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4_2
뭐 그러든가 말든가. 집 안 일이겠지.
성가신 존재가 사라졌으니, 이제 던전 클리어 보상은 우리 파티가 독식할 수 있을 것… 아차!
짱쎈 파티는?
응? 쟤네들 뭐 하는 거냐?
한쪽 구석을 바라보니 존재감 없던 짱쎈 파티원들이 둥글게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논의하고 있었다. 가끔씩 날 흘낏거리며.
왜?
내가 쫌 하지? 크큼.
잠시 후.
던전 클리어 보상 나머지 미네랄까지 싹싹 다 캔 후 성체 타워 근처를 중심으로 바닥을 샅샅이 훑어봤지만, 유닛이 떨군 아이템은 발견할 수 없었다.
8등급이라서 내심 기대했었는데, 드랍 확률이 극악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실감났다.
아쉬운 맘을 접고 던전을 나와 관리소에 클리어 신고를 하고, 근처의 사우나로 향해 몸을 씻은 후 인근 유명하다는 조개구이 집으로 모였다.
주문을 마치고 밑반찬이 나오자 소맥을 만들어 건배를 한 후에야 한득이가 던전에 있었던 일들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형님. 이번 해운대 8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보상은 미네랄 총량 160kg 정도….”
“와~ 그러면 9등급의 몇 배야?”
“설마 했는데, 던전 클리어에 한번에 160kg면, 도대체가….”
“대박이네요.”
미네랄이 160kg면, 그중 내 몫이 40%인 64kg, 대충 2억 2천만 원가량이다.
나머지 60%를 한득, 길수, 지혜, 미혜가 나누어 가지니 얘네들도 대충 8천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렸다.
뭐 던전 보상에서 1~2% 정도 파티 운영에 필요한 공금을 제외하더라도 1박2일, 2박3일 정도의 출장 수당으로 이 정도면 대박이다.
아! 아닌가?
우리 파티가 이번 8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보상을 독식했으니 이 정도 금액이고, 만약 아리아 파티, 짱쎈 파티와 같이 클리어했거나, 공헌도, 던전 입장 수에 따라 보상을 분배했다면?
이런저런 생각에 한득을 쳐다보자 날 보고 있었는지 눈이 마주쳤다.
“형님도 느끼셨겠지만, 8등급 던전 클리어를 목표로 삼는다면 파티 인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짱쎈 파티 파티원 6명 전원, 길수 사촌동생 양기수가 저희 파티에 들어오고 싶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난 반대야.”
“나도.”
지혜와 미혜가 먼저 반대를 들고 나왔다.
“우리 인원 수로는 앞으로 8등급 던전 입장 신청할 때 오늘 같은 일이 자주 생길 것 같은데? 봤잖아. 처음에 형님 직군 밝히자마자 무시하는 분위기. 앞으로도 계속 이럴 텐데 차라리 파티 인원을 15명 이상으로 늘리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야 나중에 던전 클리어 보상 문제도 깔끔할 것 같고, 던전 입장 인원 수 때문에 일정 조율하는 문제도 해결 될 테니.”
“… 그, 그래도.”
“맞는 말 같긴 한데, 왠지 그년들, 맘에 안 들던데… 그리고 오빠는 왜 직군이 아트팩턴데? 소환사 아냐? 측정 잘못된 것 같은데.”
“그건 내가 정하는 게 아니잖아. 각성자 협회에 물어보렴.”
“치.”
길수가 한득이 말하는 바를 알아차렸는지 짱쎈 파티를 팀으로 받아 들였을 때의 장점을 설명했고, 지혜는 내 직군에 시비를 건다.
지혜와 미혜가 반대하는 이유는 딱 하나.
대충 느낌이 왔다.
짱쎈 파티 마법사와 힐러 3명이 전부 여성이었는데, 그중 한명이 유독 예뻤다.
아주. 아마도 그것 때문이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은희? 은지?
키가 대충 160대 후반에 완전 S 라인 같던데, 거기다가 가슴이 C컵 가까이 보였고, 힙도 아주… 어떻게 아냐고?
와이프와 비교하면… 크큼.
“오빠도 고민되지? 그냥 우리끼리 던전 클리어하는 게 좋지 않아? 괜히 이상한 얘들 들였다가 팀 분위기 망치면, 부상당할 위험도 있고….”
“7명 다 받아도 총 12명밖에 안되잖아. 15명 어떻게 모으려고?”
난 지혜 말을 무시하고 한득에게 다시 물었다.
“나머지 3명 정도야 내려가서 모집 공고 내면 될 겁니다. 제주에서 8등급 던전 클리어하는 파티나 개인, 거의 없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그렇게 진행 하는 걸로 하지.”
“알겠습니다.”
“난 반대라니까!”
“저, 저두요.”
내가 찬성하는 말을 하자 지혜와 미혜가 다시 언성을 높인다.
그러든가 말든가 난 찬성했다.
“기각!”
“…….”
“하하하… 형님, 한 잔 하시죠.”
“그래. 한 잔 따라봐라.”
“치~ 오빠, 나도 같이 건배해.”
“어야. 미혜도, 길수도 잔 들어라. 오늘 8등급 바이오 던전 무사히 클리어한 거 축하할 겸 건배하자. 다들 수고했다.”
“네. 형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오빠. 고생 했어~.”
한득이가 건배 제안을 했고, 길수와 미혜, 지혜도 잔을 들었다.
여자얘들도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당연히 그들의 필요성을 느꼈을 거다.
언제까지 9등급이나 10등급 던전을 클리어할 게 아니라면.
혹시 지들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이를 보니 질투나 경계심을 가지는 걸까?
모르겠다.
우린 그렇게 자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한득이가 예약해놓은 숙소로 이동했다.
그런데,
“모텔이네?”
“모텔이야.”
“러브텔인데?”
“이게 뭐냐?”
“저… 그게 주변 호텔들이 예약이 다 꽉 차서, 부득이하게….”
한득이가 애처로운 표정으로 파티원들에게 설명한다.
택시에서 내려 숙소 앞에 도착하자마자 화려한 조명과 반짝거리는 불빛이 주변에 가득하다.
모텔촌?
러브텔 밀집 구역? 뭐 그런 건가?
이런 데를 와 본적이 없으니 정확하게 뭐하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뭔가 약간, 조금, 심장이 두근거린다.
분위기가 이상타.
와이프와 예전 20대 초반에 가끔씩 들렸던 여관과는 외양적으로, 질적으로 분명 다를 것… 크큼.
“옵빵~ 난 여기도 괜찮아.”
“저, 저도요.”
지혜의 선창에 미혜가 받는다.
“한득아. 나 잠시 볼까?”
“네, 넵.”
지혜와 미혜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걸 무시하고, 난 한득이 어깨에 손을 올린 후 뒤돌아섰다.
설마 한득이가 일부러 이런 곳을 잡은 걸까?
왜?
이러니저러니 해도 일단 예약한 숙소.
한득이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에 다른 숙소 알아본다고 이리저리 전화하거나, 이동하는 건 귀찮다.
그래도 센스 있게 한명씩 각각 따로 방을 예약한 덕에 불편한 점은 없었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근처의 OO업소 탐방을 위해 밖으로 나가려는데, 언제 시켰는지 모를 치킨과 족발을 들고 쳐들어 온 지혜와 미혜에게 잡혔다.
내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미혜가 야식 먹을 준비를 하고, 지혜는 한득과 길수를 불러 모았다.
조개구이 집에 이어 2차를 하자는 것인데, 난 지금 막중한 사명감을 가진….
“오빠. 어디 나가려고? 이 시간에? 혹시 이상한 데 가려고 하는 건 아니지?”
“…….”
얘 각성자 안 됐어도 굶어죽진 않겠다.
시장에 나가 돗자리 깔아도 충분히 먹고 살겠다.
“진짜 그런데 가려고 한 거야? 왜 아무 말 안하는 건데?”
“…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리. 됐다. 그건 그렇고 여긴 내 방인데?”
“내 방, 오빠 방, 그런 게 어딨어. 우리 사이에….”
도대체 우리 사이가 뭔데?
그리고 그 토끼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는 뭐고?
뭐 좋아. 오늘 던전 클리어도 무사히 했고, 비행기 타고 육지로 나왔으니 들뜬 기분은 이해는 해.
축하주가 모자라서 2차를 가든, 3차를 가든, 다 이해하겠다고. 그러니 딴 방 가서 하면 안 되겠니?
난 이 근처를 두루 살펴봐야할 막중하고, 소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니까!
그런데 코로 솔솔 들어오는 이 기막힌 냄새는, 치느님?
음… 일단 부산 지역 치느님을 영접하고 보자.
다음날.
장난으로 말했던 맛 집 탐방을 실제로 했다.
해운대와 가까운 관광지를 우선으로 둘러보기 시작했고, 언제 알아봤는지 맛있다고 소문난 집들을 우선으로 식사메뉴를 정했다.
늦은 아침을 먹고 해운대, 달맞이고개, 더베이101를 둘러보고, 늦은 점심과 동백섬, 부산 아쿠아리움을 다 둘러볼 예정이라는 지혜의 말에, 난 한득에게 항공권을 예약해달라고 했다.
내일은 해운대에서 해돋이를 보겠다는 지혜를 무시하고, 난 공항으로 향했다.
집에나 가야겠다.
귀찮다.
결국 저녁 늦게 다 같이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지혜의 입이 삐쭉이 솟아났다.
궁시렁 궁시렁.
그러든가 말든가.
난 집에 가서 잠이나 편히 자야겠다.
‘우우웅.’
카똑이다.
확인해 보니 와이픈데,
‘자기야~ 육지 간 거 입금된. 7,800. 사랑해♥♥’
응? 뭐가?
지금 이 내용이 뭘 뜻하는 건데?!
* * *
구정 연휴가 시작되었다.
연휴 첫날, 난 음식을 장만하러 아들과 어머님 댁으로 향했다.
내가 음식을 만드냐고.
어. 내가 만들어.
전부 다는 아니지만, 돼지고기, 소고기, 오징어 적과 명태전, 호박전, 옥돔, 동그랑땡, 햄을 부치고, 오징어, 고구마튀김은 내 담당이거든.
세 분의 숙모들 중 두 분은 내 아들보다 어린, 갓 태어난 애를 보느라 집중하기 힘들고, 와이프는 출근.
물론 와이프가 당직이 아니거나, 이번에 내 아들보다 어린 사촌동생이 태어나지 않았다면, 난 대부분 심부름이나 했겠지.
남동생과 같이.
여하튼, 아들 녀석을 데리고 점심도 먹을 겸 어머님 댁으로 향했지.
택시를 타고.
‘띠띠띠… 띠리리….’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게 웬일?
숙모 세 분이 벌써부터 집에 와 있었다.
평년에는 오후 2시가 지나야 오던 숙모들인데.
“어우~ 지원이 왔구나. 형님, 지원이 왔어요.”
“지원이 왔니? 점심 아직 안 먹었지? 차려줄까?”
“어서 오렴.”
얼씨구.
도대체 뭔 일이래?
작년, 재작년, 재재작년,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이 시간에 명절 음식 하는 숙모들을 보고 있자니,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왔어? 어이구~ 내 새끼. 준성이 이리 온. 할머니하고 뽀뽀해야지~.”
“할머니~.”
어머님이 베란다에서 과일바구니를 들고 나오시다가, 손주를 불러 얼굴을 비벼댄다.
그리고는 날 쳐다보는데 표정이 좀 이상하다.
뭔가 알듯 말 듯한 묘한 표정에, 입이 귀에 걸리기 전이다.
난 안방으로 들어가 아버님께 인사를 하고, 옷걸이에 외투를 벗어 걸었다.
어머님이 쫓아 오시더니 방문을 닫고 한마디 한다.
“지원아. 오늘 숙모들 몇 시에 온 줄 아니?”
“몇 시에 왔는데?”
“10시 반. 셋째가 제일 빠르더라.”
“허….”
컴퓨터 앞에서 인터넷 바둑을 두고 계시던 아버님도 한마디 하신다.
“것 봐. 아들 잘 나서 몸이 편하잖아. 내일 아침에 할 나물류 빼고는 다 하라고 해. 저게 언제까지 저럴지 모른다.”
“나도 대충 알고 있어요. 준성이하고 밥 아직 안 먹었지. 다 같이 점심 먹자. 족발 해 놨다.”
“응.”
외투를 벗고 방을 나가자 숙모들이 웃으며 점심을 같이 차린다.
평상시라면 와이프 언제 오냐고 시간 체크부터 했을 숙모들인데, 어찌 오늘은 관심이 없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씩 하며 본격적으로 음식 준비에 들어가려는데… 허… 진짜 세상에 이럴 수가다.
숙모들이 각성자 일 어떠냐고, 위험하지는 않냐고, 이번에 육지 갔다 오지 않았냐고, 피곤하지 않냐고, 그냥 쉬란다.
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할 테니 아들과 같이 놀아 주거나 아버님과 바둑이라도 두란다.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시던 아버님의 화통한 웃음소리가 거실에 울린다.
재밌는 개그 프로라도 하는 모양….
[띠링! 가족 구성원 만족도가 크게 올라 아버님과 어머님이 대단히 기뻐하십니다. 축적된 가용률로 레벨 1 상승합니다. 개인 능력치 10이 부여됩니다.]“… 허! 크큼.”
갑작스럽게 울린 알림에 얼굴이 벌게지고, 헛기침이 난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 피러 가는 척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주차장 한쪽 구석까지 펄쩍거리며 뛰어가면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러댔다.
레벨업에 대한 대략적인 기준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형식으로 레벨업이 될지는 몰랐다.
그냥 주변 상황에 맞게끔 행동할 뿐. 구석에 서서 진정을 하고, 담배 하나 빼어 물고 조심스럽게 외쳤다.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3)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40, 신장/체중: 177cm/81kg,
민첩: 3, 지구력: 3, 힘: 4,
체력: 3, 지능: 2, 행운: 3,
인벤토리: 6/9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줄럿(80), 드라칸(41), 미네랄(5.867kg)),
건물: 8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수정체: 0/30,
개인 보유 능력치: 10,
소환 대상 능력치: 1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160, 가스 조각(흡수): 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레벨이 1이 올라 3.
그리고 나머지 국적, 소속, 나이, 신장, 응?
뭔가 조금 이상타?
내 키가 176cm가 아니었나?
어? 몸무게도 3kg 정도 줄었다.
내가 운동을 꾸준히 했었나? 아닌데?
키가 클 나이도 아니고, 음… 예전 레벨 2로 레벨업할 때 부여한 개인 능력치 영향인가?
뭐 키가 크면 좋지. 180만 넘겨라.
루저 소리 안 듣게. 크큼.
인벤토리에 줄럿과 드라칸은 그대로고, 건물…?
“하하… 하하하! 랜드 코어 상태창!”
[띠링! 건물 랜드 코어 상태를 확인합니다. 구분: 건물, 명칭: 랜드 코어, 생산 가능 유닛: 셔틀(미네랄 조각 200, 가스 조각 50 필요)]셔틀, 셔틀이라.
그럼 앞으로 내가 셔틀 타고 날아다닐 수 있으려나?
아니면 유닛들만 태울 수 있는 걸까?
나중에 확인해봐야겠다. 그건 그렇고,
“발업 코어 상태창!”
[띠링! 건물 발업 코어 상태를 확인합니다. 구분: 건물, 명칭: 발업 코어, 업그레이드: 줄럿 이동 속도 +100%(미네랄 조각 150, 가스 조각 60 필요)]“이동 속도 100%라, 그럼 지금 속도보다 두 배나 빠르다는 말이잖아!
아주 좋아! 다음, 스타게이트 상태창!”
[띠링! 건물 스타게이트 상태를 확인합니다. 구분: 건물, 명칭: 스타게이트, 생산 가능 유닛: 스카웃(미네랄 조각 300, 가스 조각 200 필요)]“스카웃? 허… 이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마지막, 포스 상태창!”
[띠링! 건물 포스 상태를 확인합니다. 구분: 건물, 명칭: 포스, 업그레이드(1/3): 지상 유닛 공격력 +100%(미네랄 조각 200, 가스 조각 100 필요)]“공격력 100% 증가면 지금의 두 배! 그럼 줄럿 이동 속도 업그레이드 하고 공격력 업그레이드까지 하면, 허허… 허허허… 대, 대박이닷!”
난 주차장 구석에서 만세를 부르며, 고함을 질러댔다.
해운대 8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보상보다 1 레벨업그레이드가 나에게 더 많은 능력을 가져다줬다.
다른 건 모르겠고, 줄럿 이동 속도 업, 공격력 업, 각각 두 배씩 빨라지고 강해졌으니, 10등급 던전이나 9등급 던전은 소수의 묻지마 줄럿으로 초토화시킬 수 있을 거다.
이걸 빨리 테스트해봐야 할 텐데….
문제는 가스다.
건물을 생성시킬 때도 가스 조각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신규 건물에서 생산되는 유닛들과 업그레이드 비용에도 가스 조각이 엄청나게 필요 할 거다.
던전마다 다르겠지만, 9등급 던전 가스 매장량이야 가스 조각 60개 정도, 8등급이 130여개.
8등급 던전을 클리어한 후 가스를 다 털어도 드라칸 코어 생성에 가스가 50조각 필요하니, 지상 유닛 공격력 업그레이드조차 하지 못한다.
7등급에 도전해봐야 하나?
아니면, 흡수 가능한 가스 조각을 최대한 흡수한 뒤 다른 8등급 던전을 클리어하는 방식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하자, 난 담배 한 개비 다시 빼어 물고 생각에 잠겼다.
10여분 가까이 고민에 고민을 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이럴 때는 한득이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다.
녀석이 상황 정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한단 말이지. 크큼.
일단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는데, 볼일을 보고 뒤처리 하지 않은 것처럼 뭔가 이상하게 아쉽다.
뭐지?
내가 뭘 잊어버린… 아! 이 미친놈.
레벨이 오르면서 부여된 개인 보유 능력치를 분배 하지 않았다.
저번 레벨업에서는 민첩, 체력, 힘, 지구력, 행운에 골고루 분배했었지만, 던전 클리어에서 효과를 못 봤다.
내가 길수처럼 전사 계열이 아니고, 지혜와 미혜처럼 마력 특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 나서서 던전 유닛들과 칼싸움 할 것도, 멀리서 불덩어리나 얼음덩어리를 던져 댈 것도 아니다.
전사 계열과 전투 마법사, 힐러나 성직자 계열이 아닌 내 직군은 마법사 중 아트팩터다.
힘이나 체력, 민첩, 지구력에 능력치를 부여해봤자 말짱 도루묵.
그렇다면 지능하고 행운 특성밖에 없는데, 던전에서 던전 유닛과 대가리로 싸울 것도 아니니, 지능도 패스.
그럼 행운 특성 하나 남는데….
행운에 몰빵 할까?
행운 특성 능력치가 높으면 아이템 드랍 확률이 극악에서 헬로 변할 건가?
행운, 행운 특성이라… 난 다시 담배 하나를 빼어 물었다.
이러다가 폐암으로… 됐다. 재미없다.
결국 레벨업 하면서 부여된 개인 보유 능력치 10은 행운 특성에 몰빵했다.
능력치 13의 행운 특성. 조금이라도 아이템 드랍 확률이 높아지길 바라며, 집으로 들어갔다.
* * *
정신없던 구정 연휴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후 짱쎈 파티 전원과 길수의 사촌동생 양기수, 지원 파티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육지가 아닌 제주까지 내려와 미팅에 참여한 걸 보니, 다들 열의가 대단… 하기는!
내가 내려오라면 내려와야지 지들이 별수 있어?
지원 파티가 제주에 있고, 파티원들이 전부 제주에 살고 있는데, 아쉬운 놈들이 우물을 파야지.
서로 새해인사와 덕담을 주고받고, 얼굴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직군에 따른 소개 시간을 가졌다.
“… 마지막으로 이분이 저희 지원 파티 파티장이신, 한지원님입니다. 아시다시피 직군은 마법사 계열 중 아트팩터로, 던전 입장 시… 뭐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시니 생략토록 하겠습니다. 다음은 오늘 주 안건인 지원 파티 가입 승인에 따른 보상 제도와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현 지원 파티 내에서 던전 클리어 보상은 파티장 40%, 파티원 60% 비율로 보상이 책정되어 있으며, 이는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바와 같이 던전 클리어 공헌도에 따른 결과로 산출되었습니다. 앞으로도 특이사항이 없는 한 현재 비율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던전 내 드랍된 아이템의 경우, 파티원 중 해당 특성 각성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며, 그 우선권은 클리어 공헌도로 판단합니다. 만약 파티원 내에서 해당 특성이 없을 시 아이템은 경매를 통해서 판매하고, 판매된 금액은 일정 부분 파티 공금 사용과 파티원에게 각자 지급되며, 이는 1년 단위로 정산하여….”
역시 한득이가 나서서 상황을 주도한다.
정식으로 지원 파티 인원 수가 늘게 되면 사무실도 구하고, 사업자로 신고도 해야겠다.
지금이야 고작 5명이라 개인적으로 세금 정산 등을 하고 있었는데, 언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도 없고, 개인이 내는 세금과 사업자가 내는 세금이 다르니, 나중에 한득이와 사업자를 개인으로 낼지, 법인으로 낼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한득이와 내가 고심… 해서 만든 게 아닌, 협회에서 제공하는 일반적인 파티 가입 신청서를 보안한 지원 파티 가입신청서, 보안서약서, 던전 클리어 보상에 대한 동의서 등을 나누어 주고 날인토록 했다.
기존에 미리 협의가 되었기에 다들 아무 말 없이 날인하고 인감을 찍었다.
이제 이걸 협회에 제출하고 3명의 각성자를 더 모아 사업자 신고와 사무실을 내면, 8등급 던전 클리어는 수월하리라.
왜 던전 입장 최소 인원 수를 제한해서 이런 번잡한 일들을 만드는지… 는 핑계고, 이래야 각성자의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던전이 생겨난지 40년.
그동안 별의별 일들이 다 있었다.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는커녕, 던전 관리법이나 각성자 우대법 등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무작정 던전을 클리어 한다고 입장했던 각성자들의 인명 피해가 엄청났다.
미네랄이 석유와 천연가스를 대체하고, 그 부산물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우리 일상생활에 파고들 때가 되어서야, 각성자들을 위한 협회와 법률이 제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던전의 등급을 선정하고, 해당 등급에 따른 클리어 입장에 대한 최소 인원 산출, 던전 관리소 신설하기까지 무려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미네랄에서 파생되는 영향이 금과 함께 현금 대체 수단으로 자리 잡고 거래되면서, 각성자로 각성되는 일은 로또 1등에 연이어 당첨되는 일보다 더 큰 축복이 되었다.
전사, 마법사, 힐러, 성직자 계열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에서 발급된 라이센스만 은행에 들고 가도 신용에 상관없이 2, 3억은 그 자리에서 대출이 될 정도면 각성자의 위상을 짐작하리라.
물론 그 금액 대출 받겠다고 찾는 이들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각성자의 능력치가 예전의 나처럼 한 자리 숫자가 아닌 이상, 던전 입장 최소한의 인원을 꾸려 클리어하게 되면 중소기업 대리급 연봉을 한 달에 벌 수 있으니 대부분은 은행 대출을 찾지 않는다. 뭐 능력치가 극악인 각성자들은 제외하고.
여하튼, 이제 공식적으로 짱쎈 파티는 해산될 것이고, 그들과 길수 사촌동생 양기수는 전부 지원 파티 소속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던전 클리어 일정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문의 사항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데, 황당한 사건은 그때부터였다.
문의사항이 있냐는 한득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누군가가 손을 번쩍 들었다.
기존 짱쎈 파티 9등급 전투 마법사 김은희.
지혜와 비슷한 특성에, 비슷한 공격계열 마법 발현.
하지만 외모는 결코 비슷하지 않은 20대 후반의 여성 각성자.
쭉쭉 뻗은 팔과 다리, 웨이브가 약간 들어간 긴 생머리, 오똑한 콧날과 하얀피부, 확연히 들어나는 굴곡진 몸매, 더군다나 눈이 저절로 가는 풍만한… 크으음.
그녀가 지혜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한지혜 씨는 파티장님과 어떤 관계죠? 가족인가요? 친남매? 나이차가 많이 나는 것 같은데.”
“우리 오빠에요.”
“그 말은 가족이라는 뜻인가요?”
“왜 우리 관계를 김은희 씨가 알고 싶은 건데요?”
“이제 같은 파티 소속으로 앞으로 위험한 고위급 던전 클리어 일을 감안하면, 이런 사.소.한 일들은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죠. 지혜 씨는 던전 클리어가 우습게 느껴지나 봐요?”
“누가 언제 던전 클리어가 우습다고 했죠? 왜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 거죠? 그리고 우리 오빠와 나와의 관계를 사.소.한 일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유가 뭐죠? 파티장님 권한에 도전하는 건가요?”
“파티장님 권한에 도전 하는 건 제가 아니고 지혜 씨 아닌가요? 아무런 사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는 짓이 참 우습네요. 아닌가요?”
“뭐라고요? 뭐가 우습다는 거죠? 당신이 우리 오빠에 대해 알기나 해? 뭘 안다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데!”
“뭐? 당신? 지금 말 다했어?”
“그래, 다했다. 어쩔 건데! 신참 주제에 어디 창립 멤버한테 엉기는 건데! 불여우 같이 생긴 주제에.”
“이게 지금 미쳤나. 뭐라고?”
“뭐! 미쳐? 이 잡것이!”
하… 어쩐지, 왜 이런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안 일어나나 싶었다.
“어이! 다들 그만!”
내 외침에 지혜와 은희가 움찔거린다.
“둘 다 파티에서 내쫓아줄까?”
“오빠!”
“오빠고 아빠고 간에,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다른 파티원들도 보고 있는데. 니들이 지금 몇 살인데 이런 말도 안되는 것 가지고 싸우는 건데?”
“말도 안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는 그저 팀 분위기가….”
“어이. 김은희 씨.”
“네.”
“은희 씨가 잘 몰라서, 이제 새로 들어왔으니까, 신참이라서 내가 딱 한번만 설명해 주지. 다른 신입 파티원들도 잘 들으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흥미로운 구경을 하던 신입 파티원들도 내 말에 자세를 바꿨다.
“파티장 권한으로 말 합니다. 파티원들끼리 사소한 언쟁까지는 넘어 가겠으나, 폭력이 동반된 다툼은 탈퇴시킵니다. 명심하세요. 그리고 지금부터 기존 파티원들과 신규 파티원들에 대한 차별을 두겠습니다. 던전 클리어 보상 비율 5%를 기존 파티원들에게 더 지급합니다. 또한 앞으로 지원 파티는 사업자등록을 할 것이며, 회사처럼 운영될 겁니다. 당연히 직책과 직위가 생길 것이고, 기존 파티원들은 신입 파티원들 보다 더 높은 직책을 받게 될 겁니다. 이유는 각자 고민해보시고, 이의 있으신 분?”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앞에 있던 김은희가 손을 든다.
“말씀하세요. 김은희 씨.”
“네. 파티장님. 아까 말씀하신 첫 번째, 폭력이 동반된 다툼에 의한 탈퇴는 이해합니다만, 이후 말씀하신 부분은 수용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그런 거죠? 어차피 여기 있는 인원들은 전부 9등급 각성자가 아닌가요? 등급이 같은데 차별을 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누가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차별한다면, 어느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던전 클리어하는데 적극 나설까요?”
“누가 위험을 감수하는데?”
“네?”
“은희 씨도 봤을 텐데? 내가 해운대 8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하는 거.”
“…….”
“거기서 자신의 부상 위험을 감수하며 던전 클리어하는 사람 봤나?”
“…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든 말든, 지금 기존의 짱쎈 파티가 이쪽으로 오겠다는 얘기는 내가 던전 클리어하는 걸 봤으니 그러는 거 아닌가?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나?”
“…….”
할 말이 없어진 김은희의 붉어진 얼굴이 점점 바닥을 항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법. 내 방식이 싫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나가도록. 난 다른 각성자를 구하면 돼. 담배 하나 피고 올 테니 생각이 없는 사람은 한득이한테 얘기해서 탈퇴해. 10분 주지.”
내가 밖으로 나서자 지혜가 쫓아왔다.
“오빠~ 정말 멋졌….”
내가 굳은 표정을 짖자 지혜가 떠들던 입을 다문다.
“장난도 정도껏. 앞으로 던전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가만 안 놔둔다. 명심해.”
“… 네.”
비 맞은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며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난 아직도 아라동 10등급 기갑 던전 파티원 모집할 때 일을 못 잊어. 내가 그때 너희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지.”
“… 오빠.”
“직군이 마법사에 아트팩터인데도, 능력치가 4임에도 불구하고, 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너희들은 날 받아줬어.”
“…….”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파티, 다른 던전에서도 날 받아줬을지 모르지. 하지만 내겐 그때의 던전 클리어 한번이 큰 힘이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야. 호흡도 잘 맞고. 그래서 평생 너희들과 함께하고 싶다. 내 나이 마흔. 내가 어딜 가서 하소연하면서 각성자 모은 것도 귀찮고, 성가셔. 지금 이 상태가 딱 좋아. 은혜를 갚는 것도, 물질적인 기브 앤 테이크도 아니고, 그냥 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그러니까 지혜 너도 날 좀 도와줘. 장난만 치지 말고, 알겠지?”
“오, 오빠~.”
내 말이 지혜가 감동했는지 손을 들어 내 가슴을 더듬….
“형님! 다들 파티 탈퇴 안 하겠… 크큼. 나중에 올까요?”
하… 막장 드라마, 대본 누가 쓰냐?
면담 좀 하자.
한득이와 지혜를 앞세우고 커피숍 룸으로 다시 들어가자, 다들 나만 바라본다.
잠시 머뭇거리던 김은희가 앞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