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18_4
“몰라.”
헐….
지금 얘네들이 나 쌩까는 거 맞지? 그치?
요즘 계속 오냐오냐 해줬더니만, 내 대가리에 올라타서 나하고 맞먹으려든다.
“오르시지요. 그분의 선택을 받은 분.”
얘들의 헛소리, 허튼소리에 약간은 쪽팔려하는데, 테라피가 제단 위의 황금빛 의자에 착석하기를 권한다.
일단 너희는 던전 스펠 쇼크웨이브 끝나고 봐. 날 잡아서 단단히 버릇을 고쳐… 아, 스펠 쇼크웨이브!
“싸이!”
“넵. 주군!”
저만치 떨어져 있던 놈이 내 부름에 냉큼 뛰어온다.
“그거 꺼내봐라. 미네랄 판.”
“주, 주군!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미친놈이 미친 소리를 빽 지른 후 인벤토리에서 미네랄 판 수십 개를 꺼낸다.
응?
너 이거 언제 만들었냐? 하나 아니었어?
내가 빤히 바라보자, 미친놈이 변명을 한다.
“호, 혹시나 모자랄까봐 미리미리 만들어 놨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십시오!”
“그래. 니 좆 꼴리는 대로 해라.”
미친놈을 상대하는 건 약하고 무관심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신경 끄자.
내 말에 싸이가 수십 개의 미네랄 판을 황금빛 의자 주변에 펼쳐 놓는다.
“다 됐사옵니다. 주군!”
“… 저기 저 민폐들도 불러들여.”
“넵. 주군.”
싸이가 신이 나 팀장급 얘들을 포함한 길드원들에게 던전 쇼크웨이브가 일어날 거라고 소리를 꽥꽥 질러댄다.
됐다. 그만 하자.
존나 쪽팔리다.
난 얘들이 자리를 잡던 말던 황금빛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아아아….’
새하얀 빛이 거대한 공동에 피어난다.
주변을 가득 채우던 그 빛이 던전 유닛들과 테라피를 휘감고 내 몸에 스며들 때쯤, 알림이 울린다.
[띠링! 1등급 바이오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공헌도를 계산합니다. 19분 59초, 58초, 57초, 56초…]거대한 성체 타워가 사라지고, 주변의 모든 던전 유닛들도 사라진다. 침침한 분위기를 내뿜던 공간이 사라지고, 던전 하늘이 보이는 것도 저번과 마찬가지.
“우와아! 레벨업이다!”
“나도!”
“나 역시! 길드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길드장님!”
주변에서 길드원들이 스펠 쇼크웨이브 영향으로 레벨업 했다는 소리와 감사의 인사가 들려오고, 싸이는 주변의 미네랄 판을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리고 사라와 테라피는 내 곁으로 다가와 빌려준 돈 받는 것처럼 채권추심을 시작한다.
내 앞에서 사라가 손을 척 내민다.
뭐?
“던전 클리어 됐어요. 리젠 될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 이제 어둠의 엘릭서로 테라피의 종속의 인을 끊어주세요.”
그러니까 이 손 좀 치우고 말하지?
“… 리젠 될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빨리 인을 끊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어.
알겠어.
알겠다니까!
그러니까 손 좀 치워주면….
“…….”
“… 주세요.”
“뭘?”
“…….”
“아, 알았어. 알겠다고! 시파, 던전 동굴 박박 기어가며 간신히 하나 얻은건데, 그냥 손만 내밀면 내가 그걸 줘야하는 당연한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난 한참이나 궁시렁거리며 인벤토리에 넣어둔 어둠의 엘릭서를 소환했다.
내 주먹만 한 도자기 병 하나.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리 주세요.”
자폭스킬 사라가 내 어둠의 엘릭서를 낚아채 가져간다.
젠장!
진짜 채권추심 당하는 느낌이다.
왜 이렇게 허무하고, 억울하지?
사라가 테라피에게 내 소중하고, 하나뿐인, 두 번 다시는 얻고 싶지 않은 어둠의 엘릭서를 건넨다.
“마시렴.”
“이, 이제 저희는 하나가 되는 건가요?”
“잃어버린 조각이 맞춰지는 거겠지.”
“그렇군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언제나 같이 있자.”
“네.”
니들 뭐하냐?
너희도 꽁트 짜?
도대체가….
사라와 알 수 없는 말들을 주고받은 테라피가 어둠의 엘릭서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더니 눈을 질끈 감고 시원스럽게 마신다.
맛있나?
저건 어떤 맛일까?
갑자기 묘한 궁금증과 극한 호기심이 불처럼 일어나는데, 테파리 몸에서 새하얀 빛이 일렁거리기 시작하더니 그 빛줄기들이 사라에게 이어진다. 이윽고, 눈을 멀게 만들 새하얀 빛들이 사방에 퍼져나간다.
찰나의 시간이 지났을까?
따끔거리는 눈을 비비며 테라피가 서있던 곳을 쳐다보는데… 응? 없네?
“고마워요. 이제 두 개 남았네요.”
뭐, 뭐냐?
테라피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등 뒤에 무슨 요정처럼 한 쌍의 날개가 달린 생전 처음 보는 듯한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건다. 아, 아니 묘하게 사라와 닮기도 했는데?
“혹시 사, 사라?”
“네?”
“그러니까, 니가 나에게 종속된 사라?”
“네. 왜요?”
“그럼 테라피는?”
“저에게 있죠.”
“응?”
뭔 말이냐?
니가 또 나하고 자폭스킬 놀이를 하려는 모양인데, 그렇게는 안되지.
“테라피가 어디 있다고?”
내 물음에 사라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쿡쿡 찌른다.
그건 나도 해보고 싶군.
저 풍만하고 말랑말랑한 가슴에다가 손가락을 쿡쿡 찌르면… 크으음.
“니 가슴 속에 테라피가 있다고?”
“대충 맞아요. 저와 같이 있어요.”
“크으음. 그건 됐고, 그 날개는 뭔데?”
“잃어버린 조각을 찾았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 씨파!”
됐다.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테라피가 지하고 같이 있던, 날개가 두 쌍이던 세 쌍이든지 간에 그냥 신경 자체를 쓰지 않으면… 자, 잠시! 날개가 두 쌍이나 세 쌍?
어? 어어어?
어디선가 분명 봤는데?
날개가 한 쌍 이상 달린 고고한 여성을 어디선가 분명 내가 봤는데… 그, 그게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착각인가?
아니면 치매?
무슨! 내 지능 수치가 얼마인데!
아, 지능하고 치매하고는 상관관계가 없으려나? 크으음.
한창 내 대가리 상태를 의심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 중 지혜가 소리친다.
“오빠! 다 됐어? 그럼 미네랄 캘까?”
“형님, 클리어 보상 미네랄 캐겠습니다.”
“니들 맘대로 하세요. 아, 아니, 숙영지부터 마련해라. 피곤하다.”
지끈거리는 대가리 때문에 좀 쉬어야겠다. 아무래도 너희들 때문에 발생한 과도한 스트레스에 벌써부터 치매 끼가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도 계속 푹~ 쉬어줘야겠다.
“… 뭐 했다고… 알겠습니다. 일단 숙영지부터 마련한다. 물품담당 천막 꺼내고, 전사 일부는 물 길어오고, 마법사 불 지펴!”
“1, 2팀 전사들은 물 길어오고, 3, 4팀 전사들은 천막 친다.”
“마법사들도 도와줘.”
어이, 길수.
아까 뭐?
뭐 했다고?
니가 여전히 개김성이 투철한 건 좋다만, 아무래도 좀 맞아야겠다.
음, 그나저나 어둠의 엘릭서 하나로 테라피의 종속의 인을 끊고 사라가 저렇게 변했으니, 만약에 모자란 두 개의 어둠의 엘릭서를 다 모아서 나머지 던전에 종속된 인간형 유닛들의 인을 다 파괴시키면, 사라의 날개가 더 늘어나는 건가? 더군다나 테라피는 사라에게 흡수된 것 같은데….
잃어버린 조각?
원래부터 동류의 존재였던 걸까?
분신? 아니면 또 다른 조각?
그리고 저 커다란 등 뒤의 날개는 대체 뭔데?
상징성? 아니면 뭔가 다른… 아, 진짜 대가리 깨지겠다.
나중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피곤하다.
일본 오사카 1등급 바이오 던전 나들이 입장 6시간 50분 후.
“주군.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길드원들이 급하게 친 천막 간이침대에서 얼핏 잠이 든 것 같은데, 미친놈 하나가 꿀잠을 방해한다.
“안 돼. 꺼져.”
“… 주군의 안식을 방해해서 대단히 송구합니다만, 아무래도 이걸 주군께서 알고 계셔야 할 듯합니다. 아니면 나중에 다시 문안토록 할까요? 처음 주군께서 말씀하신 던전 스펠 쇼크웨이브 발생 때 미네랄 판에 흡수된 마력들이 아무래도 심상치가 않아, 이걸 제가 감히 판단해도 되는지 너무나 걱정이 앞섶니다. 이에 주군의 넓으신 혜안으로 저의 아둔한 생각을 일깨워 주십사하고 무릎 꿇고 석고대죄를 청하옵니….”
“들어와! 들어오라고!”
“감개가 무량입니다. 주군.”
시방새끼야!
니가 지금 그런 말을 해봤자… 하… 됐다. 처음부터 승찬 형 말만 듣고 이 녀석을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제대로, 확실한, 정확한 정신 또라이인 줄 알았다면, 그냥 쌩 깔걸.
그래, 이제 와서 후회한들 어쩌리오. 어차피 떠난 버스다.
“왜? 뭣 땜에? 결론만 추려서 다섯 글자 내로 간략하게 읊고, 꺼져라.”
“넵. 주군. 이걸 보시면….”
싸이가 주섬주섬 커다란 가방에서 수십 개의 미네랄 판을 꺼내 천막 바닥에 늘어놓는다.
좀 전의 던전 스펠 쇼크웨이브 때 마력을 충분히 흡수했는지, 기하학적인 마법 패턴들이 서로서로 묘한 빛을 뿌리며 천막 안에 신비함을 더해준다.
그러면 뭐하나?
내가 그쪽은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인데!
뭐? 어쩌라고?
그렇게 니가 날 빤히 쳐다봐도 내가 마법사가 아닌 이상 마법 회로나 마법진에는 젬병인… 응?
‘불꽃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파이어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2.1% 상승’
‘얼음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아이스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2.2% 상승’
‘전사의 투지(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전투 계열(전사) 능력치 가용률: 2.3% 상승’
…….
“뭐, 뭐냐?”
“아이템화 됐습니다.”
“아니! 그건 나도 보고 있잖아! 등, 등급이 왜 이따위냐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씨팔! 니 등급이 몇인데, 왜 이따위 등급이 나와!”
“이제 5등급 초반입니다.”
“근데, 왜! 왜 1등급이 나오냐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 지금 나하고 장난 까냐?”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주군!”
“하… 미추어버리겠네.”
미치겠다.
아니 돌아가시겠다.
안 그래도 태초의 던전에서 얻은, 득템한 판도라의 상자, 스킬북이 존나 위험해서 꽁꽁 숨겨 뒀는데 이제는 1등급 아이템이 수십 개가 쏟아진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 아니, 내가 아니구나.
싸이가 전생에 나라를 수십 번 구하고, 로또 1등에 연속으로 10번쯤 당첨해도 이것보다 낮겠다.
도대체 1등급 아이템은 얼마나… 아!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너 행운 수치가 얼마냐?”
“12입니다. 주군.”
“그런데, 그런데 왜 이따윈데!”
“이 모든 게 다 주군의 인덕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하… 그럴 때 쓰는 말이….”
맞나?
여하튼!
지금 이 아이템, 즉 1등급에 해당하는 아이템이 밖에서 풀리게 되면… 뒤집어 지겠지.
3등급 던전에서 드랍된 아이템이 대략 수백억 원인데, 이건 대체… 더군다나 한 두 개도 아니고!
“일단 인벤토리에 넣어 놔. 나중에 고민해 보자.”
“저… 그것도 문젭니다. 처음에는 활성화가 안돼서 미네랄 판 하나로 인식되었지만, 지금은 아이템화 되면서 종류가 다른 까닭에….”
“공간이 모자라?”
“넵. 주군.”
“그래서 저 가방에 담아서 온 거냐?”
“맞습니다. 아무래도….”
“됐다. 내가 보관하마.”
“알겠사옵니다. 주군. 총 22개입니다.”
“… 기다려 봐.”
난 내 인벤토리 여유 공간을 잠시 살폈다.
‘…….
인벤토리: 18/22
(줄럿(방어+공격 200%, 3,157), 어둠의 암살자(25), 타락한 전사(8), 드란(101), 미네랄(5.54kg), 물(2.0L 1,493개), 스팸 통조림(4,397개), 햇반(큰 용기 9,178개), 배추김치(416.8kg), 생닭(157마리), 돼지고기(오겹살 29.7kg), 고추장(79.2kg), 불꽃과 얼음의 정화(1), 이데아의 치료(1), 어둠의 전사(6), 태초의 열쇠(2개), 파이어 월 스킬 북(1개), 아이스 토네이도 스킬 북(1개))
…….’
공간이… 여유 공간이 없구나.
앞으로 던전 클리어 보상 가스를 흡수해서 기갑 유닛들과 바이오 유닛들도 충원해서 넣어야 하는데, 이 상태로는… 식량을 다 뺄까?
아, 아니다.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데, 그건 절대 안되지.
저번에도 태초의 던전에서 식량이 없었더라면 굶어 죽었을지도 몰랐던 상황.
그런 상황이 꼭 닥친다는 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음, 뺄까? 굳이 돼지고기하고 생닭은 필요 없잖아. 그냥 울트라를 썰어 먹으면… 그러니까, 음….
잠시 후.
‘전사의 투지(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전투 계열(전사) 능력치 가용률: 2.3% 상승’
“이건 내 꺼.”
“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난 천막 바닥에서 묘한 빛을 뿌리고 있는 아이템, 미네랄 판에 손을 가져갔다.
하얀 빛과 함께 충만하게 차오르는… 음, 모르겠다.
나중에 길수 팰 때 써먹어 봐야지.
‘불꽃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파이어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2.1% 상승’
‘얼음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아이스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2.2% 상승’
…….
“이런 건 일단 옆에 던져놓고….”
“알겠사옵니다.”
툭, 툭.
‘이데아 주머니(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인벤토리 능력치 6칸 증가’
“음, 이건 나도 필요한데… 아니다. 그래도 내가 아까 하나 먹었으니, 이건 니가 먹어라.”
“가, 감개무량이옵니다. 주군!”
싸이가 거의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바닥에 놓인 미네랄 판에 손을 가져가자 하얀 빛이 잠시 놈의 몸에 머물다 사라진다.
“감, 감사합니다. 주군.”
“뭐 그 정도야… 자 다음은….”
‘이데아의 치료(흡수 가능)
출처: 아트팩터 고병찬, 등급: 1등급,
힐러 계열(성직자, 힐러) 능력치 가용률: 2.6% 상승’
“음… 이것도 안되겠지?”
“그렇사옵니다. 주군.”
아트팩터인 나와 싸이가 힐러나 성직자 직군의 아이템을 흡수해봤자 메마른 모래밭에 물 한줌 붓는 격이다.
이건 우리에게 필요 없는 아이템.
그리고 금방 싸이가 하나 쳐 먹었으니, 좀 더 좋은 게 나오면 그건 내 차례다.
난 이데아의 치료 아이템, 미네랄 판을 무심히 옆으로 던져놓고 다음 아이템을 확인하려는데….
턱.
응? 턱?
툭 도 아니고 턱?
뭐에 걸렸나?
고개를 돌려 미네랄 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은 곳을 바라보자, 그곳엔 조그맣고 예쁜 신발 위에 금방 던진 이데아의 치료 아이템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저 조그만 신발 주인은….
“오.빠.뭐.해?”
마귀할멈처럼 얼굴표정을 한껏 찡그린 지혜가 섬뜩한 목소리로 나에게 묻는다.
씨파!
또 걸렸다.
“뭐, 뭐가!”
“지.금.뭐.하.고.있.는.거.야?”
음산하다.
음침하다.
지혜의 목소리가 이렇게 낮게 깔리고, 기괴한 줄 정말 몰랐다.
난 지혜 앞을 막아서며 등 뒤로 싸이에게 얼른 미네랄 판을 숨기라는 손짓을 파닥파닥 했다.
“싸이 씨! 그 상태에서 조금만 더 움직이면 제가 파이어 월 날릴 거예요!”
“히끅!”
멍청한 놈!
얼른, 얼른 숨기라니까!
일단 배 째라고 해야지. 설마 얘가 진짜로 공격하겠냐!
“오빠, 내가 지금 소릴 질러서 다른 오빠들을 부를까 말까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
“응?”
어? 뭐?
그러니까… 에… 또….
“하하하. 지혜야, 오빠 믿지?”
“아니. 전혀!”
“하하,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에… 싸이!”
“네, 넵. 주군!”
“아까 그거, 다시 읊어라.”
“넵! 그러니까 3팀장님,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말이죠….”
…….
잠시 후.
“밖에 확인했어?”
“응. 다들 미네랄 캐느라고 바빠.”
“한득이는?”
“길수 오빠 옆에 붙여놨어.”
“잘했다.”
“크큭. 그치? 그럼, 이거 내가 먹는다.”
“어. 편하게 흡수하셔.”
“응. 고마워 오빠~!”
“무슨, 우리 사이에.”
“헤헷….”
지혜가 불꽃의 정화 아이템, 미네랄 판에 손을 가져간다. 하얀 빛이 찰나의 시간 동안 흐르고 잠시 눈을 감았던 지혜가 몸을 부르르 떤다.
“주, 죽인다! 상태창!”
“…….”
“…….”
죽이기는, 별거 없더구만.
하긴 나와는 등급과 레벨 차이가 꽤 있으니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싸이와 난 그렇게 잠시 동안 지혜가 상태창을 살피도록 내버려 뒀다.
“이, 이거 진짜 대박이다! 완전, 정말, 대박 짱! 오빠, 진짜 고마워! 싸이 씨도 고마워요!”
“네? 넵. 아, 아닙니다. 이게 다 주군의 인덕에 의한 결과물인걸요.”
“근데 싸이 씨가 말한 대로라면 뭔가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럼 다른 1등급 던전에서도 유닛 처리하면, 이만큼은 아니지만 아이템이 드랍되야 하잖아. 안 그래?”
“아, 그건 아닙니다. 3팀장님. 아시다시피 아이템은 던전 유닛이 산화되면서 극악의 확률로 드랍되지 않습니까? 원래는 그렇지만, 이번에는 넥서스나 성체 타워 파괴 시 던전에 쓸모없이 방출되어 버리는 마력을 한곳에 모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주군께서 성체 타워 역할을 하신 덕택에 이런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지요. 스펠 쇼크웨이브가 주군 몸에서 생겨났으니 주군의 행운 능력치와 마력량을 감안하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미네랄 판에 마법 패턴을 미리 새겨 넣은 것도 한 몫 했구요. 뭐 그렇습니다.”
그게 뭔 소리냐?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난 전혀 모르겠다. 크음.
역시나, 나 들으라고 한 말이 아닌지, 지혜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연다.
“그렇군요. 근데 오빠, 행운 능력치가 도대체 얼만데 그래? 마력량이야 극악인 것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144.”
“컥… 커컥!”
“… 해, 행운만?”
“응.”
“하… 나도 꽤 대단한 줄 알았는데, 오빠는 엄청 심각하네. 다른 특성은?”
“다 비슷비슷해.”
“헐….”
“여, 역시 주군이십니다!”
“무슨, 이 녀석은 더 심각하지. 안 그래 싸이?”
“저야 주군이 시킨 대로 인챈트에 몰빵했으니….”
“그러는 싸이 씨는 인챈트 수치가 얼만데요?”
“아마 천백대일 걸? 맞아?”
“헐….”
“이번 스펠 쇼크웨이브 때 받은 것까지 합쳐서 1,207입니다. 주군.”
“… 봐봐. 맞지?”
“… 지, 진짜 심각한 사람은 따로 있었네.”
“내 말이. 여하튼, 그건 그렇고 이거 나머지는 어떻게 할까? 그냥 분배해?”
“무슨! 이거 하나가 얼만데 그냥 줘? 아무리 오빠하고 싸이 씨한테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하나가 밖에서는….”
“돈.주고.산다. 사고.말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천막 입구가 펄럭이며 한득, 길수, 미혜, 김은희, 최은지가 눈을 부릅뜨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온다.
미네랄 존나게 캐고 있다며!
“밖에서 다 들었다. 지혜야.”
“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아무리 길드장님이 만든 거라 해도 우리한테는 알려줘야지!”
“3팀장님 실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