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 Return RAW novel - Chapter 96
96화. 환희밀공의 비밀을 찾아라(2)
“자자! 응시자들은 모두 이리 모이도록!”
짝짝짝!
바로 그때, 통통한 삼결개 중년인 하나가 대연무장 앞 쪽의 연단에서 대연무장에 무질서하게 서 있는 응시자들을 향해 손뼉을 치며 고함을 지른다.
“여자들은 왼편으로 서고, 남자들은 오른편으로 서도록!”
응시자들이 주목을 하자 연단 위의 중년인이 다시 고함을 지른다.
중년인의 앞으로 응시자들이 남녀가 나뉘어 오른편과 왼편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나는 몽란이라고 해. 너, 꼭 합격해서 곤명 총타 방도로 다시 보자! 내가 묘족 애들한테 개 피 보지 않게 해줄 테니까! 알았지?”
몽란이 맹호동에게 급히 귀엣말을 하고 여인이 모이는 왼편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 * *
응시자들이 남자들과 여자들로 나뉘어서 대연무장의 앞에 있는 대형 건물 앞에 줄을 지어섰다. 차례대로 면접을 보는 것이다.
응시자들이 원체 많아 맹호동은 두 시진을 기다린 뒤에야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면접장에는 ‘재경당주 지무계’라는 명패를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채 작달막한 체구의 사결개가 거만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이자가 이곳 곤명 총타의 재경당주 지무계인 모양이다. 물론 이자도 묘족이다.
막 들어선 맹호동을 지무계가 날카로운 눈으로 살펴보다 꼬고 있던 다리를 풀며 멈칫 이채를 띤다. 한족이란 걸 안 것 같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 봐.”
맹호동이 멀뚱거리며 서 있자 지무계가 다시 다리를 꼬며 짧게 말한다.
“예, 저는 맹출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열아홉이고, 신체는 건강하며 받아들여만 주신다면 대 개방 곤명 총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하겠습니다.”
맹호동이 환생하여 무결개로 얻은 이름에 받침 하나를 더 넣어 맹출이란 가짜 이름을 대고 실로 도식적인 자기소개를 했다.
그런데 날카로운 눈으로 계속 맹호동을 살피던 요월성의 입에서 난감한 질문이 나온다.
“한족 같아 보이는데……?”
“……맞습니다.”
할 수없이 맹호동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변장을 해도 바꿀 수 없는 게 분위기다. 묘족은 묘족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괜한 거짓말을 했다가 더 난감한 지경을 만나느니 맹호동은 그냥 한족임을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모집 공고문에는 묘족이어야 한다는 조건은 없었으므로 한족이라는 게 결격 사유도 아니다.
한족이라는 걸 인정하자 지무계의 얼굴에서 대번 짙은 실망감이 묻어 나온다.
“혹시나 했는데 그렇군. ……무공은 익혔나?”
잠시 말없이 맹호동을 바라보던 지무계가 힘없이 묻는다.
“예, 개방의 타구십팔권을 조금 배웠습니다.”
“그럼 혹시 개방에 적을 둔 적이 있나?”
“그런 적은 없고…… 개방에 적을 둔 적이 있는 분에게 조금 배웠습니다.”
개방은 들고나는 게 꽤나 자유로운 곳이다.
흑회의 어떤 무리는 자기들의 조직을 떠나는 것을 배신으로 간주하여 팔, 다리는 자르는 등의 응징을 가하기도 하는데 개방에는 그런 게 없다.
언제든지 개방을 떠나고 싶으면 떠나도 되고 개방의 특별한 비밀을 누설하거나 개방의 재물을 훔쳐 나가지 않는 한 응징을 하는 일도 없다.
그러니 개방에 적을 두었다가 나온 사람에게 타구십팔권을 배웠다고 하는 말이 어색한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럼 그걸 한번 간단히 시전해 보게.”
“지금, 여기서 말입니까?”
“그래.”
처억!
할 수 없이 맹호동이 세 사람의 앞에서 타구십팔권의 기수식을 취했다.
쉬잇! 파파파팟!
그리고 타구십팔권의 열여덟 개 초식 중에서 동작이 간단한 몇 가지를 시전해 보였다.
물론 억지로 자신의 능력치보다 한참 낮추어 보여야하긴 했지만 아주 맹탕으로 보이게 할 수는 없었다.
한족이라는 문제가 있는데 무공으로나마 인정을 받아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과연 맹호동이 타구십팔권을 펼쳐 보이자 지무계가 은근히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으음, 곁다리로 배운 것치고는 꽤 하는군. 타구십팔권을 배웠다면 반합신공도 익혔겠군.”
“예. 조금…….”
맹호동이 인정하자 지무계가 맹호동의 단전과 태양혈을 살핀다. 내공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물론 심법에 따라서 내공이 쌓이면 태양혈이 불거져 나오는 경우도 있는데 몽중첩첩신공으로 내공을 갈무리한 경우, 그런 건 보이지 않는다.
100년에 달하는 내공을 단전에 담고 있지만 이들 눈에 그것이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쌓은 내공이래 봐야 몇 년 공력이겠지. 휴우. 타구십팔권도 할 줄 알고 반합신공까지 수련했다니 좋은 재목이긴 한데……!”
아쉬운 표정으로 지무계가 말을 잇지 못한다. 그 뒷말은 ‘한족이라 안 되겠군.’이란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런데 거기서 지무계가 멈칫 놀라는표정을 지으며 말을 중단한다. 같은 순간 지무계의 그 표정을 맹호동은 놓치지 않고 감지했다.
“좋아. 나가서 기다리게. 면접이 끝나는 대로 합격자들을 발표할 것이네.”
지무계가 세필 붓으로 앞에 놓인 명부에다 뭔가를 끄적이며 결정을 한 듯 말한다.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맹호동이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신은 합격이라고 확신했다. 합격이 아니라면 기다리고 있으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은 지무계가 아니라 그 뒤에 놓여 있는 병풍 뒤에 있는 누군가가 지무계에게 전음을 보내 결정한 것이라는 것도 알았다.
면접실에 들어설 때부터 맹호동은 병풍 뒤에 있는 한 사람의 날카로운 예기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 * *
두 시진이 지났을 때 모든 지원자의 면접이 끝났다.
그리고 대연무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남자 7명에 여자 5명이었다.
남아 있으라고 한 사람들이 모두 합격자들이었던 것이다.
그중에는 몽란이라는 여인도 있었다.
“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난 네가 합격자가 될 거라고 믿었거든. 어쨌든 이제 우린 둘 다 곤명 총타 사람이 되었으니 잘해보자.”
뭘 잘해보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몽란이라는 여인이 맹호동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 * *
합격자들 12명은 수련관이란 곳으로 옮겨져 갔다.
여자들이 수련하는 곳은 다른 곳이 있는 듯 몽란과 다른 여자 합격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여섯 달에 걸친 소정의 수련과정을 마쳐야 일결개가 되고 그 동안은 무결개로 수련과정에 따라 매일매일 혹독한 수련을 거쳐야 된다고 했다.
수련관 옆에 있는 마치 축사처럼 보이는 기다란 이 층의 목조 가옥이 있었는데 거기가 수련생들이 기숙하는 곳이었다.
염호라는 자가 쓰고 있는 방에 맹호동이 들어갔는데 그는 여섯 달의 수련과정을 다 마쳐가는 수련관의 고참이었고, 물론 그는 묘족이었다.
“흠흠, 어디서 시궁창에 사는 쥐새끼 냄새가 나는걸.”
맹호동이 짐을 푸는 사이 자기 침상에 앉아 단검 날로 손톱을 정리하던 염호가 코를 킁킁거리며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
맹호동이 무슨 말인가 싶어서 염호를 바라보자 염호가 말했다.
“우리는 니들을 서족(鼠族)이라고 불러. 쥐 서 자 서족. 쥐새끼들이 고양이들에 비해 숫자는 상당히 많지만 쥐들이 고양이들을 이기냐, 못 이기냐? 니들도 쥐새끼들처럼 고양이들에게 깡그리 잡아먹힐 날이 올 거다. 두고 봐라, 흐흐.”
그 말을 하는 염호의 두 눈은 불타오르는 증오심으로 번들거렸다.
묘족들이 한족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깊은 증오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맹호동도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묘족의 묘 자가 고양이 묘 자는 아니지만 자기들을 고양이에 빗대고 한족을 쥐에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고양이와…… 쥐라…….’
그 말을 들으며 맹호동은 곤명총타에서의 앞으로의 생활이 순탄치 만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 * *
수련관에 새로 들어온 신참들의 일과는 혹독한 체력훈련의 연속이었다.
오전 내내 수련관 앞의 돌산을 뛰어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것을 반복했다.
후미에 들어오는 수련생들은 한 번 더 돌산을 뛰어 올라갔다 오게 했으므로 적당히 할 수도 없었다.
오후에는 무게가 오십 근은 나가는 철퇴와 도끼를 휘두르게 했다.
허리의 어깨의 힘을 길러주는 훈련인 것이다.
조금이라도 느슨한 모습을 보이면 신참을 담당한 일결개 교관이 가차 없는 매질을 가했다.
물론 맹호동은 무리에서 특별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힘을 쓰며 수련에 임했다.
이렇게 가혹한 체력 훈련을 하는 것은 대부분의 신참이 무사의 기본인 기본 체력이 안 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지만 일결개를 교관으로 쓰는 것으로 봐서 그 과정에서 철저히 개방의 최하 직급인 무결개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려는 의도도 있는 듯했다.
‘쩝. 이게 뭐냐. 용두방주였던 내가 일결개로 전락하다 못해 이제 이곳에선 무결개로까지 전락했군.’
맹호동의 쓴웃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방의 오의파화를 위해서 감내해야 할 일이라며 맹호동이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 * *
다달이 새 방도들을 모집했고, 수련원에는 맨 첫 달에 들어온 1기부터 최근에 들어온 6기까지 있었다.
그러니까 염호는 1기이고 맹호동은 6기였다.
무결개 수련생들이라고 같은 수련생이 아니었던 것이다.
같은 방을 쓰는 염호는 여러 가지로 맹호동을 괴롭혔다.
자기의 모든 빨래를 맹호동에게 하게 했는데 심지어는 지린내가 나는 속옷까지도 맡겼다.
매일 아침마다 훈련을 나가지 전에 신발을 깨끗이 털어놓게 했고, 자기가 쓰는 침상까지 정리하게 했는데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맹호동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어이구! 고참이고 뭐고 이걸 그냥 확……!’
화가 머리끝까지 치켜 올라오곤 했지만 대의를 위해 꾹꾹 눌러 참을 수밖에 없는 맹호동이었다.
* * *
맹호동이 수련관에 들어온 지 열흘이 지났다.
무공은 가르치지 않고 신참들 일곱에겐 가혹한 체력훈련만이 계속되고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한 달간의 체력 훈련이 끝난 뒤에야 반합신공의 변형인 정양신공과 타구십팔권, 타구봉법의 변형인 정양십팔권과 정양일원검법의 수업이 시작된다고 했다.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는 맹호동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빨리 이곳에 들어온 목적을 이루고 나가 기개단을 살피고 취옥배도 찾아야 하는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수련생과 교관들 모두가 수련관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맹호동이 서둘러 점심을 먹고 아직 다른 교관들과 함께 둘러 앉아 식사 중인 담당 교관을 찾아갔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교관님. 실력이 되는데도 꼭 여섯 달의 수련기한을 다 채워야 하는지요?”
“으음, 실력이 된다면 그럴 필요는 없지.”
“그럼 실력을 증명해 보이면 퇴관을 할 수도 있습니까?”
“호오, 자신이 있다는 걸로 들리는데? 어떻게 실력을 증명해 보일 거냐?”
“뭐든 하라는 대로 하겠습니다.”
교관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거렸다.
“후후…… 하라는 대로 하겠다라.”
아직 식사 중인 수련생들을 둘러보는 교관의 눈에 식사 중인 수련관 1기생들이 잡혔다.
그 1기생들 중에는 당연히 염호도 있었다.
“저 1기생들이 내일 퇴관이지?”
“그렇네. 아홉 명 전원이 수련관 생활에 합격점을 받았고 내일 퇴관일세.”
6기 교관이 물으니 1기 교관이 대견스럽다는 듯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1기생들 중 한 명과 네가 싸워 이긴다면 1기생들과 동시에 퇴관할 자격을 주겠다.”
더 볼 것도 없이 맹호동이 염호를 상대자로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