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3_2
대충 25억 잡고, 4개 팔아야 100억.
40개 팔면 천억, 400개 팔아야 1조.
미네랄 판 원금이 1억, 만약 400개를 팔았을 때, 원금 400억을 제외하면 9천 6백억.
여기에 각종 세금을… 아, 면세 혜택이 아이템 구매나 판매하는 데에도 적용되나? 그건 아니었던 것 같던데.
아, 복잡하다. 이럴 거면 차라리 1등급 바이오 던전을 한번 클리어하는 게,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득이 될 것 같다.
음,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활용한다?
어차피 싸이의 수공업과 시간 투자가 이어져야 하니 대량 생산은 불가.
소수 특정 스페샬 리미트 한정판으로 만들어서… 음….
일단 확실히 할 부분을 확인하고.
난 내 옆에서 들뜬 분위기에 취해 있는 싸이에게 물었다.
“이거 한 달에 얼마나 만들 수 있냐?”
“지금 이것처럼 마법 회로 그렸을 때 말입니까?”
“아니, 여기에 다른 것들도 몇 개 추가하면?”
“음, 공간 축소 마법진은 가능하고, 전격 회로와 윈드 계열 마법 회로는 제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결론만. 간단히.”
“한 달에 한두 개는 가능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럼 니가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2주에 하나씩 가지고 와 봐.”
“넵. 알겠습니다. 그런데 아이템 성능은 어떻게….”
“그냥 이것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으면 돼.”
“네. 그럼 문제없습니다.”
확신에 차 있는 듯한 표정과 함께 두 손을 불끈 쥐는 싸이.
갑자기 이 새끼가 존나 사랑스럽게 느껴… 지지는 않고, 그냥 싸이지 뭐.
공급은 어느 정도 확인 했으니, 다음은.
“미네랄 판을 내가 알아서 구해다 줄 테니 걱정말고. 아까 얘들이 금액 부르는 소리 들었지?”
“네.”
“그럼, 판매 금액 7대 3 어때?”
“가, 감사합니다! 주군! 30%나 주시다니요.”
“어? 어.”
응? 이거 고도의 심리전인가?
아니면 진짜 몰라서 이러는 거냐?
표정을 보아하니 진짜 기뻐하는 눈치이긴 한데.
음, 30%. 30%라….
괜히 내가 사기치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프랑스 파리로 가는 전세기 탑승 7시간 30분째.
“… 그러니까, 길드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하겠다는 말씀이시죠?”
“지급이 아니라, 판매.”
“네. 판매. 하지만 길드원들이 전부 다 형편이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20% 정도만 입금하면 돼. 나머지는 차용이나 가불 형태로 하고.”
“음, 그렇다면 꽤나 많이 인원이 몰려 금액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만.”
“빙고.”
퍼스트석에서 팀장급 얘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 생산될 특정 스페샬 리미트 한정판 아이템 판매에 대해 의논했다.
어차피 경매 방식으로 시중에 푼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은 이제 나에겐 의미 없다.
그렇다면 차선의 방법으로 우리 지원 길드 내부에 푸는 형식인데, 공짜로 주기엔 말이 안되니 이렇게라도 할 수밖에.
어차피 이 아이템을 흡수해 자신의 능력치가 올라가면, 소속된 길드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길드원들의 사기진작과 복지혜택을 감안한 파격적인 특가행사!
정체된 능력치를 길드 차원에서 올려준다는 헌신적인 마인드!
국내 최고의 길드, 그것도 길드원들에게만 판매하는 럭셔리 한정판 아이템!
이 얼마나 훌륭하고도 좋은 생각이란 말인가!
내가 홀로 상상의 나래를 활짝피며, 썩소를 머금고 있자 옆에서 지혜가 한마디 한다.
“오빠, 지금 표정 완전 음흉.”
“진짜 음흉한 게 뭔지 보여줘?”
“절대반사.”
“얼씨구 언제는 좋다며?”
“그건 아무도 없을 때.”
“기각!”
“반사!”
“크크큭.”
“하하.”
“캬캬.”
주변의 얘들이 다들 웃음을 터트린다.
지혜와 내가 하는 농담의 의미를 이들도 아는 것이다.
한 조직이 경제적으로 여유 있고, 무력 면에서도 출중하면, 이제는 소속된 이들을 챙겨야 할 때.
하지만, 다 데리고 가진 않는다.
쫓아오고자 하는 이들만 챙겨도, 부족한 게 각성자들의 세계.
의지를 보여라. 니들의 성의를 표현해 봐라.
그럼 데리고 가마.
난 그렇게 그들의 의사를 물었다.
그리고, 옆에서 던전처리국 부국장과 정부쪽 요원이 우릴 힐끔거리며 분위기를 살핀다.
아저씨들, 잘 들었죠?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아시겠죠?
보여주세요. 아저씨들의 능력.
난 그렇게 옆에 있는 잉여인간들에게도 그 의사를 동시에 물었다.
이런 걸 일거양득, 일타쌍피라고 하나? 크큼.
대충 정리하고, 대충 마무리한 뒤 또다시 기내식 한번 먹고, 몇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자 어느덧 전세기가 착륙을 시도했다.
일본에서와 똑같은 패턴, 똑같은 액션.
어째 나라가 바뀌어도, 사람이 바뀌어도 반응은 비슷비슷하다.
하긴 뭐, 사람이 다 사람인거지.
다들 밥 먹고, 잠 자고, 똥 싸고.
다를게 없다. 크큼.
엄청난 환영인파와 정부, 협회 간부들의 인사를 대충 씹어 삼키고, 공항에서 빠져 나오자 우릴 기다리는 건 역시나 대형 리무진 버스.
프랑스 군인들과 경찰, 각성자 협회와 정부쪽 요원들과 함께 수십 대의 경찰차들의 호위속에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파리 1등급 바이오 던전 인근에 도착했다.
식수와 식량, 포션과 비상물품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바로 던전에 입장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클리어한 후 스위스로 넘어가야, 내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이 그만큼 빨라질 테니까.
프랑스 파리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5분 후.
“프롤브 1개체 소환!”
[띠링! 프롤브 1개체를 소환합니다.]“수정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드라칸 코어,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생성!”
‘파… 치… 지직.’
순식간에 테크트리를 생성시키고, 랜드 코어에서 셔틀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인원 수가 85명이니, 셔틀은 10개만 생산해도 될 터.
“셔틀 탑승.”
“탑승!”
셔틀팀별로 길드원들이 나누어 탑승하고, 셔틀을 이륙시킨 후,
“사라.”
하얀빛과 함께 현신하는 사라.
저번에 일본에서는 이틀 동안 멀티만 찾아다니다 알게 된 사실 하나.
아무것도 모를 땐 그냥 물어보면 된다.
“멀티 없지?”
“네.”
“본진 위치는?”
“북서쪽으로 285.451km예요.”
“오케이. 여기에 종속된 종의 이름은?”
“아킬레스.”
“… 인대?”
“…….”
“됐다. 셔틀 출발!”
아킬레스든 인대든 가서 보면 알 테지.
그건 그렇고, 처음부터 그냥 사라한테 물어볼걸.
어차피 바이오야 사라가 있으니 던전 유닛들이 공격할 이유가 없고, 우린 던전에 종속된 종이나 해방시켜 주고 클리어 보상이나 챙기면 끝… 이 아니구나. 크큼.
일단 난 사라가 말한 북서쪽으로 셔틀을 힘차게 출발 시켰다.
프랑스 파리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3시간 20분 후.
“A1, A1 본진 발견!”
“사거리 2.8km, 전방 12시 방향! 본진 발견!”
“사거리 2km, 전방 12시.”
“본진 사거리 1.3km.”
“800m! 기, 길드장님!”
“500m! 길드장님!”
“혀, 형님!”
“300m입니다! 셔틀 착륙….”
“오빠!”
“길드장님!”
주변에서 얘들이 난리다.
기다려봐. 금방 클리어하고 스위스로 넘어가자니까.
아킬레스인지 인대인지 모를, 사람인지 던전 유닛인지 모를, 하여튼 그년만 찾으면 끝이야.
“B2.”
“B2! B2다!”
“마법사 마력 발현! 전사들 무기 소환!”
난 셔틀을 착륙시킨 후 길드원들에게 기습에 대비하라는 상황을 전파하고, 본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자, 사라가 뒤따라온다.
“인대 불러봐.”
“… 아킬레스!”
본진 가시체가 옆으로 움직이며 거대한 성체 타워 밑부분이 세로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갈라진 틈새로 고고한 여성이 걸어 나오더니, 감미로운 음색으로 입을 연다.
“어서 오세요. 그분의 선택을 받은 분과 그분의 종, 사라님.”
역시나.
똑같은 패턴. 똑같은 말투.
테라피와 같은 외양에 비슷한 생김새.
얘네들 세계엔 다 여성형 유닛들만 존재하는 건가?
수컷, 남성이 없다면 어떻게 종족을 유지하는 거지?
아, 종족 번식이 아닌 창조인가?
모르겠다. 내 알 바 아니니.
“종속의 인을 끊으려면,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내 물음에 아킬레스, 인대가 조심스럽게 대답을 한다.
“네. 권좌의 좌에 앉으시고, 마력을 흡수하셔야 던전이 리젠 됩니다. 그 이후에….”
“오케이. 잠시 대기. 어이, 거기 아트팀! 일로 와봐.”
내 고함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문중환 팀장, 홍문희 부팀장과 싸이가 재빠르게 뛰어온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찾으셨습니까? 길드장님.”
“다들 따라와.”
“네? 저, 저 안으로 들어가시는 겁니까?”
“예?”
“저는 갑니다! 주군이 가시는 길 어디든지 절 데려 가십시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따라와. 가자.”
내 말이 끝나자 아킬레스가 세로로 갈라진 성체 타워 안으로 들어간다.
난 그녀, 여성형 유닛 아킬레스를 따라가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언제까지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던전을 클리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단 시간 내에 마법사들이나 전사들의 각성자 등급을 두세 단계 이상 끌어 올릴수는 없는 일.
일단 아트팀한테 던전 클리어 쇼크웨이브 마력을 몰빵한다.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소환 대상 능력치만 올라가면 꽤나 재미있는 조합이 나올 것 같단 말이지.’
나름대로 앞으로의 던전 클리어 계획을 세워가며 성체 타워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나 기괴한 모습, 기하학적인 패턴, 침침한 분위기의 복도가 나온다. 몇 분 동안 말없이 걸음을 옮기자 복도 끝에 거대한 공간이 나타난다.
그곳에는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동 주변에 수많은 바이오 유닛들이 정렬한 채 기괴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고, 제일 뒤쪽 상단에는 황금빛 의자가 놓여 있었다.
“크으음.”
“허억!”
“주, 주군!”
날 제외한 다른 이들 때문인가?
주변의 저굴링, 히드라, 락커, 울트라 등이 몸을 뒤척거리며, 경계한다.
“신경 끄고 따라 와.”
난 그 황금빛 의자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수십의 계단을 올라가자 순금으로 만든 것 같은 황금빛 의자가 보인다.
화려한 장식과 알 수 없는 기괴한 패턴들.
“오르시지요. 그분의 선택을 받은 분.”
옆에서 아킬레스가 의자에 앉기를 권한다.
“그래. 중환이는 오른쪽, 문희는 왼쪽, 싸이는 뒤쪽에 자리 잡아.”
“넵!”
“알겠습니다.”
“예. 주군.”
아트팀이 내가 정해준 자리에 서자, 난 황금빛 의자에 착석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앉은 의자를 중심으로 마력이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아트팀, 주변의 마력 최대한 흡수해!”
주변에서 휘몰아치는 마력과 폭풍 같은 새하얀 빛에 거대한 공동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하고, 풍랑 앞의 조각배처럼 몸이 출렁거리며, 눈조차 뜨기 힘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머릿속에 울리는 알림이 우릴 깨운다.
던전 클리어 알림에 얘들이 정신을 차려 주변을 살핀다.
침침한 분위기를 내뿜던 거대한 성체 타워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저쪽에서 길드원들이 저번과 같이 영문을 몰라 허둥대는 모습이 잡힌다.
“다들 상태 확인해봐.”
“… 하….”
“세, 세상에….”
“주, 주군! 가, 감개무량(感慨無量)이옵니다!”
난 한마디 하고 던전 바닥에서 일어나 바지를 툭툭 털었다.
멀리서 한득과 길수, 지혜와 미혜 등 팀장급 얘들이 뛰어온다.
잠시 후.
“… 아, 아무리 그래도….”
“7등급 후반에서 4등급 초반으로? 말도 안 돼!”
“우린? 우리는! 왜 아트팀한테만 마력 흡수하게 한 건데!”
“맞습니다. 저번 오사카 1등급처럼 길드장님이 골고루 스펠 쇼크웨이브 펼치면 되잖습니까. 어찌 저희만 이렇게….”
“저희는 이제 버리는 사냥개인가요?”
더듬거리며, 무슨 상황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황당해하는 아트팀 중환이의 설명에 팀장급 얘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든다.
서운하겠지.
지금까지 날 위한답시고, 아부하고, 아양 떨고 있었는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툭툭 쳐대는 상황이니까.
더군다나 중환이의 7등급 초반의 능력치가 단숨에 4등급 초반까지 올라갔고, 문희도 7등급 후반에서 5등급 후반까지, 싸이도 7등급 후반에서 5등급 초반까지 능력치가 엄청난 상승을 이뤄냈다.
역시나 던전 1등급 스펠 쇼크웨이브.
스위스 바이오 1등급까지 몰빵해주면, 다음부터는….
“여기까지 오면서 했던 말, 다 까먹었냐?”
내 물음에 입에 거품을 물던 얘들이 영문을 몰라 눈만 껌뻑인다.
“기억 안나? 얘가 만든 거.”
내가 옆에 있던 싸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얘들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한득이가 나서서 말한다.
“혹시 병찬 씨가 만든 아이템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거야 오면서 길드원들에게 우선적으로 판매하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참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네.”
“네?”
“오빠, 그게 무슨 말이야?”
“… 아!”
유일하게 입에 거품을 물지 않던 미혜가 뭔가를 느꼈는지 감탄사를 터트린다.
“잘들 생각해 봐라. 아트팀이 능력치가 높아지면 누가 좋은 건지. 가스 캐러간다. 아트팀만 따라와.”
“넵! 길드장님!”
“예. 주군!”
내 말에 아트팀이 쫄래쫄래 뒤따라오고, 영문을 모르는 얘들은 미혜를 쳐다본다.
마치 설명을 바라는 병아리 새끼처럼.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지 않나?
싸이의 능력치, 인챈트가 높아지면 당연히 마법 회로 활성화가 쉬워질 것이고, 고난이도의 마법 회로 역시 인챈트가 가능할 거다.
그럼, 지금보다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고, 그걸 흡수하는 마법사들의 능력치 또한 급격하게 올라갈 터.
전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마법사들의 아이스, 파이어 마법 정화만큼은 싸이가 전문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니,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응? 인챈트 능력치? 자, 잠시!
“싸이!”
난 걸어가다 말고, 뒤따라오던 싸이를 불렀다.
“넵! 주군!”
“너, 금방 레벨업 하면서 받은 개인 보유 능력치, 분배 어떻게 했냐? 혹시….”
“네. 인챈트에 몽땅 때려 박았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능력치는 인챈트에 올인토록 하겠습니다!”
“… 하….”
그래, 잘했다.
그래, 그게 맞는 거다.
그래, 앞으로도 쭉~ 그래라.
포기다.
아니 어쩌면 이게 나을지도. 한 가지만 주구장창 파다보면 뭐가 나올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크큼.
“다들 각자 테크트리 올리고 코어 활성화해봐.”
“네. 드란 소환!”
“알겠습니다. 드란 소환!”
“옙. 주군!”
본진 뒤쪽 공터로 이동해 가스를 최대한으로 흡수한 후 아트팀에게 바이오 테크트리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각성자 등급이 올라가고, 레벨 능력치가 대폭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우리, 아트팩터들은 미네랄과 가스 조각을 활용해 유닛을 생산시켜 놓지 않으면, 일개 10등급 전사만도 못한 존재.
물론 지금 내 신체 능력치는 대충 4, 5등급 전사를 씹어먹을 수준이긴 하지만, 얘네들은 아니니까.
다들 드란을 소환한 후 성체 타워로 변태 시키고, 이후에는 성체 타워에서 생산되는 드란으로 저굴링 코어, 히드라 코어, 발업 코어 등을 차곡차곡 변태시키는… 응?
“넌 뭐하냐?”
저굴링 코어와 발업 코어만 생성시킨 후 싸이가 더 이상 테크트리를 올리지 않는다.
“끄, 끝났습니다.”
“뭐가?”
“테크트리 다 올렸는데요?”
“이게? 끝?”
“네.”
“성체 타워 2는? 히드라 코어는? 와이번 코어는?”
“… 레벨이 부족하다고 안된답니다.”
“… 너 5등급 초반까지 올라갔다며?”
“네.”
“근데 왜 안 돼? 저기 문희도 5등급인데! 쟤는 되고 너는 안되는 게 말이 돼?”
“그, 글쎄요. 그건 저도 잘….”
“하… 읊어라. 니 상태. 신체 특성 능력치부터 건물, 인벤토리까지 죄다 읊어봐! 도대체가 말이 안되잖아! 누군 되고 누군 안되는 각성자 시스템이 어딨어!”
“넵! 민첩 28, 지구력 27, 힘 25, 체력 26, 지능 24, 행운 19, 인챈트 718, 건물은 성체 타워, 저굴링 코어….”
“자, 잠시! 아까 뭐? 인챈트가 얼마?”
“718입니다.”
“… 98에서 718?”
“네, 넵. 제가 뭘 또 잘못….”
“아, 아니다. 너 인챈트에 몰빵했다고 했지?”
“넵.”
“그래, 잘했다. 계속 읊어 봐.”
“네. 건물은 성체 타워, 저굴링 코어, 발업 코어….”
하, 미친 새끼!
진짜 몰빵했다고 해서 대충 퍼센티지로 분배한 줄 알았더니만.
이 새끼 이거.
5등급 각성자인데, 10등급 던전에 던져놔도 죽겠는데?
인챈트 능력치 빼고 몽땅 10등급 각성자 능력치다. 아니 그것보다 더 낮다.
도대체가 버스를 얼마나 태우고 다녔고, 6, 7등급 던전 클리어는 몇 번이나 돌았으며, 오늘을 포함해서 1등급 던전 스펠 쇼크웨이브를 두 번이나 맞아본 녀석이 신체 능력치가 30도 안되다니!
내가 봐도 신기하고, 남들이 봐도 입을 쩍 벌려 침을 줄줄 흘릴 그런 상태다.
“다들 최대한도로 가스 소모해서 고급 유닛으로 생산한다. 가스는 많으니까, 자신의 상태에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해.”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넵!”
“주, 주군. 저는 어떻게….”
“발업 저굴링이나 신나게 뽑아라. 업그레이드도 하고.”
“알겠습니다! 드란 생산! 드란 생산! 성체 타워 변태! 성체 타워 변태!”
싸이가 언제 시무룩했던 표정을 지었냐는 둥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며, 신나게 드란과 성체 타워를 변태하기 시작했다.
하, 저 새끼 저거.
아무리 봐도 캐릭터 설정이 정말 이상하다.
그나저나, 나도 바이오 고급 유닛으로 인벤토리를 꽉꽉 채워볼까?
어차피 아트팀들이 가스를 다 사용할 수도 없을 테고.
“드란 전체 소환!”
[띠링! 드란 101개체를 소환합니다.]파란빛과 함께 나타난 드란 101개체.
예전에는 꽤나 징그러웠는데, 자꾸 보다보니 꽤나 정감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안.
얘들아, 변태하자꾸나.
“드란 전체 성체 타워 변태!”
내 명령에 101개체의 드란들이 서로서로 흩어지더니, 던전 바닥에 자릴 잡고 웅크린 후 변태를 시작한다.
주변에서 바이오 유닛들을 일일이 생산하고 있던 중환이와 문희가 감탄성을 내뱉고, 저쪽 옆에 있던 싸이의 묘한 외침이 들려온다.
짜식들이.
언제 일일이 하나씩 소환하고 생산할래?
나처럼 한방에, 단번에 생산해야지. 그래야 던전 클리어 시간도 아끼고, 효율적으로다가… 응?
101개의 성체 타워에서 모두 드란을 생산하면, 303개.
그 303개의 드란으로….
뭘 지어야 하지?
바이오 테크트리는 나도 간만이라.
일단 저굴링 코어 하나와 히드라 코어 하나, 발업 코어하나와 성체 타워 변태가 우선이긴 한데… 내가 성체 타워를 왜 101개나 지었… 아! 유닛생산!
역시 내 기억력은 출중하다. 크큼.
근데, 드란을 꼭 300여개나 생산할 이유가… 크으으음.
프랑스 파리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4시간 40분 후.
“울트라 코어 생성! 울트라 발업 업그레이드! 마법 지렁이 마력 충원 업그레이드! 울트라 생산, 와이번 생산….”
히드라 코어와 와이번 코어, 퀸스 코어를 생성시키고, 성체 타워를 3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킨 후 울트라 코어와 마법지렁이 코어에서 해당 마력에 대한 업그레이드를 진행시킴과 동시에 울트라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 음, 가스가 딸린다.
일단 흡수된 가스 조각을 전부다 소비했기에, 뒤쪽 공터에서 가스를 재흡수하려고 걸어가는데,
“대, 대단하십니다. 주군.”
“엄청나군요.”
아트팀 얘들이 멍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하긴 아트팀 팀장 중환이가 4등급 초반의 능력치로 히드라 코어에서 발업과 사거리업 된 히드라나 수십 개체의 와이번을 생산할 수 있는 걸 감안하면, 얘들이 이렇게 놀란 표정을 짓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다 채웠냐?”
미리 지어진 가스채광소에서 가스조각을 흡수하며, 날 쫓아온 아트팀원들에게 물었다.
“네. 길드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업그레이드된 히드라로 소환 능력치까지 가득 채웠습니다.”
“업그레이드 발업 저굴링으로 풀(full) 채웠어요.”
“저도 그렇습니다. 주군.”
“그래. 나중에 한국 돌아가면 기갑 던전에서 테스트해볼 테니 그리 알고 있고. 조금만 기다려라. 와이번 마저 다 채우고.”
“네.”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난 얘들이 대답을 대충 듣고는 가스 조각이 흡수되자마자 성체 타워에서 와이번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 역시 최대 한계치까지 고급 바이오 유닛을 생산시켜 인벤토리에 저장해놓고, 본진 앞 미네랄이 묻혀 있는 곳으로 돌아와보니, 길드원들이 천막을 치며, 불을 피우고 있었다.
어차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던전 클리어 보상을 캐야하기 때문인데, 그게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숙영지를 마련하는 거다.
하지만 그건 예전의 일이고.
“줄럿 전체 소환!”
[띠링! 줄럿(방어+공격 200%) 1,160개체를 소환합니다.]하얀빛과 함께 소환된 천여 개체의 줄럿들. 내 전용 미네랄 캐는 일꾼들이다.
전사들과 마법사들은 그런 일꾼들이 캔 미네랄을 인벤토리에 저장하는 감독관이고.
기존보다 던전 클리어 인원 수가 줄었어도, 클리어 진행에 체계가 잡혀간다.
사방 곳곳에 소환된 줄럿들이 날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 난 한마디 했다.
“뭘 봐? 미네랄이나 캐라.”
프랑스 파리 1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입장 6시간 10분 후.
길드장 천막 안에서 간이침대에 걸터앉아 홍차를 마시며, 난 내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저번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문제.
그리고 이번에 아트팀에게 마력을 몰빵 해주며 느낀 같은 문제로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다.
간단히 말해 길드원들의 능력치는 올라가지만, 내 능력치는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바이오 던전에 종속된 테라피나 아킬레스, 그녀들의 종속의 인을 풀면서 마력파도, 즉 스펠 쇼크웨이브를 분명 맞았건만 마력 흡수가 안되다니.
처음 있는 증상이다.
아니 마력 흡수는 분명 되었다. 흡수가 되었으니 오사카에서 내가 스펠 쇼크웨이브를 시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곳에서도 분명 마력 흡수가 되었는데, 왜 능력치가 오르지 않는 걸까?
혹시 내가 맥시멈을 찍은 걸까?
레벨 99가 최고치?
어차피 산술적으로 계산된 각성자 등급 능력치 12,800이 넘었기에 의미가 없어서?
아니다.
이론적으로만 계산된 등급 능력치는 이유가 안된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대가리에서 흰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를 때쯤, 천막 입구가 열리며 중환이를 제외한 팀장급 얘들이 전부 들어온다.
“오빠, 얘기 좀 해.”
“나중에.”
“바빠?”
“어.”
“안 바쁜 것 같은데?”
“안 바빠도 바빠.”
“중요한 일이야.”
내 대답과는 상관없이 다들 안으로 들어와 굳은 표정으로 주변에 자릴 잡는다.
그래, 어디 들어보자. 그 중요한 일이 뭔지.
만약 허튼소리 한다면, 내가 고민하고 있던 일들을 모두 너희들에게 넘겨주마.
내가 아무 말 없이 한득과 길수를 바라보자, 역시나 지혜가 입을 연다.
“미혜한테 상황 설명 대충 듣고, 아트팀장님한테 얼핏 들었는데, 오빠 우리 버릴 거야?”
“…….”
엥?
이게 지금 무슨 콩트지?
내가 뭘 버려?
널? 아니면 너희를?
“무, 무슨 말이냐?”
하도 어이가 없어서 말이 꼬인다.
하지만 내 더듬는 말이 진담인 것으로 파악했는지, 지혜가 울먹이기 시작하고, 한득과 길수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진다.
“기, 길드장님! 정말 그런 건가요? 이제는 우리가 필요 없으니 버림받는 건가요? 정말요?”
“형님!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가 버릇없이 행동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두 번 다시 그러지 않겠습니다.”
“길드장님! 어째서 우릴… 정말 그런 거 아니죠? 그쵸?”
“지금까지 길드장님 덕을 많이 본 것도 사실입니다만, 갑작스럽네요. 실망입니다.”
“흐흑… 흐흐흑.”
지혜와 미혜가 울음을 터트리고, 한득과 길수가 바짓가랑이를 잡을 기세로 바닥에 주저앉고, 김은희와 최은지는 냉랭한 표정이다.
이것들이!
안 그래도 대가리 아파 죽겠는데, 지금 뭐하자는 연극인데!
“단체로 짰냐? 몰카?”
“… 네?”
“…….”
“뭐, 뭘 짜요?”
이 씨밤바 철없는 멍청한 년놈들이!
김은희와 최은지는 다른 얘들보다 나중에 합류했으니, 그렇다고 치자.
한득과 길수, 지혜와 미혜는 내가 각성하고 10등급 때부터 같이 파티를 이뤄 던전 클리어를 진행했던 멤버들이다.
가족끼리 다 알고, 부모님들도 왕래가 있는 줄로 안다.
더군다나 지혜와 미혜는 내 와이프하고도 종종 모임을 갖고, 한득과 길수는 내가 새로 짓는 집 주변에 그들의 건물들도 올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아트팩터로 처음 클리어하며, 드랍된 아이템을 아무 조건 없이 분배하기도 했고, 지금까지 서로 등을 맞대고 던전 클리어한 것만 수십 차례가 넘는다.
내가 어떤 개씨밤바 새끼의 뒤통수를 맞아 가슴에 구멍이 뚫릴 때 가장 많이 울고, 걱정한 얘가 지혜다.
근데, 뭐?
버려?
지금 누가 누굴 버리는 건데?
아무리 꽁트든, 연극이든지 간에 할 말이 있고, 없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