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2_1
1-2
“예? 아트팩터요?”
“아니… 아트팩터가 던전에 왜 입장한 겁니까? 아까 분명 마법사라고….”
“직군을 물었지요. 마법사 중 아트팩터라고 말하려는데….”
던전에 들어오자마자 20대 후반의 남자가 따져 묻기 시작했다.
이름은 최길수. 10등급, 전사.
“그래도 미리 말씀해 주셨어야죠. 아트팩터가 뭣하러….”
옆에서 쫑알거리는 통통한 여자애도 나에게 뭐라고 한다.
이름은 한지혜. 20대 중반. 10등급, 마법사로 공격계열인 전투마법사.
“일단 들어온 거 어떻게 해. 분명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우리 잘못도 있다고 봐. 아저씨는 세이프티 존에 계세요. 조금 힘들겠지만 저희끼리 클리어 해볼께요. 대신 클리어 보상비는 드릴 수 없을 것 같네요. 이해하시죠?”
이놈은 맘에 드네.
이름은 고한득. 10등급, 성직자로 치유와 축복계열.
최길수와 동창이다.
“급하게 입장하느라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점 인정하며, 보상비는 안 받겠습니다.”
“뭐 당연한 말을… 입장비도 내셔야죠!”
“지혜야.”
“물론입니다.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내 말에 자꾸 토를 다는 못생긴 여자애가 자꾸 성가시게 군다.
음, 나도 너 싫거든?
“저한테 15분만 주세요. 한가지만 확인하고 만약 클리어에 도움이 된다면….”
“뭔 15분. 뭔, 도움!”
“어허~ 지혜야!”
“흥!”
정정이다.
통통하지 않고 아주 뚱뚱한, 새침때기에 못생기고, 키도 작은, 나이만 어린, 여자애가 토라진 척, 저쪽으로 걸어간다.
“딱 15분이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15분 드릴 테니 확인하시려는 거 해보세요. 아마도 특성 쪽 같은데… 맞으시죠?”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역시, 한번 맘에 들기 시작한 놈은 끝까지 맘에 든다.
난 성직자 고한득에게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고 세이프티 존 경계에서 프롤브를 소환시켰다.
“프롤브 전체 소환!”
하얀 빛이 바닥에서 스며나오더니 조그만 프롤브들이 12마리나 나타나 내 주위를 빙글빙글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뒤에서 지켜보던 애들의 놀란 음성이 들린다.
제발 내 생각이 맞아야 하는데….
아님, 진짜 쪽 팔리는 건데.
“얘들아~ 일 해야지?”
프롤브들이 내 말을 듣는 것처럼, 아니 내가 말한 걸 이해하는 것처럼 미네랄을 캐러 저 앞으로 기어갔다.
“소환사세요?”
“아뇨. 아트팩텁니다.”
“아트팩터가 어떻게 소환을….”
그러게.
나도 그게 궁금해.
어느새 다가왔는지 3명의 각성자들이 내 주변에 서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대략 5분 정도 지났을까?
집 나간 프롤브들이 자신의 머리통만한 미네랄 조각을 물고 내 앞에 차례차례 다가와 조각을 툭 던지고는 다시 저 앞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귀여운 놈들.
“세, 세상에….”
“말도 안 돼!”
“…….”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미네랄 조각 흡수 능력치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습니다.]음… 일단 됐다.
내가 더 이상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지 못하자 내 발 밑에는 조금씩 미네랄 조각이 쌓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림 속에 떡이다.
클리어 하지 못하는 이상 밖으로 가져가지 못하니.
내가 아공간을 가진 마법사… 응?
자, 잠시만!
인벤토리?
음… 나중에 시험해 봐야겠다.
15분은 예전에 지났다.
뒤에 있는 애들은 멍한 눈으로 프롤브와 나, 바닥에 쌓이기 시작한 미네랄 조각을 번갈아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신기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니다.
아직 던전 내 넥서스가 활동하고 있으니… 줄럿들이나 방어탑도 있을 꺼고….
난 내게 다가와 미네랄 조각을 뱉고 가는 녀석 중 하나를 손으로 잡고 머리 쪽 더듬이에 손을 가져갔다.
잘되야 하는데….
“수, 수정체 생성!”
약간은 말이 떨려온다.
나도 정확한 건 모르겠다. 그냥 짐작이다.
놈을 놔주자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
마치 방향을 잃은 것처럼….
“아! ….”
난 세이프티 존 경계에서 정면 앞으로 5m 정도 떨어진 곳을 응시하자, 귀여운 프롤브가 그제야 쫄래쫄래 기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프롤브의 몸에서 파란 빛이 세어 나오기 시작한다.
‘푸… 치…치직’
파란 번개 같은 빛줄기들이 바닥에서 솟구치더니 2m 크기의 수정체가 완성되었다.
[띠링! 수정체 1개가 생성되었습니다. 보유 아트팩트 총량이 증가합니다.] [띠링!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띠링! 소환 능력치가 증가합니다.]“지, 지금 뭐하는 겁니까!”
“수, 수정체다. 수정체가 나타났어요!”
“…….”
뒤에서 뭐라고 하던 지금은 받아줄 때가 아니다.
설명할 정신도 없고….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1)국적/소속: 대한민국/없음,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1, 지구력: 1, 힘: 2, 체력: 1,
지능: 2, 행운: 1, 인벤토리: 1, 수정체: 1/3,
건물: 3(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소환 대상 능력치: 4(프롤브),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40]
“역시! 그렇다면….”
난 수정체 밑에서 날 쳐다보고 있는 귀여운 프롤브를 인지하며 다시 소리를 질렀다.
“게이트웨이 생성!”
[띠링! 게이트웨이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미네랄 조각 30 소요됩니다.]“어!”
내 대답을 들어서 그러는 건지, 알림에 대한 대답인지, 내가 프롤브를 인지해서 그러는 건지는 몰라도 수정체 옆에 있던 녀석의 몸에서 또다시 파란 빛이 생겨났다.
‘푸치… 치직… 치지직.’
[띠링!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생산 가능한 유닛은 줄럿(개체당 미네랄 20 필요)입니다.]“돼, 됐다!”
“… 되긴 뭐가 돼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에요! 아저씨! 아트팩터 맞아요?”
“지금 뭘 하시는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애네들 왜 이래?
평생 아트팩터 한 번도 못 본 것처럼… 은 아니고, 어이… 거기. 왜 날 그런 눈으로 쳐다보는 건데?
“잠시만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확인하고 말씀하시죠.”
난 바닥에 있던 나머지 미네랄 조각들도 흡수하기 시작했다.
흡수한 게 아니고 저절로 사라진 거지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상태창을 확인한 후 다시 한 번 소릴 질렀다.
“줄럿 생산!”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금방 줄럿…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저씨! 지금 뭐하는 거예욧!”
함께 들어온 각성자들이 불안했는지 뒤로 물러서며 나와 거리를 둔다.
어차피 지금 서 있는 곳은 세이프티 존.
던전 유닛으로부터는 안전할지 몰라도 각성자끼리는 그렇지 않다.
“이상한 오해 하지 마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전 아트팩터입니다. 제가 최근에 각성했는데 특성 중 소환이라는 게 있더군요. 그런데 그 대상이 프롤브였고….”
대충, 간단히, 핵심만 간추려서 말해줬다.
내가 내 특성을 다 말해줘야 할 이유도 없고….
전사와 성직자, 힐러 계열보다는 마법사 직군 중 특이한 특성을 가진 각성자가 많기에 그들도 조금은 이해를… 하기는커녕, 날 쳐다보는 눈빛이 영 껄끄럽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느덧 줄럿 생산 소요시간이 지났는지 게이트웨이에서 하얀 빛과 함께 줄럿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내 쪽으로 다가오는데….
난 얼른 뒤로 물러나 놈을 자세히 살폈다.
신장은 대략 2m,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갑옷과 날카로운 건틀릿, 투구 속에서 빛나는 붉은 눈동자가… 멍~ 한데?
놈은 세이프티 존 앞까지 다가와서는 그저 날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강아지 새끼처럼.
음… 그렇다면….
“저쪽에 있는 넥서스를 파괴해.”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
야! 어디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게이트웨이에서 생산된 줄럿이 성큼성큼 저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오빠. 나도~.”
“같이 가지.”
뒤로 물러났던 각성자들이 궁금한지, 줄럿을 쫒아갔고, 난 혼자 남았다.
나까지 줄럿을 쫒아갈 필요가 있는 게… 아니고, 난 세이프티 존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다.
내가 전사나 전투마법사도 아니고 유닛을 잡을 실력도, 생각도, 의지도, 필요성도 못 느끼니까.
난 기껏해 봐야 프롤브를 소환해서 줄럿이나 생산 가능한… 자, 잠시만!
지금도 한 마리를 제외한 프롤브들이 계속해서 미네랄을 캐오고 있다. 그리고 게이트웨이에서는 줄럿 생산이 가능하고.
난 바닥에 쌓여있는 미네랄을 보며 씩 웃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잠시 후.
저쪽에서 그들이 뛰어온다.
놀란 표정에 못 생긴 여자애가 나에게 다가오자마자 까불었다.
“아저씨~ 대박!”
뭐가?
“아저씨. 아트팩터 하지 말고 소환사해요. 진짜 대박!”
그러니까, 뭐가?
“줄럿만 많이 만들어서 보내면 금방 클리어 하겠… 까악!”
큼.
이제야 봤나 보군.
“헐….”
“아, 아저씨!”
기갑 던전 10등급, 클리어 해볼까?
난 세이프티 존 경계에 서서 생산된 줄럿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던전 내 넥서스와 모든 유닛들을 파괴해!”
수십의 줄럿들이 한 방향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자, 잠시 머뭇거리던 젊은 각성자들이 날 몇 번 힐끔거리더니 줄럿들을 쫒아갔다.
난 여전히 세이프티 존에서 멀어지는 그들을 보고 있었다.
장관이다.
수십의 줄럿들이 한 방향으로 뛰어가는 게….
‘쿠워워~.’
‘콰광… 콰과광….’
저쪽에서 요란한 굉음과 함께 뻘건 불꽃이 인다.
아마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애가 뭔 짓을 한 것 같다.
‘쿠워워… 쿠워워워~.’
‘콰과광… 쾅!’
…….
아~.
구경 가고 싶다.
구경하고 싶다.
진짜로 구경하고 싶다.
멋있겠지?
장관이겠지?
“… 가 볼까?”
난 세이프티 존 경계에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한 발자국 내딛었….
[띠링! 10등급 기갑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응? 뭐야?”
설마… 벌써?
아… 안 돼!
그 멋진 장면을 놓칠 수가… 일단 뛰자.
난 던전 내 넥서스가 있는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숨이 찼다.
“헉헉… 씨팔! 평상시 운동이라도 좀 해둘껄… 조금 뛰었다고 뭐가 이리 힘들어.”
궁시렁 거리며 걸었다.
숨이 제대로 돌아오면 조금씩 뛰었다.
머지않아 둔덕을 넘고 드디어 기갑 던전 넥서스가 보이는 곳까지… 허….
멋있다!
죽인다!
3층짜리 건물 크기의 넥서스는 반쯤 부서져 있었고, 게이트웨이에서는 뻘건 불꽃이 인다.
줄럿들은 다 산화되었는지 보이지 않았고, 날 발견한 젊은 각성자들이 다가온다.
“아저씨! 진짜, 진짜, 진짜… 대박!”
그러니까 도대체 뭐가 진짜, 진짜, 진짜 대박이냐고!
“대단하십니다.”
“세상에 이런 특성을 가진 각성자가 있었다니요. 아저… 아니 형님! 존경합니다.”
“제가 상황을 몰라 그러는데… 설명 좀….”
어떻게 진행된 상황인지 알아야 앞으로 그 대박이라는 걸 계속 칠 꺼 아냐!
“제가 말해줄게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줄럿들한테 명령을 내린 후 우리가 쫒아 와서 봤는데… 그냥 막 마구잡이로 넥세스만 일점사하더니… 주변의 줄럿들과 똑같이 싸우더니만 검은 연기를 내뿜고는 장렬히 산화….”
아~ 씨팔!
상황설명을 들으니 그 장면을 못 본 게 천추의 한이다.
존나 멋있는 SF급 대박 영화 같은 장면이 마구 쏟아진 것 같은데….
“일단 아이템 떨어졌는지 주변 좀 살피고 복귀하도록 하죠. 형님, 나가서 소주 한잔 어떠십니까? 저희가 사겠습니다.”
“그래요. 아저씨! 나가면 제 연락처 줄 테니까, 앞으로도 같이 던전 돌아요.”
“던전 클리어가 이렇게 편한 적은 처음입니다.”
내가 특성을 확인한답시고 보낸 시간이 대략 40분, 줄럿 생산해서 던전 클리어 하는데 대략 40분.
그리고 앞으로도 2시간 이상 던전 사용은 우리들 몫이다.
일단 부서진 넥서스 주변으로 이동했다.
미네랄이 남았다면 캘 심산이다.
물론 주변에 아이템이 떨어졌다면 그것도 줍고.
“… 대박! 진짜 대박 중에 대박!”
그러니깐 그 대박 중에 대박이라는 게 도대체가 뭐냐고!
“정말 고맙습니다. 형님.”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왜 이러는지 말을 해 달라고~
나 던전 클리어 입장은 처음이라니깐!
내가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해 하자 통통한 여자애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치… 아저씨~ 던전 클리어 처음이죠?”
“으, 응. 뭐 좋은 일 있어?”
처음과 달리 던전을 쉽게 클리어하자 맘이 편해졌는지 말을 점차 놓기 시작했다. 얘네들은 지금 당장 못 느끼는 것 같지만.
“이것 봐봐요. 이 정도의 미네랄 양이면 대충 계산해도 수천만 원은 나와요. 원래 평균적으로 클리어 됐다면 개인당 대략 900에서 1,500정도 떨어지는데, 오늘은 대박이네요. 아무리 못해도 3,000은 될 것 같은데….”
응? 뭐라고?
내가 금방 뭘 들은 거지?
“사, 삼천만 원? 진짜?”
“네. 대충 그 정도 나올 것 같습니다. 물론 길드쪽이나 협회에서 가져가는 세금과 수수료를 빼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크게 차이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오늘은 미네랄 양이 많네요. 다 형님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내가 오늘 소고기 쏠께. 1차부터 3차까지 내가 다 쏜다~.”
“어이~ 깍쨍이 지혜가 웬일이냐? 형님. 제가 오늘 저녁은 책임지겠습니다.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아무거나 말씀만 하세요.”
지금까지 꽤나 과묵했던 전사 최길수도 날 형님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아니, 지금 당장 밥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삼천, 삼천, 삼천이란 단어뿐이다.
전혀 실감나지 않는다.
아마도 빠른 시간 내에 던전을 클리어한 게 이 대박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 아마도.
고한득과 최길수가 미네랄을 바닥에서 캐기 시작하고 나서야 약간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일단 삼천만 원이란 돈은 내 통장에 들어 왔을때, ATM에서 찾을 수 있을 때야 내 돈인 것이다. 아직은 던전 내 미네랄일 뿐.
나도 있는 힘, 없는 힘 써가며 미네랄 캐는 걸 도우려고 하는데….
“풋~ 오빠는 안 해도 되요. 아트팩터라면서요. 힘이나 체력 특성 능력치 얼마 되지 않으면서… 참! 오빠라고 불러도 되죠? 아… 그냥 아저씨로 할까요? 나이차가 많이….”
“오빠라고 불러.”
“하하… 맞습니다. 형님. 오빠라는 명칭은 남자의 로망이죠.”
굳이 로망이란 단어까지 들먹여봐야… 아니다. 로망이라고 해두자.
내 저질 체력과 젊은 각성자들의 힘을 비교하자면 대략 10배쯤?
아니면 수십 배 이상 차이가 나서 그런가?
저들처럼 도구도 없이 바닥에 박혀 있는 미네랄 조각을 캐는 건 나에게 불가능이다.
그들이 능숙한 손길로 미네랄 캐는 걸 구경하다가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쪽 바위틈에서 수증기가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가스?”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 네. 가스죠. 하지만 10등급 던전은 가스 체취가….”
가스….
가스!
난 아직 건물 특성에서 게이트웨이만 생성시켜 봤다.
나머지 포스와 배터리는….
“나 좀 더 특성 테스트 해봐도 될까? 혹시 몰라서 그러는데 미네랄을 좀 써야 할지도….”
“아! 형님. 앞으로 던전 나가기 전까지 뭐든지 해도 됩니다. 여기 있는 미네랄 반 이상 쓰셔도 되요. 대신, 다음 던전 클리어는 무조건 저희와 함께 하는 겁니다. 아셨죠?”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
안 그래도 던전 클리어 멤버 모집이 불가능한 나에게 이런 제안은 땡큐다.
일단은 부서진 넥서스 주변의 바위틈으로 걸어가 수증기가 나오는 곳을 유심히 살펴봤다. 바위 틈새로 뿌연 수증기가 올라온다.
가스, 가스라….
되든 안 되든 일단 테스트부터.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1)국적/소속: 대한민국/없음,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1, 지구력: 1, 힘: 2, 체력: 1,
지능: 2, 행운: 1, 인벤토리: 1, 수정체: 1/3,
건물: 3(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소환 대상 능력치: 16(프롤브),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10]
“프롤브 소환.”
[띠링! 프롤브 1개체를 소환합니다.]바닥에 하얀 빛을 내면서 프롤브 한마리가 나타나자 난 놈의 더듬이를 잡고는 눈을 감았다.
예전에 보았던 각종의 테크트리 연계 과정이 눈앞에 펼쳐진다.
게이트웨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줄럿, 포스와 방어탑, 그리고 줄럿의 실드를 회복시켜줄 배터리.
어라? 뭔가가 바뀌었다.
예전에도 내가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나?
게이트웨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유닛 중 줄럿만 색상이 선명하고, 그 외 드라칸, 번개 주술사, 어둠의 암살자 유닛 등은 전부 회색으로 보였다.
조금 더 정신을 집중하자 회색 유닛 하단에 조그만 숫자가 있는 게 보였는데, 드라칸(Lv-2), 번개주술사(Lv-5), 어둠의 암살자(Lv-10)로 점차 높아지는….
“응? 레, 레벨?”
레벨 제한이 있었던 거야?
그냥 막 뽑으면 되는 거 아니… 당연히 될 턱이 있나!
“휴~.”
내가 한숨을 쉬자 날 쳐다보고 있었는지 지혜가 다가왔다.
“오빠. 첨에는 다 그래요. 뭔 진 모르지만 나중에 던전 클리어 횟수가 많아지면 방법이 보일 거예요. 물론 저도 그랬구요.”
“… 그, 그래?”
“네. 그래서 이렇게 달려드는 거구요. 힘내요. 힘! 그때까지 제가 쭉~ 돌봐드릴게요.”
뒤에서 최길수와 고한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혜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지혜의 이런 말투와 행동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일단 게이트웨이 내 유닛 생산은 레벨 때문에 안 된다고 치고, 그럼 가스를 체취 해보자. 이것도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난 프롤브 더듬이를 살짝 만진 후 놈을 내려놓고 소리 질렀다.
“가스 채광소 생성!”
내 외침에 프롤브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위틈으로 다가가더니… 주변만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놈이 지금 뭐하는 짓거리인지 잠깐 의문이 들 무렵….
[띠링! 10등급 던전 가스 채광소를 생성하지 못합니다. 미네랄 10이 소모됩니다.]미네랄 조각 10만 날렸다.
“… 됐다. 프롤브 소환 해지.”
검은 연기와 함께 프롤브가 사라졌다.
안 되는 건가?
아니면 등급 때문에 그러는 걸까?
바위틈에서 새어나오는 수증기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 고한득이 다가와 커다란 미네랄 덩어리 세 개를 나에게 건넨다.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힘내십시오. 그리고 이건 오늘 획득한 형님 지분의 미네랄입니다. 던전 입장료는 알아서 뺐구요… 저희가 조금씩 양보해서 좀 더 큰 미네랄로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멍청히 미네랄만 바라보고 있자 지혜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오빠! 인벤토리!”
“응?”
“풋~ 인벤토리에 넣으세요. 미네랄.”
“… 니가 내 특성을 어떻게 알고….”
“크큭. 모든 각성자마다 특성은 비슷해요. 오빠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 직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소속과 나이, 민첩, 지구력, 힘, 체력, 지능, 행운, 인벤토리 능력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특성이에요. 물론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인벤토리 있죠?”
“응? 어… 어.”
“미네랄을 터치하고 인벤토리라고 외치면 안으로 들어갈 거예요. 꺼낼 때는 안의 사물을 인지하고 똑같이 외치면 밖으로 나와요.”
지혜의 설명에 난 고한득이 넘겨준 미네랄에서 가장 큰 미네랄 윗부분에 손을 대고 ‘인벤토리’를 외쳤다.
[띠링! 미네랄 덩어리 1(4.753kg)개가 인벤토리에 저장되었습니다.]“허….”
금방 뭐라고 한 거지?
4.753kg?
캐낸 미네랄 중 가장 큰 걸 나에게 준 모양이다.
분명히 저번에 금은방에서 대략 1kg에 350만 원정도 한다고 들었으니까… 대충 5kg면… 근 일천칠백오십만…원!
난 서둘러 나머지 미네랄도 인벤토리에 넣었다.
[띠링! 미네랄 덩어리 1(3.361kg)개가 인벤토리에 저장되었습니다. 미네랄 덩어리 2(총계 8.114kg)] [띠링! 미네랄 덩어리 1(2.743kg)개가 인벤토리에 저장되었습니다. 미네랄 덩어리 3(총계 10.587kg)]“허….”
대충 미네랄 10kg로 따지면 삼천 오백만… 10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한방에 삼천오백만 원이다!
“… 가,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존대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몸이 떨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면서 손이 부들부들 거렸다.
내 모습을 본 지혜가 깔깔 웃더니 나에게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며 장난스럽게 얘기한다.
“오빠! 나중에 9등급이나 8등급 던전 클리어하면 심장마비로 죽겠는 걸요?”
“…….”
“형님 놀리면 못쓴다. 오늘 최대 공로자이신데….”
“뭐, 사실인데. 칫~.”
그래 사실이겠지.
사실이어야만 해. 반드시!
내가 심장마비로 죽는 건 말고.
다들 기분이 좋은지 서로 웃으며 덕담을 건넨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나도 얼굴이 상기된 채 애들의 농담을 받아쳤다.
“미네랄은 다 캤으니 주변에 아이템 떨어졌나 살펴보고 슬슬 복귀하시죠.”
“아이템은 무슨… 그냥 복귀하지?”
“그래도 모르잖아. 오늘 클리어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으니, 혹시라도….”
“… 그럴까? 그러면….”
내가 존나 가만히 있자 지혜의 말이 또다시 이어졌다.
“후후… 오늘 설명할게 많네요. 던전 내 모든 유닛들은 산화되면서 일정 비율로 아이템을 떨궈요. 아시죠?”
“응. 그거야 당연히….”
“그럼 여기서 문제. 10등급 기갑 던전에서 줄럿이 아이템을 떨굴 확률은?”
“0.015%?”
“오~.”
“알고 있는 게 있긴 있군요. 재미없게….”
나도 각성자거든!
공부 했거든!
사이트에서 찾아봤거든!
근데 다행히 맞췄네?
큼큼….
“그 0.015%에 기대해 보자구요. 자, 출발~.”
지혜가 앞으로 나서며 큰소리로 출발을 외쳤다. 그러자 고한득과 최길수가 나에게 다가와 양쪽에 서서 던전 나가면 저녁 어디서 하겠냐고, 뭘 먹고 싶냐고, 주량은 어떻게 되냐고, 차는 있냐고 자꾸 물어본다.
“…….”
“… 어, 엄마!”
“… 이, 이게 지금 말이 되, 되는 거냐?”
난 현 상황에 대해 아는 게 개뿔도 없으니까 또 존나 가만히 있었다.
눈앞에 보이는 건 기갑 던전 방어탑 근처에 떨어진 아이템들.
아이템들이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었는데 대충 봐도 10개는 넘어 보인다.
0.015%가 왜 이리 많아?
“… 흐흑… 흑. 우아앙… 엄마~.”
지혜의 울음이 갑자기 터진다.
그리고 고한득과 최길수가 서로 무언의 대화를 하더니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내 앞에 다가와 털썩 무릎을 꿇고는 고개를 떨군다.
“혀, 형님. 가, 감사합니다. 절대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형님. 아, 앞으로 죽을 때까지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다들 왜 이러는 건데?
난 얼른 그들에게 다가가 이러지 말라고, 어서 일어나라고, 부담스럽다고, 남자는 아무 때나 우는 게 아니라고… 여하튼, 다 큰 수컷들을 달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