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7_4
“뭐, 뭐라고?”
“무슨 말이야?”
“응?”
뒤쪽에서 얘들이 노는 걸 조심스럽게 지켜보는데, 미혜한테 걸렸다.
하긴, 이 거리에서 날 발견하지 못하는 게 더 어렵긴 하지.
내가 공동 가운데에 있는 마법진으로 다가가자, 얘들이 몰려든다.
“오빠!”
“길드장님!”
“형님! 어, 어떻게 나오신 겁니까? 마법진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 겁니까? 어떻게 된….”
‘퍼억!’
“아악! 혀, 형님!”
“뭐? 혼자 독식?”
“… 아, 아닙니다. 제가 언제….”
“다 들었거든~. 그래 내가 너한테는 그런 존재였구나~ 이제야 알겠다. 이 씨밤바쌕꺄! 일루 와. 오늘 비오는 날 먼지 나게 푸닥거리 한 판 하자.”
“오빠! 어떻게 된 거냐니깐!”
“길드장님!”
“형님!”
“몰라! 일단 저 새끼 잡아! 일단 패고. 패고 나서 얘기하자.”
저 멀리 도망치는 길수.
옆에 달라붙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마구 물어보는 지혜와 한득이를 비롯한 마법사들.
그리고 내가 걸어온 뒤쪽을 유심히 살피는 싸이.
그래. 그렇지 뭐.
잠시 후.
“에~? 그냥 걸어서 들어갈 수 있다구요! 그, 그럼 이 마법진은 뭔데요!”
“착시 마법요? 그게 어, 어디에….”
“보상은? 보상은 뭐였는데? 그냥 미네랄? 가스?”
“그럼, 이 마법진과 상관없이 별도의 보상 장소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하나씩, 차근차근, 숨 쉬면서, 천천히 질문을 하면 안될까?
사방에서 땅에 떨어진 꿀항아리에 개미떼 모이듯 그렇게 질문을 날려대면, 내가 어떻게 대답하는데?
됐다.
귀찮다.
일일이 설명하는 것보다 그냥 한번 직접 보여주는 게 낮겠지.
“다들 따라와.”
내가 공동 가운데에 그려진 마법진을 놔두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다들 어미닭 쫒는 병아리들처럼 쫄래쫄래 따라온다.
기존에 우리가 이곳으로 들어왔던 동굴 반대편에 뚫려있는, 수백의 동굴 중 하나인, 공동 바닥보다 약간 높은, 경사진 곳으로 올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대략 10m 정도 안쪽으로 이동한 후 왼쪽 동굴 벽을 향해 거침없이….
“혀, 형님!”
“오빠!”
“길드장님!”
“… 아 쫌! 그냥 들어오라니까!”
내 목소리가 아무 이상 없이, 정상적으로 동굴에 메아리쳐 울리자, 얘들이 멍한 모양이다.
“이, 이게 대체….”
“아! 착시 마법! 착시 마법이야!”
“맞아! 이렇게 주변과 동화되게 만들어 논 입구라면, 절대 못 찾지!”
가장 먼저 지혜가 손을 들어 공중을 저으며, 날 따라 안으로 들어온다.
“와~ 이거 엄청 신기한데?”
“어, 어디. 나도….”
“나부터….”
“저 먼저 갈게요.”
길수와 한득이 먼저 들어오겠다고 다투는 사이, 미혜가 성큼 안으로 들어왔고 나머지 인원들도 약간 머뭇거리긴 했지만, 다들 안으로 들어왔다.
“와~ 이게 다 미네랄이란 말이지? 진짜 대박… 응? 혀, 형님. 저, 저 위에 뭔 상자가 열려 있는데… 아! 보상 나왔습니까? 뭐, 뭔데요?”
“어? 진짜! 그럼 오빠가… 뭐? 뭔데?”
“길드장님, 뭐였어요?”
하… 그래.
우린 각성자지.
각성자가 던전을 클리어하는 가장 큰 목적이… 그래, 돈이고 보상이지. 쩝.
“어둠의 엘릭서 소환!”
[띠링! 어둠의 엘릭서 1개를 소환합니다.]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내 주먹만 한 도자기병 하나.
뭐 이것 말고도 두 권의 스킬 북을 보상으로 받긴 했지만, 그건 금단의 물건이다. 함부로 오픈 했다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린 꼴이 될 수도….
“… 오빠! 이거 엄청 신기하긴 한데, 왜 더 안 꺼내?”
“… 형님. 나머지 다 소환하시죠?”
“길드장님?”
어, 어?
자, 잠시.
지금 너희들이 뭔가 아주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뭔 소리냐? 뭘 더 소환해?”
“오빠! 지금 말 더듬었어! 뭐야? 뭐냐니깐!”
“뭐가? 그리고 내가 언제 말 더듬었어!”
“형님! 형님은 그런 사람 아니잖습니까? 저희 놀라는 모습 보고 싶어서 그렇습니까? 하하, 지금 이것도 꽤나 충격적입니다. 그러니까 나머지도 어서 보여주시죠?”
“그러니까 뭘!”
“길드장님. 저기 저 보상 상자를 보시죠. 크기가 저렇게 큰데, 저 안에 이 조그만 병 하나만 있다고 말씀하시려고 하는 건 아니시죠? 장난은 그만하시고 보여주세요. 저희들 엄청 궁금하다구요.”
왜?
왜 그렇게 결론을 짓는 건데!
왜 포장 박스 모양에 따라 안의 물건을 짐작하는 거냐고!
너희들도 택배 받아 봤을 거 아냐? 박스 까보면 물건 상하지 말라고 뾱뾱이 엄청 넣거나, 아니면 커다란 상자에 작은 물건 하나만 있고, 그 주변은 신문지와 종이 쪼가리로 공간을 채우잖아!
이것도 그래.
이것도 그렇다니까!
“아, 아냐! 저 안에 이것밖에 없었어! 진짜야!”
“오빳! 지금 또 말 더듬었어! 뭐야? 뭔데!”
“형님! 형님이 이러시니까 점점 더 궁금해지잖습니까. 그냥 보여주세요. 혹시 아이템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직군에 안 맞으면 아무도 괜한 욕심 부리지 않잖습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 건데! 진짜 저 안에 이것 밖에 없었다니까!”
씨파!
내 말이 그렇게 우습냐?
내 말이 그렇게 신빙성이 없어… 하긴 나도 처음에는 너희들처럼 생각… 아, 이건 아니지.
여하튼, 저 커다란, 가로 세로 1m 크기의 보상 상자, 궤짝에서 나온 건 어둠의 엘릭서, 이거 하나 뿐이야.
내가 그렇게 정했어.
내가 그렇게 정했다고!
어차피 이 상황에서 얇은 책 두권 더 꺼내봤자, 더 꺼내놓으라고 할 거잖아!
맞지?
“오빠. 솔직하게 말해 봐. 뭐 있었어? 달라고 안 할 테니까 감추지만 말고.”
“하… 니들 맘대로 생각해라. 여하튼 보상은 저 어둠의 엘릭서 하나다. 그리고 길수!”
“네. 형님.”
“여기 미네랄 캐려면 줄럿 얼마나 붙여야 돼? 공간이 협소하니까 전사들하고 같이….”
“형님. 진짜 저것 밖에 없었습니까? 저기에 있는 상자는 꽤 큰데….”
“저거 마법으로 커진 거야. 처음에는 엄청 작았어. 내 주먹만 한 걸 여니까 저렇게 변했다고. 믿기 싫은 믿지 말고. 여하튼 전사들하고 같이 미네랄 캐. 줄럿 100개체 소환!”
[띠링! 줄럿(방어+공격 200%) 100개체를 소환합니다.]“이곳에 있는 미네랄 캔다. 실시!”
난 줄럿들을 소환해 미네랄을 캐라고 지시한 뒤 밖으로 나왔다.
자식들이!
아무리 내가 숨기는 게 있다고 하더라도, 좀 믿어주면 안 돼? 내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이러는 게 아니잖아.
이 황당한 두 권의 스킬 북은 정말 아니라니까!
인벤토리에서 꺼내는 순간, 눈이 뒤집어져서 달려들겠지.
이건 그만큼 위험한 아이템이야. 판도라의 상자라고! 절대 열면 안 돼.
일단은 내가 가지고 있을게. 너희들이 앞으로 좀 더, 좀 더 많은 레벨업이 이루어진 이후에, 이런 아이템에 혹하지 않게 됐을 때 그때 꺼낼 거다. 그때까지는 좀 참아주렴.
하필, 보상 상자, 궤짝의 크기가 그 따위로 커서는 괜한 오해를….
착시 마법이 걸려 있는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오는데 뒤에서 얘들의 대화가 들린다.
“진짜일까?”
“글쎄?”
“진짜든, 가짜든 오빠 삐진 것 같은데?”
“길수 너 때문에 아냐! 왜 형님 성질 건드려서는….”
“뭐가? 왜 또 난데? 새끼가! 뭔 말만 하면 다 내 탓이래! 처음에 지혜가 달려들지만 않았으면, 내가 그럴 리가 있겠냐!”
“뭐? 거기에 왜 날 끼워 넣어~!”
한득과 길수, 지혜의 서로 지 탓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미혜와 김은희, 최은지도 옆에서 거든다.
하여튼, 이 녀석들은 나만 없으면 뒷담화까는 게 일상이 된 것 같다. 쩝.
“… 저… 근데, 이 마법진 밖에 있는 거 하고 완전 다릅니다. 서로 연동된 게 아니라, 던전 입구처럼 밖으로 나가는 이동 마법진 같아요.”
“…….”
“… 무, 무슨 소릴….”
“… 뭐라고요?!”
싸이의 한마디에 주변의 소음이 사라진다.
허… 그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이 던전 밖으로 나가는 거였어?
저쪽 공동에 있는 마법진하고 연결된 게 아니고?
어쩐지 이상하더라. 크으음.
무등산 신규 던전 클리어 입장 26일 17시간 50분 후.
미추어버리겠다.
던전 클리어 보상인 미네랄 캐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뭐 미네랄을 포기하고 그냥 던전을 나가도 되겠지만, 길거리에 5만 원 짜리가 널려 있는데 그걸 줍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을까?
문제는 그 5만 원짜리가 존나 넓게 퍼져 있다는 거다.
뭐 대략 1km 쯤?
한 장 줍고 1km 걸어가면, 또 한 장 떨어져 있는 그런 상황.
예전처럼 미네랄들이 넥서스나 성체 타워 주변에 널려 있는 게 아니고, 협소한, 한정된 공간에 벽이나 천장에 박혀 있으니, 작업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천여 개체의 줄럿들을 소환해 한꺼번에 캤던 기존의 방식은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
100개체의 줄럿들과 전사들이 달려들어 미네랄을 캐고 있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걸 캐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뭐, 급한 일은 없으니 시간만 투자하면 언젠가는 다 캘 수 있을 거다.
문제는… 내가 심심하다는데 있다.
TV나 인터넷도 안되고, 할 일도 없고, 나하고 놀아주는 얘들은 다 바쁘고… 음… 싸이나 갈굴까?
무등산 신규 던전 클리어 입장 30일 14시간 30분 후.
음… 음….
심심하다. 심심해!
너무나 심심해서 미추어버리겠다.
누가 나하고 좀 놀아줘~.
한창 던전 바닥에 누워 이 지루한 심심함에 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며 바둥바둥거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한득이가 다가온다.
자는 척 해야지.
“형님. 안자는 거 압니다. 안쪽에 있는 미네랄 거의 다 캤으니, 내일 정도면 이곳에서 나갈 수….”
“진짜?”
난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로 입을 열어 한득에게 물었다.
“네. 나갈 준비 하시죠. 그나저나 형님, 던전 클리어할 때 치장에 신경 쓰지는 않지만, 그렇게 아무 때나 땅바닥에 누워 계시면 길드원들 보기에 영….”
“어차피 동굴에 갇힐 때부터 버려진 몸이다. 신경 끄셔.”
“…….”
언제부터 우리가 던전 클리어할 때 외모에 신경 썼다고!
내가 던전 바닥을 박박 길 때부터 이게 옷인지, 거적대기인지 나도 분간이 안된다.
물이야 충분하니 얼굴이나 씻으면 되는 거지, 뭔 놈의 치장?
인벤토리 공간도 모자라 여분의 옷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왜? 던전에서 빨래라도 할까?
그러는 너는? 넌 지금 어떤 줄 알아?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옆에서 깍깍 거리겠다. 꼬락서니 하고는.
무등산 신규 던전 클리어 입장 31일 15시간 40분 후.
드디어 미네랄을 다 캤다.
신규 던전인지, 태초의 던전인지 간에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동굴 안 착시마법으로 가려진 공간에 길드원들을 전부 불러들여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다들 모여! 마법진 공간이 협소하니까 옆으로 밀착해!”
“붙어! 붙으란 말야!”
“다들 정신 안 차리지! 밖으로 나갈 때까지 집중해! 정신 놓지 말란 말야!”
팀장급 얘들이 길드원들을 다그칠 때, 난 싸이가 알려준 마법진 한쪽에 섰다.
아트팩터에게는 소환 능력치, 즉 마력으로 마법진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여기다 하면 되냐? 확실해?”
“맞습니다. 이게 이동 축입니다.”
“…….”
아무리 내가 봐도 이게 마법진 이동 축인지, 인식 축인지, 활성화 축인지 그냥 죽인지 전혀 모르겠다.
싸이 니가 아무리 그렇게 날 쳐다봐도 난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알 턱이 있나.
맞겠지 뭐. 근데 그걸 넌 어떻게 아는 건데?
인챈트 능력치가 극악이기에 그냥 대충만 봐도 아는 거야? 아니면, 나 몰래 존나 공부한 거야?
마법진 패턴을 가르치는 학원이라도 있으면, 나한테도 소개 좀 시켜주지?
저번에는 나 혼자 아무리 용을 써도 도저히 모르겠던데… 크큼.
됐다. 그냥 알려준 방식대로 가자.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역시나 마법진은 싸이가 특출하긴 하다.
싸이가 알려준 원형 모양의 패턴에 마력을 방출하기 시작하자, 주변 마법 회로들이 파란 빛을 뿜어대며 사방으로 뻗어간다.
“이동한다! 전사들, 정신 똑바로 차려!”
“움직이지 마! 마법진 활성화다!”
“B2 상황! 이동되면 바로 B2 상황이다!”
팀장급 얘들의 고함소리와 마법진에서 뿜어대는 파란 빛이 주변에 휘몰아친다.
‘스… 파… 아앗!’
역시나 이놈의 어지러움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신 후 다음날 일어났을 때, 느끼는 숙취에서 두통만 제외하면 똑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어지러움을 몇 초만 참으면 되니까….
“…….”
“… 뭐, 뭔가 좀 다른데?”
“… 그러니까. 우린 무등산 던전에 들어왔었던거 아냐? 그때 내천에 있던 입구로 들어갔었으니까 다시 내천으로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고?”
“싸이 씨! 여, 여기가 어디예요?”
뭔가 다르다.
뭔가 많이 다르다.
분명 우린 무등산 던전에 들어와 뻘짓거리 존나게 하다가, 싸이가 만든 마력 추적 아이템으로 내천 속에 있는 던전 속 던전 입구로 들어갔으니, 밖으로 나오면 당연히 그곳에 있어야 하는데…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내천은커녕, 온통 황무지뿐이… 아니구나. 저쪽에 시커먼 구덩이 있는 걸 보니… 응? 또 입구네?
“… 싸이!”
“네. 주군!”
“이거 어떻게 된 거야? 무등산 던전 맞아?”
“…….”
“여기가 무등산 던전 맞냐고! 태초의 던전 나왔으면 무등산 던전이잖아! 기억 안 나?”
“… 그, 그게… 저도 잘….”
“모르겠다?”
싸이가 어쩔 줄 몰라 하는 행동과 표정으로 고개를 살며시 끄덕거린다.
“하… 젠장. 숙소에 가서 발 닦고 잠이나 자려고 했는데… 일단 저거 살펴봐. 입구인지 출구인지 확인해 보라고!”
“네, 넵!”
내 말에 싸이가 시커먼 구덩이 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사주경계 확실히 하고 저쪽으로 이동한다.”
“전사들 외곽으로 빠져! 사주경계!”
“이동 대형! 마법사 마력 발현!”
일단 진형을 갖추고 200m 전방에 보이는 시커먼 구덩이 쪽으로 이동했다.
뭐 탁 트인 황무지라 던전 유닛이 출현하게 되면 금세 발각되기야 하겠지만, 미리미리 준비해놔서 나쁠 건 없다.
먼저 도착한 싸이가 구덩이 앞에서 한참이나 꼼지락거리더니, 멈칫거리며 나에게 다가온다.
“… 저, 주우군.”
“똑바로 말 해. 뭐야?”
“저게 밖으로 나가는 출구는 맞습니다만….”
“다만?”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는 저도 잘….”
“음….”
애초에 우리가 무등산 던전으로 들어와 던전 속 던전인 태초의 던전으로 다시 들어갔고, 던전을 클리어한 후 출구가 아닌 마법진을 통해 이곳으로 나오긴 했는데, 또 다른 출구라….
두 번을 들어갔으니, 두 번을 나와야 한다는 뜻인가?
어쩌면 이게 맞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태초의 던전은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상황이니까.
새로운 던전이기에, 어떤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그러려니 싶다. 처음부터 태초의 던전에서 인간형 던전 유닛과 드잡이 한 것 자체부터가 고난의 연속이니까.
“음… 출구 대형. 밖으로 나간다.”
“길드장님, 괜찮겠습니까?”
“형님! 아무래도 좀 더 조사하고 나서….”
“우리가 두 번 입장했으니 나가는 것도 두 번이 맞는 것 같다. 어차피 출구가 있는데 여기서 노닥거릴 이유가 없잖아. 알림이 뜨지 않을 걸 보면 여긴 그냥 빈 던전이야.”
“그건 맞는 말씀입니다만… 어째 꺼림칙합니다.”
“동감. 출구 대형!”
“…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간다. 전사들 먼저 앞으로 나와!”
“던전 나간다. 전사들 앞으로!”
눈앞에 출구가 있는데 다른 곳을 살필 이유가 없다.
더군다나 이곳으로 이동 되면서 알림이 울리지 않은 걸 보면, 여긴 그냥 지나쳐가는 빈 던전.
무등산 던전에서도 유닛 하나 없이 내천에 또 다른 입구만 있었으니, 여기도 마찬가지겠지.
“들어간다. 입장!”
“입.장!”
“입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전사들이 먼저 시커먼 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마법사들과 나 역시 그 뒤를 따랐다.
[띠링! 태초의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던전 타이틀을 인지합니다.] [띠링! 클리어 인원에 대한 던전 활성화 인식을 부여합니다.]에… 그러니까… 이게 한국말 맞는 거지?
왜 이따위 알림으로 사람을 헷갈리게 만드는 건데?
그냥 간단히 말해주면 안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 씨밤바 주최 측아!
‘스… 파… 아앗!’
던전을 빠져나오며, 이해할 수 없는 알림 문구에 한창 신경 쓰고 있는데, 주변이 이상하다.
“What?”
“What happened? Call me the clear rubbish on top of a new dungeon!”
미군?
왜 무등산 던전을 미군들이 지키고 있는 거지?
왜 한국 군인이 아닌… 응? 자, 잠시.
뭐, 뭔가 지금 존나 이상한데?
그러니까… 에… 또….
여기 무등산이 아니잖아!
분명 우린 무등산 기슭에 있는 새로운 던전에 입장했었는데, 지금은 주변 경관이 시내다. 더군다나 한국이 아닌 외국의 거리를 보는 듯한 이 느낌은….
“What the nation of arousal is it? Why out of there?”
내가 미처 주변을 파악하기도 전에 미군들 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며 묻는다.
나 영어 울렁증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