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진금성이 쓰는 무공의 정체(5)
“으으윽……!”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이 상당했는지 두 사람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바닥에 널브러졌다.
특히 머리를 바닥에 박은 진금성은 기절하기라도 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된 거냐? 바닥에 누가 먼저 떨어진 거야?”
“진금성이 먼저야! 진금성의 머리가 바닥에 먼저 닿았어!”
“아니야! 맹추의 엉덩이가 먼저 닿았어!”
“아냐! 내가 보기엔 두 사람이 동시에 떨어진 거 같은데!”
“맞아! 이건 승패를 가리기 곤란할 정도로 동시에 떨어졌다!”
“동시에 떨어졌다면 후개는 누가 되는 거야?”
바닥으로 뒤엉킨 채 떨어진 두 사람을 본 관중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맹호동의 옹호자들과 아닌 사람들이 다른 의견을 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데에 동조하고 있었다.
“이, 이거…… 어떻게 해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조옥당도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누가 먼저 떨어졌는지 분간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의견을 구하려는 듯 조옥당이 향군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향군항 역시도 판단이 서지 않는지 조옥당의 시선을 피해버렸다.
“이건 무승부다!”
“맞다! 무승부다! 두 사람을 다시 비무대로 올려라!”
“맞다! 재경기를 갖게 해야 한다!”
“재경기! 재경기!”
관중들의 의견은 완전히 무승부로 기울었다.
관중들이 재경기를 연호해 댔다. 애매한 승부보다 확실한 승부를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히이……! 다시 싸우는 거 좋지.”
널브러져 있던 맹호동이 히죽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제대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렸다.
하지만 추락의 충격을 머리에 제대로 받은 진금성은 눈을 허옇게 뜨고 혼절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진금성……! 저거, 상세가 위중한 듯한데……!”
그런 진금성을 살펴보려고 북리충을 진금성을 향해 걸어 나가려 하고 있었다.
–안 돼요!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둬요!
그런데 그 순간, 북리충의 뇌리로 연옥상의 전음이 날아들었다.
달려 나가려던 북리충이 주춤 동작을 멈추었다.
‘지랄! 무슨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연옥상이 일어나 비틀대는 맹호동과 바닥에 널브러진 채 혼절해 있는 진금성을 보며 있는 대로 찡그렸다.
연옥상은 소림으로부터 대환단 세 알을 육결금마수 비급과 함께 넘겨받은 후 그걸 진금성에게 먹이고 가르쳤다.
물론 그 전에 취구환을 먹이고 개방의 무공들 대부분을 연성하게 한 건 물론이었다.
정의파를 앞세워 개방의 실권을 장악한 연옥상에게 다음 방주가 될 후개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 상황에서 자기 손 안의 사람인 진금성을 후개로 만들기까지 한다면 개방에서의 자신의 지위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금성이 100년 공력을 쌓기를 기다리고 육결금마수를 완성할 수 있도록 총방회와 후개선발전를 연기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중원이라고도 할 수 없는 대륙의 한 귀퉁이, 란주 총타에서 온 일결개가 결승까지 올라와 진금성과 팽팽한 비무를 벌이다 누가 먼저인지 판별하기도 곤란한 모양으로 백죽대에서 떨어진 것이다.
–내가 뭐랬어요, 언니! 저 새끼, 뭔가 있는 놈이라고 했잖아요! 진즉에 어떻게 해야 했었다구요!
군중들 속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검매홍이 역시나 연옥상처럼 죽상이 된 얼굴로 전음을 날려 왔다.
‘지당취권까지 알고 있었다니, 검매홍의 말을 간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연옥상이 아직도 취기가 가시지 않은 모습으로 비틀거리고 있는 맹호동을 다시 보며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검매홍의 경고 이전에도 맹호동이 전대방주의 핏줄일지도 모른다는 천안전의 전언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풍문이라고 무시했었던 것이다.
“무승부인데 뭐 하는 거냐? 빨리 재경기 시켜라!”
“아니, 진금성은 까무러쳤고, 맹추는 멀쩡한데 저건 맹추가 이긴 거 아냐?”
“아냐! 백죽대 비무는 누가 죽든 살든 백죽대에서 누가 먼저 떨어졌느냐로 승부를 가리는 거라고 했어!”
“맞아! 이건 무승부다! 재경기 시켜라!”
“그래! 해떨어지겠다! 빨리 승부를 보자!”
“재경기! 재경기!”
우우우우!
더러 혼절하지 않은 맹호동이 이긴 게 아니냐는 군중들이 있었지만 상당수의 관중들이 재경기를 연호했다.
여간해선 보기 힘든 수준 높은 비무를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그렇게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두 사람이 동시에 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재경기를 하기엔 오히려 진금성의 상황이 더 좋지 않아 보였다.
아직 술이 깨지 않은 얼굴이지만 맹호동은 일어나 있는 반면, 진금성은 혼절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옥당이 총총걸음으로 향군항이 있는 천막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방주?”
조옥당이 향군항을 향해 물었다.
“……이런 상황에 도움을 받기 위해 공명대사를 모셔온 것이 아닌가? 공명대사께서 판단을 내리시도록 하세.”
향군항이 옆자리의 공명대사를 흘깃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요. 이 비무에 대한 판단을 참관인인 공명대사께서 내려 주시면 좋겠군요.”
“……내가 말이오?”
“예. 직접 결과를 판단하시고 직접 공식적으로 장중 사람들에게 발표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 그래야 관중들이 수긍할 것 같습니다.”
“……으음, 알겠소.”
침음을 하며 공명대사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다들 조용히 해 주시오! 이 후개선발전의 공정을 기하기 위해 참관인으로 와 주신 소림의 공명대사께서 지금 벌어진 결승전 비무에 대한 결과를 말씀하시겠다고 합니다! 우리 개방은 공명대사께서 내리시는 결과에 무조건 승복할 것입니다!”
공명대사가 일어나자 조옥당이 장중의 사람들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분분히 자기 의견을 외쳐대던 관중들이 급히 입을 닫고 공명대사의 입을 바라보았다.
장중의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자리에서 일어난 공명대사가 장중의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에…… 그러니까…… 빈승이 보기에는……!”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말끝을 흘렸다.
“무슨 빈승이 보기에는 이냐? 무슨 야료를 부리려는 거냐? 이건 무승부다!”
“맞다! 이건 무조건 무승부다! 재경기해야 한다!”
“맞다! 무승부다, 무승부! 재경기 해라!”
“무승부! 무승부! 무승부!”
우우우우!
공명대사가 말을 더듬자 관중들에게서 다시 야유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합창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무승부를 연호해 댔다.
“아! 잠시만 조용히 해 주시오! 여러분들이 이렇게 하면 공명대사께서 의견을 말씀하실 수가 없지 않습니까?”
조옥당이 두 손을 치켜들고 관중들을 향해 사정을 하자 관중들의 고함이 다시 잦아들었다.
“그러니까…… 빈승이 보기에 이 승부는……!”
모두들 숨을 죽이고 공명대사의 입을 바라보았다.
“……무승부요!”
입술을 깨물고 공명대사가 씹어뱉듯 말을 내뱉었다.
–가능한 진금성의 승으로 선언해 보도록 하세요!
조금 전 연옥상에게서 들려온 전음 때문에 당연한 말을 하는 것임에도 힘에 겨웠던 것이다.
“그래! 무승부다! 빨리 재경기 하자!”
“역시 무림의 태두 소림의 장로답게 공명정대하구나!”
“빨리 두 사람을 다시 비무대 위로 올려라! 해 떨어지겠다!”
“그래! 빨리 둘을 비무대 위로 올려라!”
와아아아아아!
공명대사까지 무승부란 결정을 내리자 관중들에게서 떠나갈 듯한 연호가 터졌다.
두 사람의 재비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속 시원한 얼굴로 공명대사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무림태두 소림사의 명예가 있지 않은가.
차마 만장한 관중들의 눈을 가리고 아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저 민대머리 땡중 놈이 죽으려고 환장을 했군.’
그런 공명대사를 연옥상이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연옥상뿐만 아니라 개방의 수뇌부들 모두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후개선발전이 무승부로 귀결되는 경우를 상정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600년 개방의 역사에 수많은 후개선발전이 있었지만 결승전에서 무승부로 귀결된 전례도 없었다.
“……어떻게 하죠?”
난감한 얼굴로 조옥당이 향군항을 바라보았다.
“글쎄……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장로님들 생각은 어떠신지……?”
향군항이 고심을 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는 장로들을 보며 물었다.
–재비무는 절대 안 되요. 지금 진금성의 상태가 안 좋아요. 장로들에게 결정을 의뢰하되 절대 우리에게 불리한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유도하세요.
그때, 연옥상의 전음이 향군항에게로 날아들었다.
“장로님들께서 결정해 주세요. 어떻게 후개선발전의 최종 우승자를 가릴지…….”
향군항이 일곱 명의 장로들에게 눈을 끔뻑거리며 신중한 얼굴로 부탁을 했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향군항의 의도를 장로들은 잘 알고 있었다.
* * *
천막 안에서 일곱 장로들이 둘러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에이, 보아하니 오늘 재비무는 없을 것 같구먼.”
“맞아. 재비무를 하더라도 내일 할 것 같아. 우린 그만 나가세.”
“그러세.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가려면 밟혀 죽을지도 몰라.”
회의시간이 길어지자 결과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를 뜨는 관중들도 생겨났다.
이미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쩝쩝, 갈증이 나 죽겠구먼. 어디 술…… 술 좀 더 없나?”
맹호동은 여전히 진금성과 함께 백죽대에서 떨어진 그 자리에서 술이 덜 깬 얼굴로 비틀대고 있었고, 진금성은 계속 혼절한 모습으로 엎어져 있었다.
불초생, 공도협, 1소대원들은 회의가 벌어지고 있는 천막 쪽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맹추가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인데…… 어떤 재비무 방법을 만들려고 저렇게 회의를 길게 하는 거죠?”
“뭔가 진금성에게 유리한 비무 방법을 택하려는 거겠지.”
회의를 하는 장로들을 보며 공도협과 불초생이 굳은 표정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개방 수뇌부는 함께 비무를 목도한 수많은 관중들만 없었다면 무승부가 분명한데도 진금성의 승으로 결과를 몰아갔을 사람들이었다.
이제 해가 기울어 사위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이제 기다리다 지친 관중들은 반은 장중에서 빠져나간 상태였다.
그때 일곱 장로들 중에서 수석장로인 육취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장중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육취선에게로 향했다.
그가 무승부로 귀결이 된 맹호동과 진금성의 재비무 방법을 발표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나선 육취선이 장중의 사람들을 천천히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들 보셨다시피 본 백죽대에서 벌어진 본타 정의파 후보 진금성과 란주 총타의 후보 맹추의 후개선발전 결승전의 결과가 무승부로 나왔소! 그래서 본 개방의 장로들은 신중히 회의를 거쳐 무승부를 기록한 두 후보의 재비무 방법을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였소. 그 재비무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