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5_1
2-2
모두가 모여 있으니 이참에 던전 클리어 보상에 대해 한득이가 공지했다.
어차피 난 미네랄보다는 가스에 중점을 두고 있었고, 미네랄을 얼마나 캤는지 모르니 내가 발표하기보다 한득이가 하는 게… 아니다.
귀찮아서 그런다.
“모두 수고했고, 한득아!”
“네. 파티장님.”
“미네랄 캔 거 얼마나 되냐?”
“총량 250kg쯤 됩니다. 부산 해운대 8등급보다….”
“250kg?”
“이, 이백오십? 그러면, 도대체가 얼마야?”
“세상에! 많은 줄 알았지만, 8등급에서 250kg가 나올 수가 있는 거야?”
“대박이다!”
저번 부산 해운대 8등급 바이오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이 160kg임을 감안하면, 성판악 던전이 대략 1.5배 이상 많은 건가?
머리 아프다. 계산을 못하겠다.
“지혜야.”
“응. 오빠. 이번 성판악 8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 250kg 잡고, 오빠가 40%인 100kg, 나머지 150k에서 팀장, 부팀장 몫으로 5%씩 30kg 빼고, 120kg를 14등분하면 두당 8.6kg, 대충 3,000만 원 정도네.”
역시 계산은 마법사가 빠르다.
지혜가 보상에 따른 분배 상황을 알려주면서 머리론 암산해 낸다.
“사, 삼천만 원?”
“진짜? 1팀 부팀장이 말한 게 맞는 거야?”
“잠시만 기다려봐. 나도 계산해보게.”
“은희 씨. 맞는 거예요?”
2팀 팀원 하나가 김은희에게 물어본다.
김은희도 전투 마법사이니 계산이 빠를 것이라는 짐작이다.
“아뇨. 정확히는 파.티.원들은 8.571kg씩, 금액은 3,000만 원 맞구요. 팀.장과 부.팀.장은 7.5kg를 더한 16.071kg으로 5, 624만 원이네요. 저희보다 정확하게 2, 624만 원이 많아요. 그리고 파티장님은….”
“치~. 금액만 맞으면 됐지, 소수점까지는… 흥! 잘난 체.”
지혜가 옆에서 삐죽댄다.
그러든가 말든가 김은희가 보상 금액에 대한 검증을 해주자 파티원들은 난리가 났다.
“우와아~.”
“한방에 삼천이야. 삼천!”
“9등급하고는 급이 달라. 급이!”
“이렇게 빨리 클리어하니깐 보상이 많은 거지! 다 파티장님 때문이라고!”
“맞아! 파티장님 때문이지. 어쩐지 부산 해운대부터 급이 다르더라고.”
“파티장님 만세닷! 만세!”
파티원들 몇몇이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누구는 만세를 부르고, 누구는 어퍼컷을 날렸으며, 누구는 팀장과 부팀장을 쳐다보았고, 또 누구는 날 쳐다본다.
‘음. 미네랄 100kg면, 삼억 오천인가? 대, 대박인데?’
난 그들을 지켜보며 쿨 한 척 속으로 기쁨의 환호성을 날렸다.
잠시 후.
다들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던전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한득아. 아이템 드랍은 확인 안하냐?”
“하하하. 형님도. 욕심이 너무 많으십니다. 미네랄 보상만 250kg인데, 아이템 드랍까지 관심 있으세요? 하하… 찾아볼까요?”
“어. 나 이번에 레벨업하면서 능력치 몽땅 행운에 투자했다. 찾아 봐라. 아이템.”
“예? 능력치를… 행운에… 몰빵요?”
“응. 내가 특성 능력치 올릴 게 뭐 있냐. 행운이나 잔뜩 올려야지.”
“그, 그럼. 지금 행운 능력치가 어, 얼만데요?”
“13.”
“허헉!”
“왜?”
“지, 진짜 행운 능력치가 13? 진짜?”
“그렇다니까. 근데 그게 왜?”
“제가 3인데요. 그것도 아까워서 능력치 부여 못 했는데.”
“내가 너희들하고 같냐. 너희들이야 힘, 체력, 지구력, 마력 올려야지. 난 올릴 게 없잖냐. 그래서 그랬지.”
“허…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대단할 거 없다. 너희들도 내 상황이었으면 똑같이 했을 거다.”
내 말에 한득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팀원들에게 아이템 드랍 확인을 명령했다.
뭐 어차피 던전 밖으로 나갈 거니, 나가는 길에 넥서스 주변과 게이트웨이, 방어탑 주변만 확인하면 된다.
행운 능력치 3에서 10을 투자해 13 되었다고 아이템이 마구 떨궈지진 않겠지.
하지만 한득이 말에 파티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던전 바닥을 살피기 시작한다. 마치 아이템이라도 드랍된 양.
‘불꽃의 정화(흡수 가능)
출처: 기갑 던전(8등급), 등급: 8등급,
파이어 마법계열 능력치 가용률: 1.2% 상승(레벨에 따른 차별 가용)’
‘이데아 송곳(흡수 가능)
출처: 기갑 던전(8등급), 등급: 8등급,
마법계열(아트팩터) 인챈트 능력치 가용률: 1.7% 상승(레벨에 따른 차별 가용)’
“혀, 형님!”
“오빠! 오빠꺼!”
“진짜 세상 오래살고 볼 일이다.”
“그러니까. 나 아이템 드랍된 거 처음 본다.”
“나도.”
“잘 들어. 기존 지원 파티에서 9등급 던전 클리어했을 때, 미네랄 멀티 뜨고 아이템 11개 나온 적도 있다.”
“… 농담이시죠?”
“새꺄! 당연히 농담이겠지. 길수 형님이 비싼 밥 먹고 헛소리하시겠….”
‘퍼억~.’
자신의 사촌동생 양기수 뒤통수를 후려치는 길수다.
“나중에 1팀 팀장이나 부팀장, 2팀 부팀장한테 물어봐라. 내 말이 거짓말인가 정말인가.”
“지, 진짜예요?”
“물어보라니까.”
“진짜 멀티 뜨고, 아이템 11개 드랍된 적 있다고요? 그게 말이 되는….”
‘퍼어억!’
“아악! 형!”
“이 새끼가! 내가 파티장님 앞에서 너한테 구라칠 일이 있냐! 믿든가 말든가다. 나중에 각성자 협회 홈페이지에서 클리어 보상 확인해봐!”
난 길수와 길수의 사촌동생이 벌이는 꽁트 한 장면을 보면서 지혜에게 물었다.
“이런 거는 얼마나 하냐?”
“팔게?”
“뭐 흡수 가능하다고는 하는데 굳이 나한테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인챈트잖아. 내가 인챈트 할 게 뭐 있다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득이가 만류한다.
“형님. 혹시 모르니 일단 흡수 하시죠? 돈이 궁한 건 아니잖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한데, 괜히 잘못 먹었다가 체하는 거 아냐?”
“직군에 따라서 흡수 가능한 아이템은 부작용이 없습니다. 특성에 따라 쓸모가 없을 뿐이죠.”
“내 말이. 쓸모없는 걸 뭣 하러 주워 먹어?”
“그럼, 형님 편하신대로 하십시오. 판매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아니야 오빠. 자신의 직군에 맞는 아이템은 기회 있을 때 무조건 흡수해야 해. 설마 그게 필요가 없을지언정 나중에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라고. 던전 클리어하고 나서도 아이템 분배 때문에 깨지는 파티가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지금까지 오빠 특성에 맞는 아이템 드랍된 거 처음이잖아. 무조건 흡수해야 돼.”
뭔가 논리적이진 않지만, 왠지 동의가 된다.
“그럴까?”
“응. 마법사 계열 아트팩터 인챈트는 홈페이지에서도 못 봤어. 되게 신기하다. 얼른 흡수해봐.”
아이템이 신기해서 나보고 흡수해보라는 거냐, 지금?
뭐 나도 신기하기는 하다.
내 직군에 맞는 아이템은 없는 줄 알았는데.
난 지혜의 말을 위안 삼아 ‘이데아 송곳’ 이라는 인챈트 아이템에 손을 가져갔다.
‘스…파…아앗!’
아이템에서 퍼져 나온 하얀 빛이 내 손을 따라 가슴까지 이어졌고,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알림이 떴다.
[띠링! 마법계열 아이템 ‘이데아 송곳’을 흡수하였습니다. 인챈트 능력치가 부여됩니다.]“오빠. 뭔데? 어떤 능력인데?”
“형님.”
나보다 지혜와 한득이가 더 난리다.
“상태를 확인해봐야지. 기다려봐. 상태창!”
[아트팩터: 한지원(Lv-3)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40, 신장/체중: 177cm/79kg,
민첩: 3, 지구력: 3, 힘: 4,
체력: 3, 지능: 2, 행운: 13, 인챈트: 1
인벤토리: 7/9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줄럿(발업+100%)(120), 드라칸(32),
미네랄(5.128kg), 이데아 송곳),
건물: 8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수정체: 0/30, 개인 보유 능력치: 0,
소환 대상 능력치: 20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210,
가스 조각(흡수): 1, 이데아 주머니(흡수) 1,
이데아 송곳(흡수) 1]
“응? 인챈트?”
“뭐가? 뭔데? 가르쳐 줘~.”
“형님. 뭐가 바뀌었습니까?”
“인챈트 특성 생겼다. 능력치는 1, 이데아 송곳이라고 인벤토리에 들어있고, 끝.”
“응? 그걸로 끝이야? 뭔가 달라진 게 없어?”
“뭐가 달라져야 하는데? 아이템 하나 흡수했다고, 내가 킹왕짱이라도 되는 거야?”
“치~ 뭔가 특별할 줄 알았는데, 아니네.”
“난 됐고, 이거 불꽃의 정화는 어떻게 할 건데?”
난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지혜를 무시하고, 한득이에게 물었다.
아이템 두 개 중 하나는 내 특성과 맞으니 내가 흡수했지만, 다른 하나는 다르다.
예전이었다면 지혜나 미혜, 그중 ‘불꽃의 정화’이니 지혜 특성에 맞겠지만, 지금은 지혜 말고도 다른 이들도 이 아이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전투 마법사 중 파이어, 불의 속성은 지혜 말고도 1팀 팀원 최은지, 2팀 김은희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부팀장이니까 나한테 우선권이 있지 않을까?”
“무슨 소릴. 같이 던전 클리어했는데 직책이 높다고 공헌도를 무시하면 안되죠.”
“그, 그래요.”
지혜의 이기적인 의견에 김은희가 딴죽을, 최은지가 동의를 한다.
이럴 땐 내가 나서 줘야지.
귀찮다. 빨리 정리하고 나가자.
“가위바위보 해.”
“오빠!”
“왜?”
“이게 가위바위보로 해결할 문제야!”
“어. 이번에만 이렇게 정하고 다음부턴 순차적으로 돌아가면 될 거 아냐? 아니면 그거 팔아서 N빵 할까?”
“무슨 소리야! 이걸 왜 팔아? 자신의 특성에 맞는 아이템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돈은 둘째 치고 물량도 없단 말야!”
“그럼 나눌 거야? 이게 나눌 수 있는 물건이 아니잖아.”
“그,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건데? 됐다. 뭐 세분이 알아서 잘 판단하시고… 한득아!”
“네. 형님.”
“아이템 드랍도 확인 다 했겠다, 철수한다.”
“크큭. 알겠습니다. 파티장님. 각 팀별로 이동 진형 구축한다. 클리어했다고 방심하지 말고, 진형 구축해!”
난 지혜와 김은희, 최은지를 내버려두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이동하며 살짝 뒤를 돌아보니, 여자 세 명이 둥그렇게 모여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가위바위보 하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던전 클리어할 때 보다 더 큰 기합 소리가 들린다.
‘가위~ 바위~ 보.’
1등과 2등은 가려야하니까, 두 번 정도 하겠지?
난 발걸음을 잠시 멈춰 그녀들을 구경했다.
던전 밖으로 나와 관리소에 클리어 완료내역서를 작성하고, 이곳으로 왔던 승합차에 탑승 후 단체로 사우나를 향했다.
그리고는 10등급 던전 클리어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지원 파티만의 클리어 이동 경로, 각성자 쇼핑몰에 들려 환전과 마법물품 아이 쇼핑 후 항상 가던 소고기 전문점으로 이동했다.
한득이가 예약한 소고기 전문점으로 들어서자 밑반찬이 셋팅 되었고 소주, 맥주로 소맥을 만들어 건배 제의를 했다.
“오늘 지원 파티가 이룬 성공적인 8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를 축하하며, 한잔 하자. 술 못 먹는 사람은 음료수 마시고.”
“네. 파티장님.”
“응. 오빠.”
“알겠습니다.”
다들 자신의 술잔을 채우거나 따라준 후 잔을 들었다.
역시나 다들 각성자.
음료수를 채운 잔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도 다들 잘 따라와 주길 바라며, 8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수고했다. 건배!”
“수고하셨습니다. 파티장님!”
“고맙습니다. 파티장님!”
“오빠~ 수고했어.”
“형님. 수고 많았습니다.”
서로 자축하며 잔을 들었고, 육회와 간, 천엽 등이 우선적으로 들어오자 술 마시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던전 클리어 보상으로 파티원들은 삼천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고, 팀장이나 부팀장은 오천만 원대, 나는 삼억오천 정도.
내 공헌도가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 크큼.
던전 클리어 때 드랍된 아이템 2개 중 하나는 내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김은희가 차지했다.
2등은 최은지, 막상 지혜는 다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그래서 그런 건지 희희낙락(喜喜樂樂) 모습의 김은희.
약간 상기된 얼굴로 소주잔을 들이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난 얼른 고개를 돌려 한득이에게 괜히 건배 제의를 했다.
붉게 물든 노을은 됐고… 술이 들어가서인지 불그스름하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꽤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내가 미쳤나?
한창 한득이와 술잔을 기울이며, 앞으로의 던전 클리어 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우웅… 우우웅.’
테이블에 올려둔 핸드폰이 진동한다.
응?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원팀 현태민?
예전에 명함을 받아 저장해놓은 연락처가 뜬다.
그런데 이 시간에?
‘네. 한지원입니다.’
‘지원 파티. 한지원 씨 핸드폰 맞습니까?’
‘네. 접니다.’
‘기억할지 모르시겠습니다만, 예전 저희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에서 각성자 능력 측정 시험 보신 분 맞으신가요?’
‘맞습니다. 작년 용담동 기갑 10등급 던전 출현 했을 때 한번 뵌 것 같은데요.’
“어이, 다들 잠시만 조용.”
주변이 시끄러워서인지 잘 안 들린다.
‘… 그때 당시 측정 했을 때 각성자 10등급에 능력치가 4인걸로 알고 있었는데요.’
‘맞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성판악 8등급 던전 클리어 완료 내역서, 제가 지금 보고 있는데요. 이거 사실 맞습니까?’
‘네.’
‘9등급 각성자 15명으로 구성한 지원 파티, 파티장도 맞으시고요?’
‘어감이 이상하네요. 지금 취조하시는 겁니까?’
내 언성이 커지기 시작하자 회식 분위기가 이상해진다.
‘기분이 상했다면 죄송합니다. 무척 이례적인 일이라서요. 사실 지금 저도 한지원 씨 던전 클리어 내역을 작년 것부터 살펴보고 있는데, 좀 많이 당황스럽네요.’
‘뭐가요?’
‘많이 이상해요. 클리어 보상 내역이 다른 파티에 비해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걸 위에서 이상하게 판단했나 봅니다.’
‘그래서요?’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간단히.
‘저희 쪽 조사, 아니 궁금한 점이 많아서 그러는데, 협조 부탁드립니다.’
‘올해 초 9등급 각성자 등급 올랐고, 능력치 상승해서 그렇습니다. 제가 굳이 제 시간 뺏겨가며 협조할 이율 모르겠네요.’
‘…….’
상대방이 아무 말이 없자 내가 다시 물었다.
‘그것 때문이라면 이만 전화 끊어도 될까요? 각성자 능력치와 던전 클리어 보상 내역, 속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관리소에서도 자체적으로 확인하셨을 텐데요?’
‘아, 아닙니다. 그 문제뿐만 아니구요, 혹시 내일 시간 되십니까?’
‘아뇨.”
바쁘다.
아니, 안 바빠도 거기까지 찾아갈 생각 자체가 없다.
귀찮게.
‘이번 주에 시간 안 되십니까? 중요한 일입니다. 한지원 씨에겐 좋은 일이기도 하구요.’
‘좋은 일이라, 그게 뭔지는 몰라도 일단 알겠습니다. 모래 오후부터 제가 시간이 되면, 연락드리죠. 그럼 끊습니다.’
핸드폰을 내려놓자 다들 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형님. 무슨 일입니까?”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왜? 이 시간에 왜 연락한 거래?”
지혜가 약간 혀가 꼬인 말투로 시비를 건다.
난 지혜의 물음에 앞에 놓인 소주잔에 소주를 가득 따르고 원샷했다.
설명하기 귀찮다. 냅두자.
소주잔을 내려놓자마자 안주 먹을 틈도 없이, 한득이가 소주를 다시 따라준다.
뭐냐? 먹고 죽으라는 뜻?
너도 나한테 시비거는 거냐?
다음 날.
귀찮게, 필요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에서 전화가 계속 온다.
처음엔 몇 번 안 받았는데, 문자와 전화가 자꾸 오니 슬슬 열 받기 시작했다.
‘뭡니까! 왜 자꾸 전화하는 건데요! 이거 본회에 신고해도 됩니까?’
‘죄송합니다.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원팀 팀장 고용석이라고 합니다. 본의 아니게 귀찮게 해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라?
어제 통화했던 그 젊은 직원이 아니네?
목소리가 중후한 게 나이가 꽤 있는 아저씨 같다.
‘뭐, 저도 죄송하게 됐습니다. 중요한 일을 보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와서….’
‘아닙니다. 저희가 귀찮게 했죠. 혹시 집 근처십니까? 제가 볼일이 있어 외도 근처로 이동하려고 하는데요.’
이거, 팀장이란 사람이 날 만나러 근처까지 찾아오는 거야?
왜?
그리고 그 허접한 핑계는 뭔데?
‘앞으로 1시간 후에 시간이 날 것 같습니다. 외도 부영쪽에 오시면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때 뵙겠습니다.’
난 집 거실에 누워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왜 날 자꾸 보자고 하는 건데?
음, 약속시간이 1시간 정도 남았으니 ‘냉장고를 처리해’ 재방이나 다시 볼까? 이게 요즘 참 재밌단 말이지.
1시간 후 외도 부영아파트 근처 OO 커피숍.
안으로 들어서자 50대 초반에 진한 갈색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날 쳐다본다.
“혹시 한지원 씨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원팀 팀장 고용석입니다. 여기 명함.”
“네, 반갑습니다. 명함은 없구요.”
“하하…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렇게 한지원 씨를 귀찮게 한 건 다름이 아니라, 던전 클리어 완료 내역서가 참 특이해서 그렇습니다. 10등급, 9등급, 심지어 8등급까지도 던전 클리어 보상이 대단하시더군요. 어떤 특별한 방법이 있으신 건가요?”
“제 특성이 그래서 그렇습니다.”
“직군이 마법사 계열에 아트팩터이지 않습니까? 제가 각성자 협회 전산 시스템을 살펴봤는데, 대한민국에서 아트팩터는 채 10명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 모두 던전 클리어와는 무관한 일에 종사하고 있구요.”
“전 던전 클리어하는 게 좋습니다. 돈도 꽤 되구요. 근데 제가 불법을 저질렀나요? 아트팩터가 던전 클리어하면 안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불법이라니요. 던전 클리어에 직군이 무슨 상관입니까? 아트팩터든, 대장장이든, 소환술사든 능력만 되면 던전 클리어하면 되고, 그에 대한 위험부담을 짊어지면 되는 거지요.”
“네. 맞습니다.”
도대체 나한테 하고자 하는 말이 뭔데?
빙빙 돌리지 말고 핵심만 간단히!
내가 더 이상 응대하지 않고 망고 주스만 홀짝거리자 아저씨가 본론을 꺼낸다.
“한지원 씨, 우리 솔직해지죠. 앞으로 제주에서 계속 각성자 일 하실거면, 저희와 친해져서 나쁜 게 없잖습니까? 어떻게 던전 클리어하신 거죠?”
“떠도는 소문대로죠.”
“… 그게 사실입니까?”
“네.”
“올해 초 9등급으로 라이센스 갱신하실 걸로 알고 있는데요. 9등급 각성자가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가능하다구요? 한지원 씨, 장난치지 마시고….”
이 아저씨가!
왜 진실을 말해줘도 알아먹질 못 하는 건데?
사실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와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
아니 편의를 더 봐주겠지.
협회에서 관리하는 던전 클리어 입장 순서도 어느 정도 관여 할 수 있을 거고, 수수료나 세금 혜택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러면 뭐해.
이 아저씨가 믿질 못하는데!
저번 회식 때 한득이에게 얼핏 들었다.
제주나 부산에 내 소문이 조금씩 알게 모르게 퍼지고 있다고.
뭐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취급하기도 하지만, 몇몇은 직접 봤다며 소문을 퍼트리고 있었다.
아마 그 소문의 핵심은 우리 파티원들의 지인이거나, 그 미친년이 있는 그 파티겠지.
신경 쓰지 말자. 귀찮다.
그건 그거고 이 아저씨를 어떻게 이해시킨다?
던전 클리어할 때 데리고 가?
“혹시 팀장님, 각성자이신가요?”
“제가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그렇겠지.
각성자가 뭐하러 사무직에 눌러 앉아 있을까?
“참! 제주지부에서 특이사항에 따른 재검 신청 가능합니까?”
“재검 신청요?”
“네.”
“특이사항 있었습니까? 각성자 능력치 시험은 아시다시피 1년에 한번씩 이루어지는데요.”
“아까 팀장님이 말씀하신 던전 클리어 보상 내역 궁금 하시다면서요? 던전에 데리고 가서 보여 드릴수도 없고, 사람 말은 안 믿으시는데 뭘 어떻게 하라고요? 재검, 됩니까? 안됩니까?”
“… 음… 알겠습니다. 제 권한으로 지부장님께 요청하겠습니다. 참고로 측정 비용은 500만 원이며, 내일 당장….”
“돈 안 냅니다.”
“네?”
“제가 제 능력치 알고 싶어서 측정합니까? 상태창 확인하면 되는데? 이건, 제 말을 믿지 못하고, 등급만 말씀하시는 팀장님을 위한 객관적 사실을 보여드리려고 하는 건데, 무슨 비용 타령입니까? 저 안 합니다. 그만 일어나 보겠습니다.”
내가 테이블에서 일어나려는 모션을 취하자 팀장이 다급하게 말을 건네 온다.
“무상으로 해드리겠습니다.”
“해드리는 게 아니고, 제가 협조하는 거죠. 무상으로.”
“크큼… 알겠습니다. 성격이 깐깐하시네요.”
“직장생활만 10년 이상 했습니다. 챙길 건 챙겨야죠. 안 그렇습니까?”
“… 내일 오후 3시까지 오시면 됩니다. 준비해놓죠.”
“4시까지 가겠습니다. 일이 있어서요.”
일은 무슨 일.
나 안 바쁘다.
이건 다 밀당의 단계.
“앞으로 저와 많이 친해져야 좋을 텐데, 이러시면 서로 얼굴보기 힘듭니다.”
“하하… 내일 측정 끝나고 쏘주 한 잔 하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저 퇴근 시간 6시 이후입니다.”
“내일은 4시 이후가 될 겁니다.”
“……?”
난 영문을 몰라 하는 팀장을 앞에 두고 남아 있던 망고 주스를 원샷 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와 친해지려면 어딜 가야 하나?
다음날.
늦은 아침 겸 점심으로 짜장 곱빼기 하나 시켜 먹고, 입가심으로 커피 한 잔 하고 있을 때 한득이에게서 카똑이 왔다.
‘형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ㅇㅇ. 나가마.’
TV를 끄고 집 밖으로 나가니 주차장 한편에 한득이 차가 보인다.
날 발견했는지 시동을 켜 입구 쪽으로 다가온다.
내가 보조석에 앉자마자 뭐가 그리 급한지 의견을 물어본다.
“형님. 8등급 던전 클리어 순서 정기적으로 배당 해달라고 하는 건 어떻습니까?”
“정기적으로?”
“예. 한 달이면 한 달, 20일이면 20일, 클리어 신청 순서에 상관없이요.”
“다른 파티 신청과 상관없이?”
“네.”
“거기서 그렇게까지 해줄까.”
“일단 밀어붙여 봐야죠. 못 먹어도 본전 아닙니까?”
“그거야 그렇지. 일단 상황 보면서 내가 말 할 테니 옆에서 분위기 띄워라.”
“알겠습니다. 형님. 살살 꼬득여 보죠. 크큭….”
“흐흐… 그래.”
어제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원팀 팀장과 만났던 일을 한득이에게 말해줬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우리 파티가 그들을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견을 모았었다.
파티원들이 각종의 의견을 개진했고, 별의별 말들이 나왔지만 결정된 건 하나도 없는 상황.
뭐 단체로 김칫국 원샷 하는 일 일수도 있으나, 뭔가 뽑을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단단한 목줄이라도 걸어놔야 한다.
그게 썩은 동아줄 일지라도.
제주에는 8등급 던전이 성판악 기갑 던전 하나뿐이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클리어 보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전국의 파티에서 클리어 입장 신청을 하는 상황이니, 성판악 8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입장 신청은 년초에 마감된 상황.
각성자를 위한 지방조례법에 의거한다고 하더라도 이번에 지원 파티가 클리어한 이후로 재입장 하기에는 시간적 공백 텀이 너무 길다.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는 상황.
그렇다고 9등급 각성자 15명이 팀별로 나누어져 9등급이나 10등급을 클리어하기엔 이번에 8등급 클리어 보상을 받은 파티원들 눈이 너무 높아져 버렸다.
던전 클리어한 번 할 거면 높은 등급을 원하지, 클리어 보상이 수백만 원에 불과한 9, 10등급은 이제 쳐다보지도 않을 분위기다.
여하튼, 각성자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는, 아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성판악 8등급 던전 입장에 대한 의견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들도 공직자 신분이기에 맘대로 결정할 수는 없을 터, 일단 부딪혀보고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밖에서 어제 만난 팀장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하나 보내고 4층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마침 지원팀 팀장과 현태민이란 직원이 다가온다.
“시간 맞춰 오셨네요. 이쪽으로 오십시요.”
그들을 따라 미팅룸으로 들어간 후 커피 한잔하며, 농담 따먹기와 잡담에 10여분이 흐르고 나서야 측정실로 이동해 환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측정하시는지 아시죠?”
“네.”
난 누가 뭐라 하기 전에 성큼성큼 걸어가 능력 측정 판넬에 편안하게 누운 후 양 옆에 놓여 있는 미네랄 컨트롤러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뒤쪽에서 커다란 측정 판별기가 뒤집어지며 내 몸 전체를 가렸다.
“감각 이상 없으십니까?”
“네.”
“지금부터 각성자 능력치 측정 시작합니다. 직군과 성함을 말씀해 주세요.”
“마법사 계열 아트팩터, 한지원입니다.”
“확인 되었습니다. 한지원 씨, 컨트롤러에 집중하시고, 키 온!(Key On).”
측정사의 말에 엔지니어 한명이 뭔가를 조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우우웅… 우우웅….’
오늘 측정까지 포함하면 벌서 3번째인데, 당최 적응이 안된다.
어른용 인큐베이터에 들어와 있다고 봐야하나?
아니다. 그것보다 더 기분 나쁘다.
등 쪽 판넬과 내 몸 위에 덮어진 판별기에서 울리는 진동음이 꽤나 거슬린다.
이상한 진동을 가진 OO 성인용품처럼.
‘그나저나 능력치 201이면 7등급인가?’
올해 초에 9등급으로 갱신 했는데, 한 달이 조금 넘어 7등급이라니… 크큼. 측정 끝나고 나면 협회 직원들 꽤나 놀라겠는 걸?
슬쩍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측정실이 부산스럽다.
자꾸 이상한 기침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사방에서 울리는 진동음 때문에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
‘우우웅… 우웅. 띠리리 띠릭.’
5분이 지나기도 전에 능력 측정이 끝났다.
이 5분에 500만 원을 달라고?
이 사기꾼 새끼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