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21_5
‘콰과광… 콰광. 콰아앙!’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기갑 유닛들이 산화되면서 내뿜는 검은 연기가 위로 솟구친다.
‘파… 치치직. 콰… 치… 지직!’
사정거리가 되는 번개주술사들의 마법 번개가 캐비어 근처에서 터져나가고,
‘쿠아아앙… 쿠아앙.’
‘콰과광… 콰광. 콰아앙!’
그보다 수십, 수백배의 굉음이 다시 한 번 몰아친다.
난 수백 개체의 캐비어들에게 지속해서 피라미들을 생산시키라고 명령을 내린 후 저 멀리서 번쩍이는 워프 쉽을 쳐다봤다.
차근차근 가자.
급할 건 없다.
…….
‘파… 치치직!’
‘콰… 치… 지직!’
‘콰앙. 투콰콰광!’
번개주술사의 마법 번개 공격과 사정거리 업 드라칸의 캐논포 공격, 그리고 수십 개체의 스카웃과 캐비어가 사방에서 달려들었지만, 내가 타고 있는 셔틀 근처에 도달하기도 전에 공중에서 산화된다.
하긴 캐비어만 500여 개체다. 자폭 스킬을 시전하는 피라미만 1만 마리가 넘어가고.
중간에 타락한 전사의 복제 마법과 마법 번개 공격에 데미지가 쌓인 수십 대의 캐비어가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공중으로 이동하면서 기갑 유닛들을 처리하는데에는 문제가 없다.
더군다나 번개주술사와 토르칸, 굼벵이 전차들이 우선순위로 파괴되자, 내가 있는 셔틀 밑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바이오 유닛들.
공중에선 캐비어가, 지상에선 수십만의 저굴링들과 수만의 히드라, 울트라 등이 몸빵을 해주니, 기갑 유닛들이 뒤로 후퇴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진다.
연신 파란 빛을 뿜어대는 워프 쉽 십여 개체가 내가 소환한 타락한 전사의 복제 마법에 걸려 소환 유닛으로 변모되는 것을 끝으로 기갑 유닛들이 사방으로 도망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본진을 잃은 유닛들이 도망쳐 봐야 거기서 거기.
프롤브로 넥서스를 건설한 후 미네랄과 가스를 캐 게이트웨이에서 기갑 유닛을 충원할 수도 있겠지만, 여긴 바이오 세상인 이데아.
자신들의 올륌푸스가 아닌 곳이기에 어디로 도망친들 바이오 유닛들이 없을까.
도망친 기갑 유닛 처리는 퀸들에게 맡기고 전투가 사실상 끝났음을 선포하자, 수십만에 달하는 바이오 유닛들의 괴성이 온 사방에 메아리쳐 울린다.
그녀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 내 팔을 감싼다.
이데아 바이오 본진에 위치한 거대한 성체 타워.
한껏 상기된 그녀의 얼굴 표정이 마지막, 최후의 전투가 끝났기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내가 말을 꺼내자 급변한다.
“이대로 돌아가시면 전 지구와의 커넥트를 끊을지도 몰라요. 그럼 어떻게 되는지 아시죠?”
“협박인가?”
“그렇게 들린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정말 돌아가실 건가요?”
“…….”
지구와의 커넥트를 끊는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바이오 던전이 비활성화되거나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지구에 관심을 끊은 이데아를 따라 올륌푸스 행성도 커넥트를 끊을 것이고, 기갑 던전마저도 사라지겠지.
어차피 지구의 던전 시스템은 이곳 이데아의 마력 시스템의 일부.
던전을 유지하는 기초 마력이 이곳 이데아나 올륌푸스 행성에서 사용되는 마력과 동일하니 커넥트가 끊기면… 아마도 엄청난 경제적인 여파가 밀어 닥칠 것이다.
던전에서 캐는 미네랄.
그 미네랄을 가공해서 얻는 아이템을 시작으로, 기초, 연구, 바이오, 핵심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붕괴되고, 모든 것이 사라지겠지.
그 중에는 각성자들의 던전 클리어도 없어질 것이다.
던전 클리어를 하지 못하는 각성자?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전사 직군들은 힘을 쓰는 건설현장을 돌아다닐 것이고, 힐러와 성직자들은 병원이나 재활 시설을, 그리고 마법사들은 연구실이나 전전하겠지.
인프라가 바뀌고 엄청난 패러다임이 밀려올 것이다.
“그래. 그래도 상관없어. 난 돌아간다.”
내 말에 잠시 멍 했던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친다.
“이익! 도, 도대체 왜! 이곳에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했잖아요! 다른 차원, 다른 행성에서도 지구의 그런 것들은 다 누릴 수가 있다니까요! 도대체 왜 이런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돌아가겠다고 하는 거냐구요! 기껏해야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면서! ….”
“… 그곳에 있으니까.”
“뭐라구요?”
“그곳에 내 가족이 있으니까. 내 귀여운 아들과 여우같은 와이프. 흐뭇하게 날 지켜보는 아버지와 지금도 밥 먹고 다니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엄마. 다 커서 데면데면한 남동생도 있고, 지금도 내가 집으로 간다고 하면 저녁 찬을 걱정하는 장모님까지… 그들이 있기에 내가 돌아가는 거야.”
“…….”
“당신도 그랬잖아.”
“뭐, 뭐가요.”
“당신도 그를 기다리며 식사를 준비하고 또 준비했잖아. 아닌가?”
“…….”
“말했지. 좋은 기억은 굳이 꺼내서 퇴색시키지 말라고.”
“…….”
“잘 지내.”
“…….”
그녀는 끝까지 날 잡지 못했다.
아니 더 이상 좋은 기억을 애써 들추지 않았다.
“사라. 날 집으로 데려다 줘.”
“… 알겠어요.”
사라가 그녀의 눈치를 보며 내 곁으로 다가온다.
새하얀 빛이 사라와 내 몸에서 피어나기 시작하자,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다, 당신은….”
“알아. 그리고 당신에게도 소중한 것들이 아직 남아 있잖아.”
“…….”
“잘 지내.”
공간이 일그러지고 세상이 변한다.
사라져가는 공간에서 그녀의 입 모양을 읽었다.
“고.마.워.요.”
“나도.”
내 목소리가 그녀에게 닿길 간절히 바랬다.
‘스… 파… 아앗!’
2년 후.
“자기야. 일어나서 아침 밥 먹어. 출근 해야지.”
“… 끄응.”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직원 얼굴은 매일 봐야 하는 거야.”
“… 5분만.”
“지금 10시 다 되가.”
“… 끄으응.”
와이프의 시간 알림에 한동안 침대에서 바둥거리다가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며 담배 하나 빼어 물었다.
그런데,
“내가 욕실에서 담배 피지 말라고 그랬지! 필꺼면 정원에서 피라니까!”
“에효….”
아침부터 와이프 잔소리가 자꾸 귀에 날아와 박힌다.
그나저나 저건 잘 끼고 다니네.
도마에서 칼질을 하던 와이프 왼손 약지엔 기하학적인 모양이 새겨진 낡은 구리 반지 하나가 끼워져 있었다.
“출근하십니까? 회장님.”
대충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집을 나서는데, 경비를 총괄하는 60대 후반 아저씨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한다.
“아, 정말. 이러지 마시라니까요. 저 회장도 아니고… 그냥 예전처럼 불러주세요. 지부장님.”
“제가 어찌 감히… 여하튼 잘 다녀오십시오. 뭐 하는 겐가. 얼른 차 문 열지 않고.”
“네. 알겠습니다.”
각성자 협회제주지부 소속 지원팀장이었던 고용석 아저씨가 지부장 말에 황급히 차 문을 연다.
“모시겠습니다.”
“…….”
불편하다. 불편해.
괜히 지부장님 부탁을 들어주는 게 아녔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예전에 다녔던 IT직종 경험을 살려, 돈을 벌 목적이 아닌, 사람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대고 있으면 와이프가 엄청 눈치를 주는 것 때문에 창업한 회사에서 모닝커피 한잔 하고 있는데, 누군가 사장실로 들어온다.
“사장님. 오늘 오전에 제주주간 TV와 미팅이 있었습니다만….”
“아. 그게 오늘이었어?”
“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벌써 오전 11시 2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에 미팅 장소로 이동해 봤자….
“음… 그냥 없던걸로 하면 안 될까?”
“벌써 그렇게 취소한 게 두 번쨉니다.”
“크음. 알았어. 오후에 내가 직접 방문한다고 해.”
“알겠습니다. 그럼.”
지혜 친구라고 부득부득 밀어 넣어 수행비서를 자처한 30대 초반의 그녀가 나가자, 난 다시 모니터 화면을 전환해 인터넷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미팅은 무슨… 인터뷰를 가장한 적선을 원하는 거겠지.
2년 전, 내가 그곳에서 돌아오고 난 후 세상은 변했다.
이데아의 그녀가 어떤 심정으로 지구와의 커넥트를 끊었는지는 모르지만, 가장 먼저 바이오 던전들이 비활성화되었다.
하루 만에 지구상의 모든 바이오 던전이 비활성화되면서 세상은 온통 아수라장으로 변했고, 그 이유를 찾기도 전에 기갑 던전까지 비활성화되어 버렸다.
그러자, 급격하게 치솟는 미네랄 값.
미네랄 1kg에 대략 350만 원 선에서 거래하던 금액이 두 배로 치솟기 시작하더니, 석 달 사이에 10배 이상 올라버렸다.
수요는 엄청난데 비해 더 이상 미네랄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치자 그제야 대기업들이 대체 자원 연구에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미네랄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각성자 방어류와 무기류, 악세사리를 포함한 아이템 제작 업체와 그에 관련된 모든 기업체들의 주가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이오 유닛 사체들로 제작되는 각종의 포션 사업체들까지 그 여파가 미쳤다.
가전, 바이오, 기계, 생명, 금속, 마법, 아이템 등 반세기 가까이 무한한 미네랄을 사용하던 시대에 종말을 예고했고, 이와 반대로 새로운 직업군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명 던전 땅꾼.
바이오 던전과 기갑 던전이 석 달의 간격을 두긴 했지만, 한순간에 비활성화되어버렸기 때문에 리젠 클리어를 하지 않은 던전 내에 남아있던 미네랄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비활성화 된 던전이기에 바이오 던전의 성체 타워나 기갑 던전의 넥서스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
더군다나 미네랄 자체가 그 본진 주변에 있는 게 아니라 땅 속에 파묻혀 있기에 그 넓은 던전을 일일이 뒤져야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여하튼, 그렇게 해서 던전 땅꾼이라는 신규 직업군이 생겨났고, 혹시나 소량의 미네랄을 찾는 땅꾼들이 있으면 로또 중의 로또라 불리며 꽤 괜찮은 금액을 손에 쥘 수….
‘벌컥.’
“형님!”
길수다.
근데 이놈의 새끼는 도대체가 왜 내 사무실을 지 맘대로 들락날락 하는 건데?
“내가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지.”
“한득이하고 지혜가 오늘 오후에 시청 던전 땅꾼 한데요. 같이 가시죠?”
“기각.”
“형님!”
“왜!”
“같이 가요.”
“기각이라고 말했다.”
“… 그럼 프롤브 100 개체만 빌려줘요.”
“… 그래서 빌리면. 걔네들이 너희 말을 듣는다디?”
“그, 그러니까 같이 가자니까요!”
“나 바빠!”
“바쁘긴 뭐가 바빠요! 또 어디 가서 적선이나 할 거 아녜요. 그러지 말고 딱 하루, 반나절만~ 네?”
“일 없다. 갈 거면 싸이 데려고 가던가.”
“싸이 놈은 서울 올라갔어요. 아트팀장님은 미국 갔고, 문희 씨도 강원도인가 대전인가에서 돌고 있데요. 그러니까 형님이 좀 도와주시면….”
하….
이게 도대체가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처음엔 나들이 삼아 몇 번 갔었다.
용담, 성판악, 어리목, 한림, 애월, 표선 등.
바람도 쐴겸, 얘들하고 분위기 전환도 할겸, 겸사겸사 몇 번 다니긴 했는데… 지금은 귀찮다.
오후에 구걸을 강요하는 어떤 방송국과 적선 미팅이 잡혀 있기도 하고.
더군다나 돈을 벌 목적이라면 서울시청 같은 1등급 던전을 노려야지, 제주시청 던전은 6등급… 응? 잠시! 이거 뭔가 싸한 느낌이 드는데?
“길수.”
“네. 형님. 같이 가실꺼죠?”
“너 돈 없냐?”
“네?”
맞다.
놈의 버릇 중 하나. 왼손으로 뒤통수를 긁어댈때는 뻘쭘해서 저러는 거다.
“너 최소 수백억은 있었던거 아냐. 그거 다 어디 갔어!”
“그, 그게 아니구요.”
“너 또 땅하고 건물 산다고 사기 당했지?”
“그, 그게 아니라요….”
“그럼 여기가 안이지 밖이냐! 말 똑바로 안 해! 돈 다 어디 갔어!”
“그게… 그러니까… 음… 노형에 있는 제주태백 아시죠?”
“헐. 그걸 샀어?”
나도 안다.
유명한 고깃집인데, 지상 8층짜리가 통째로 식당이고,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해서 국내 관광객까지, 제주를 찾은 이들이 한번씩은 들려야한다는 절대 맛 집.
와이프도 그 건물을 노렸던 것 같은데… 놈이 그걸 용케 샀다면 이해를… 응?
“아냐?”
“거기는 너무 비싸서 맞은편에 있는….”
“소하고 돼지하고 같이하는 데?”
“네. 거기서….”
“거기도 괜찮지. 그곳도 유명하잖아.”
“아, 아뇨. 그 뒤편에 있는 3층짜리 식당인데….”
“…….”
음… 이 개놈의새끼가….
내가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자, 놈이 더듬거리며 입을 연다.
“어, 얼마 안 들었어요. 기존 직원들까지 승계하고 권리금 조금 줘서 싸게 샀다구요!”
“…….”
“2, 24억 정도….”
“… 지랄한다.”
“4, 47억. 저, 정확하게 50억 줬어요! 그게 끝이라니까요!”
“내가 지금 아주부동산 사장한테 전화 한통 날릴까? 30분이면 그 근처 시세 다 나올 텐데?”
“… 75억 줬습니다.”
“…….”
75억?
그러니까 3층짜리 건물하나에 75억?
니가 아주 미쳤구나!
“내가 바로 아버님한테 전화해야 긋다.”
“혀, 형님! 안됩니다! 살려주세요! 이번에도 이런 거 아시면 저 집에서 쫒겨나요!”
“쫒겨나야지. 뭐? 칠시입오~오억? 니가 아주 간땡이가 부어서 터진 모양인데, 그 상태 그대로 내가 니 집 앞에 묻어주마.”
내가 핸드폰을 꺼내 한득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려고 하자, 놈이 털썩 주저앉으며 하소연을 한다.
“하… 수지 아시죠?”
“응? 거기서 니 여친이 왜… 혹시 거기가….”
“네. 거기가 자기 아버님 건물이라고 해서 제가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역시.
아마도 당연히.
지금까지 몇 번이나 이런적이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또 사기 당했냐?”
“크, 크흐흐흑. 혀, 형님~.”
“쩝….”
각성자가 죄지.
돈 많은 각성자들이 죄인이지.
니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그러니까 지혜나 김은희, 최은지, 미혜 중에서 잘 골라보라니까.
아, 아니다. 미안.
그 중 미혜만 괜찮지 나머지 얘들이 내 와이프라고 생각하면… 커헉.
난 아무 말 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길수의 등을 토닥거려 줬다.
잠시 후.
“오빠~ 간만.”
“형님. 잘 지내시죠?”
지혜와 한득이 반가운 듯 다가와 한마디씩 한다.
“길수 일, 아냐?”
“네.”
“원래 병신이었잖아. 내버려 둬.”
지혜가 정확하게 사실을 지적하곤 그에 대한 대처까지 나에게 권한다.
“예쁜 여자가 꼬리치면 그게 뭔지도 모르고 침만 질질 흘리면서 끌려다니니까 그러는 거 아냐. 오빠처럼 가정 있고, 능력 있고, 유머러스한 남자들은 여자들이 먼저 반하니까 상관없는데, 찌질하고, 멍청하고, 어리바리한 덤앤더머들은 좀 당해도 돼. 그러니까 신경 끄고….”
“…….”
역시.
역시나 이런 얘와 사귀거나 결혼하게 되면… 커허헉.
난 던전 입장 신청서를 작성하고 돌아온 길수의 어깨를 말없이 두드려 줬다.
근데 너 지금 우는 거야?
“프롤브 100개체 소환!”
[띠링! 프롤브 100개체를 소환합니다.]“근처에 있는 미네랄 캐.”
내 명령에 프롤브들이 2시방향으로 쫄래쫄래 기어가기 시작한다.
나와 지혜, 한득과 길수는 그런 프롤브들을 쫓아가며 쓸데없는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제주시청 던전 땅꾼 입장 5시간 40분 후.
‘퍽. 퍼어억.’
‘퍽퍽. 퍼억!’
“형님. 형님도 좀 도와주세요.”
“기각.”
“오빠! 줄럿 100개체만 소환시켜줘.”
“사용료 줄럿 한 개체, 한 시간에 100만 원.”
“치! 우리끼리 정말 이럴 거야?”
“요즘 시세다. 원래 200만 원이야. 알지?”
“진짜! 도대체가 왜 던전이 이 모양 이 꼴이 돼서는!”
“형님. 그냥 줄럿 50개체, 한 시간만….”
“더머! 줄럿 50개체 한 시간이면 5천이라고! 계산이 안 돼?”
“크흠.”
“잡소리 말고 땅이나 파!”
“크으음. 혀, 형님!”
“기각!”
난 얘들이 던전 바닥을 파는 걸 지켜보며 인벤토리에서 꺼낸 차가운 냉커피를 홀짝였다.
고개를 들어 던전 하늘을 살피니 파란 색 빛 무리가 한없이 높아진다.
카~ 이런 맛에 아트팩터하는 거지.
그나저나 내가 맨 처음 각성할 때 어떤 알림이 울렸더라?
[띠링! 노가다 세계로 입장하실 걸 축하드립니다. 웰컴 투 헬.]이거였던가?
웃겨.
웰컴 투 헬은 무슨… 아트팩터를 제외한 나머지 각성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말이겠지.
지금처럼 말이야.
“어이~ 빨랑빨랑 파라. 얼른 다 파고 딴데 가서도 삽질해야지.”
내 외침에 얘들이 다들 날 빤히 쳐다본다.
쳐다보기는.
억울하면 너희들도 아트팩터하던가.
역시 아트팩터가 망고땡이다.
크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