹호동이 손바닥으로 범종을 때려 내는 소리는 창명제이결의 운율이었다.
여운이 좀 길긴 굵긴 했지만 어마어마한 공력으로 범종을 제어하며 북을 두드려 내도록 만들어진 창명제이결의 운율을 종소리로 내고 있는 것이었다.
부우웅! 우우우웅! 붕붕붕! 부우우웅!
아름다운 종소리가 짧거나 혹은 긴 운율로 끊이지 않고 이어져 나오며 모산의 산속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 * *
저녁이 되어 두 사람은 산에 뛰노는 산토끼 한 마리를 잡아다 구워 먹었다.
상청파가 그렇듯 모산파도 육식을 금하지 않았으므로 만복궁에서 육식을 했다 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곧 날이 어두워지고 중천으로 만월이 떠올랐다.
만복궁에서 그 만월이 동방염호에 드리워지는 걸 확인한 뒤 맹호동이 정화를 동방염호로 데리고 갔다.
멀리에서 내려다보던 동방염호와 가까이 와서 본 동방염호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염분 때문인지 연못 주위의 풀들은 다 말라 죽어 있었고, 흙에 섞인 소금가루가 달빛에 받아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여긴…… 물고기가 못 살겠지?”
정화가 연못을 들여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소금 내가 물씬 풍겨 나오는 산정의 소금연못에 생명체가 살 리 만무했다.
“앉아.”
맹호동이 등에 지고 있던 북을 풀어 바닥에 놓으며 그 앞에 앉았다.
“북을 치려고?”
맹호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화도 얼른 바닥에 앉아 비파를 어깨에 걸쳤다.
언제부터인가 맹호동과의 합주는 정화에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 되어 있었다.
둥! 두둥! 둥둥둥!
맹호동이 먼저 북을 두드렸다.
그 짧게 시작되는 세 번의 단타(短打) 운율은 창명제이결의 시작음이었다.
디리링! 디리리링! 딩딩디리리링!
정화가 비파를 뜯어 창명제삼결로 화답했다.
둥두둥! 둥둥! 두두두둥! 디리링! 디리리리링! 딩디리리리링!
두 사람이 내는 창명제이, 삼결의 북소리와 비파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화음이 되어 달빛이 휘황한 창공으로 메아리쳐 나갔다.
둥둥! 두두둥! 둥두둥둥! 디리리링! 딩딩디리링! 디리리링!
창공만이 아니라 달빛이 드리워져 있는 잔잔한 수면을 타고, 또 수면 그 아래 연못 속으로도 화음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면 그것들이 수면으로 튀어 오르며 춤을 추지 않았을까?’
비파를 뜯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정화가 만월이 드리워져 있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다른 곳에서는 둘이 이 정도 하면 주위의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음악에 반응을 했던 것이다.
끼이익! 끼익! 끼익!
동물이 반응을 보인 곳은 연못이 아니라 하늘이었다.
눈처럼 흰 세 마리의 학이 산봉 너머에서 날아왔다.
둥둥둥! 두두둥! 둥두두둥! 디리링! 디리리링! 딩디리리리링! 끼이익! 끼익! 끼이익!
두 사람이 합주를 하고 있는 연못 위를 세 마리의 학들이 원을 그리며 날아 다녔다.
하늘에 떠 있는 달과 수면 위의 달, 허공과 수면에 만연한 달빛 속을 세 마리의 학들이 유영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그림 속으로 들어서는 한 사람이 있었다.
탈속한 듯한 노인이었다.
둥둥둥! 두두둥! 둥두두둥! 디리링! 디리리링! 딩디리리리링! 끼이익! 끼익! 끼이익!
노인이 잠시 연못가에서 합주를 하는 맹호동과 정화, 그 합주에 홀려 춤을 추는 학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둥둥둥! 두두둥! 둥두두둥! 디리링! 디리리링! 딩디리리리링!
처음에는 굳은 얼굴로 그것을 보고 있던 노인의 얼굴이 풀어지는가 싶더니 살며시 입꼬리가 올라가며 옅은 미소가 피어나왔다.
노인도 맹호동과 정화의 가까이에 앉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퉁소를 입으로 가져갔다.
둥둥둥! 두두두둥! 둥둥둥! 디리리링! 디리링! 디링딩딩! 삐리리리! 삘리리! 삘릴리리!
두 사람의 연주에 한 사람의 연주가 더 첨가되었다. 퉁소음이었다.
맹호동과 정화는 마치 노인이 합주에 참가할 것을 알기라도 한 듯 변함없이 연주를 계속했다.
둥둥둥! 두두두둥! 둥둥둥! 디리리링! 디리링! 디링딩딩! 삐리리리! 삘리리! 삘릴리리!
세 사람의 합주가 계속 되었다.
그러면서 몇 마리의 학들이 산봉 너머에서 더 날아왔다.
둥둥둥! 두두두둥! 디리리링! 디링딩딩! 삐리리리! 삘리리! 끼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세 사람의 합주에 맞추어 노래라도 부르는 듯 연못 위를 날아다니는 학들이 다 같이 소리를 냈다.
둥둥둥! 두두두둥! 디리리링! 디리링! 삐리리리! 삘릴리리! 끼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연주가 계속되며 맹호동의 입가에도, 정화의 입가에도 미소가 피어나왔다.
노인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미소가 더 짙어졌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맹호동은 그 노인이 일성도장이며 운현자인 것을 알았다.
그는 숭산에서 맹호동과 겨루며 모든 진력을 소모한 뒤 급격한 노화가 진행되어 노인이 되고 만 것이었다.
맹호동은 피폐해진 그가 모산으로 들어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산의 어느 동굴 안에서 몸을 정양하고 있을 거라고.
그래서 모산으로 와 종을 통해 창명제이결을 연주해 그 소리로 운현자를 불러낸 것이었다.
둥둥둥! 두두두둥! 두두두둥! 디리리링! 디리링! 디디딩! 삐리리리! 삘릴리리! 삘리리리리!
당연히 운현자도 두 사람이 내는 창명제이, 삼결에 맞추어 창명제일결을 연주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공격성을 배제하고 온화한 마음으로 창명제일, 이, 삼결을 연주하니 이 합주는 도곡음선 뜻대로 세상을 녹이는 최고로 감미로운 화음이 되었다.
둥둥둥! 두두두둥! 디리리링! 디리링! 삐리리리! 삘릴리리! 끼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연주가 계속되면서 더 많은 학들이 사방에서 날아왔다.
이제 연못 위 월하(月下) 공간은 수십 마리의 학들이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경연장이 되어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달빛만을 머금고 있던 수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수면에 거대한 동심원이 만들어지더니 연못 속에서 거대한 생명체 하나가 용틀임을 치며 솟구쳐 나왔다.
그것은 한 마리의 황룡(黃龍)이었다. 용이 연못 위의 하늘 위로 달빛을 타고 날아 올라갔다.
둥둥둥! 두두두둥! 디리리링! 디리링! 삐리리리! 삘릴리리! 끼이익! 끼이익! 끼이이익! 우우우우!
‘아! 창룡제일, 이, 삼결의 합주는 용을 부르는 호룡음이라고 했는데……! 정말 용이 나왔어!’
그 용이 실제 용인지, 환상의 용인지는 정화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히 한 마리의 황룡이 연못 안에서 솟구쳐 나와 눈부신 황금 비늘에 달빛을 반사시키며 그녀의 눈앞에서 너울너울 춤을 추고 있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