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7_3
됐다.
어차피 마법진에 쏟아 부을 마력이다. 신경 끄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좀 전에 테스트해봤던 자리로 가서 기하학적인 도형을 유심히 살폈다.
좀 전까진 소환 대상 능력치인 마력을 방출했다면, 지금부터는 마력이 아닌 암흑 능력치를 여기에다가 이렇게 방출시키면… 오, 오호라….
‘스… 스파아… 아앗!’
내 앞에 있던 기하학적인 도형을 시작으로 점차 눈부신 파란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돼, 됐다. 마법진이 활성화됐어!”
“오빠, 다른 거 건드리지마! 지금 그대로 있어!”
“주우우군! 저와 함께….”
“형님, 기다리세요! 제가 갑니다.”
멀찍이 떨어져 날 관찰하던 씨밤바 새끼들이 화들짝 놀라 나에게 다들 뛰어오기 시작한다.
새끼들, 뭐가 그리 급하다고 눈에 불을 켜고 뛰어오는… 응?
이건 뭐였지?
처음에 어둠의 능력치를 방출한 기하학적인 도형 옆에 조그만 역삼각형 비슷한 놈이 신기한 빛을 반짝반짝 내뿜고 있었다.
아, 이게 아까 싸이가 말한 이동 패턴을 활성화시키는 출발 회로 중심축이라고….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라니까!”
쓰바, 누가 자꾸 반말 하는 건데!
아무리 친한 사이일지라도 무턱대고… 어, 어?
나 아무것도 안 건드렸다! 지, 진짜야!
그냥 난 존나 가만히 있었는데, 암흑 능력치가 스스로 알아서 빠져나가는 거라고!
근데 왜 자꾸 하얀 빛이 내 눈을 가리는 거지?
‘스… 스파아… 아앗!’
“오빠아앗!”
“형님~.”
“주우우…구우우군!”
사방에서 하얀 빛이 쏟아져 내리고, 얘들이 날 부르는 고함이 이상하게 사방에서 메아리쳐 울린다.
시파, 좆됐다.
‘우우웅… 우웅. 우우우웅.’
“아이고, 대가리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누군가가 내 머릿속에서 커다란 망치로 자근자근…응? 내가 여기에 왜 누워…!
“아! 씨파아아알! 난 이제 더 이상 기연 같은 건 사양이라고!”
던전 바닥에 쓰러진 상태로 바둥바둥, 꿈틀꿈틀거리며, 이 좆같은 현상에 대한 억하심정(抑何心情)을 토로했다. 아무리 내가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라고는 하지만, 나한테만 너무나 많은 이벤트가 벌어지는 거 아냐?
왜 맨날 툭하면 이런 일이 나한테만… 응? 아까 이상한 알림이 울렸던 것 같은데?
[띠링! 태초의 던전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태초의 던전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태초의 던전 미네랄 조각을 흡수…]봐라. 지금도 여전히 반복적으로 알림이 울린다.
왜 갑자기 미네랄 조각이 증가… 미네랄? 미네랄 조각?
뭔 소리야? 미네랄 조각이라니!
난 허둥지둥 일어나 내 주변을 살폈다.
허… 허허허….
대략 짐작은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던 프롤브 300개체. 그 놈들이 정신없이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나에게 미네랄 조각을 건네주더니, 저 앞쪽으로 쫄래쫄래 기어가 미네랄을 다시 캐려고 한다.
역시 니들이 범인이었군!
“… 프롤브 전체 소환 해제.”
일단은 프롤브를 소환 해제 시켰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알림에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지금은 주변 상황을 살펴보는 게 우선이다. 던전 클리어 보상인 미네랄이 다리가 달려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
음….
주변을 대충 훑어보자, 내가 쓰러져 있던 곳을 중심으로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고, 대략 30m 크기의 넓은 공간이다. 천장 높이는 5m 정도, 주변의 벽과 천장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걸 보니 엄청난 양의 미네랄 덩어리가 주변에 산재되어 있는 것 같고, 뒤쪽으로는 제단 비슷한 구조로 몇 개의 계단 위에… 어라? 궤짝?
제단 위에는 호기심을 강렬히 유발시키는 궤짝 외양의 커다란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득템인가?
역시, 내가 주인공이 맞는 것 같군.
마치 날 위해 준비된 이벤트처럼, 모든 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상황이 자꾸만 벌어진다. 크큼.
난 조심스럽게 제단 위로 올라가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궤짝을 살폈다.
가로 세로 1m 크기의 네모난 금속 상자.
뭐, 재질이야 내가 알 바 아니고, 이 안에 뭐가 들어 있느냐가 문제이긴 한데… 이건 어떻게 여는 거지?
“뭔 놈의 상자가 뚜껑이 없어! 날 위한 이벤트면 이벤트답게 그냥 짠! 하고 주면 될 일이지, 왜 꼭 이상한데서 막히게 만드는 건데?”
아마도 던전 클리어 보상 상자인 것 같은, 궤짝의 윗부분과 옆면을 아무리 살펴봐도 틈새나 이걸 열만한 특별한 장치가 안 보인다. 그저 기하학적인 패턴 도형만 양각으로 툭툭 튀어 나와 있어, 손으로 만지면 까끌 거린다.
“음… 이것도 무슨 마법진이 새겨져 있는 건가? 마력이나 어둠의 능력치로 열어야 해? 그렇다면….”
난 일단 보상 상자라 짐작되는 궤짝을 두 손으로 잡고 이곳으로 이동하게 만들어준 어둠의 능력치를 방출시켰다.
…….
“아, 아닌가? 그럼 이번에는 마력으로….”
어둠의 능력치는 아닌가 보다. 그렇다면 당연히 마력에는 반응하겠지.
난 어둠의 능력치 대신 마력을 두 손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
“씨파! 어둠도 아니고, 마력도 아니면 도대체 뭔데!”
결과는 둘 다 아니다.
분명 이걸 여는 방법이 있을 텐데… 문제는 내가 그걸 전혀 모르겠다는 거다.
이거 혹시 외곽의 패턴을 조사해봐야 하나?
음… 나, 마법진은 젬병인데… 젠장.
잠시 후.
이 빌어먹을 보상 상자, 궤짝을 아무리 살펴봐도 열 방법을 모르겠다.
일단 궤짝 외곽의 기하학적인 패턴을 살펴보는 건 포기.
내가 이해할 수도 없는 괜한 일에 심력을 쏟을 이유가 없다.
그럼 두 번째 방법은?
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 두 손으로 궤짝을 붙잡고 끙끙대며 한참을 들어 올려보기도 하고, 양 옆으로 아무리 흔들어 봐도… 꿈쩍도 안한다.
음… 제단 바닥에 붙어있는 건가?
그렇다면 이걸 뒤집어 보는 것도 포기.
씨발, 뭔 놈의 보상이 이따위인데!
날 위한 주최 측의 보상 이벤트라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만 확인하고 그냥 주면 될 일이지, 왜 꼭 이렇게 마지막 단계를 만들어 놔서 날 귀찮게 만드는 건데?
이왕 줄 거, 그냥 쿨하게 넘겨주면 얼마나 좋아! 왜 이렇게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놔서는… 제발 쉽게, 쉽게~ 가자.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걸 열 수 있는 힌트는 이 표면에 새겨진 기하학적인 패턴뿐이다.
문제는 내가 마법진은 쥐뿔도 모른다는 것.
주최 측도 내 이런 성격을 알았다면 뭔가 이차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 놨을 텐데… 그게 뭘까?
싸이를 데리고 오지 않아서 이걸 열 수 없다면 말이 안되는 것 같고… 그냥 부술까?
혹시 처음부터 그냥 때려부수게끔 만들어진 건 아닐까?
아서라. 손으로 만져 봐도 무척이나 단단하던데, 무기도 없는 내가 이걸 부술 방법이 있겠냐?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그건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면 역시나, 이 기하학적인 패턴이 이걸 열 수 있는 최고의 힌트라는 말인데… 응? 자, 잠시! 힌트? 힌트!
열어? 이걸?
연다.
연다는 말이면, 그걸 푸는 열쇠… 열쇠!
“태초의 열쇠 전체 소환!”
[띠링! 태초의 열쇠 3개를 소환합니다.]맞다. 분명 맞다!
물론 알림에 대한 기억은 없지만, 이곳으로 들어와 바락바락 악을 쓰고 던전 바닥을 기어 다니며 그 거대한 돌기둥, 성체 타워를 파괴했을 때, 아니 동굴이 무너짐과 동시에 내가 정신을 놨을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득한 태초의 열쇠 3개.
왜 3개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쓰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혹시나 이 열쇠가 이걸 여는 키 일수도 있잖아!
원래가 이런 쓸모없는, 불필요한 함정은 해결 방법과 동시에 주어지는 거잖아.
자물쇠가 있다면 그걸 여는 열쇠가 당연히 있어야 하는 법.
더군다나 날 위한 주최 측의 이벤트니까… 아마도 이 상황에서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이거다.
일단은 열쇠다.
그럼 뭔가를 여는 용도로 쓰이겠지. 캬캬캬.
하얀 빛과 함께 소환된 태초의 열쇠를 가만히 살폈다.
열쇠 3개가 다 쓰이는지 아니면 하나만 사용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걸 어디가가 꽂아서 돌려야 하는데… 이걸 어디다가… 음… 씨발!
어려운 문제를 하나 풀면 그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는 기분이다.
일단 구멍, 구멍을 찾아보자.
난 내 앞에 있는 괘씸한 보상 상자, 궤짝을 존나 째려보기 시작했다.
음… 일단 구멍은 하나 찾았다.
문제는 열쇠의 크기와 기하학적인 패턴에 가려진 구멍의 모양이 다르다는 거다.
금으로 만든 황금열쇠처럼 생긴 태초의 열쇠는 들어가는 키 입구가 둥그런데, 패턴의 구멍은 역삼각형이다.
인풋과 아웃풋이 다른데 결과가 나올 리가… 있네?
어차피 기하학적인 패턴 자체가 마법 회로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태초의 열쇠 하나를 역삼각형 구멍 쪽으로 가져가자, 뭔가 변화가 생긴다.
역삼각형 구멍에서 조금씩 파란 빛이 흘러나오더니 열쇠와 호응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게 어찌… 헐….
삼각형에 원이 들어가는 거구나… 그렇구나. 내가 존나 병신이구나.
마법 회로는 상식을 파괴하는 학문이구나… 이제야 알았다. 씨밤바새꺄!
입구가 삼각형이던, 사각형이던, 오각형이든지 간에 이곳 던전에서는 그런 걸 따지는 게… 오, 오오.
‘우우웅… 우웅. 철컥.’
“여, 열렸다!”
기초 상식, 기본 개념을 파괴하는 현상 때문에 약간은 뻘쭘히,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태초의 열쇠와 이어진 파란 빛이 점차 선명해지더니 궤짝 전체로 퍼져나가고 드디어 윗부분이 열렸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과연 보상은 뭘까?
아마도 첫 경험이라서 이러는 거겠지? 존나 떨린다.
뭐? 뭐가?
이런 궤짝과 이런 공간에서 이런 경험은 정말 난생 처음이라고!
‘어둠의 엘릭서(1/3)
출처: 태초의 던전, 등급: 절대등급,
효과: 던전 내 종속의 인 파괴’
‘파이어 월(흡수 가능) 스킬 북, 타임: 60분/60분
출처: 태초의 던전, 등급: 절대등급,
효과: 인지하는 범위 내 파이어 월
데미지: 파이어 마력+200%, 크리티컬+50% 추가’
‘아이스 토네이도(흡수 가능) 스킬 북, 타임: 120분/120분
출처: 태초의 던전, 등급: 절대등급,
효과: 가시거리 내 아이스 토네이도
데미지: 아이스 마력+250%, 크리티컬+70% 추가’
“하… 미추어버리겠구만!”
내 주먹만 한 도자기병 하나와 얇은 노트 비슷하게 생긴 책 두 권.
이게 끝이다.
처음 가로 세로 1m 크기의 궤짝에 이것만 들어 있을 때는 존나 실망했었는데, 아이템의 상태를 보고는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스킬 북.
흙수저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죽은 다음 다시 금수저로 태어나 로또를 연속으로 8번 맞아야 나온다는 그 전설의 스킬 북이다.
더군다나 절대 등급.
예전에 카더라 하는 소문으로 들은 외국 3등급 던전 스킬 북이 얼마에 팔렸다고 했더라?
워낙 믿기지 않는 금액이라서 잊어버렸다.
아, 그때는 그랬다고. 물론 지금이라면 나도 몇 개는 살 수 있는 재력이 있기야 하지. 스킬 북이 있다면 말야.
스킬 북은 각성자에게 직군만 맞으면 능력치를 뻥튀기 해주는 말그대로 사기 아이템인데, 위험하게 던전에 들어가서 목숨을 걸어가며 던전 클리어를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력의 한계치까지 해당 스킬을 최고치로 올려준다.
예를 들어 파이어 마법사 즉 지혜에게 이 파이어 월 스킬 북을 주게 되면….
“음… 이거 왠지 문제가 심각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거 함부로 오픈할 게 아니다.
3등급 던전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2등급도 아니고 무려 절대등급의 스킬 북.
더군다나 공격범위가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마력 퍼센티지 추가 데미지에 크리티컬 데미지까지 추가로 붙은… 음… 이거 진짜 문젠데?
일단 스킬 북 두 개는 인벤토리에 넣어놨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함부로 다룰 물건이 아니다.
등급과 효과, 데미지, 타임으로 판단하건데 이게 만약 지원 길드 팀장급 얘들 손에 들어가게 되면… 나도 감당이 안될 것 같다.
물론 내 뒤통수를 깐다는 보장은 없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다.
안 그래도 급성장에 급성장을 이룬 얘들인데, 거기에 이런 사기 아이템까지 흡수하게 되면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핵폭탄이다.
인지하는 범위, 눈으로 보이는 가시거리 내 파이어 월과 아이스 포네이도가 휘몰아친다고 생각해 봐라. 거기에 마력치 두 배 이상, 크리티컬 50% 이상이면… 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 옆에 그런 위험한 물건이 있으면 안되지. 일단 이건 내가 가지고 있어야겠다.
이걸 함부로 세상에 풀었다가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한테 가볍고, 바위도 두부처럼 잘라버리는, 거기에 추가 데미지와 힘과 체력까지 보태주는 엑스컬리버 슈퍼울트라짱 장난감 칼을 쥐어 준 꼴이다.
그렇게 옆에 있다가 얘가 휘두른 칼에 대가리가 잘려 뒤지겠지.
난 그런 모험은 하기 싫네.
이제 남은 건 내 주먹만 한 도자기병 하나.
어둠의 엘릭서? 셋 중 하나? 아니 셋을 다 모아야 하는 건가?
상태창에 데미지는 없고, 효과가 던전 내 종속인 인 파괴. 종속의 인, 종속의 인이라…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어, 어?
혹시 테, 테라피?
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때 그 테라피가 말한 던전에 종속된 존재라는 단어가 이것과 연관된다.
내가 아재 개그를 치며 물어봤던 아로마 테라피, 아니 그냥 테라피.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에 만난 인간형 던전 유닛.
아니 인간형 던전 유닛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스킬 사라를 알아보고, 지금까지 던전 클리어 중 유일하게 유닛으로는 처음으로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고, 날 위해 자리를 마련한, 사라와 비슷한 외양에 날개만 없는 인간형 유닛, 테라피.
그리고 그녀가 말했던 던전에 속한 종속의 인.
그게 맞다.
그럼, 이 어둠의 엘릭서가 그 종속의 인이라는 걸 파괴시킨다고?
그러니까, 테라피가 종속된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에 가서 종속의 인을 파괴하라는 말?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왕자가 공주님 구하듯 딥키스 한번 날려주고 빠이빠이 손 흔들어 주면 그걸로 끝나는 거야?
아니면, 이게 셋 중 하나 또는 앞으로 두 개가 더 있다고 하니까, 앞으로 그런 일을 두 번 더 하라는 뜻?
공주가 두 명 더 있어?
아니, 내가 왕자가 맞긴 해?
시밤바! 갑자기 존나 짜증나는데?
“안 해! 안 한다니까! 클리어 보상이면 보상답게 굴 것이지, 감히 나한테 일을 시켜? 좆까지 마셔!”
주최 측이면 주최 측답게 보상이나 마련해놓으면 끝 인거지, 감히 강제 캐스트를 진행시켜?
내가 왜?
내가 왜 주최 측의 농간에 강제 캐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건데?
더군다나 내가 힘 좋고 오래가는 백마를 탄, 어느 시골 왕국의 왕자는 더더욱 아닌데.
내가 미쳤슈?
아니, 내가 백 번 양보해서 공주 같은 던전에 종속된 그녀, 테라피를 구했다고 치자.
그럼 끝? 각자의 갈 길을 가자고?
에이 설마.
나도 남는 게 있어야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쿨한 척, 시크한 척 어려운 여인을 도와주고 서로 빠이빠이?
됐거든? 난 그런 쿨한 남자가 아니거든~.
나 존나 뒤끝 있고, 존나 소심한, 쪼잔한 남자거든~.
그러니까 그렇게는 못 해. 안 해!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부다처제 국가, 아, 아니 일부일처제 국가라고. 이 멍청한 시스템 개발자들아!
이왕 이벤트 기획을 짰으면 그 이후에 이루어질 일들까지 세밀하게, 촘촘하게 기획해서… 크으음.
잠시 후.
일단 어둠의 엘릭서까지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내가 모르는 추가 보상이 있나 살펴보기 위함이다.
반짝반짝 눈이 부시게 영롱한 빛을 뿜어대는 미네랄 벽과 천장. 미네랄이 있으면 가스도 있어야 하는 건데, 아무리 살펴봐도 수증기를 내뿜는 공간은 보이지가 않는다.
음… 어딘가 숨겨진, 감춰진 공간이 있으려나?
그럼, 오호라… 이번에는 숨바꼭질 놀이?
…….
숨바꼭질 놀이는 개뿔!
아무리 살펴봐도 비밀의 공간은 없었다.
하긴 던전 클리어 자체가 이렇게 힘이 들었는데, 여기서 또 다른 이벤트까지 마련하려면 주최 측 대가리에 김이 모락모락 났겠지.
이해한다. 이해해.
그럼 이제는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을 캘 순서인가?
내가 직접 움직이긴 귀찮으니 얘들을 시켜서… 음… 으으음.
하… 이것도 문제로구나.
마법진으로 이동하는 별도의 보상 장소, 한정된 공간.
얘들한테 어둠의 정화 아이템이 없으니, 아니 처음부터 내가 뻘짓거리해서 혼자 이곳으로 이동했으니 나 혼자 알아서 이걸 챙겨야 한다는 건데… 존나 귀찮은데?
미네랄이 주변의 벽과 천장에 얼마나 깊게 박혀 있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많은 양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결코 혼자서 이걸 캘 자신이 없다.
아니 캘 자신은 있는데, 사실 귀찮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무나 공간이 협소하다.
줄럿들을 소환해 존나 작업하다보면 언젠가는 이걸 다 캘 수 있겠지만, 작업에 대한 능률과 그에 따른 소득을 계산해 보면… 계산하기는 무슨, 다 귀찮다.
“미네랄은 그냥 두지 뭐. 아님 팀장급 얘들보고 알아서 캐라고 하던가. 크큭. 그럼 챙길 건 다 챙겼으니, 이제 그만 나가볼까?”
응?
나 나간다니까?
에… 그러니까… 음….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 거지?
“…….”
역시 난 천채였다.
당연히 이곳으로 이동된 마법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걸 생각해 내는데… 몇 분 안 걸렸다. 크큼.
누가 그려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이런 보상을 놔두었으면 분명 밖에서 이곳으로 왔다 갔다 했을 테니, 이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을 다시 이용해 밖으로 나가면 될 터.
들어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싸이가 알려준 패턴에다가 어둠의 능력치를 방출하게 되면… 응? 그러니까… 그 이동하는 패턴이… 에… 또… 어, 없네?
분명 밖에 있는 마법진은 이 근처에 둥그런 패턴이 있었는데… 이상하다. 내가 착각했나? 반대편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대쪽으로 이동해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패턴을 살폈다.
음… 그러니까… 여기도 그게 어, 없다.
에… 좌, 우, 왼쪽, 오른쪽이 바뀌었다면, 180도가 아니라… 그러니까….
…….
“도대체가 들어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나오는 거야? 혹시 혼자 독식하는 거 아닐까?”
“형님이 그럴 리가 있겠냐? 자신한테 필요 없는 건 굳이 안 건드리잖아.”
“그럼,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건데?”
“내가 아냐? 나도 초조하니까, 그 입 좀 다물지?”
“물어보지도 못 해? 처음부터 니가 옆에 꼭 달라붙어 있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그러는 너는? 넌 뭐했는데? 형님 피부색이 점점 시커멓게 변해가니까, 제일 빨리 튄 자식이.”
“지랄한다. 지는?”
“너보단 낮거든요~?”
그래.
원래 너희들은 그런 캐릭이지.
앞에서는 손을 싹싹 비벼대고, 뒤돌아서면 뒷담화 까는 녀석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근데 길수 너, 어째 점점 막~ 기어오르는 거 같다?
예전에 과묵하고, 신중한 길수는 어디로 사라진 건데? 혹시 너 이중인격이냐?
“오빠 둘, 그만해. 예전에는 안 그러던데, 어째 요즘은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
“이 놈이 먼저 시작했거든?”
“내가 무슨! 니가 먼저 시작했지!”
“아~ 쫌! 그만하라니까!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오빠가 왜 안 나오는지 상황을 살펴야 할 거 아냐!”
“무슨 일 있는 게 아닐까요? 혹시 클리어 보상 장소가 아닌 전혀 다른 곳으로 이동 됐다거나….”
“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마법진이 무조건 보상을 주는 곳으로 이동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어, 어? 기, 길드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