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3_1
1-3
“형님. 그래도 이 정도면 대박입니다.”
“맞습니다. 형님. 원래 10등급 던전 클리어 아이템 떨굴 확률 알고 계시잖아요.”
“그치. 알고 있지. 0.015% 인거. 그래도 저번에 비하면 이게….”
“오빠 너무 욕심 부리지 마. 그러다가 스크루지 영감처럼 변한다.”
“그 영감, 돈도 엄청 많고, 집도 넓고, 젊은 아가씨와 이런저런 것도 많이 해….”
“오빳~!”
내 농담이 썰렁했나?
맞는 말이잖아.
돈 많으면 집이 으리으리할 꺼고, 돈 많으면 늙었어도 젊은 여자와… 그렇니까 그게… 크으음.
여하튼 이번 어리목 10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에서 떨어진 아이템은 총 3개.
그래도 확률상으로 보면 어마어마한 거지.
0.015% 확률의 세 배가 아니고… 음?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여하튼,
‘불꽃의 정화(흡수가능)
출처: 기갑 던전(10등급), 등급: 10등급,
파이어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1.7% 상승(레벨에 따른 차별 가용)’
‘얼음의 정화(흡수가능)
출처: 기갑 던전(10등급), 등급: 10등급,
아이스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1.5% 상승(레벨에 따른 차별 가용)’
‘전사의 투지(흡수가능)
출처: 기갑 던전(10등급), 등급: 10등급,
전투계열(전사) 능력치 가용률: 1.4% 상승(레벨에 따른 차별 가용)’
이렇게 나왔다.
마법사 아이템 두개와 전사 아이템 하나.
아쉽지만 난 불꽃의 정화를 지혜 앞으로, 얼음의 정화는 미혜 앞으로, 전사의 투지는 길수 앞으로 내밀었다.
“알다시피 던전 클리어 후 자신의 특성에 맞지 않는 아이템 배분은 내 맘인거 알지? 세 개 밖에 안 나왔으니 맞는 직군에 따라 분배했다. 대신 아이템 받은 얘들은 미네랄 없어. 인정?”
“넵. 인정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형님.”
“옵빵. 최고~.”
“저… 제가 이걸 받아도 될런지… 요? 오늘은 제가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미혜, 너는 우리 파티 아냐? 맘 바뀌기 전에 얼른 흡수해라. 저번에 지혜가 너 아이스 특성이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몰랐잖아….”
“… 네. 저, 정말 고마워요. 오, 오빠~.”
“야! 왜 니가 울 오빠한테 그런 이상한 애교를 부리는 건데! 그건 나만 하는 거란 말이야!”
그냥 둘 다 하지 말자.
진짜로… 아, 아니 가끔씩은 괜찮을지도… 큼큼.
이제 넥서스 주변에서 캔 미네랄 덩어리를 분배하려고 하는데, 아이템을 받지 못한 한득이가 한마디 한다.
“전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당분간은 미네랄 형님 다 드리겠습니다. 다음 던전 클리어 때까진 아이템 값은 해야죠.”
“됐다. 받어.”
“아닙니다. 형님이 주신 아이템은 진짜 비싼 거라니까요.”
“알고 있거든? 좋은 말 할 때 받아라. 어차피 니 몫이잖아. 일단 받고 너, 넘기던가. 크큼….”
“…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 어리목 10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보상, 확실히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건 저번에 주신 아이템 값 대신한 미네랄입니다.”
“그, 그래.”
눈 가리고 아웅이지만, 계산은 확실히… 해야겠지?
그래야 서로서로 좋은 거다. 그게 돈이 됐든, 아이템이든, 미네랄 덩어리든.
지혜와 미혜, 길수가 던전을 나오기 전까지 자신들이 흡수한 아이템을 소화(?)시키는 시간을 가졌고, 난 한득이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봤는데….
올해는 10등급 던전 클리어 신청이 모두 끝났단다.
즉 신청하지 못 한, 승인이 나지 않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다른 각성자들이 미리 선점한 던전은 클리어 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지원 파티’는 기존에 한득이가 신청해 놓은 기갑 던전 두 곳을 그대로 클리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난 마지막으로 인벤토리에서 미네랄 덩어리 하나를 꺼내 길수에게 조각내 달라고 한 후 흡수 가능한 미네랄 조각들을 전부 흡수한 다음 던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오늘은 던전 클리어 보상은 대박이다.
던전 내 미네랄은 전부 내가 가졌으니….
어리목 던전을 나온 후 우린 두 대의 차량으로 저번에 갔었던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각성자 쇼핑몰에 들려 환전과 쇼핑을 마친 후 소고기 전문점으로 향했다.
미네랄 총량 32.873kg.
어리목 10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로 받은 미네랄 양이다.
저번보다 10kg 넘게 더 많은 미네랄을 캘 수 있었고, 세금과 수수료를 제하고도 1억 조금 넘는 금액이 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통장에 이렇게 많은 돈이 있었던 적이 있던가?
물론 던전 내에서 얻은 아이템까지 판매했다면, 공헌도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받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게 일괄적으로 정산하게 되면 굳이 지혜와 길수, 한득, 그리고 이번에 새로 들어온 미혜와 같이 공식 파티를 맺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클리어 계획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나보다 공헌도가 많을 순 없으니….
그렇게 되면 내가 아이템이나 미네랄을 거의 독식하게 되는데, 어떤 각성자가 내가 혼자 독식하는 걸 보고만 있을까?
그렇다고 나 혼자 10등급 던전에 들어갈 수도 없다.
10등급 던전 클리어 입장은 무조건 각성자 4인 이상이기 때문이다.
솔플도 안되고 내가 어디 가서 각성자 3명을 더 구할 수도 없고.
능력치 4인 10등급, 1레벨 각성자가 클리어 멤버를 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렇게 조금씩 양보하며 던전 클리어 하는 게 좋다.
괜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머지않아 제주지역에 나에 대한 소문이 조금이라도 나게 되면 날 찾아오는 각성자들이 생길 것이고, 그때 가서 파티원에 대한 능력을 다시 고민해도 될 것이다.
지금이야 이들도 내가 소환한 프롤브에서 수정체, 게이트웨이 그리고 줄럿들을 생산한 걸 직접 봤으니 파티원으로 끼워준 것이지, 이걸 어디 가서 말한다고 믿을 각성자도 없을 꺼고, 내가 직접 여기저기 소문내는 것도 이상하다.
더군다나 10등급 1레벨에 능력치는 겨우 4.
물론 지금은 소환 능력치가 51이지만, 일단은 신규로 각성자 능력 시험을 볼 때까지는… 응?
자, 잠시만!
소환 능력치가 51?
그럼 9등급?!
“모두… 잠깐! 스톱! 저스트 뭐 먼!”
저번처럼 선홍빛이 선명한 꽃등심을 처묵처묵하던 이들이 갑작스런 외침에 다들 날 쳐다본다.
“오빠 갑자기 왜?”
“지혜 너 레벨하고 특성 능력치 어떻게 되냐?”
“… 치! 그거 실례되는 질문이라는 건 알고 있지?”
“물론. 그래도 파티장인데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당연히가 아니거든요~ 파티마다 달라. 그냥 직군하고 레벨만 물어보지 능력치까지 물어보지 않거든요~.”
“전 레벨 5에 능력치 37입니다. 레벨 업하기까지 대략 20% 정도 남았구요.”
“저도 레벨 5에 능력치는 35, 레벨 업까지 7.5% 남았습니다.”
“저, 저도 레벨 5에 능력치 33… 레벨업까지 35% 남아….”
날 쳐다보던 한득과 길수, 미혜가 먼저 대답한다.
“치… 나도 레벨 5에 능력치 34, 레벨업까지 12%, 됐어? 근데 이게 왜?”
“잠시… 레벨 5 또는 능력치 30까지가 10등급 아냐? 너희들은 왜 지금도 10등급이야?”
“바보 오빠! 라이센스 갱신 1년에 두 번이잖아. 당연히 처음 측정 했을때보다는 많이 올랐지. 측정은 년 초에 한번만 했고, 요즘은 오빠 덕분에 꽤 오른 것도 있고….”
“… 그럼, 내년에는 다들 9등급 되는거야?”
“그렇게 되지 않을까? 다들 능력치 30이 넘었으니… 참! 오빠는? 아직도 능력치 4는 아니지?”
“51이다.”
내 말에 지혜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되물어본다.
아니 지혜뿐만 아니고 길수, 한득, 미혜도 대단히 놀란 눈치다.
“51? 저, 정말?”
“형님. 진짭니까?”
“축하드립니다. 형님. 근데 형님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을 걸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9등급이 능력치 30부터 60까지던가?”
“맞습니다. 형님. 조만간 8등급 되시겠습니다.”
“각성자 등급은 가능하면 올려서 라이센스 따지 마세요. 아시잖아요. 능력치 범위하고는 상관없는 거.”
“그치. 9등급 던전이라고 9등급 각성자가 안전하지는 않지.”
“네. 일단 내년 초에 지금 라이센스 갱신하시고 그 이후로는….”
한득이가 라이센스 갱신 관련해서 옆에서 조언을 해줬고, 난 그것을 꼼꼼히 기억하며 잘 모르는 부분은 물어봤다.
서로 돌아가며 건배 제의를 했고, 저번과는 다르게 어여쁜(?) 젊은 아가씨가 두 명이나 더 있으니, 분위기는 더욱 좋았다.
내년에는 다들 각성자 9등급으로 갱신해서 레벨업… 응?
잠시만… 얘네들 레벨 업이 왜 퍼센트지?
난? 난 능력치뿐이고, 레벨 업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데?
설마 각성자 직군마다 다른가?
내 레벨은 현재 1.
그리고 레벨업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른다.
당연히 능력치, 가용률 따위는 나하곤 상관없다.
단지 소환 능력치가 내 기준일 뿐.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내가 아트팩터라서 그런 건가?
다른 아트팩터도 이런가?
어디서 나와 같은 직군을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심각해지자 분위기가 이상해졌는지 지혜가 한마디 한다.
“옵빵. 특성 관련 고민은 나중에… 일단은 밥 먹자~. 나중에 나한테 전화하면 같이 고민해 줄껭~ 어땡?”
얘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빵을 찾는다.
그래 지혜 말이 맞다.
일단은 이 좋은 분위기를 깨트릴 이유가 없지.
지금 고민해본다고 해서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 나중에 고민해 보마. 고맙다. 지혜야.”
“헤헤… 고마우면 나중에 따로….”
“됐다.”
“치~.”
분명히 말하는데 나… 유부남이다.
8살 된 아들도 있다고!
자꾸 이러면 나 잡혀간다.
도대체가 왜 이렇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건데?
난 겉으로 시크한 척, 속으로 중얼거렸다.
* * *
3개월 후.
시내 여기저기 연말 분위기가 나기 시작한다.
대형 크리스마스트리와 예쁜 조명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고, 캐롤송이 거리에 울려 퍼진다.
그동안 난 10등급 기갑 던전을 두 번 입장했고,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클리어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기갑 던전 클리어 후 나온 아이템은 고작 1개.
더군다나 인벤토리 능력치를 올려주는 이데아 주머니였다.
점차 아이템 드랍 확률이 낮아지는 게 뭔가 이상하다.
처음 던전 클리어 때는 11개의 아이템이 나왔었는데….
음… 무슨 차이지?
이데아 주머니는 내가 흡수 가능한 아이템이었기에 당연히 내가 흡수했고, 두 번의 클리어 보상 미네랄까지 독식했다.
기존의 아이템 값이라고 그들이 양보한 덕에 난 내가 진 빚을 다 청산 할 수 있었고, 그러고도 통장에는 2억이 넘는 돈이 남아 있었다.
기존 통장에서 신규로 발급 받은 타 은행 통장에 2억을 이체시키고 통장과 도장, 체크카드, 인터넷 뱅킹 보안카드를 챙겨 들고 약속된 일식집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결혼기념일.
9년 전, 첫 눈이 내릴 때 우린 결혼했다.
결혼기념일 선물 삼아 드디어 오늘, 그 동안 모은 돈을 공개하는 날이다.
와이프한테….
“어서오세요.”
“한지원입니다. 오늘 성인 두 명, 애 한명 예약했는데요.”
“아… 이쪽으로 오세요.”
홀을 가로질러 방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4인용 테이블에 좌식 의자가 놓여 있었고, 기본 식기류가 셋팅되어 있었다.
“A 코스 2인분요. 순한 소주 하나하고 사이다도 하나 주세요.”
“네. 일행분 오시면 준비할까요?”
“아뇨. 지금 주세요.”
“네.”
이곳은 가끔 와이프와 들리는 연동 사거리에 위치한 고급 일식집이다.
뭐 언제나 초밥 2인분에 알탕 하나 시켜먹었지, 지금처럼 코스요리는 처음이다.
A 코스는 1인당 15만 원.
2인분이니 밥값만 30만 원이다. 거기에 술까지 합치면….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월급 받고 일주일이 지나면 형들에게 돈 빌리기 바빴는데, 지금은 별로 부담이 안된다.
난 테이블 옆에 내려놓은 도장이 들어있는 통장을 바라봤다.
보고 있어도 왠지 배가 부르는 느낌이다.
메인 코스가 나오기 전, 각종 해산물과 전복, 해삼, 멍게, 소라 등 차가운 음식이 화려하게 나올 때 쯤 와이프와 아들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빠~.”
“어야. 내 새끼!”
“어? 코스 시켠?”
“응.”
“안 비싸?”
“쪼금.”
“계산할 거지?”
“응.”
오늘 카똑으로 저녁 먹자고 약속 할 때까지만 해도 와이프는 별말 없었다.
내가 기념일을 잊어먹지 않았구나 하는 정도?
하지만 와이프가 좋아하는 회에 평상시 먹어보지 못한 각종의 음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아들부터 이것저것 구경하고 먹느라 약간은 시끄러웠고 말이 많았다.
난 소주잔, 와이프와 아들은 내가 따라준 사이다 잔으로 건배를 하고, 서로 기념일을 축하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자… 이거. 한번 봐봐.”
내가 옆에 놓였던 통장을 건네주자 와이프 눈이 갑자기 초롱초롱해지더니 약간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이, 이게 뭐?”
“뭐긴. 통장이지. 통장 안에 과연… 뭐가 있을까?”
“왜, 왠 통장. 돈 들언?”
“봐봐.”
와이프가 조심스럽게 통장을 꺼내들더니 내용물(?)을 살폈다.
“이, 이… 억? 이, 이게 도대체 무슨 돈이야! 나쁜 짓 한 거 아냐!”
도대체가 한 이불 덮고 잔 지… 는 꽤 됐고, 날 도대체 어떻게 보길래….
“저번에 나 각성한 거 알지?”
“가, 각성? 그, 그럼…?”
“그 이후에 10등급 기갑 던전 몇 차례 클리어 했어. 운이 좋은지 젊은 각성자들 만나서 클리어 할 수 있었는데….”
난 말을 다 잊지 못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와이프가 갑자기 나에게 다가오더니 근 4년? 5년? 6년이나 지났나? ….
딥 키스를 날려댔기 때문이다.
잠시 후.
와이프가 감정을 추스리고 자리로 돌아가자 난 생각하고 있던 계획을 말했다.
“일단 외도 근처에 빌라 큰 평수로 알아봐봐. 금액 모자라면 내년 초에 잔금 준다고 하고… 얼마가 될 진 모르지만 대충 1억 정도는 던전 클리어 두 번 정도면….”
또 끝까지 말을 잊지 못했다.
다시 덮쳐드는 와이프 때문에… 근데, 와이프 눈에 눈물이 흐른다.
미안하다.
못난 남편 만나 지금까지 고생한 거….
앞으로는 잘해 줄께….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때 이상한 알림이 내 뒤통수를 후려친다.
[띠링! 와이프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집을 마련할 기회에 너무나 기뻐합니다. 축적된 가용률로 레벨 1 상승합니다. 개인 능력치 10 이 부여됩니다.]와이프도 정신이 없겠지만, 나도 정신이 없다.
옆에서 아들이 엄마 울지마를 연발하고 있다.
일단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말하곤 밖으로 나와 담배 하나 빼어 물고 건물 뒤쪽으로 이동했다.
머리가 아프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처음 각성 계기는 낚시하러 갔다가 감성돔을 잡았을 때이고, 그 이후에 알림이 울린 건 아들 저녁 만들어 줄 때와 집 대청소를 했을 때, 그리고 오늘 와이프한테 집 사자고 돈을 줬을 때다.
이걸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그저 내가 좋거나 아들이 좋아하거나, 와이프가 감동했을… 음… 잠시만!
내가 저번에 29cm 감성돔 잡았을 때도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그때는 알림이 뜨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아들한테 이것저것 만들어 주고, 집 대청소를 몇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 처음?
뭔가를 했을 때, 가장 처음으로 해야 하는 무엇?
음… 뭔가 대충 알 것 같기도 하다. 대충은….
그건 그렇고 일단,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2)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1, 지구력: 1, 힘: 2, 체력: 1, 지능: 2, 행운: 1,
인벤토리: 3/9(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수정체: 0/10,
건물: 5(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개인 보유 능력치: 10(분배 가능),
소환 대상 능력치: 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8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역시 레벨 1 이 올라가 있고, 개인 보유 능력치라는 특성이 새로 생겼다.
그리고 건물 특성 중 드라칸 코어라는 신규 건물이 새로 생성됐다.
드라칸 코어면 게이트웨이에서 드라칸을 생산할 수 있단 말이겠지?
역시나 기갑 던전 등급 구분 테크트리가 똑같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지 모르지만… 아트팩터들은 다 이런 건가?
당연히 아닐 것 같은데….
음… 그리고 개인 능력치라….
이건 혹시!
“민첩 1 증가!”
난 개인 보유 능력치를 인지하며 민첩 1을 올리고자….
[띠링! 개인 보유 능력치(10)를 민첩(1)에 분배 하시겠습니까?]“역시! … 그래.”
[띠링! 민첩(2)이 증가합니다. 개인 보유 능력치(9)가 남았습니다.]음… 생각대로 된다.
근데 이런 증상과 특성 배분은 어디서 봤더라? 인터넷인가?
일단 민첩과 체력, 힘, 지구력, 행운에 골고루 능력치 2를 분배했다.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2)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39, 신장/체중: 176cm/84kg,
민첩: 3, 지구력: 3, 힘: 4, 체력: 3, 지능: 2, 행운: 3,
인벤토리: 3/9(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수정체: 0/10,
건물: 5(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개인 보유 능력치: 0,
소환 대상 능력치: 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8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일단 이 상태로 다시 한 번 더 던전에 들어가서 테스트를 해봐야… 응?
‘우웅… 우우웅….’
와이프다.
내가 화장실 갔다 온다고 한지 얼마나 됐다고… 10분 넘게 걸렸구나.
상태창 확인은 나중에 하고 일단 오늘은 와이프를 기쁘게 해줘야… 크음.
생각을 접고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가 보니 와이프가 아들하고 신나게 떠들면서 이것저것 먹고 있었다.
“자기~ 무슨 볼일을 그렇게 오래 봐? 담배 피고 완?”
“응? 응.”
평상시 날 부르는, 명칭하는, 지적하는, 가리키는 말투가 아니라, 뭔가를 입에 넣은 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런 소리.
연예할 때 서로 애칭을 부르던 그런 톤과 표정.
뭔가 심상찮다.
“자기~ 오늘 밤 기대해도 좋아~.”
“…….”
난 옆에 있던 순한 소주를 잔에 따라 원샷 했다.
와이프가 갑자기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아들을 재우자마자 내가 누워 있는 거실로 와이프가 나오더니, 슬며시 내 쪽으로… 크, 크으으음!
다음날 아침.
‘톡톡… 토토톡….’
‘부글부글….’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며, 누군가가 도마 위에서 칼질을… 응?
허….
세상에 이럴 수가!
신혼 생활 끝으로 끊었던, 하지 않던, 마음이 떠난, 손도 되지 않던 와이프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자기~ 일어났어? 얼른 씻고 언제까지 다닐지는 모르지만 출근은 해야지? 팀장이 책임 없게 막 그만두고 그러면 안 돼.”
와이프의 이런 모습, 정말 오래간만… 이기는커녕,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난다.
그리고 지금 말한 내용은 내 귀에 이렇게 들린다.
‘일어났으면 각성했다고 회사 그만두지 말고 출근해서 돈 더 벌어와!’
왜 나에겐 이렇게 들리는 건지… 아, 아니다. 의심하지 말자.
지난밤에 그토록 열심히… 크아악!
아침을 뜨는 둥 마는 둥 하고, 다른 날보다 아주 일찍… 사무실로 출근했다.
프로젝트 관리와 인력관리, 산출물 체크, 이슈사항 등을 파악하며 한창 업무를 보는데,
‘우웅… 우우웅….’
어? 장모님이다.
“넵. 지원입니다. 어머님.”
“… 한 서방. 고맙네. 그리고 각성자 됐다며? 축하하네. 위험한 일은 가급적 하지 말고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
‘우웅… 우우웅….’
어머니다.
“예.”
“아들! 각성 했다며! 왜 말 안했니? 이번에 집 살 거? 엄마가 돈 안 보태줘도 돼?”
…….
‘우웅… 우우웅….’
막내 삼촌이다.
OO대학교 교수로 계시는….
“네. 지원입….”
“어이~ 축하한다. 이번에 각성했다고? 그럼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만두려고? 그치 니 나이가 얼만데 평생직장 개념 없는 곳을 붙들고 있어 봤자….”
…….
‘우웅… 우우웅….’
셋째 삼촌이다.
OO청 OO과 과장으로 계시는….
미팅 중이라고,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자동 수신 거부 문자를 날린 후 막바로 와이프한테 카똑을 날렸다.
‘나 각성한 거 장모님한테 말했어?’
‘ㅇㅇ. 집 알아보는 것도. 잘했지? [이모티콘]’
‘각성한지가 근 5개월이 다 되가는데… 이제야 말한 건 좀….’
‘능력치 4였잖아. 지금은 아니지? ♡’
‘ㅇㅇ. 그런데… 아니다. 오늘 늦을지도….’
‘ㅇㅇ. 고생해~ [이모티콘]’
평상시 거의 쓰지 않던, 거의 처음 보는 귀여운 이모티콘이 카똑에서 굴러다닌다.
아마 내년 신정이나 구정 때가 되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친인척분들에게 어떻게 소문이 퍼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젠장….
어수선한 상황을 정리하고 한득에게 전화한 후 시간되면 사무실에 들리라고 했다.
올해 10등급 던전은 더 이상 들어가지 못하니, 내년 초에 각성자 라이센스를 갱신한 후 9등급 던전을 클리어 해 볼 심산이다.
어차피 파티 멤버 전원이 9등급으로 라이센스 갱신 될 꺼고, 10등급 던전은 클리어 신청하기에 경쟁이 너무나 까다롭다.
아마도 제주도내 각성자들이 대부분 10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려고 하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지도….
도대체 육지에 있는 5, 6등급 던전은 어떻게 운영 하는 거야?
하긴 도내 인구가 얼만데, 육지하고 비교 하는 게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근데 잠시만!
제주도에 9등급 던전이 몇 개… 있더라?
“하… 하나뿐이냐?”
“예. 아시다시피 한림에 있는 바이오 던전이 9등급이죠. 그리고….”
“성판악의 기갑 던전이 8등급이지.”
“네.”
“어떻게 할까?”
내 질문에 한득이가 미리 계획을 세워놨는지 거침없이 대답했다.
“일단… 우선적으로 한림 바이오 던전 1개월에 한 번씩 신청하고요, 중간 중간 10등급 넣고, 능력치하고 레벨 올라가는 걸 보고 8등급 기갑 던전에 도전할지를 결정 하는 게 어떨까요?”
“일단 정기적으로 돌고, 나머지는 10등급에서 보충, 그리고 보면서 8등급?”
“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대충 개인당 10억 정도는 떨어지지 않을까요?”
“9등급 포함해서지?”
“네. 그리고 형님. 9등급부터는 세이프티 존 없습니다. 알고 계시죠?”
“어.”
“그러면 먼저 줄럿 생산할 때까지 던전 유닛 공격에 방어를 우선 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저희들이 형님을 보호해 드릴 수는 있습니다만, 그러자면 일단 방어탑부터 만들고 건물로 방어하기 쉽게 공격 루트에서….”
역시나 생각이 깊은 한득이다.
나 못지않게 9등급 던전 공략을 미리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생각 해논게 있다. 보여줄 것도 있고… 여하튼 나중에 확인하고. 그건 그렇고… 올해 가기 전에 한번 뭉쳐야지?”
“하하… 넵. 얘들한테 물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어야~.”
한득과 짧은 만남을 그렇게 마쳤다.
9등급 던전… 가스가 있으렸다?
그리고 내겐 새로운 건물 특성, 드라칸 코어가… 크큼.
* * *
정신없던 연말이 지나갔다.
여기저기서 송년회겸 망년회, 회식자리가 줄을 이었고, 어머니가 하도 전화를 해와서 부모님 댁에서도 저녁 한끼 먹었다.
물론 삼촌들과 숙모들, 내 아들보다 어린 사촌까지 모였었는데, 연신 웃음을 터트리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용돈 좀 넉넉하게 넣어드려야겠다.
뭔 술자리가 하루건너 한번씩 잡혔는데, 그때마다 와이프는 아침에 콩나물 해장국이나 북어 해장국을 끓어줬지만, 맛은 그다지… 아, 아니다. 성의가 중요한 거다. 성의가!
한 해가 저물고 새로운 새해가 시작되었고, 내 나이 마흔이 됐다.
와이프도 한살 더 먹었고, 아들은 국민학교… 아니,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새로운 집은 기존에 살던 사옥에서 비교적 가까운… 대략 80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새로 지은 주상복합형 다세다 빌라인데 평수가 33평형, 2억 8천을 주고 샀다.
제주도내 부동산은 육지와 비교하면 천차만별까지는 아니고….
좀 싸다.
요즘은 중국인들과 해외, 도 내외 큰 손들 때문에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오르고 있다고 하는데… 나하고는 상관없고….
아, 앞으로는 있으려나?
내가 살던 사옥은 아끼는 사무실 후배 녀석에게 밀어줬는데 사장님이 흔쾌히 허락했고, 새로 이사한 모자란 집값은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이 처리 되었다.
새 집 명의는 반반이다.
공동명의.
분명 내 통장에서 돈이 나갔을 텐데… 크으흑!
기존의 낡고 용량이 적은 냉장고 대신 양문형 냉장고가 부엌에 똭 하니 자릴 잡고 있고, 처음 보는 소파와 거실장, 흔들의자와 식탁, 아들 방에는 어린이용 2층 침대(왜 2층인지는 안 물어봤다)와 책상과 책장, 그리고 내 방은… 뭐 예전과 똑같다.
벽지 색깔만 다를 뿐.
와이프가 어디서 얼마 도와줬고, 어디서 얼마… 자신이 다니던 직장(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난생 처음 받았다고 하며, 집을 사고 이사하는데 총 얼마 들었는지 살짝 얘기하는데….
음… 열심히 던전 클리어 해야겠다.
어떻게 해서 빚을 다 갚았는데 왜 또다시 여기저기 빚이 생겨나는 건지….
새해 떡국을 처묵처묵하고 며칠이 지난 첫째 주 주말, 한득이와 제주지부 각성자 협회에 들려 라이센스 갱신을 마쳤다.
나와 한득이를 마지막으로 ‘지원 파티’ 멤버 모두가 9등급 라이센스를 취득했고, 제주에 있는 파티 중 모든 멤버가 9등급인 파티는 몇 개 없다는 말을 듣고는 어깨에 힘이 똭 들어간다.
* * *
1월 마지막 주 토요일.
새해부터 시작된 던전 클리어 신청은 일찌감치 끝이 났고, 새로운 던전이 생겨나지 않는 이상 이대로 유지될 것이다.
아마도 사건 사고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됐다. 부정 탈라.
그리고 오늘, 드디어 한림에 있는 9등급 바이오 던전에 입장하는 날이다.
한득이 차를 얻어 타고 한림 체육관 옆에 있는 던전 주차장에 들어서자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얘들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