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65
65화. 여기가 무슨 무예전시장이냐?(2)
‘그래. 어차피 다 내 새끼들이 될 놈들이지만…… 오늘은 호되게 다뤄줄 수밖에 없겠군. 내가 후개가 되어야 하니까 말이야.’
맹호동이 마음을 다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흥!”
휘익!
동시에 일어난 용호담이 맹호동을 흘깃 보며 콧방귀를 뀌더니 먼저 백죽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오결개가 일결개 따위를 상대하려니 어이가 없기도 할 것이다.
천천히 몇 발 백죽대를 향해 걸어간 맹호동이 백죽대를 향해 몸을 날렸다.
휘리릭!
이미 백죽대 위에 내려서 있는 용호담의 맞은편 백죽대 위로 맹호동이 사뿐히 내려섰다.
“뭐냐? 일결개 따위가 오결개보다 뒤에 올라오다니 도리를 모르는 놈이구나!”
“그런데 란주 총타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나? 일결개가 올라오다니 이게 무슨 일이지?”
“거기서도 선발전을 거쳤을 텐데 백죽대에 올릴 만하니까 올렸겠지 뭐.”
“그래도 생긴 건 용호담보다 훨씬 낫구먼.”
“기루에서 기둥 서방할 것도 아닌데 잘생겨서 어디다 쓰누?”
용호담보다 뒤에 백죽대에 오른 맹호동을 향해 관중들이 야유를 해댔다.
“후결개의 도리부터 배워야 할 놈이로구나!”
용호담도 뒤에 올라온 맹호동이 마땅치 않은 듯 맹호동을 노려보며 이죽거렸다.
“죄송.”
맹호동이 가볍게 포권지례를 취했다.
“둘은 비무를 시작하라!”
조옥당이 비무대 위의 둘을 향해 소리쳤다.
파아앗!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딛고 있던 죽대를 박차고 용호담이 맹호동을 향해 쇄도해 왔다.
파앗! 팟!
쇄도해 온 용호담이 맹호동의 면상을 향해 정권을 내지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가슴팍을 노리고 앞차기를 해 왔다.
모두 타구십팔권의 기본초식들인 일보진격(一步進擊)과 비응일각(飛鷹一脚)이었다.
타탁!
너무나 익숙한 권법이나 막는 것이 어려울 게 없다.
맹호동이 가볍게 두 팔뚝을 휘둘러 용호담의 권각을 막아냈다.
이 역시 타구십팔권의 수비식인 홍파건곤(洪波乾坤)이었다.
타악! 타다다닥!
두 사람이 손발을 휘두르며 타구십팔권의 초식들로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파악! 파파파파파팍!
일각도 되지 않는 시간에 두 사람이 타구십팔권 초식들만으로 수십 합을 나누었다.
손발이 부딪치는 요란한 격타음과 함께 두 사람에게서 발산된 경기가 사방으로 번져 나갔다.
“히야! 순전히 타구십팔권만으로도 저렇게 현란한 비무가 될 수 있구나!”
“개방의 가전무공인 타구십팔권만으로 싸우니 후개선발전답구만!”
“일결개가 상대도 안 될 줄 알았는데 오결개한테 안 말리네!”
타구십팔권을 알고 있는 무인들이 백죽대 위에서 난전을 벌이는 두 사람을 보며 감탄을 해댔다.
현 개방 수뇌부에서 타 방파의 무공을 수련하는 걸 장려하는 데다 타구십팔권 따위로는 비무에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대부분의 출전자들이 비무에서 타 방파의 무공을 사용했다.
그런데 그와 다르게 이번에는 두 사람이 타구십팔권만을 쓰니 사람들이 오히려 둘을 비무를 신선하게 보는 듯했다.
파앙! 파파팡! 파파파팍!
타구십팔권의 공박초식들을 모두 끌어내어 두 사람이 계속 비무대 위에서 팽팽한 난전을 벌였다.
장중이 모든 사람들이 현란한 두 사람의 비무에 홀린 듯이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 녀석, 타구십팔권만 쓰는 건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이제 그만 내게 승자 자리는 양보해 줘야겠다. 내가 후개가 되어야 해서…… 미안.’
순간, 맹호동이 머쓱한 미소를 한 번 흘리고는 타구십팔권을 발현하는 손발에 내공을 높였다.
파앙! 파파파팍!
“허엇! 이게 무슨……!”
육성 공력에서 갑자기 팔성으로 공력을 높이니 용호담이 움찔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만 내게 양보해 줘야겠다고, 이 녀석아!’
파파파파!
맹호동이 기세를 늦추지 않고 쌍수를 내저으며 용호담을 향해 짓쳐 들어갔다.
타구십팔권 중 쌍룡창주(雙龍創主)라는 거창한 이름의 공격초식이었다.
파파파팡!
용호담이 급히 쌍수를 휘둘러 타구십팔권 최고 수비식인 팔벽만천(八天滿壁)을 펼쳤다.
두 사람의 쌍수가 요란한 격타음을 내며 무섭게 부딪쳤다.
“우웃!”
파아앗!
하지만 이번에도 아까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모습으로 용호담이 뒤로 튕겨졌다.
타다다닥!
뒤로 튕겨지던 용호담이 급히 죽대들의 끝을 밟으며 밀려나가는 몸을 세우려 했는데 백죽대의 가양에 가서야 겨우 멈춰 설 수 있었다.
“뭐야? 오결개가 일결개에게 밀리다니!”
“저 제남 총타의 오결개는 뇌물로 녹색 허리띠를 사기라도 한 것인가?”
“용호담인지 뭔지 그만 내려와라!”
아슬아슬하게 떨어지지 않고 백죽대의 가양에 겨우 버티고 선 용호담을 향해 관중들이 야유를 해댔다.
그렇지 않아도 크게 당황하고 있던 용호담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 이 녀석이……!”
뿌드드득!
용호담이 맹호동을 노려보며 소리가 나도록 이를 갈았다. 그런 용호담의 눈에서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푸른 살기가 피어 나왔다.
“가만두지 않겠다!”
파아앗!
일갈과 함께 용호담이 딛고 있던 죽대를 박차고 맹호동을 향해 몸을 날려 왔다.
‘이, 이건……!’
그걸 보며 맹호동이 크게 당황했다.
공중으로 높이 뛰어올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경신공이 개방의 신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파아아아!
쇄도해 오는 기세 그대로 용호담이 맹호동을 향해 일권을 내질러 왔다.
단지 일권을 내질러 온 것뿐인데 그 주먹에 태산 같은 기세가 실려 있었다.
‘허엇! 이, 이건……!’
그 일권을 보며 맹호동이 더 크게 당황했다.
그 일권은 타구십팔권도, 개방의 가전무공도 아닌 소림사의 백보신권(百步神拳)이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허엇!”
맹호동이 다급히 두 팔을 들어 교차시키는 횡단일벽(橫斷一壁)이란 수비식으로 용호담의 주먹을 상대했지만 이내 뒤로 튕겨지듯 물러났다.
용호담의 권세(拳勢)가 생각이상이었기 때문이었다.
쉬이이잇!
뒤로 튕겨지는 맹호동을 용호담이 바람처럼 따라붙었다.
파파파파파파파!
그리고 무서운 빠르기로 양 주먹을 교차해 뻗어내며 맹호동의 급소 곳곳을 향해 내질렀다.
그 권공은 소림오권(少林五拳) 중 하나인 대력금강권(大力金剛拳)이었다.
‘이, 이건 소림의 대력금강권……!’
파파파파파팡!
맹호동이 황당해하며 철우팔벽(鐵牛八壁)을 시전해 용호담의 권공을 막아냈다.
“뭐냐? 오결개가 일결개에게 밀리니 타 방파의 무공을 쓰기 시작했다!”
“저건 소림사의 권공 같은데?”
“개방의 무공만으로는 승산이 없으니 소림의 무공을 쓰는 것인가?”
용호담이 쓰는 권공이 소림사의 무학이란 걸 알아본 몇몇 무인들이 용호담을 힐난하는 소리를 질러댔다.
파앙! 파파파팡!
이제 백죽대 위에서는 맹호동의 타구십팔권과 용호담의 대력금강권이 부딪치고 있었다.
“뭐냐? 개방의 방도가 어떻게 소림의 권공을 알고 있는 거냐?”
“소림사가 개방에도 무공을 팔기라도 한 건가?”
“개방의 후개선발전에 소림 무공이 등장하다니, 꼴사납군!”
무인들이 다시 야유를 해댔다.
그들 중의 일부는 참관인으로 와 있는 공명대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흘깃거렸다.
공명대사가 그들의 시선을 외면하며 얼굴을 붉혔다.
명문정파라고 해서 모두가 공명정대한 건 아니다. 특히 명문정파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속가제자팔이’였다.
속가의 무가들과 달리 불가(佛家)나 도가(道家)는 생산활동이나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호구지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탁발을 하거나 향객에게 시주를 받고 세인(世人)들도 그걸 용인한다.
하지만 수많은 승려와 도사들이 그걸로 연명이 될 리 만무하다.
그래서 그들이 대놓고 하는 도둑질이 속가제자팔이였다.
속가제자란 불가나 도가, 명문정파에 적을 두지 않고 일정 기간 거기에 들어와 그 가문의 무공을 전수 받은 뒤 속가제자란 명목을 얻어 속세로 나가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소림사 같은 명문대파는 무공도 무공이지만 ‘소림사’란 이름 자체의 위력이 엄청나다.
속가제자가 적전제자(嫡前弟子)가 아니라 해도 소림사에 한 다리를 걸친 제자인 것은 맞는지라 속가제자를 건드리는 건 곧 소림사를 건드리는 것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래서 속가제자가 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주라는 명목으로 소림사에 재화를 바쳤으며, 속가제자가 된 뒤에도 주기적으로 재화를 바쳤다.
하여 수많은 중원의 불가, 도가, 명문정파들의 가장 큰 수입원은 속가제자팔이였다.
그런데 속가제자들 대부분은 명문정파의 사상이나 철학을 존중하여서가 아니라 그 문파의 속가제자란 명목을 얻기 위해 재물을 바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본전을 뽑기 위해 그 명문정파의 속가제자란 명목을 이용해 패악을 부리기도 하였다.
지금 용호담이 발휘하고 있는 대력금강권은 그런 경로로 소림의 속가제자에게서 배운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무공이 이렇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모르지 않을 소림사가 모르는 척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불도에도 어긋나며 공명정대하지 못한 행위라 할 수 있었다.
‘이런 우라질 놈! 이젠 소림의 무공을 백죽대에 들고 올라와? 여기가 무슨 무예 전시장이냐?’
파앙! 파파파팡!
계속 대력금강권으로 자신을 상대하는 용호담을 보며 맹호동이 화가 있는 대로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전생에서 맹호동은 개방도들을 이끌고 중원 곳곳에서 혈투를 벌여 혈사련을 패퇴시키는 데 앞장섰다.
난이 끝난 뒤, 강호인들은 혈사련과 벌인 전력과 공적들을 총합해서 소림의 자양대사와 맹호동을 천하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천하이봉(天下二峰)이라고 불렀다.
어떤 사람은 맹호동의 무공이 더 높다고 하였고, 떠 어떤 강호인은 자양대사의 무공이 더 높다고 설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누가 일봉(一峰)인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어서 결국 천하이봉으로 칭하며 두 사람을 평수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했다.
사실 두 사람은 실제로 싸운 적도, 비무를 벌인 적도 없었으므로 누가 무공이 더 높은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 민대머리 영감 정도는 자신 있지.’
하지만 맹호동은 늘 그런 속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들 맞수라고 했지만 실재로 자양대사와 붙는다면 이길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새끼가 하필 소림의 무공을 여기에 들고 올라와?’
콰아아아!
자양대사를 떠올린 맹호동의 손에 구성 공력이 전해지고 타구십팔권 중 최고의 공격초식인 쌍수천파(雙手天坡)가 발현되었다.
콰아앙!
“흐악!”
엄청난 진력이 실린 맹호동의 쌍수에 가슴팍을 정통으로 맞으며 용호담이 사정없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으아아아아아!”
실 끊어진 연처럼 튕겨져 날아가며 용호담이 팔 다리로 활갯짓을 쳤지만 백죽대를 벗어나는 것을 면할 수 없었다.
콰당탕탕!
한참을 날아간 용호담이 떨어진 곳이 하필이면 공명대사의 앞이었다.
“끄으으음……!”
맹호동에게 맞은 고통과 바닥에 떨어지며 받은 충격으로 용호담이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했다.
“……”
차마 그런 용호담을 바라보지 못하겠는지 공명대사가 얼른 고개를 돌려 용호담을 외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