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고죽삼개(苦竹三丐) 찾기(2)
쉬아아앙!
무지막지한 기세가 실린 낚싯대가 맹호동의 몸통을 노리고 날아 들어왔다.
갑자기, 앉은 채로 기습을 당한 맹호동이 적지 않게 놀랐다.
이대로 낚싯대를 맞으면 몸통이 빠개져 나갈 터였다.
파아앙!
다행히 낚싯대가 때린 곳은 맹호동이 앉아 있던 돌바닥이었다.
그 짧은 순간, 맹호동이 신룡선무의 능공포출(凌空抛出) 초식으로 앉은 채로 공중으로 솟아올라 낚싯대를 피했기 때문이었다.
쉬이잇!
솟아올랐던 맹호동이 허공에서 한 바퀴 재주를 넘어선 동굴 안의 한쪽 공간으로 가볍게 내려섰다.
“이놈! 제법……!”
쉬아아악! 패액!
한마디 감탄사를 내뱉은 황감찬이 그런 맹호동을 향해 계속 무서운 기세로 낚싯대를 휘둘러 갔다.
타구봉법의 두 초식, 단종천결(斷種穿結)과 무극광천(無極鑛泉)을 연환공격으로 시전해 낸 것이었다.
삼 장은 족히 될 기다란 낚싯대에 상당한 진기까지 실려 있어 그 위력은 바위를 부수고도 남을 정도였다.
휘잉! 패애앵!
하지만 연이은 낚싯대 공격도 허공을 갈랐다.
맹호동이 어지럽게 보법을 밟거나, 뛰어오르거나 하며 낚싯대를 흘려보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피해내는지 보자!”
츄아아아아악!
황감찬이 막 솟아올랐다가 바닥으로 내려서는 맹호동을 향해 창을 찔러내듯 낚싯대를 앞으로 후려쳐갔다.
타구봉법에서 가장 치명적인 초식인 명부탈혼을 시전한 것이었다.
짧은 타구봉에서 발휘하는 명부탈혼과 기다란 낚싯대가 휘어졌다 펴지며 발휘되는 명부탈혼은 그 차이가 상당했다.
파아아악!
낚싯대의 끝이 휘어졌다가 펴지며 창끝처럼 맹호동의 심부를 노리고 찔러 들어갔다.
스아아앗! 파악!
순간, 맹호동의 신형이 여럿으로 나뉘어졌다.
그로 인해 낚싯대의 끝은 맹호동의 심부를 찌르지 못하고 흩어지는 신형들의 사이를 찌르고 들어갔다.
“이, 이건 모산파의 분영신법(分影身法)……!”
그것을 본 황감찬의 입에서 황망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쉬이잇!
황감찬이 휘두르던 낚싯대를 거두어들였다.
그와 함께 여럿으로 나뉘어졌던 맹호동의 신형은 동굴 안 한쪽으로 사뿐히 내려서고 있었다.
“모산파의 신법까지 알고 있는 걸 보았으니…… 맹 방주의 소생이라는 걸 믿지 않을 수가 없구나!”
그런 맹호동을 보며 전신에서 일으켰던 기세를 거두며 황감찬이 낮게 중얼거렸다.
화만루가 모산파 출신임으로 해서 맹호동이 모산파의 여러 신술에 도 능통하다는 것을 황감찬도 알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맹호동이 개방의 신법에 모산파의 신술까지 보여주니 이 젊은 사내가 맹호동 전대방주의 핏줄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 * *
“맹 방주가 객사를 당했다는 비보가 전해지고 급히 맹 방주가 변을 당한 곳으로 조사단을 꾸려서 떠났던 후개 용연비까지 돌아오는 길에 행방이 묘연해졌지. 조사단 중 몇 명만이 살아남아 겨우 맹 방주의 시신을 개방까지 운구해 오긴 했는데…… 방주와 후개까지 유고가 생겼으니 개방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네.”
맹호동이 전대 맹 방주의 핏줄이라는 걸 인정한 황감찬이 낚싯대를 거두고 동굴에서 나와 맹호동과 함께 하산 길에 올랐다.
하산하는 길에 그는 맹 방주가 죽은 뒤, 개방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맹호동에게 해 주었다.
“방주가 죽었으니 최대한 빨리 새 방주를 그 자리에 앉혀야 하는데 후개까지 사라져 버렸으니 기가 막힌 상황이었지. 다들 황망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지. 방주와 후개의 유고시에 방의 일에 대한 결정권은 장로전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방주를 선임하는 회의에서 놀랍게도 십대 장로 중 일곱이 정의당주 향군항을 추천하는 거야.”
“후우.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십대 장로님들 중 어떻게 일곱이나 되는 장로님들이 그 황망한 중에 의견일치를 보였을까요?”
“우라질! 그러니까. 칠대 삼이니 어찌해 볼 요량이 없어서 홧김에 우리 고죽삼개는 파문을 선언하고 개방을 뛰쳐나와 버렸지.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좀 더 신중히 개방의 상황을 살펴볼 걸 하는 후회가 되긴 해. 그랬으면 이렇게 속절없이 정의파 개방이 되는 걸 좀 늦추기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뇨. 제가 보기엔 거기에 세 분이 계속 계셨다면 험한 꼴을 면치 못했을 듯합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정의파는 오의파 모르게 개방 수뇌부를 잠식해 들어와 있었고, 전대 맹 방주의 급사도 그들이 짠 계획 중 일부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내 생각도 그래. 우라질 놈들! 정권을 잡겠다고 방주를 해치기까지 하는 놈들이라니, 그래서 정의파 놈들은 안 된다니까!”
“맞습니다! 그놈들은 절대 안 됩니다!”
맹호동이 이를 갈며 맞장구를 쳤다.
어떻게 자신이 울주현에서 술을 마시고 변사했는지 그 까닭이 궁금했는데 황감찬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말의 꼬투리가 잡히는 느낌이었다.
역시 그 일은 오의파가 장악하고 있던 개방의 정권을 정의파가 장악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저지른 일로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후개 용연비의 행방까지 묘연해지고, 십대장로 중 일곱이 향군항을 추천한 걸 보면 자신이 방주로 있는 동안 정의파는 자신 몰래 개방 수뇌부 상당수를 자기들 편으로 만들어놓았던 듯하다.
‘그럼 용연비는…… 용연비는 어떻게 된 것일까? 정의파, 그놈들의 손에 죽임이라도 당한 건가?’
용연비와는 사천성의 성도분타에 갔다가 오는 길에 척단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처음 만났다.
비오는 길에 수레를 타고 가다 벼락을 맞아 일가족이 죽었는데 그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이였다.
고아가 된 아이를 맹호동이 거두었는데 한 눈에 보아도 타고난 무골(武骨)이라 후개로 키울 작정을 하고 개방의 무공과 방주전승무공은 물론 모산파의 신술까지 가르쳤다.
그리고 열일곱이 되던 해의 후개선발전에서 당당하게 우승하고 공식적으로 후개가 된 아이였다.
그런데 그 용사비가 자신이 객사를 당한 곳으로 조사단을 만들어 달려갔다가 종적이 묘연해졌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자신의 유고 시 용연비가 그 방주의 위를 물려받지 못하게 하려는 정의파의 농간으로 인해 일어난 일로 보였다.
‘정의파 이놈들! 개방이 너희들 생각대로 굴러가리라고 생각지 마라! 내가 있는 한,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맹호동이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래도 이 어려운 상황에서 비밀결사대를 만들었다니, 감숙성의 아이들이 대단하구나. 지금 우리 오의파에게 세력이 별로 없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그동안 쌓아온 정통성이란 게 있으니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큰 자산인지 차차 알게 될 게다.”
기개단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은 황감찬이 맹호동에게 한 말이었다.
“허허허허! 그간 태행산 동굴에서 낚시나 하다 죽어갈 팔자라고 생각했는데 어쨌든 네놈이 나타나 살아갈 의지를 발동시켜 주는구나. 어디 다시 한바탕 고죽대(孤竹臺)를 휘둘러 보자꾸나, 허허허허!”
이어 황감찬이 두 눈에 의지를 불태우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개방 사람들 모두가 타구봉이 애병인 것은 아니었다. 황감찬의 애병은 고죽대라 불리는 낚싯대였다.
그의 고죽대는 다섯 겹으로 펼쳤다, 접었다를 할 수 있었는데 펼치면 그 길이가 삼 장이 넘었다.
그 기다란 고죽대에 삼 갑자에 달하는 공력을 실어 타구봉법을 발휘하면 강호에서 그걸 당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았다.
어지면 꺽어졌지 굽히지 못하는 고죽삼개의 맏형답게 그 정신은 올곧기 짝이 없었다.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았고, 불의와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았다.
-방주, 그건 안 되오. 그건 본타 총회에서가 아니라 총방회에서 전 방도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소.
-방주, 그 부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호불패 시조의 창방철학에 어긋나는 것 같소.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시오.
뭔가 혁신적인 일을 추진하려고 하면 방주 맹호동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곤 해서 골치가 아프기까지 하던 자였다.
하지만 분명 그는 오의파의 공수정심의 정신이 골수까지 박혀 있는 자로 어떤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을 자인 것은 분명했다.
맹호동이 전생에서 이어져 온 인연으로 확실한 한 편을 얻은 것이다.
* * *
황감찬과 함께 맹호동이 간 곳은 산동성의 서남쪽 일조현(日照峴)이었다.
지금은 엄청난 홍수에 의해 그 지류가 바뀌어 산동성의 북서쪽으로 황하의 하구가 나 있지만 옛날에는 이곳이 황하의 하구였다.
그래서 이곳은 거대한 평원이었는데 강이었던 여파로 인해 군데군데 습지가 남아있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농부들에 의해, 혹은 나라에서 개척을 하여 이곳에는 드넓은 평야가 형성되었고, 가을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붉은 수수밭이 장관을 이루었다.
초여름의 지금은 그 수수들이 무릎만큼의 높이로 자라 있었다.
그 수수밭 들판 사이로 난 관도를 맹호동과 황감찬이 걸어가고 있었다.
황감찬이 알고 있는 소식을 따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 온 것이었다.
“두 장로님이 여기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글쎄…… 태행산을 넘는 보상(步商)들에게 들은 건데 아무래도 그놈들이 여기다 터를 잡은 게 맞는 것 같아.”
말을 나누며 걸어가는 두 사람의 시선에 들판의 끝에 나지막한 동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가까워지는 그 산의 모습은 두꺼비가 주저앉아 있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맞군. 산 이름이 엎드려 있는 두꺼비 모양을 닮아 와섬산(臥蟾山)이라고 부른다 했는데 딱 그 모양이군.”
그 산을 확인한 황감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들판에 용케 산이 있었군요.”
“황하의 하구이던 이곳에 저런 산이 있을 리가 없지. 저 산은 가산(家山)이다.”
“가산? 저게 사람이 만든 산이라고요?”
“그래. 빨리 가 보자.”
쉬이잇!
말과 함께 황감찬이 신법을 발휘해 걸음을 재촉했다.
그 황감찬을 따라 맹호동도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둘이 신법을 발휘하자 금세 둘은 산 아래에 당도했다.
산 아래에 바짝 당도해서 보니 맹호동도 이 산이 정말 가산임을 알 수 있었다.
누운 두꺼비 모양을 만드느라 인위적으로 계곡을 만들고 축대를 쌓고 한 것이 한 눈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굉장한 가산이군요. 이 정도 규모의 가산을 만들려면 엄청난 돈이 들었을 텐데요.”
“그렇겠지.”
가산의 규모에 맹호동이 놀라마지 않았다.
그런데 맹호동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황감찬의 얼굴이 이상하게 잔뜩 굳어져 있었다.
두 사람이 가산의 입구로 들어서는데 과연 가산답게 갖가지 정원수와 정원석들로 입구부터 맵시있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맹호동도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맹호동이 방주일 적에 산동성에 어떤 대부호가 이쪽 지역에 엄청난 돈을 들여 가산을 만들고 별장을 지었다는 얘기를 천안전을 통해서 들은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대체 이곳에 황감찬의 지인, 누가 있다는 건가?
그런데 막 적송 정원수 사이로 난 길로 두 사람이 들어섰을 때였다.
왕왕왕왕! 왕왕왕!
타다다다다닥!
돌연 그 가산 주위의 솔숲에서 수십 마리의 시커먼 개떼가 이빨을 드러내고 짖어대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 나왔다.
송아지처럼 큰 덩치를 자랑하는 검은 색의 개들은 사냥으로 명성을 떨치는 감숙흑견(甘肅黑犬)들이었다.
“이런 염병할 견우쌍개(犬友雙丐), 이 개종자들이 정말 이 가산을 사들였구나!”
솔숲에서 튀어나온 개들을 본 황감찬이 이를 갈며 확신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