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5_2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뭔가 뜨끈한 게 느껴진다.
재빨리 앞으로 한 바퀴 더 구른 후 뒤를 확인하자, 수십 개체의 어둠의 암살자들이 나를 보호하며, 던전 유닛을 상대하고 있었다.
젠장! 잘못하면 허리가 반으로 갈라질 뻔 했다.
‘키아아아… 키아악!’
‘카앙… 카아앙!’
“씨발! 타락한 전사 복제 스킬! 나머지 전부 다 복제해!”
비장의 한 수.
굳이 던전 유닛을 상대할 필요가 있나? 복제하면 끝인데.
그런데 이놈들이 왜 타락한 전사를 보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지?
지금도 봐라.
보이지도 않는 수십 개체의 어둠의 암살자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시뻘건 눈동자는 내 곁에서 주문을 외우는 타락한 전사를 쳐다보고 있다.
마치 지독한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키아아아악! … 키아악!’
‘키아아아… 키아아아악!’
남아 있던 던전 유닛 9개체가 타락한 전사의 복제 마법에 걸려, 붉은 빛을 내뿜으며 상황이 종료 됐다.
하… 씨파!
일단 튀자.
잠시 후.
일단 프롤브를 소환해 재빨리 테크트리를 올려 셔틀을 생성한 후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공중으로 이동하면 지상 유닛에게 공격당할 위험이 줄어들기도 하지만, 최대한 빨리 그곳을 떠나기 위함이다.
특히나 마지막에 보았던 던전 유닛이 펼치는 블링크 마법.
그들의 스킬인가?
왜 처음부터 포위되기 전에 그 스킬을 사용하지… 음, 그랬다면 의미가 없겠군.
어차피, 주변 공간 전체가 우리가 소환한 바이오 유닛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데, 블링크를 써 봤자 포위망을 풀긴 커녕, 다른 곳으로 이동해 유닛에게 집중 공격을 당할 뿐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에게 달려든 거지?
아, 분명 타락한 전사를 소환하니까 블링크를 시전 했었는데… 타락한 전사에게 무슨 다른 속성이 있었던가?
… 모르겠다. 일단 이건 패스.
그나마 그 동안 어둠의 암살자들에게 날 보호하라고, 명령을 해 둔 덕택에 한번의 위험은 넘겼다.
던전 유닛이 갑작스럽게 블링크를 써, 나에게 접근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깜짝 놀라 다른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음,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그래도 역시나 유비무환(有備無患)!
앞으로도 최소 어둠의 암살자 10여 개체는 무조건 내 주변에 둬서 날 보호하라고… 어? 어어? 존나 어지러운데?
셔틀 멀미인가?
한창 셔틀 난간에 기대어, 좀 전의 상황을 복기(復棋)하고 있는데,
“어? 혀, 형님! 그거 피 아닙니까! 어디 다치셨어요? 지금까지 괜찮은… 허억! 형님! 안 안파요? 등 뒤에서… 야! 한득아! 힐, 힐 줘!”
“뭐? 왜? 허억! 형님! 이데아 여신의 안배, 퍼스널 힐! 퍼스널 힐! 힐!”
갑자기 길수가 요란을 떨며 나에게 뭐라고 하고, 한득이가 미친 듯이 힐을 시전한다.
이것들이, 지금 갑자기 뭐 하는 건데? 정신 사납게….
근데, 왜 이렇게 졸립지? 너희들도 졸려? 어찌 된 게… 으으음.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정신이 들어….
“오, 오빠! 괜찮아? 응? 정말, 도대체, 왜, 그렇게 무신경할 수가 있어!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도대체가 뭐 하는… 흐흑… 흐흐흑. 으아앙~.”
“혀, 형님! 괜찮습니까? 정신이 들어요?”
“형님! 어디 어지럽거나, 속이 메스껍다거나 하진 않고요?”
“기, 길드장님!”
“길드장님! 정신이 드십니까?”
“주~ 군~!”
아, 아.
그냥 다시 디비 잘까?
이제는 존나 시끄러운데?
“얼마나 지났냐?”
“대충 한 시간 정돕니다.”
“그래. 근데 어떻게 내려왔어?”
“아트팀원들이 와이번을 소환해서, 그거 타고 내려왔습니다.”
난 옆에서 길수와 한득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상황을 물었다.
상공에 둥둥 떠 있는 셔틀 11개.
아마도 내가 정신을 잃으면서, 셔틀이 멈춰 선 까닭일 것이다.
“그래. 잘했다. 역시나 아트팀이 제 역할을 톡톡히….”
“오빠!”
“아유, 시끄러! 넌 도대체가….”
옆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지혜에게 한소리 하려고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지금도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안타깝게 날 쳐다보고 있는 이에게는 더더욱.
“그래. 걱정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지금은 괜찮아. 그러니까 그만 뚝!”
“으아앙~ 오빠!”
지혜가 울음을 터트리며,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그래, 그때도 그랬지.
어떤 개씨밤바쌍놈의 뒷치기에 내 가슴에 구멍이 뚫려 입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을 때도, 가장 먼저 이렇게 나에게 안겼었지.
난 내 품에 안겨 훌쩍이는 지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쓸어 넘겨주었다.
잠시 후.
대략 1시간 정도 더 이동한 후 둔덕 지형에 내천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했다.
나야 한득이가 힐을 퍼부어 어느 정도 괜찮아졌을지는 몰라도, 마법사 얘들 중 몇몇은 탈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인간형 던전 유닛을 접한 길드원도 그랬고, 중간에 자신의 마력치를 가늠하지 못해 마구 퍼부어 버린 길드원도 있었다.
도대체가 각성자 등급이 얼마인데, 이렇게 막무가내식 전투 효율이라니!
지금까지 내가 일일이 나서서 정리를 하다 보니, 감들이 떨어졌나?
팀장급 얘들한테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겠다.
정신 나간 새끼들!
천막을 치고, 주변 정리가 끝나자 난 얘들을 불러 모아, 좀 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처음에 던전 속 던전 입구를 통해 이곳으로 오자마자 치러진 전투라, 다들 전체적인 내용과 상황은 같았다.
다만, 인간형 던전 유닛에게 데미지를 입힌 유닛 상성에 대한 의견이 약간 달랐을 뿐, 얘들이나 나나 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무리.
한참이나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다가 최은지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연다.
“아! 길드장님! 아까 좀 전의 상황에서 저희 셔틀팀원 중 하나가 이걸 발견했는데요.”
최은지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꺼낸 어린아이 주먹의 반만 한 보라색 돌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인간형 던전 유닛이 산화되면서 이걸 남겼어요. 혹시 아이템 아닌가 해서 확인해 봤는데, 조금 이상해요.”
“응?”
난 테이블에 올려놓은 조그만 돌덩이를 바라봤다.
최은지가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꺼낸 어린아이 주먹 반만 한 보라색 돌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인간형 던전 유닛이 산화되면서 이걸 남겼어요. 혹시 아이템 아닌가 해서 확인해 봤는데, 조금 이상해요.”
“응?”
난 테이블에 올려놓은 조그만 돌덩이를 바라봤다.
‘어둠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태초의 던전,
효과: 어둠의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5.5% 상승’
“어둠의 마법계열?”
“뭐야? 어둠? 이런 속성도 있어?”
“화염, 얼음, 빛, 물, 번개 말고… 어둠? 어둠이라….”
“뭔가 굉장히 찜찜한데요?”
내가 보기에도 굉장히 요상해 보인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속성.
빛이 있으니 어둠이 있을 법도 하지만, 지금까지 각성자 세계에서는 없던 속성.
“내가 봐도 좀 이상하네. 일단 보관하고 있지.”
“흡수하지 마세요. 굉장히 이상해 보여요.”
“어야. 그건 그렇고, 너희들 이곳 던전으로 입장하면서 알림 울리지 않았냐?”
“아! 맞습니다! 입장하면서 몇 개의 알림이 울렸었는데, 인간형 유닛 때문에 확인을 못하고… 잠시만요. 상태창!”
“맞아! 알림이 있었지! 나도 잠시만! 상태창!”
“상태창!”
옆에서 팀장급 얘들이 이제야 던전 입장 알림이 생각났는지 상태창을 읊어댄다.
뭐 나도 이 기회에 상태를 확인해봐야겠다.
아까의 전투 때문에 소모한 유닛들도 확인해야 하고, 인벤토리에 넣어둔 그것들도 어떤 상태인지 살펴볼 요량이다.
“상태창!”
[띠링! 본인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아트팩터/심연의 전사: 한지원(Lv-110)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길드, 나이: 40, 신장/체중: 182cm/76kg,
민첩: 133, 지구력: 146, 힘: 137, 체력: 138, 지능: 136, 행운: 144, 인챈트: 124, 암흑: 0
인벤토리: 22/22
(줄럿(방어+공격 200%, 406), 어둠의 암살자(87), 토르칸(345), 타락한 전사(10), 드란(101), 발업 저굴링(공격 100%, 125), 히드라(176), 와이번(165), 울트라(179), 마법 지렁이(87), 미네랄(5.895kg), 물(2.0L 1,998개), 스팸 통조림(4,997개), 햇반(큰 용기 9,998개), 배추김치(519.8kg), 생닭(219마리), 돼지고기(오겹살 59.7kg), 고추장(99.2kg), 불꽃과 얼음의 정화(1), 이데아의 치료(1), 어둠의 전사(9), 어둠의 정화(1))
건물: 11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블랙 코어, 라이트 코어, 랜드 스포 코어),
수정체: 0/1,100, 개인 보유 능력치: 110, 소환 대상 능력치: 16,501(프롤브),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3,660, 가스 조각(흡수): 3,660, 이데아 주머니(흡수): 4, 이데아 송곳(흡수): 2]
일단 레벨은 10 올랐다고 했으니, 110이 맞고… 응? 아, 암흑?
신체 능력에 암흑이란 특성이 새롭게 생성되었다.
암흑이라면… 혹시, 그 어둠의 정화와 관련된 건가?
음, 이건 나중에 확인해 보면 될 것이고.
각종의 식료품들과 태석 형님에게 받은 아이템, 복제한 인간형 유닛은… 어둠의 전사?
어둠의 전사로 불린단 말이지.
어둠의 전사와 어둠의 정화라… 뭔가 존나 어울리면서도 왠지 모를 괴리감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던전에 입장하면서 울린 알림에서는 심연의 어둠에 대한 단서를 확인했다고 했고, 뭔 놈의 주인이 날 주시하고, 이데아 여신의 보호와 커넥트… 그 다음이 뭐였더라?
한창 알림 문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얘들이 자신의 상태를 다 확인했는지 긴 한숨과 함께 감탄사를 터트린다.
“하… 엄청나네.”
“태초의 던전이 뭐야? 이것 때문에 능력치 상승이 이렇게 올라간 건가?”
“밖에 나가면, 각성자 등급 한 단계 올라 갈 것 같은데?”
“나도.”
“하하하. 이 정도면 다른 각성자들도 기를 쓰고 여기에 들어오려고 하겠다.”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클리어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그것도 맞긴 맞는 말이다. 캬캬.”
얘들의 잡담을 듣다가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다른 알림은 말하지 않는 거지?
태초의 던전과 자신의 능력치가 상승했다는 말 뿐이고, 나머지는 언급이 없다.
“심연의 어둠은 뭐냐?”
“네?”
“심연의 어둠에 대한 단서를 확인 했다고 하잖아. 그게 뭔데?”
“… 뭐가요?”
“… 알림!”
“그러니까, 형님 말씀은 심연의 어둠… 그런 내용이 알림으로 울렸다는 말씀이세요?”
뭐?
이건 또 뭔데?
왜 또 차별의 시작인데!
“… 너희들은 그런 알림 안 울렸어?”
“네. 태초의 던전에 입장해서 마력 가용률 상승한 거 하고, 개인 능력치 부여 받고, 던전이 활성화됐다는 알림 밖에는….”
“중환! 너도 그래?”
“네.”
“싸이, 너도?”
“그렇습니다. 주군. 역시나 주군은 다른 알림이 울린 것 같습니다. 대, 대단하십니다!”
“…….”
씨파! 또 왜!
마법사나 전사 얘들도 아니고, 중환이나 싸이처럼 아트팩터도 아니고, 왜 나만!
왜 나만 다른 알림이냐고!
저번에도 레벨 100 올라가면서 괴상한, 이상한 알림이 울리더니만, 왜 또 이번에는… 아! 혹시 다른 얘들은 레벨 100이 안됐기 때문인가?
아, 아니다.
저번에 레벨 100으로 올라가면서 울린 알림은 분명 내가 무슨 최소 기준을 최초로 통과한… 아… 아, 시파!
대가리 깨지겠다. 썩을….
“… 그러니까, 심연의 어둠에 대한 단서를 확인했고, 어둠의 주인이 주시한다라는 말씀이시죠?”
“이데아 여신이라면, 오빠가 저번에 말한 그 이데아 여신 말하는 거야? 마법사들의 믿음에 대한? 그리고 그곳과 연결됐다고?”
“던전이 활성화됐다는 말은 아까 전투를 치른 인간형 던전 유닛이 나타난다는 말인가요? 아니면 이곳 던전에 대한 마력 활성화?”
이것들이!
내가 물어봤잖아!
내가 물어본 걸 다시 나에게 되물어보면 어쩌자는 건데!
하긴, 내가 니들과 무슨 대화를 하겠냐… 쩝.
“아트팀은 따로 오고, 나머지는 식사 준비하고 있어.”
“어디 가시려구요?”
“아까 걔네들 확인하고, 소모한 유닛 채우려고 한다. 왜?”
“저희들도 같이 가면 안되겠습니까? 마법사나 힐러, 성직자들이 보면 뭔가 다른 점이 보일지도 모르잖습니까?”
“… 오케이. 길수는 얘들 시켜서 밥 챙겨 놔라.”
“혀, 형님. 저도….”
“기각!”
“…….”
난 어깨가 축 쳐진 길수를 내버려두고, 팀장급 얘들과 아트팀원들과 함께 천막 밖으로 나갔다.
그러니까 길수 너. 왜 너 혼자 전사인 거냐?
너도 마법사나 성직자, 힐러 했으면, 같이 갔을 것을.
미안. 길수야.
나중에 손만 잡고 잠만 자자. 크큼.
천막을 나와 인근 공터로 이동했다.
인벤토리에 저장된, 일명 어둠의 전사를 살펴보는 거야 천막에서도 가능하지만, 소모된 기갑 유닛들과 바이오 유닛들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해당 종에 맞는 테크트리를 올려야 하기에 넓은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어둠의 전사 전체 소환!”
[띠링! 어둠의 전사 9개체를 소환합니다.]하얀빛과 함께 나타난 인간형 던전 유닛 어둠의 전사 9개체.
사라나 테라피처럼 인간형 유닛이긴 하지만, 검은 외양에 붉은 눈동자… 응? 파란색으로 바뀌었네?
음, 복제의 영향인가?
그건 됐고.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나?”
“…….”
“너 저리로 뛰어갔다가 와 봐.”
맨 앞의 어둠의 전사에게 명령을 내리자, 놈… 아니 년, 크음, 하여튼 어둠의 전사 1이 재빨리 뛰어갔다가 되돌아온다.
내 말을 듣기는 듣는다는 건데….
“이제 내 말이 이해된다면, 다들 고개를 끄덕여라.”
9개체의 어둠의 전사들이 전부다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인다.
좋아. 그렇다면….
“일단 어둠의 주인이 누구냐? 이곳 던전에 있으면 고개를 끄덕여.”
…….
“심연의 어둠에 대한 단서를 아는 사람, 손을 든다.”
…….
“어둠의 정화 아이템이 너희들에게 유용하면, 발!”
…….
“너희들의 성체 타워는 이곳 던전에 있기는 하냐? 있다면 가슴!”
…….
“오빠! 뭐해!”
어둠의 전사들의 행동 대신, 지혜가 빽~ 하고 고함을 지른다.
뭐 어쩌라고?
머리 다음은 손, 손 다음은 발, 발 다음은… 크으음. 표, 표현할 수단이 없잖아!
“커뮤니케이션은 안되네요?”
“그냥 오빠 말만 알아듣는 게 아닐까?”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원래 아트팩터들이 소환한 유닛에게는 절대명령을 내릴 수 있지 않습니까?”
“그래. 내 생각도 그런 것 같다. 쩝. 괜히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별로네. 던전에 있는 얘네들한테 절대 명령을 내릴 수 있다면… 아, 잠시만.”
절대명령 하니까 갑자기 생각났다.
기존의 던전과 이곳은 다른 던전.
그 곳에서는 먹히지 않던 그것이 이곳에서는… 아마도….
“사라!”
…….
“스킬, 사라 마틸다!”
…….
“야이… 쌍! 스킬! 사라 마틸다!”
…….
됐다.
이것도 기대한 내가 병신이다.
잠시 후.
팀장급 얘들을 숙영지로 돌려보내고, 아트팀원들과 소모된 유닛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네랄은 충분해도 가스가 부족한 상황.
각자 최대치까지 흡수한 가스 조각을 소모해 버리면, 더 이상 충당할 방법이 없다.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멀티나 본진이기에, 현재로써는 고급 유닛 생산은 불가능.
일단 중환이에겐 와이번, 문희는 히드라, 싸이는 발업 저굴링을 생산하라고 지시하려다가, 잠시 멈칫했다.
좀 전의 전투로 히드라의 독침 공격과 와이번의 꼬리 공격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한 걸 확인했다.
차라리 다수의 발업 저굴링 나을 것 같다.
마법 지렁이의 마법 안개 속에서 달려드는 저굴링이 꽤 괜찮았으니.
“다들 최대 소환 능력치까지 발업 저굴링만 생산한다. 업그레이드 가능하면 그것도 겸해서.”
“…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길드장님.”
“네. 길드장님.”
중환이가 가장 먼저 대답하고, 문희도 알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놈의 새끼는 도대체가… 뒤를 돌아 놈을 찾아보니, 싸이가 그냥, 아무 말 없이, 기존에 하던 대로 성체 타워에서 발업 저굴링만 연신 생산하고 있었다.
이놈은 의심 자체가 아예 없는 걸까? 아니, 생각이라는 걸 하고는 사나?
새끼가! 내가 명령을 내리면, 왜 그런지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해서… 응?
아! 맞다!
싸이는 발업 저굴링 밖에 생산할 수가 없지! 크으음.
아트팀원들이 수천의 발업 저굴링들을 생산시켜, 각자의 인벤토리에 저장한 후 공터를 떠났다.
난 혼자 남아 이것저것 고민해 보다가, 인벤토리에 넣어둔 어둠의 정화 아이템을 소환시켰다.
겉은 보라색, 크기는 대략 3~4cm 정도의 알 수 없는 재질로 이루어진 돌멩이.
이걸 흡수하면 내 상태에서 암흑 능력치가 증가하는 건가?
왠지 존나 찜찜하긴 한데….
그래도 일단은 정화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뒤지지는 않겠지?
난 마력을 활성화 시킨 후 조심스럽게 보라색 돌멩이에 손을 가져갔다.
‘스파… 아… 앗!’
아이템 하나 흡수하는데 뭐가 이리 요란해?
검은 어둠이 주변에 잠깐 머물다 사라진다.
뭐가 달라진 거지?
난 괜히 어깨를 빙빙 돌려보고, 자리에서 폴짝 폴짝 뛰어… 봤자, 그게 그거지 뭐.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 이상 뭐가 달라졌는지 어떻게 알까? 쩝.
“썩을… 상태창!”
상태창을 외친 후 혹시나 모를… 됐다. 음, 암흑 능력치가 100으로 올라가 있었다.
어둠의 정화 아이템 하나에 능력치가 100 이라.
이게 존나 좋은 거야? 나쁜 거야?
기존이라면 레벨이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개인 능력 보유치를 각각의 신체 특성에 맞게 나누어 분배했을… 음, 그러고 보니 레벨에 따른 능력 보유치도 아직 분배하지 않았다.
인간형 던전 유닛 20여 개체를 처리해 나온 게, 어둠의 정화 아이템 하나.
이 드랍율은 어차피 첫 전투이기에 의미 없고, 앞으로 이런 아이템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니까….
좋아! 못 먹어도 고 다.
난 레벨업에 따른 개인 능력 보유치를 암흑이라는 특성에 몰빵했다.
싸이처럼 한 곳에 몰빵하다 보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응? 비유가 잘못됐나?
여하튼, 일단 암흑이라는 능력치를 210까지 올리고 잠시 기다려 봤지만, 역시나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이리저리 움직여 보고, 미친 듯이 뛰어다녀 봐도 헛수고.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아트팩터에게는 마력이라 할 수 있는….
“프롤브 1개체 소환!”
[띠링! 프롤브 1개체를 소환합니다.]“수정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발업 코어, 드라칸 코어 생성!”
‘파… 치지… 직!’
“블랙 코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파직. 파치… 지직!’
“씨바! 몰라! 줄럿 생산, 드라칸 생산, 번개 주술사 생산, 어둠의 암살자 생산!”
내가 생산할 수 있는 유닛들을 종류별로 다 생산해 볼 수밖에.
미네랄과 능력치를 감안하고, 첫 전투에서 소모된 유닛들도 보충해야 하긴 하지만, 일단 암흑이라는 능력치가 도대체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 봐야지!
찰나의 하얀 빛과 함께 게이트웨이 옆에 나타난 줄럿과 나머지 유닛들.
일단 외관으로 보기에는 기존과 다른게 전혀 없는데… 에… 또… 이걸 어떻게 구분한다?
그러니까… 그게… 젠장!
“줄럿 1개체 소환, 드라칸… 은 없으니 패스! 번개 주술사… 도 패스! 어둠의 암살자 1개체 소환!”
알림과 함께 소환된 줄럿과 어둠의 암살자.
새롭게 생산된 유닛들을 옆에다 두고, 천천히, 꼼꼼하게, 자세히 살펴보길 시작… 음, 이거 왠지 그 틀린 그림 맞추는 게임하고, 존나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크으음.
한참을 살펴봐도 내 눈에는 정답이 안 보인다.
이거 틀린 게 있긴 한 거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똑같은 복제품.
그럼 암흑이라는 특성이 유닛하고는 상관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다른 특이한 조건이 있어야 발휘되는 것일까?
여하튼간에 이 불편하고, 쓸모없는 각성자 시스템이 뭔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꼴을 못 봤다. 젠장!
잠시 후.
암흑 특성 테스트를 포기하고 숙영지로 돌아왔다.
공터에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유닛들을 종류별로 생산해 기존의 유닛들과 비교해 봤지만, 다른 점은 하나도 없었다.
깔끔하게 포기하고 소모된 유닛들을 기존에 흡수한 가스 조각을 소비해 충원 시켰다.
문제는 앞으로 좀 전의 전투가 더 벌어지게 되면, 고급 유닛을 생산할 수 없다는데 있다.
최소한 멀티를 파괴해서 가스 조각을 흡수해야 하는데… 멀티가….
일단 오늘은 이걸로 마무리하자.
내 대가리 한계 용량이 다 찼다.
다음날.
그나마 밤 사이에 인간형 유닛의 습격은 없었다.
숙영지 외곽에 방어탑을 건설해놓고, 줄럿들과 수천의 발업 저굴링들을 대기시켜 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으로 완벽한 방어가 될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우리들이 셔틀로 도망갈 시간은 벌어주겠지.
첫 전투에서도 느꼈지만, 이곳 던전의 인간형 유닛은 사기 캐릭이다.
무식한 방어력과 함께 그 기다란 대검을 두 번 이상 휘두르는 걸 못 봤으니, 말 다한 거다.
정면으로 맞서지 못 할 거면, 아웃사이더 형식으로 치고 빠지는 게 좋다.
타락한 전사의 복제 마법은 최소한 24시간, 하루가 지나야 재사용이 가능하니 소수의 인간형 던전 유닛이 습격하게 되면, 일단은 상황을 봐가며 움직여야 할 듯싶다.
물론 이 모든건 부족한 가스 조각 때문이다.
가스만 넉넉했다면, 수천의 울트라로 밀어 버릴 수가… 있으려나?
여하튼, 던전 클리어 진행 계획의 가이드는 그렇게 세워놨지만, 모든 세상일이 그렇게 생각한대로만 될까? 모를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주변을 정리한 후 길드원들이 셔틀에 나누어 탑승하자, 난 조심스럽게 이동을 시작했다.
일단 공중에서 움직이니 날아다니지 못하는 던전 유닛들과의 접점을 피할 수도 있고, 가시거리가 꽤 기니 정찰 면에서도 유리하다.
문제는 그들이 나타났을 때 대처방법이 별로 없다는데 있겠지만.
싸이가 새롭게 만들어낸 던전 내 마력 파장 패턴 분석 아이템을 나침판 삼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자, 길드원들의 긴장감이 점차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
까불거리던 한득과 길수도 조용하고, 지혜의 어처구니없는 농담 같지 않은 농담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지들도 아는 거다. 이곳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존재는 자신뿐이라는 걸.
반나절을 굼벵이 전차가 기어가듯 움직이다 보니, 심신이 긴장감으로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몸은 한없이 무겁고, 머리는 지끈거리는 것 같다.
이런 상태에서 수십 개체의 인간형 던전 유닛과 전투라도 벌어지게 되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리라.
난 한득에게 턱으로 좌, 우의 셔틀을 가리키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라는 눈치를 주자, 한득이가 머뭇거리더니 길수에게 말을 붙인다.
“야. 오늘이 며칠째냐?”
“… 뭔 소리야? 몰라서 물어?”
“어. 무등산 던전에 입장한 후 다시 이곳에 입장했으니 이틀로 쳐야할지, 아니면 다 합쳐서 9일차로 쳐야 하는 건지 헷갈려서….”
“니 좆 꼴리는 데로 생각해. 그게 뭔 의미가 있다고….”
길수가 한득의 물음에 대답을 하다말고, 나를 힐끗거린다. 아마도 한득이가 눈치를 준 모양이다.
“9, 9일차로 쳐야지. 어차피 던전에 있는 시간으로 치는 거니까.”
“그,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
“…….”
너희들 지금 뭐하냐?
지금 그게 분위기 살리겠다고 하는 거냐? 장난쳐?
그냥 차라리 썰렁한 농담이라도 쳐 하든가!
쓸모없는 것들.
“싸이!”
“넵. 주군!”
“앞으로 얼마나 남았냐?”
“전방으로-2.7도. 거리 286.3km입니다. 지금 셔틀 속도라면 최소 11시간 이상 걸립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씨파!
이런 긴장감을 11시간 이상… 아니지. 중간에 밥도 먹고, 똥도 싸고 해야 하니까, 최소 하루는 꼬박 유지해야 한다는 말인데.
안되겠다.
이런 상황이면 던전 유닛과 싸우기도 전에 우리가 먼저 지친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는 일 때문에 노심초사(勞心焦思) 하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깨져서 뒤지든지, 던전 유닛을 격파하든지 간에 일단 그 놈, 년들과 조우하고 난 다음에 생각할 일이다.
이렇게 궁상(窮狀) 떨다간 죽도 밥도 안된다!
“셔틀 속도를 최고로 올린다! 다들 난간 꽉 잡아!”
내 외침이 울려 퍼지자, 길드원들이 허겁지겁 셔틀 바닥에 주저앉거나 난간을 부여잡는다.
난 11개의 셔틀을 인지하며, 최고 속력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무등산 신규 던전 클리어 입장 9일 18시간 30분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