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2_3
“네, 네. 한지원입니다. 그런데 어찌 저한테….”
“아… 형님. 제가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번에 아라동 10등급 기갑 던전 입장할 때 파티원 급구 했었잖아요. 원래 이 친구가 저희와 같은 파티인데 그때는 급한 사정 때문에….”
결론은 저번 기갑 던전 클리어 멤버였는데, 부모님의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인해 참석할 수 없었다고 하고 내가 땜빵으로 들어갔단 얘기다.
뭐 덕분에 돈도 벌고 이것저것 테스트도 해봤으니, 나야 땡큐지.
“부모님은 괜찮으시고요?”
“아… 네, 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세요. 약간의 타박상과 찰과상이 있었는데….”
“오빠가 왜 미혜 부모님 안부를 물어. 응? 관심 있어? 그리고 너는 왜 말해주는 건데? 오늘 처음 봤잖아!”
“그, 그래도….”
“뭐가 그래도야. 울 오빠한테 관심 주지마!”
응? 아까 뭐?
그리고 누가 울 오빤데?
“예의라 읽고 매너라 쓴다. 넌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됐고… 오늘 왜? 어차피 내일 볼 꺼잖아.”
지혜에게 한마디하고 한득을 바라보며 용건을 물었다.
그러자 한득이가 자신의 서류가방에서 파일철을 꺼낸 후 그 안의 내용물을 나에게 주며 말했다.
“형님. 저번 저녁때 형님이 말씀 하신 거 저희들끼리 얘기해 봤는데요. 정식으로 파티 맺으면 어떨까 합니다.”
“파티?”
“네.”
“사적으로 말고 공적으로?”
“맞습니다. 형님만 괜찮으시다면….”
음… 공식적인 파티라….
“… 그렇게 하지. 대신 기간은 짧게 가자. 3개월씩 끊어서 연장하는 걸로… 아… 너희 못 믿는다는 게 아니고, 알다시피 내가 직장인이잖아. 사무실 여건상 너희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내가 던전 클리어 참여 100% 못 할 수도 있으니까….”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핑계다.
지금이야 이렇게 마주보며 웃을 수 있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른다.
물론 파티 조직 내 이루어진 계약을 가지고 법적으로 형사 처벌할 만한 효력은 없지만 민사로는 가능하다.
더군다나 민사 어쩌고 하는 얘기가 여기저기 퍼지게 되면, 폐쇠된 지역사회인 제주에서는 문제 많은 각성자를 받아주는 파티는 없을 것이다.
서류를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일반적인 항목을 빼고는 거의 대부분 빈 공란이다.
“파티 이름부터 공란이야. 아직 안 정했어? 그리고 파티 기간은 그렇다 치고, 던전 수입 배분은? 아이템 배분과 공헌도는? … 이게 뭐야?”
“알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저희들끼리 사적으로 어떻게든 했습니다만, 이번에 체계 좀 잡아 보려고요. 정식으로 파티 맺는 거니 형님 의견도 좀 듣고요. 참고로 전 무조건 찬성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형님.”
“오빠. 나도!”
“저, 저도요.”
허….
지금 뭐하자는 건데?
뭐가 무조건 찬성인데?
“그러니까, 모든 걸 나에게 위임하겠다?”
“넵.”
“맞습니다.”
“응.”
“저, 저도요.”
얘네들이 단체로 미쳤나?
왜 이러는 건데. 도대체 자기네끼리 뭔 상의를 한 거야?
“이제야 기갑 던전 한번 클리어 한 내 의견을 무조건 듣는다고? 왜? 그냥 너희들끼리 알아서….”
“형님.”
“왜?”
“아시다시피 저흰 일반적인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치. 근데 그거하고 이거하고 뭔 상관인데?”
“저와 길수가 28, 지혜와 미혜가 25. 우리가 10등급 던전 클리어 몇 번이나 해본 것 같습니까?”
“… 그, 글쎄….”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는 건데?
술 취했냐?
“전 기갑 던전과 바이오 던전 합쳐 클리어 횟수가 30번이 넘습니다. 길수도 대충 그렇구요. 지혜와 미혜도 10번은 넘습니다. 사건 사고도 많았고, 부상자나 사망자도 몇 번 봤습니다. 이런 저런 각성자도 많이 만나 봤구요. 심한 모욕을 당하기도 해봤고, 죽을 위험도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죠. 형님. 형님이 저번에 던전 내에서 아이템 나눠주실 때… 그때 느꼈습니다. 아…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구요. 말씀은 그때 그렇게 말했지만 형님 마음은 대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한테 고마워서 아이템 주신 거. 사실 형님 혼자 독식하셔도 별 말 못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나….”
술 취한 게 맞다.
말이 많다.
그리고 나 그때 그 아이템 준거 아직도 후회… 크으음.
일단 그건 넘어가자.
“아, 알았다. 알았으니 그만하자. 뭔 소설을 그리 써 되냐. 일단 가장 일반적인 조건으로 가자. 던전에서 나오는 건 무조건 현금화해서 각성자 수로 나눠. 됐지? 다들 불만 없지?”
“…….”
“…….”
“… 오빠!”
왜? 또 왜?
이것들이… 도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장장 30분 동안 한득과 길수가 말하는 일반적인(?) 파티 조항을 듣고 나서야 계약서 조항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지금 왜 만들고 아니… 왜 쓰고 있는데!
내가 파티장이냐?
그리고 이러려고 내 사무실 쳐들어 온 거야?
안 그래도 바빠 죽겠구만!
그래도 어떻게든 꾸역꾸역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이제는 단 한가지만 남았다.
바로 파티장과 파티 이름.
“파티장은 누구야?”
내 질문에 모든 미친 년, 놈들이 날 쳐다본다.
아~ 또 왜?
“오빠잖아~ 바보.”
“뭐가?”
“파티장.”
“뭔 소리냐!”
“오빠가 파티장이라고~.”
“… 야! 다 나가! 파티고 나발이고 다 나가!”
난 그들을 내쫒지 못했다.
썩을….
아양 떠는 지혜와 그걸 옆에서 보고 배우는 미혜.
절대 충성하겠다는 길수와 한득.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 미친 년, 놈들을 진짜… 콱!
여하튼, 그날 날 너무나 피곤하게 만드는 각성자 4명을 간신히 두 시간만에 사무실에서 쫒아낼 수 있었다.
참고로 파티 이름은 ‘지원 파티’로 정해졌다.
지혜와 미혜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인해… 젠장!
* * *
다음날 오전.
일단 통장에 있던 돈 중 승찬 형한테 빌린 500만 원은 다시 갚고, 동생을 보증인으로 세운 빚부터 정리하기로 맘을 먹었다.
동생은 인천에서 RFID 개발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나보다 두 살 어린놈이 아직도 여친이 없는 대마법사…까지는 아니지만, 어머니나 아버지가 주구장창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다.
그런 동생을 보증인으로 내세워 돈을 빌렸으니 이번에 해결하고 넉넉히 용돈도 좀 줘야겠다.
OO머니, OOO캐피탈, OOO론 등등에 전화를 걸어 일시상환원금을 확인하고는 막바로 계좌이체 한 후 완납증명서를 팩스로 받았다.
그리고 동생에게 카똑으로 기존 부채를 다 상환했다고 알려주고, 메일로 스캔한 완납증명서와 그동안 고마웠다고 이번에 인센티브 받았다고 둘러대며, 500만 원정도 더 넣어줬다.
혹시 모르니 나중에 내가 잘못 되면 다시 빌려달라는 허튼소리와 함께….
보증인 대출 1,400만 원과 동생에게 준 500만 원이 통장에서 빠져나가자, 내 이름으로 빌린 돈과 개인회생 빚은… 커헉!
그런데 어째서 1년을 넘게 갚아도 원금이 줄지 않는 건지 궁금하다.
뭐? 이자부터 갚는 시스템이라고?
왜? 도대체… 하… 아니다.
이 모든 게 이런 대부업 돈을 빌려 쓴 내 잘못이다.
젠장!
점심을 먹고 한득을 기다리며… 수정체를 만들려고 사무실 흡연실로 향했다. 응? 왜 기다리냐고?
난 차가 없으니까!
어리목까지 여기서 40분 거리거든.
택시 타기에는 택시비가 많이… 나와 봐야 대충 2만 원.
그냥 타고 갈까?
됐다. 굳이 모시러 오겠다는데 밖에 나가 택시 잡아가며 돈 쓰는 것은 좀 그렇잖아.
여하튼, 식후연초불로장생(食後煙草不老長生)을 외치며 흡연실에서 캔 커피와 담배 타임을 가졌다.
두 시간 후 어리목 10등급 기갑 던전 들어가기 전에 미리 수정체를 만들어 놓을 심산이다.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1)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1, 지구력: 1, 힘: 2, 체력: 1, 지능: 2, 행운: 1,
인벤토리: 3/5(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수정체: 0/3,
건물: 3(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소환 대상 능력치: 16(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8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흡연실 밖을 주시하며 난 미네랄을 소환했다.
“미네랄 전체 소환.”
[띠링! 미네랄 80개로 8개의 수정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합성하시겠습니까?]“역시….”
저번 집근처 공터에서 소환되었던 미네랄 개수는 20개. 그 미네랄 20개로 수정체 2개를 만들었었다.
그리고 아라동 10등급 기갑 던전 내에서 수정체 하나를 추가했었고….
“합성!”
[띠링! 미네랄 70개로 수정체 7개가 생성되었습니다. 현 레벨 최대 수정체 개수에 도달 하였습니다. 더 이상 수정체를 만들 수 없습니다.] [띠링! 보유 아트팩트 총량이 증가합니다. 소환 능력치가 증가합니다.]“음….”
현재 레벨에서는 10개의 수정체가 한계치인 것 같다.
하긴, 내 레벨이 1인데 한도 끝도 없이 만들 수 있는 게 더 이상한 거겠지.
저번에 수정체 3개로 줄럿을 몇 개체나 생성했더라?
오늘은 수정체가 10개니까… 다굴?
물량으로 달려봐?
묻지 마 줄럿?
한득이 차를 얻어 타고 어리목으로 향했다.
중간에 파티장으로서 할 일들을 말해주는데….
니가 하지 왜 꼭 날 시켜서는… 던전 클리어 수입 배분에 최소 5%는 더 준단다. 그게 관례라면서….
어리목 입구에 도착했는데 분위기가 왠지 이상하다.
앰뷸런스와 경찰차가 저 앞에 있고, 던전 관리소 협회 직원들 몇몇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분위기가 왜 이래?”
“잠시만요. 알아보고 오겠습….”
차에서 내려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득이가 나서려는데, 저쪽에서 지혜와 길수, 어제 만났던 미혜가 다가온다.
“오빠. 큰일 났어! 한 타임 전 던전 클리어 때 전사 계열 각성자가 사망했데!”
“…….”
“힐러나 성직자 없었어?”
“전사 둘에 전투 마법사 둘만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참나. 그러다가 다치면 어쩔려고… 힐러 계열 각성자는 무조건 한 명 이상 있어야….”
섬찟하다.
등 쪽으로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돈 때문에 사람이 죽는구나… 하던 생각이 현실이 되었다.
TV에서 뉴스로만 보던 일들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해진다.
나도 이런 일이 아예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형님. 담배 하나 태우시죠. 얼굴이 말이 아닙니다.”
길수가 내게 다가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내 표정이 이상했나 보다.
당연히 그렇지. 사람이 죽었다는데….
길수가 앞장서자 나도 뒤따라 걸었다.
이제 보니 식은땀으로 손이 축축하다.
주차장 뒤편에서 담배 하나 태우며 곰곰이 생각해 봤다.
우연찮게 각성하게 되어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지만, 내가 아직까지는 어떤 목적이나 의식이 있어서 던전 클리어 하는 게 아니다.
그저 돈이 되니까, 돈이 많이 되니까,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는 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 하이 리턴이 자신의 죽음이라면?
무섭다.
10등급 기갑 던전에서도 각성자가 죽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9등급, 8등급, 그 이상은 과연 어떤 일이… 크으음.
아직은 주변에 일어난 일이지 나에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아직은 죽을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런 일을 잊겠다는 건 아니지만, 지속해서 상기할 필요는 없다.
더군다나 던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은 더 더욱.
감정을 약간이나마 추스리고 주차장 앞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한득이가 앞으로 일을 말해준다.
“한 타임 정도 협회 쪽에서 상황 파악한다고 던전 돌 껍니다. 그 이후에서야 들어갈 수 있구요.”
“그럼… 두 시간 비는 거네?”
“그렇죠.”
“음… 알았어. 다들 모여 봐. 우리 계획 좀 짜자.”
“계획이요?”
“어.”
“…….”
“…….”
이것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지금까지 던전 클리어 한 거야?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잖아!
당연히 철저하게 준비해서 클리어해도 모자랄 판에, 이 소울 없는 표정들은 대체 뭔데?
다들 직군도 다르고, 공격이나 방어계열의 특성도 다르고, 한득이가 어떤 시점에서 힐이나 축복을 줄 것인지를 미리 맞춰놔야… 가 아닌것 같은데? … 자, 잠시만….
“자, 잠깐만. 일단 던전에 입장하고 나면 10등급은 세이프티 존이 있잖아. 그럼… 일단 내가 프롤브를 소환해서 미네랄을 먼저 캐고, 수정체를 만든 다음 게이트웨이를 만들고, 거기서 줄럿을 생산해서 공격하기에 좋은… 응?!”
또 잠깐만! … 이 녀석들! ….
괜히 파티 만들고, 날 파티장에 올린 게 아니구나!
내가 무섭게 쳐다보자 뭔가를 느낀 한득이와 길수가 날 만난 이후 처음으로 내 눈빛을 피한다.
“옵빵~.”
옆에서 날 쳐다보던 지혜가 또다시 빵을 찾는다.
던전 입장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다시 한 번 내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1)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1, 지구력: 1, 힘: 2, 체력: 1, 지능: 2, 행운: 1,
인벤토리: 3/5(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수정체: 0/10,
건물: 3(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소환 대상 능력치: 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1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소환 능력치가 51 이고, 수정체가 10개라….
음… 아까 계획한대로 최대한 빨리, 최대한 신속하게, 그리고 순차적으로 수정체와 게이트웨이를 만들어서, 줄럿을 생산한 후 던전 내 넥서스를 파괴해야 한다. 물론 방어탑과 줄럿들도.
잠시 후.
“오빠! 저기 협희 직원들 나왔다.”
“그래. 보인다.”
“…….”
“… 왜?”
“오빠 뭐해? 빨리 가서 던전 입장 신청서 내야지. 5분이라도 늦으면 우리 손해라고! 알잖아… 미네랄 소모되는 거.”
“어. 그치. 근데 그게 왜?”
“오빠가 파티장이잖아! 던전 클리어 파티가 입장할 땐 파티장이 신청서 접수해야 한다고! 빨리 가. 얼른!”
“…….”
응? 이상타?
내가 좀 전에 생각한 게… 아, 아닌가?
* * *
던전 안으로 들어왔다.
계획한대로 약간의 어지러움이 가시자마자 난 세이프티 존 경계까지 빠르게 걸어가며 소리쳤다.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인벤토리에 있는 각성자 부츠와 장갑, 망토를 인지하자, 다리와 손등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각성자 쇼핑몰에서 구매한 마법물품들이 나타났다.
민첩과 힘을 올려주고, 망토로 방어를… 음… 약간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
세이프티 존 경계에 이르자 난 프롤브를 소환했다.
“프롤브 전체 소환.”
[띠링! 프롤브 51개체를 소환합니다.]세이프티 존 앞에서 수십의 프롤브가 하얀빛과 함께 나타나자 뒤에서 누군가의 놀란 헛소리가 얼핏 들린다.
내가 세이프티 존 경계를 벗어나자 수십의 프롤브가 내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한다. 소환 했을때의 첫 증상이다.
그 중 프롤브 한 마리를 집어 더듬이에 손을 가져간 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 앞 3m 지점을 응시하며 외쳤다.
“수정체 생성!”
그러자 내 앞의 프롤브가 그리로 기어가더니 놈의 몸통이 파란빛으로 물들었다.
‘푸… 치…치직’
번개 같은 빛줄기들이 바닥에서 솟구쳐 2m 크기의 수정체가 완성되었다.
[띠링! 수정체 1개가 생성되었습니다. 보유 아트팩트 총량이 증가합니다.] [띠링!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띠링! 소환 능력치가 증가합니다.]“게이트웨이 생성!”
[띠링! 게이트웨이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미네랄 조각 30 소요됩니다.]“어!”
[띠링! 게이트웨이를 생성할 미네랄 조각이 부족합니다.]“응…? 왜?”
왜 미네랄 조각이 부족한 거… 이 멍청한 프롤브 새끼들!
“야! 너희들 왜 일 안 해? 얼른 가서 미네랄 캐 와!”
그제야 내 발 밑에 우글거리던 프롤브들이 저 둔덕 너머로 쫄래쫄래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은 꼭 명령을 내려야… 응?
저번에는 알아서 미네랄을 캐왔던 것 같은데… 이상타.
일단 프롤브가 미네랄 조각을 물고 오는 동안 수정체나 다 만들어 놓자.
“수정체 생성, 생성, 생성….”
어차피 수정체야 오전에 사무실에서 만들어 놓았으니, 던전 미네랄 조각을 소모하지 않는다. 물론 생성시킬 수 있는 수정체는 10개까지지만, 이 정도의 수정체 개수면 생성시킬 수 있는 줄럿의 숫자가… 크으음.
일단 뽑을 수 있을 때까지 뽑아 보지 뭐.
5분 정도 시간이 지나자 프롤브들이 자신의 머리통만한 미네랄 조각을 물고 내 쪽으로 쫄래쫄래 기어온다.
50마리의 프롤브들이 한 줄로 쭉 서서 내게 다가오는 이 장면도 꽤나 볼만하다.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띠링! 기갑 던전 10등급 미네랄 조각을 흡수하였습니다. 미네랄 조각 1이 증가합니다.]…….
아… 귀찮아.
알림이 한 번씩 울릴 때마다 귀찮아 죽겠다.
잠시 후 수십, 수 백 번의 알림이 울린 다음, 난 다시 한 번 게이트웨이를 생성시켰다.
“게이트웨이 생성!”
‘푸치…치직… 치지직.’
[띠링! 게이트웨이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미네랄 조각 30 소요됩니다.]“어!”
[띠링!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생산 가능한 유닛은 줄럿(개체당 미네랄 20 필요)입니다.]“오케이! 줄럿 생산!”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줄럿 1개체당 생산 속도는 3분.
한 게이트웨이에서 10개체 줄럿을 생산하려면 30분을 기다려야… 할 이유가 없지!
“게이트웨이 생성!”
[띠링! 게이트웨이를 생성하시겠습니까? 미네랄 조각 30 소요됩니다.]“당근! 게이트웨이 생성, 또 생성, 생성!”
[띠링!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생산 가능한 유닛은 줄럿(개체당 미네랄 20 필요)입니다.] [띠링!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생산 가능한 유닛은 줄럿(개체당 미네랄 20 필요)입니다.] [띠링! 게이트웨이가 생성되었습니다. 현재 생산 가능한 유닛은 줄럿(개체당 미네랄 20 필요)입니다.]…….
이제 마지막이다.
해당 게이트웨이를 쳐다보며 난 줄럿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줄럿 생산!”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너도 줄럿 생산!”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마찬가지. 줄럿 생산!”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잠시 후.
장관이다.
존나게 멋있다.
수십 개체의 줄럿들… 대충 80 개체는 될 것 같다.
신장 2m에 날카로운 건틀릿과 딱딱한 갑옷, 뾰족한 투구를 쓴 80개체 줄럿들이 오와 열을 맞추어 내 앞에 서 있다.
내 명령만을 기다리는 개새끼마냥 눈이 초롱초롱… 하지는 않고, 뻘건 눈동자가 멍~ 하다.
내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 얘들이 다가온다.
“오, 오빠!”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제는 이대로….”
“그렇지. 이제 마지막이다. 너희들은 미리 말한 대로 뒤에서 보조해. 괜히 앞으로 나섰다 다치지 말고.”
“알겠습니다. 형님.”
“줄럿한테 힐 줄게요.”
“파이어 마법으로 방어탑 먼저 부술께요.”
“난 줄럿을 상대로….”
옆에서 구경을 하던 길수와 한득, 지혜가 신났는지 얼른 대답했고, 미혜는 놀란 눈빛으로 나만 쳐다보고 있다.
지혜한테 이런 상황에 대해 미리 들었겠지만, 직접 눈으로 보는 건 처음이겠지.
크큼… 내가 생각해도 쫌… 멋있는 것 같다.
일단은 최대한 빠르게 던전을 클리어 해야 미네랄이 조금이라도 많아진다.
난 드디어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기갑 던전 내 넥서스와 건물, 모든 유닛들을 파괴해. 우선순위는 넥서스, 그 다음은 줄럿, 그 다음은 방어탑이다. 출발!”
내 명령을 들은 수십의 줄럿들이 마구잡이로 둔덕을 향해 달려간다.
저러다 뒤엉켜 넘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서로 비비적거리다가 잘도 뛰어간다.
나 역시 허약한 몸뚱이를 가지고 전력 질주… 하다가 숨이 막혀 걸었다.
걷다가 좀 괜찮아지면 다시 뛰었다.
아니, 괜찮아진 게 아니고 한득이가 나에게 힐을 주자, 존나 쌩쌩해졌다.
‘쿠워워… 쿠워~.’
‘콰과광… 콰앙….’
“불의 벽. 파이어 월!”
“전사의 분노! 3단 절단!”
“이데아 여신의 안배. 저들을 치유하라. 퍼스널 힐!”
‘쿠워워… 쿠아아….’
‘콰광… 콰아앙….’
…….
… 내가 잘못했다.
말실수했다.
아까 80개체의 줄럿들이 오와 열을 맞춰 내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장관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병신이다.
지금 이 장면이야 말로 장관 중의 장관, 대장관이다.
80개체의 줄럿들이 방어탑의 캐논포 공격과 주변에서 공격하는 줄럿들을 무시하고 넥서스가 있는 안쪽으로 무조건 뛰어갔다.
선착순처럼 달린 수십의 줄럿들은 미친 듯이 넥서스만 줄창 부셔대기 시작했다.
넥서스 밑에서 건틀릿으로 기둥을 부셔대는 놈, 중간으로 기어 올라가 건물 안을 무작정 찔러대는 놈, 꼭대기로 올라가 넥서스 수정체를 파괴하는 놈. 가지각색이다.
수십의 줄럿들이 달라붙자 순식간에 넥서스가 파괴되었고, 중간에 던전 줄럿들이 공격했지만, 무시하거나 그냥 당했다.
아직도 60개체가 넘게 남은 줄럿들은 넥서스가 파괴 되자마자, 자신의 동족(?)에게 날카로운 건틀릿을 겨눴다.
내가 게이트웨이에서 줄럿들을 많이 생산하긴 한 모양이다.
던전 줄럿 한 개체당 내가 생산한 사랑… 스럽진 않고, 멍한 줄럿들이 2~3개체씩 달라 붙었으니….
지혜의 파이어 마법과 길수의 대검이 게이트웨이를 부셔댔고, 중간에 마주친 힘없는 줄럿들의 머리를 갈랐으며, 한득은 그들에게 치유의 힐을 걸어줬다.
그리고 미혜는 여전히 내 옆에서 입을 벌린 채 침을 흘러대고 있다.
어어… 거리며 버벅대거나, 말도 안 돼! 세상에! 이럴 수가! 등등을 외치며….
담에는 반드시 인벤토리에 팝콘과 콜라, 간이 의자를 넣어서 가지고 와야겠다.
당연히 인벤토리에 들어가겠지?
잠시 후.
[띠링! 10등급 기갑 던전을 클리어하였습니다.]어리목 10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알림과 동시에 내가 만든 사랑스런… 멍한 줄럿들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사라졌다.
음… 담에는 적당히 생산해야겠다.
저 줄럿들 하나하나가 다 미네랄 조각… 조각이니까 괜찮으려나?
저쪽에서 지혜와 길수, 한득이가 고함을 치며 나에게 다가왔다.
“오빠! 진짜 빨라. 저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클리어 한 것 같아~ 대박!”
“혀, 형님! 저번보다도 더 빨리 클리어 했습니다. 진짜 빨라요.”
“진짜~ 죽입니다. 형님.”
“다들 수고했다. 넥서스 쪽으로 가보자.”
“네. 형님.”
“자! 가시죠.”
우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멍하니 클리어 상황을 바라보고만 있던 미혜가 허겁지겁 따라온다.
날 슥 지나치더니 지혜 팔짱을 끼고는 서로 쑥덕이기 시작했다.
가끔씩 날 쳐다보면서… 아, 아. 그 맘 다 알아.
하지만 난 유부남이란다. 그렇게 쳐다보지 말아 줄래?
미안하다 내가 유부남이라서… 응?
아니면 말고지. 왜 그런 눈빛으로….
지혜가 이상한 눈빛으로 내 위아래를 훑는다. 마치 먹이를 앞에 둔 암사자처럼… 그리고는 또다시 지들끼리 쑥떡이기 시작했다.
“대박! 또 대박! 저번 보다 더 대박!”
“우와~ 나 이렇게 미네랄 많은 건 던전 클리어 하면서 처음 본다.”
“그러게. 나도 마찬가지. 형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꺼 없다. 내가 직접 클리어 한 것도 아닌데 뭘. 일단 캐자. 내가 도와줄 수는 없지만….”
“하하… 형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른 캐고 정산한 후… 저번에 먹었던 소고기 집, 어떻습니까?”
“콜!”
“소고기 질려. 오늘은 회 먹을래.”
“그럼, 니 혼자 가서 많이 드세요. 아가씨.”
“하하하… 그래 그래라~.”
“칫!”
다들 서로 농담을 해가며 미네랄 덩어리를 캐기 시작했다.
이 미네랄을 다 캐면 아마도 아이템이 떨어졌나 주변을 훑을 꺼고….
그래서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