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41
41화. 수련동(修鍊洞)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가(3)
“허엇!”
파아아앗!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까보다 더 큰 충격을 받으며 공도협이 사정없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터엉!
튕겨져 간 공도협이 등이 석벽에 등짝을 세차게 부딪친 뒤에야 간신히 멈추어 섰다.
“우욱!”
울컥!
간신히 석벽에 등을 기대고 선 공도협이 내상이라도 입은 듯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냈다.
“그, 그런데…… 누가 날……?”
그런 가운데도 공도협이 애써 정신을 수습하며 주위를 살폈다.
누군가가 홍동청의 검과 자신의 검이 부딪치는 순간, 뛰어들어 자신을 도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너는 맹추……!”
공도협의 시선에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검을 곧추 들고 서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다름 아닌 맹호동이었다.
홍동청 일행이 석벽을 부순 그 순간에 맹호동은 홍동청과 그들 일행에 앞서 암향신비행을 발휘해 석실로 스며들었었다.
그리고 석실의 구석에 몸을 감춘 채 공명에 들어 있는 불초생과 홍동청 일행, 공도협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계속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홍동청과 그 일행이 일으킨 기세를 공도협이 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었다.
맹호동이 뛰어들어 힘을 보탰길 망정이지 공도협은 이번 합에서 운명을 달리 할 수도 있었다.
“네, 네가…… 어떻게 여길……?”
“내가 어떻게 여길 들어온 게 문제가 아니잖아요! 살아서 나가고 싶으면 정신 바짝 차려요!”
공도협이 황망히 묻자 맹호동이 따끔하게 공도협을 질책했다.
아닌 게 아니라 홍동청의 검은 뒤의 여덟의 내가진기를 넘겨받으며 점점 더 흉맹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푸후훗! 너는 우리 분타 11조에 있던 무결개 놈이 아니냐? 총타의 법개가 잡아다 집법창에 집어넣은 줄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네놈을 보게 되다니, 얘기가 재밌게 돌아가는구나.”
홍동청이 맹호동을 알아보며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차가운 웃음을 뱉어냈다.
맹호동도 지지 않고 빙글거리며 홍동청을 향해 대꾸했다.
“얘기가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군.”
“아니, 이놈이!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기에 네놈 따위의 무공이 그렇게 수직 상승한 거냐?”
“무공이 수직 상승한 건 당신이 더한 것 같은데? 강호에는 기인이사도 많고 생각지 않은 변고도 많으니 염두에 두도록.”
“당신? 네, 네놈 따위가 내게 당신이라고? 이놈이 정녕 미친 게로구나!”
이죽거리는 맹호동의 말투에 그 속에 전대 방주의 혼이 들어가 있는 걸 알 리 없는 홍동청이 기가 막혀했다.
“뭐, 어찌 보면 세상에는 미친놈들투성이지. 네 놈이 총타주의 내단을 빼먹겠다고 여기까지 기어 들어온 것도 미치지 않고서야 하기 어려운 일이고.”
“이, 이놈이 그걸 어떻게……?”
맹호동의 말이 정곡을 찌르자 일순 홍동청이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냐! 그 따위 말까지 지껄여 대는 걸 보니 살아서 나가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화아아아아아!
홍동청이 맹호동을 쏘아보는 눈에서 파란 독기를 피워 올렸다.
더불어 그와 그의 등을 잡고 있는 여덟 사내의 몸에서 휘황한 진기가 피어올랐다.
맹호동도 첩첩구합신공에 대해 모르지 않았다.
전대개방 본타의 만경각(萬經閣)에는 그간 천안전에서 수집한 정사마의 무공서적이나 각종 종파의 경전들이 소장되어 있었다.
그중에는 개방도들에게 개방(開放)을 금한 금서(禁書)들이 밀봉금고(密封金庫)에 따로 소장되어 있었는데 첩첩구합신공비록도 그중 하나였다.
어느 종파나 무가의 무공인지도 불분명한 이 무공은 짧은 시간에 가공스럽게 무위를 높일 수 있는 신공이었지만 무공을 수련하거나 구현하던 중 수련자가 심중(心中)을 다칠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우라질 놈들! 방도들의 무위를 높이겠다고 밀봉금고의 금서들까지 개방을 한 거냐? 대체 개방을 어디로 끌고 가려는 것이냐?’
그걸 보며 맹호동이 또 속으로 정의파에게 이를 갈았다.
정의파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정은 염두에 두지 않는 분파인 것이 분명한 것이다.
“신공을 끝까지 일으켜라! 시간이 없다!”
검을 치켜든 채 뒤에 달라붙어 있는 여덟 명을 향해 홍동청이 소리쳤다.
쿠우우우우우우!
그러자 홍동청이 치켜들고 있는 검에서 휘황한 검기가 불꽃처럼 일어났다.
홍동청이 뒤의 여덟 명과 함께 첩첩구합신공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금서의 무공이고 뭐고 저 공력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걸 보는 맹호동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났다.
이들을 따라 들어오면서 이들이 첩첩구합신공이란 비공(秘功)을 익힌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들과 대적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유한(有限)한 공간, 피할 곳도, 도망갈 곳도 없다!’
후우우우!
맹호동이 의지를 다지며 자신도 검에다 진기를 밀어 넣었다.
홍동청의 검기에 비해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었지만 맹호동의 검에도 푸른 검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후후훗! 제법이구나! 검기를 구현해 내다니! 네놈을 죽여도 햇병아리를 죽였다는 소리는 안 듣겠구나!”
홍동청이 그런 맹호동을 보며 비웃음과 살기가 동시에 어려 있는 웃음을 토해냈다.
“궁금한 게 많다만 시간이 없구나! 못한 이야기는 훗날 저승에서 만나면 나누기로 하자꾸나, 꼬맹아!”
스으으읏!
홍동청이 맹호동을 향해 말하면서 맹호동을 향해 다가들었다.
뒤에 여덟 명을 달고 있으면서도 그 움직임은 썰매를 타고 얼음 위를 미끄러지듯 신속하고 유연했다.
“출!”
퓨아아아아악!
홍동청이 소리치며 자신의 검을 맹호동을 향해 일직선으로 찔러냈다.
용두타구봉법 중 타구봉의 끝에 공력을 실어 상대를 공격하는 일선건곤(一線乾坤)을 검식으로 바꾼 회심의 초식이었다.
‘위험하다!’
파파팍!
맹호동이 급히 검에다 공력을 있는 대로 끌어 올리며 검끝으로 삼각형을 그렸다.
용두타구봉법의 수비식 신뢰삼벽을 발현한 것이었다.
까아아앙!
맹호동이 만든 강기의 벽을 벼락같이 찔러온 홍동청의 검끝이 사정없이 때리자 쇠북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사방으로 강기가 비산했다.
“우훗!”
타다다닥!
맹호동이 전신에 상당한 충격을 받으며 뒷걸음질을 쳤다.
진신진력을 최대한 끌어내 방어식을 펼쳤지만 단 한 초식만으로 자신이 이들의 구합신공에게 상대가 되지 못 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턱!
하지만 이곳은 좁은 석실, 물러나던 맹호동의 등이 석실의 석벽에 부딪쳤다.
“죽인다! 혈우지천(血雨地天)!”
파아앗!
기선을 잡은 홍동청이 한 발짝 높이로 뛰어 올랐다.
그 홍동청이 등을 놓지 않고 뒤의 여덟 사내도 동시에 솟아올랐다.
파아아아아아!
이것은 용두타구봉법의 용등구소(龍燈九燒)를 검식으로 바꾼 것이었다.
아홉 가닥의 흉흉한 검기가 맹호동의 주변, 아홉 곳을 점한 채 폭포수처럼 들이닥치고 있었다.
‘피할 곳이 없다!’
아홉 가닥의 검기가 자신과 주변의 팔방, 아홉 곳을 점하고 들어오는 데에야 피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선택은 하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간다!’
파아아앗!
맹호동이 급히 마음을 정하고 곧장 홍동청의 가슴팍을 향해 검을 뻗어내며 치고 들어갔다.
용등구소는 여덟 방위를 점하고 들어오는 것들보다 중심으로 들어오는 검기가 제일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헛! 이놈이……!”
자신의 가슴으로 뛰어드는 맹호동의 운신이 의외였는지 홍동청이 크게 당황하며 가운데로 발출하던 검기에 급히 진력을 집중시켰다.
까아아앙!
맹호동의 검과 홍동청의 검이 다시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무섭게 부딪쳤다.
그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검에 실리는 진력을 두 사람의 검이 감당하지 못한 것이었다.
“내, 내 검이 부서지다니! 놈의 공력이 이 정도였다는 건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보며 홍동청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타다다닥!
그 홍동청의 눈에 검날이 부서져 나간 검을 놓치며 뒷걸음질을 치는 맹호동이 보였다.
“기회……! 귀수탈혼(鬼手脫魂)!”
파아아앗!
홍동청이 눈을 번뜩이며 뒷걸음질을 치는 맹호동을 향해 두 손을 앞으로 내밀고 야수처럼 달려들었다.
귀수탈혼은 용두타구십팔권의 양수참격(兩手斬擊)을 응용한 것으로 양손의 수도로 상대의 목을 공격하고, 이어 상대의 목줄을 두 손으로 잡아 비트는 치명적인 공격초식이었다.
턱!
뒤로 물러나던 맹호동의 등짝이 또 석벽에 부딪쳤다.
그 앞으로 흉험한 기세가 실린 홍동청의 두 손이 맹호동의 목을 노리고 닥쳐들고 있었다.
“이런……!”
뒤의 석벽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된 맹호동이 임기응변으로 두 손을 급히 앞으로 내밀었다.
콰악!
예기치 않게 두 사람의 양손이 뒤엉키며 깍지를 끼는 형태로 맞잡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크크큭! 이제 도망갈 수도 없겠구나, 꼬맹이!”
“…….”
홍동청이 맹호동과 양손을 맞잡은 채로 섬뜩한 웃음을 뱉어냈다.
동시에 맹호동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이렇게 되면 내공대결을 할 수밖에 없는데 첩첩구합신공을 펼치는 아홉 사람의 엄청난 내공을 상대해야 하는 맹호동으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홍동청은 분타의 수하들 중에서도 최고로 공력이 수하들을 데리고 왔을 것이다.
그래서 진동도 발탁이 된 것일 테고. 인당 20년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치면 최소한으로 쳐도 홍동청은 이갑자에 가까운 공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간 몽중첩첩신공과 금휘주정으로 비약적인 공력의 진보를 이룬 맹호동이었지만 감당할 수 있는 공력이 아닌 것이다.
“크흐흐흐! 혈도와 복장(腹腸)을 다 찢어놔 주마!”
콰아아아아아!
섬뜩한 웃음과 함께 홍동청이 맞잡고 있는 맹호동의 두 손으로 자신의 진기를 맹렬히 밀어 넣었다.
몸이 밀착되면 상대의 혈도와도 밀착이 되어 상대의 공력이 고스란히 혈도를 타고 몸 안으로 밀려 들어오게 된다.
더불어 혈맥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공력이 밀려 들어오게 되면 혈맥이 터지고 내장이 뒤집어져 피를 토하고 횡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으으읍!”
이대로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맹호동이 이를 악물고 자신의 모든 내가진기, 선천진기까지 끌어내 자신의 양손으로 발출해 냈다.
파츠츠츠츠츠츠!
두 사람의 맞잡은 손에서 두 사람이 발출해 낸 내가진기가 부딪치며 무섭게 불꽃이 튀었다.
“이, 이놈이 어찌 이런 공력을……?”
어쨌든 맹호동이 그간 맹추로 현생에서 쌓은 공력도 일갑자 가까이에 달했다.
생각지 않은 맹호동의 공력과 맞닥뜨린 홍동청이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기폭증(內氣爆增)!”
홍동청이 뒤의 여덟을 향해 소리쳤다.
콰아아아아아!
그러자 뒤의 여덟이 한층 내기를 드높여 앞의 홍동청을 향해 자신들의 내기를 밀어붙였다.
콰콰콰콰콰콰콰!
홍동청의 두 손에서 일어나는 진기가 훌쩍 높아지며 맹호동의 손에서 일어나는 진기를 잠식해 들어갔다.
“우욱……!”
울컥!
이를 악물고 버티던 맹호동이 선혈 한 모금을 토해냈다.
홍동청의 내기가 맹호동의 진기를 무너뜨리며 맹호동의 심부로 침범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콰르르르! 쿠콰콰쾅!
우레가 치는 듯한 소리가 나며 양손을 맞잡고 있는 맹호동과 홍동청.
그리고 그 뒤에 달라붙어 있는 여덟 사내 전체에서 엄청난 진동이 일어나더니 그들 모두가 그들 가운데서 폭약이라도 터진 듯 사방으로 튕겨져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