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2_5
내 물음에 테라피가 약간 주춤하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7시간 20분 후.
‘사아아아….’
새하얀 빛이 거대한 공동에 피어난다.
주변을 가득 채우던 그 빛이 던전 유닛들과 테라피를 휘감고 내 몸에 스며들때쯤, 알림이 울린다.
[띠링! 던전 1등급 바이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공헌도를 계산합니다. 19분 59초, 58초, 57초, 56초…]거대한 성체 타워가 사라지고, 주변의 모든 던전 유닛들도 사라진다.
침침한 분위기를 내뿜던 공간이 사라지고, 던전 하늘이 날 반긴다.
저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이 던전 클리어 알림을 들었는지, 이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한다.
“오빠!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지혜의 꽥꽥되는 고함소리가 왠지 정감있게 들린다.
내가 드디어 미친 건가?
크크큭.
잠시 후.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형님, 저번처럼 그렇게 손으로 그냥 쓱싹… 뭐 그런 겁니까?”
“던전 클리어 알림 떴습니다. 길드장님도 들으셨죠?”
허겁지겁 달려온 길드원들이 옆에서 쫑알쫑알 묻는다.
굳이 하나씩, 일일이 대답해 주기엔 나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어떻게 숨을 쉬는 건지, 어떻게 손을 움직이는 건지, 어떻게 걷는 건지, 뛰는 건지 그걸 말로 설명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내가 형이나 누나로 모셔주마.
그건 그렇고, 얼른 이 충만한 마력이 사라지기 전에, 일단 가장 우선시해야 할 일부터.
“설명은 나중에. 스펠 쇼크웨이브 진행한다. 모두들 진형 갖춰.”
“… 예? 스펠 쇼크웨이브요? 여기 성체 타워도 없는데 어떻게….”
“오빠, 무슨 소리야? 클리어 알림 떴다고. 클리어 끝났는데 무슨 마력파도?”
“설명할 시간 없어! 얼른 대형 갖춰!”
내 단호한 외침에 팀장급 길드원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얘들에게 지시한다.
“스, 스펠 쇼크웨이브 대형. 마법사들은 이쪽으로 오고, 전사들은 뒤로 빠져.”
“… 길드장님을 중심으로 스펠 쇼크웨이브다! 진형 갖춰 봐봐.”
“스펠 쇼크웨이브 진형! 중심은 길드장님이다.”
팀장급 얘들의 외침에 길드원들 역시 황당한 표정.
이건 뭐지? 넥서스나 성체 타워가 없는 스펠 쇼크웨이브?
다들 무슨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팀장들의 지시에 맞춰 어느 정도 진형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래. 없는 복도 노력하기 나름.
긍정적인 얘들만 혜택을 보겠지.
굳이 일일이 설명하거나 자세한 내역을 공지하기엔 시간이 없다. 지금도 점차적으로 마력이 빠져나가는 상황. 차라리 이럴 거라면….
“아트팀 전원 이쪽으로.”
“넵. 길드장님.”
“알겠습니다.”
“감개무량입니다. 주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아트팀원들을 불러 내 옆에 서게 했다.
그리고….
‘스… 파… 아앗!’
“지, 진짜다!”
“스, 스펠 쇼크웨이브!”
“정말! 길드장님이 스펠 쇼크웨이브를 시전하고 있다!”
청아한 파란 빛과 싱그러운 풀냄새가 내 주변에 휘몰아 치고, 고농축 마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1등급 던전에 걸맞은 엄청난 양의 마력파도.
아무런 의심없이, 맹목적으로, 먼저 움직인, 말 잘 듣는 놈들만 집중 혜택을 보겠지. 마력에 가장 민감한 마법사 직군을 중심으로.
그게 내 가까이 서 있는 아트팀원들도 포함해서.
“3, 3레벨이나 올랐습니다!”
“길드장님! 능력치가 두 배 이상 뛰었습니다!”
“주, 주군! 어찌 이런 아량(雅量)을… 여, 영광이옵니다!”
가장 많은 마력을 흡수한 아트팀원들이 화들짝 놀랄 때, 주변의 길드원들 역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다들 한마디씩 하며, 가까이 모여 든다.
“오, 오빠! 도대체가!”
“형님! 이게 대체 무슨….”
“본진 넥서스나 성체 타워가 아닌, 길드장님이 자체 스펠 쇼크웨이브라니요!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앞으로도 계속해서 마력 파도 발현이 가능한 겁니까? 만약 그렇다면….”
난 두서없이, 황당해 하는 길드원들을 대충 쓱~ 쳐다보고 한마디 했다.
“처음부터 날 믿는 길드원들은 꽤나 능력치 올랐을 거다. 상태 확인하고, 휴식 후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 캔다. 이상!”
“… 기, 길드장님. 아까 마력 파도는 도대체….”
“오빠! 설명 안 해 줄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구?”
“혀, 형님!”
산처럼 쌓여 있는 미네랄 뒤쪽 공터, 가스 조각을 흡수하러 가는 움직이는데, 팀장급 얘들이 쫄래쫄래 쫓아오며 질문을 퍼부어 댄다.
어이, 다들 저리로 좀 꺼져 주지?
너희들도 존나 궁금하겠지만, 나도 이 현상에 대해 정확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거든?
아, 차라리 사라한테 물어보던가.
“사라.”
“… 네.”
또다시 어디선가 나타난 내 사기 스킬, 사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테라피하고 지들끼리 심도 있는, 알 수 없는 동창회 모임을 가지던 그녀가 내 옆에 하얀 빛과 함께 나타났다.
“얘들한테 대충 설명해 줘.”
“무엇을요?”
“아까 내가 펼친 스펠 쇼크웨이브에 대해서.”
“… 진실을 포함해서요?”
“어.”
“… 진실을 밝혀도 될까요?”
“물론.”
“…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인 사라가 팀장급 길드원들에게 다가가 뭔가 말을 꺼낸다.
됐다.
너희들도 사라의 자폭 스킬에 한번 당해봐라.
사실이든, 진실이든지 간에 사라의 말을 듣다 보면, 복창이 터지고, 대가리 전격 용량이 슬슬 한계에 이를 거다.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 황당한,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속이 터져 죽으려면, 사라에게 물어봐라.
우린 같은 길드, 같은 조직이기에 같은 아픔은 나누어야 되지 않겠는가!
뭐 싫으면 미네랄이나 존나 캐든가. 크큼.
가스 조각을 최대치까지 흡수하고 돌아와보니, 팀장급 길드원들이 던전 바닥에 빙 둘러앉아 사라의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가끔씩은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뱉고 또 가끔씩은 뭔가를 질문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지혜의 히스테리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도대체가 뭐야! 말이 안되잖아. 말이! 오빠하고 짠거죠? 그쵸?”
“사라 씨, 그걸 저희보고 믿으라고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죠?”
“그냥 스킬 일종이라고 하세요. 차라리 그걸 믿겠어요.”
너희들도 답답하지?
너희들도 복창이 터질 것 같지?
역시 내가 미친 게 아니었어.
몇몇은 미네랄을 캐러 자리를 떴고, 몇몇은 끝까지 사라의 설명을 듣는다. 남아 있는 길드원들이 전부 아트팀이라는 건 아이러니 하지만.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2일 14시간 10분 후.
어째 반나절 가까이 미네랄을 캐도 티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클리어 보상이 많은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왜 이렇게 진척이 없어?”
“이런 속도라면 클리어 보상 다 캐는데 최소 3일은 걸릴 것 같습니다. 저번보다 전사의 수가 너무 적어요.”
“마법사하고 힐러, 성직자들도 다 투입해.”
“지금도 그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그래?”
“네. 형님도 도와주시면….”
“기각.”
“알고 있습니다. 그냥 해 본 말이에요.”
“음, 전사. 전사가 문제란 말이지.”
“네. 힘을 써야하는 각성자가 적으니 할 수 없죠.”
“… 음….”
던전 바닥에 깊숙이 묻혀 있는 미네랄 덩어리.
대검이나 무기류로 미네랄을 파서 덩어리째 뽑아내야 그 값어치가 좀 더 나가는… 무기류? 무기류라….
갑자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득을 데리고 천막 밖으로 나가 길드원들이 미네랄 캐는 걸 중지시키고, 잠시 쉬게 했다. 그리고는,
“줄럿 전체 소환!”
[띠링! 줄럿(방어+공격 200%) 1,160개체를 소환합니다.]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천여 개체가 넘는 업그레이드된 줄럿들. 녀석들이 가진 기다란 건틀릿이 반짝거린다.
“혀, 형님! 뭐하시게요?”
한득이가 옆에서 깜짝 놀라 말을 더듬는다.
기다려 봐.
만약 이게 된다면 앞으로는 굳이 수십 명의 전사들을 일부러 데리고 다닐 필요가 없을지도.
“저기 미네랄 캐 봐.”
내 명령이 떨어지자 꿀이 가득 들어있는 단지에 수천마리의 개미가 모이듯이, 천여 개체의 줄럿들이 둔덕 위로 뛰어가, 기다란 건틀릿으로 미네랄이 박혀 있는 던전 바닥을 찔러댄다.
어떤 놈들은 미네랄 덩어리를 조각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줄럿들은 미네랄 주변 바닥을 살살 긁어내며, 덩어리가 빠져나오기 좋게 깊숙이 땅을 판다.
“허….”
“세상에! 이런 방법이….”
“진짜 길드장님 사기 캐릭이다!”
“휴… 앞으로는 길드장님 혼자 다 해먹겠구나.”
주변에서 한숨을 쉬는 전사들과 환호하는 마법사 직군 길드원들.
어차피 마법사들이야 지금까지의 던전 클리어에 어느 정도 공헌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전사들은 던전 입장 후 주된 임무가 미네랄 캐는 것.
자신의 역할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 불안감을 느낀 전사들이 한숨과 함께 이상한 말을 내뱉는다.
“다들 달라붙어서 미네랄 인벤토리에 넣어. 조각난 것들은 따로 모아서 나한테 가지고 오고.”
“넵.”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그래. 수고해라.”
얘들의 인사를 받으며, 난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속도로 미네랄을 캐면 내일쯤은 던전 밖으로 나갈 수 있겠지.
그나저나, 앞으로는 전사들을 데리고 다니지 말까? 줄럿들이 이렇게 미네랄을 잘 캔다면 굳이 필요가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안방마님이 다니는 길엔 힘 좋은 에너자이저 돌쇠가 여러 명 있어야 편안한 법.
종 놈도 많으면 좋으니, 굳이 내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크큼.
잠시 후.
조용한 천막에서 뜨끈한 홍차를 홀짝이며, 이번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최대 득템인 그것들을 인지하며 살펴보고 있는데, 잉여인간이 호들갑을 떨며 안으로 들어와,
“주군! 주군의 혜량(惠諒)에 저의 능력치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여….”
‘퍼어억!’
“아악! 주, 주군! 어찌하여….”
개소리를 늘어놓는다.
“너 말투 고치라고 했지.”
“명(命)을 받듭니다.”
씨파새끼! 도대체가 제대로 하는 게 없어!
그런 컨셉으로 나가려면 공부를 제대로 하든가! 아니면 아예 쓰질 말든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하, 됐다. 그냥 무시하자.
“유닛 생성 테크트리 어디까지 됐지? 최대 흡수치하고 레벨은?”
잉여인간 입장 후 뒤따라 들어온 아트팀 문중환 팀장과 홍문희 부팀장에게 물었다.
“저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각성자 등급 6등급 초반으로 올랐습니다. 테크트리는 히드라 코어에서 발업과 사거리 업그레이드, 그리고 락커 변태 활성화까지 되었으며, 지금까지 락커 25개체 생산해서 인벤토리에 넣어 놨습니다. 최대 흡수치는 523이고, 현재 풀(full)입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길드장님. 저는 각성자 등급 7등급 후반까지 올라왔구요. 마찬가지로 히드라 코어에서 발업과 사거리 업그레이드, 그리고 락커 변태 활성화까지 됐습니다. 유닛은 말씀하신대로 발업 저굴링으로 350개체 생상해서 넣어놨어요. 최대 흡수치는 380. 한계치까지 가득 있어요.”
“그래. 잘했다. 가스는 아직도 남았고?”
“네. 대략 200리터 정도 더 남았습니다.”
“아깝네. 200리터면 대충 5등급 던전 매장량인데.”
“부팀장이 저굴링 생산만 안 했으면….”
“유닛 상성은 그게 좋아. 그리고 싸이, 너도 읊어 봐.”
“넵. 주군! 저는 7등급 초반 능력치에, 히드라 코어 발업과 사거리 업그레이드. 그리고 발업 저굴링 300개체 생산하여, 인벤토리에 넣어놨습니다. 주군이 가시는 그 길에 제 한 목숨 받쳐….”
“닥쳐라.”
“네? 넵. 주군!”
이 새끼가 진짜! 조금만 틈을 주면 입에서 개똥같은 말투가 터져 나온다.
승찬 형한테 싸이를 반납할까?
여분의 배터리는 2개로 충분할 것 같은데… 크으음.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일 3시간 40분 후.
드디어 미네랄을 다 캤다.
길드원들이 휴식을 취하다가 줄럿들이 파놓은 미네랄 덩어리만 인벤토리에 차곡차곡 집어 넣으면 끝.
하지만, 전사들은 자신들의 무기로 힐이나 축복을 받아가며 2박 3일 동안 뺑이 쳐야 할 일을 줄럿 천여 개체가 대신해 주니 편하긴 할 테지만, 노파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뻘쭘해하며, 갈팔질팡하는 전사들을 보며, 중간 식사시간에 한득이를 시켜 앞으로도 던전 클리어 시 최소 30여명의 전사들은 동행한다고 공지를 하고 나서야 길드원들의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내가 무슨 보모도 아니고,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아, 내가 길드장이구나.
잠시 까먹었다. 내가 길드장인지를.
워낙 혼자 던전 클리어를 쳐묵, 쳐묵 하다 보니, 얘네들이 내 종 놈인 줄로만 착각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여하튼, 이제 집에 가자.
가서 다시 폐인모드에 접속해 보자. 그러다 접속이 튕기면 할 수 없는 거고. 크큼.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일 7시간 20분 후.
무사히, 아무 일 없이,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는, 던전 클리어 같지 않는, 미네랄만 줄창 캔 지원 길드 클리어 팀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던전 입구에 도착했다.
던전에 입장했던 반대 진형으로 자릴 잡고, 마법사들이 먼저 시커먼 구덩이에 몸을 던진다.
나 역시 새롭게 미네랄 캐는 법을 발견한 것과 스킨샵을 운영하는, 사라의 종년을 만난 것에 만족하며, 컴컴한 공간에 들어섰다. 이제 약간의 어지러움이 지나면….
[띠링!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가용을 확인합니다. 활성, 비활성]아, 이게 있었지.
사라 마틸다의 스킬, 던전 데미지.
음, 어떻게 할까?
활성 해놓으면 3개월에 한번은 무조건 리젠 클리어해야 할… 크큭, 크크큭.
그래, 그렇단 말이지?
“우와와아~.”
어지러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백 명의 군인들과 경찰, 일본 각성자 협회 요원들이 던전 입구에 몰려 환호성을 질러댄다.
도대체 우리가 언제 나올 줄 어떻게 알고 이러고 있는 건데?
군인들이야 어차피 경계… 음, 민간인들은 없구나.
그냥 다들 입구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던전 클리어 빛 터지니까 몰려든 거고?
참나, 할 일도 없으셔. 그냥 집에서 대기 타다가 나오면 될 것을.
새하얀 빛과 함께 뒤쪽에서 전사들까지 던전을 빠져 나와, 입구 앞 공터에 대형을 갖추어 선다.
“인원 파악 보고.”
“인원 파악 보고!”
“셔틀 1팀, 총원 10명, 사상자 0, 현재 인원 10명. 보고 끝!”
“셔틀 2팀, 총원 10명, 사상자 0, 현재 인원 10명. 보고 끝!”
“셔틀 3팀, 총원 10명, 사상자 0, 현재 인원… 어, 어어?”
“뭐야! 보고 하다말고… 어, 어! 기, 길드장님!”
“더, 던전! 던전이 사라진다!”
“클리어 됐잖아! 이거 또 터지는 거야?”
내 뒤쪽에 놓여 있던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그 던전이 파란 빛과 함께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던전이 생겨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없었던 현상에 주변에 모인 일본 얘들과 길드원들이 고함을 지르며, 던전을 향해 손가락질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래, 신기할 테지.
암, 신기하고말고.
나도 약간은 뿌듯한 마음으로 사라져 가는 1등급 바이오 던전을 구경했다.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종이처럼 화려한 불꽃을 내뿜고, 재도 남지 않는 그런… 것은 아니고, 투명한 젤리가 풍화되어 사그러드는… 그런 것도 아니고, 음, 뭐라 해야지?
그냥 점차 희미해지는 것?
파란빛이 뿜어질 때마다 조금씩 희미해져가는 던전 입구? 뭐 이런 거?
주변에 모여 있던 일본 군인들과 경찰, 각성자 협회 요원들은 어쩔 줄 몰라 허둥대고 있고, 길드원들은 난생 처음 보는, 재미있는, 흥미로운 구경거리에 입만 쩍 벌리고 있다.
미지근한 바람이 한차례 불고 난 뒤,
[띠링!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이 비활성화되었습니다.]내 머릿속에 나도 난생 처음 듣는 재미있는 알림이 울린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던전 클리어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던전이 사라지다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내 주변에 모여서 일본어로 뭐라고 떠들어 대는 일본 각성자 협회 간부들과 우리 쪽 정부 요원들.
“저도 처음 보는 현상입니다. 저한테 묻지 마시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마력 스캔을 하든지, 다른 곳에 물으셔야죠. 저희는 던전 클리어한 것 밖에 없습니다. 이거 지금,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겁니까? 정말 그래요? 네?”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어찌 던전이 사라질 수가 있는지….”
“맞습니다. 혹시나 클리어 때 이상한 현상이 있었는지를 여쭈어 보려고 한 겁니다.”
내가 한번 욱 해주니, 한 발 뒤로 물러나는 일본 얘들.
“됐습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일본에 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지원 길드 클리어팀, 이동한다!”
“이동한다! 이동 대형!”
“끝까지 긴장해라! 여긴 외국이다! 지원 길드는 세상 어디서든지 최고임을 자각하라! 이동!”
내 명령에 팀장급 얘들이 서둘러 지시를 내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며 날 따라오는 던전처리국 요원들과 협회 직원들. 정부쪽 사람들은 일본 정부쪽 사람들과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핸드폰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바쁘다.
난 대형버스가 주차된 곳으로 걸어가며, 슬쩍 뒤돌아 던전이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평범한 아트팩터
5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