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6_4
“… 어.”
넥서스만 살려두고, 수정체 다 부수면 게이트웨이에서 어떻게 던전 유닛을 생산 할 거야?
그러면 되지, 뭐. 맞지?
던전 입장 후 3시간 20분 경과.
[띠링! 랜드 코어에서 굼벵이 전차를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4분 59초, 58초, 57초…]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 [띠링! 게이트웨이에서 줄럿을 생산합니다. 소요시간 2분 59초, 58초, 57초…]마지막 가스 조각까지 굼벵이 전차 생산에 올인 했고, 인벤토리에 최대한 저장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줄럿 120개체와 던전 내에서 생산 가능한 최대 수용치 줄럿 160개체, 셔틀 20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았던 인벤토리에 저장된 드라칸 32개체.
셔틀 8개에 굼벵이 전차 2개체씩 총 15개체를 태우고, 나머지 12.5 셔틀에는 줄럿으로 채웠다.
셔틀 하나당 줄럿 4개체. 총 50개체의 줄럿들과 15개체의 굼벵이 전차, 나머지 지상 줄럿 110개체, 소환 가능한 120개체 줄럿, 드라칸과 프롤브까지.
이 유닛들로 6등급 기갑 던전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뒤지는 거다.
유닛 생산을 끝내고, 파티원들과 선배, 일반인 여성들을 보며 굳은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지금부터 랜덤 6등급 기갑 던전 본진 공략을 시작토록 한다! 지금 현 상황이 내 능력 최대치이며, 만약에라도 클리어… 아, 아니다. 무조건 클리어할 수 있고, 클리어 된다. 내 주변에서 떨어지지 말고 끝까지 긴장해! 지금부터 이동한다. 줄럿들 앞으로!”
110개체의 줄럿들이 줄지어 앞으로 나섰고, 내 머리 위, 10m 상공에 20개의 셔틀이 자릴 잡자, 파티원들과 선배, 일반인 여성들과 함께 천천히 본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던전 입장 후 3시간 40분 경과.
6등급 기갑 던전 중첩 방어탑 100m 앞.
일단 모든 유닛들을 정지 시키고 파티원들에게 물었다.
“중첩 방어탑 사정거리 아는 사람?”
“…….”
“…….”
다들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도 처음이고, 이들도 마찬가지.
아는 게 없으니 확인해 볼 수밖에.
“너! 일직선으로 뛰어가서, 저쪽에 있는 방어탑 공격한다. 출발!”
전방 맨 뒷줄 줄럿 한 개체를 시험 삼아 던졌다.
업그레이드된 줄럿이 본진 방어탑 쪽으로 신나게 뛰어가더니,
‘투… 콰과쾅!’
대략 30m 앞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헐, 씨파! 지린다.”
“뭔 놈의 캐논포가 기관총처럼 쏴 대냐?”
“오, 오빠!”
선배들의 놀람과 지혜의 불안한 눈빛이 현 상황을 가리킨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중첩 방어탑, 사정거리 30m 내외! 다들 가장 강력한 공격 마법 준비 후 전진!”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 레디!”
“이데아 여신의 눈물, 얼음의 벽! … 레디!”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 레디!”
“이데아 여신의 한탄! 슬픔의 이슬! … 레디!”
파티원들의 원거리 공격마법 주문 후, 50m 앞으로 더 다가갔다.
“프롤브 전체 소환! 줄럿 전체 소환! 드라칸 전체 소환!”
[띠링! 프롤브 251개체를 소환합니다.] [띠링! 줄럿 120개체를 소환합니다.] [띠링! 드라칸 32개체를 소환합니다.]던전 바닥에서 하얀 빛과 함께 수많은 프롤브들과 줄럿, 드라칸이 소환되자, 난 드디어 본진 공략에 대한 첫 지시를 내렸다.
“프롤브, 3시 방향으로 산개해서 출발!”
가장 먼저 프롤브를 미끼로 던졌다.
방어탑 사정거리에 도착할 타이밍과 줄럿들의 이동속도, 셔틀과 드라칸의 공격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조금이라도 캐논포 사격을 분산시킬 수 있으리라.
프롤브들이 방어탑 캐논포 사거리에 다다를 때쯤,
“줄럿과 드라칸! 3시 방향, 방어탑을 기준으로 이어진 건물들을 우선 파괴한다. 셔틀도 마찬가지. 출발!”
소환된 줄럿들과 드라칸들을 한 방향으로 공격시키고, 셔틀이 그 뒤를 따랐다.
“3시 방향! 원거리 마법 발현!”
내 외침에 파티원들이 마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시전했고, 동시에 방어탑의 캐논포가 불을 뿜었다.
‘투콰콰쾅… 투콰과광.’
‘쿠워워… 쿠우워.’
공격하는 대상에 따라 다른 건지, 아니면 적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건지는 몰라도, 미끼로 던진 프롤브와 달려드는 줄럿에게 중첩된 캐논포가 쏟아졌고, 그 뒤를 따르는 셔틀을 인지하며, 요소요소마다 굼벵이 전차를 떨궜다.
‘꾸우웅… 콰광. 꾸우우웅… 콰아앙.’
셔틀에서 떨군 굼벵이 전차.
처음으로 생산한 유닛이라 불안했는데, 파괴력이 만만찮다.
한껏 웅크린 굼벵이가 힘껏 힘을 주면, 볼일 보듯 꼬리부분에서 뭉쳐진 무언가를 발포하는데, 방어탑 지지대로 쏘아져 나간 그것은 지지대를 부수고, 이어진 캐논포를 파괴했다.
한 방향으로 유닛을 집중시켰고, 유닛 수가 많아서 그런지, 점차 방어탑 무너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할 무렵, 게이트웨이와 본진 주변에서 던전 유닛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파괴되는 방어탑을 뒤따라가며, 출현한 던전 유닛들을 파악한 후 일부 줄럿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고, 셔틀에는 남아 있던 굼벵이 전차를 다시 태웠다.
드라칸 5개체와 줄럿 5개체를 선배와 일반 여성들을 보호하라고 명령한 뒤, 본진 안으로 들어갔다.
‘투콰콰쾅… 투콰과광.’
‘쿠워워… 쿠우워.’
“9시 방향! 원거리 마법 발현! 줄럿 달려! 셔틀 띄운다!”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투콰쾅… 콰광.’
‘꾸우웅… 콰아앙.’
“헉헉, 프롤브 1개체 소환! 수정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줄럿 생산! 게, 게이트웨이 생성! … 미, 미네랄 더 줘!”
“후훅. 오, 오빠. 여기….”
미혜가 인벤토리에서 건네준 미네랄을 바닥에 내려놓고, 또다시 이데아 송곳을 소환시켰다.
송곳을 부여잡고 미네랄을 쪼갠 후 흡수하려고 하자,
“11시 방향, 거리 50m! 드라칸 10개체, 줄럿 20개체 접근 중! 헉헉, 이,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부, 불의 벽!”
‘콰앙… 콰광’
“파, 파티장님. 마력이….”
“젠장! 셔틀, 굼벵이 전차 전부 내려! 줄럿 전체 소환 해제! 줄럿 전체 소환!”
하얀 빛과 함께 전방 10m 앞에 굼벵이 전차 5기와 줄럿 30개체 정도가 자릴 잡았다.
“씨팔! 이것밖에 안 남은 거야! 줄럿 생산! 줄럿 생산! 굼벵이 전차 포격 개시! 줄럿들 달려들어!”
‘꾸우웅… 콰앙. 꾸우우웅… 콰아앙!’
‘쿠워워… 쿠우워.’
정신이 없다.
몇 번이고 쓰러지고 싶었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무너져가는 중첩된 방어탑과 사라져가는 던전 유닛을 보며 스스로 다독이고, 용기를 불어 넣었다.
나 혼자면 이러지 못했으리라.
지금 옆에서도 땀에 흠뻑 젖은채, 자신의 한계까지 마력을 쥐어짜 미친 듯이 주문을 외워대는 파티원들.
다리를 부들 거리며, 두려운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는 선배들. 소리를 지르거나 울먹거리는 일반 여성들.
내가 포기하는 순간, 나 혼자 죽는 게 아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야…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
이놈들만 처리하면!
“생산된 줄럿들! 뭐해! 달라붙어!”
그나마 줄럿은 능력치 한계까지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되긴 한다.
‘쿠워워… 쿠우워.’
던전 유닛 중 마지막 줄럿이 시커먼 연기와 함께 사라지자, 다리에 힘이 풀리는가 싶더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헉, 헉헉. 더, 던전 내 모든 수정체 파, 파괴해.”
새롭게 생산된 줄럿들을 쳐다보며 마지막 지시를 내린 후, 난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야이~ 새꺄! 그게 말이 되냐?”
“맞잖아. 지원이한테 미네랄만 주면 줄럿들 계속 뽑을 수 있을 거 아냐. 그러면 군대 필요 없지. 봤잖아, 지 죽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거.”
“그렇다고 그게 현실에서 가능한 소리냐고. 병신아!”
“던전에서 뽑고 인벤토리에 넣고, 그리고 나가서 풀면 되지!”
“이 새끼가! 한계치 있다고 하잖아! 능력치!”
“그니깐! 능력치까지 가지고 나와서 풀고, 다시 들어가서 생산하고. 또 나와서 풀고, 그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야~ 이, 병신새끼가!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왜 말이 안 되는데? 생각을 해 봐. 닭대가리 같은 새꺄!”
“병신이, 지랄한다.”
“뭐? 이 시키가.”
상준 형과 승찬 형의 목소리가 아까부터 귀에 거슬린다.
형들, 참고로 얘기하는 건데, 분위기 바꾸려고 그렇게 연극하는 거라면, 난 반댈세.
‘끄으응.’
“오, 오빠! 정신 들어? 괜찮아?”
“파티장님. 괜찮으세요?”
“지원아. 여기 어딘지 기억나? 괜춘?”
경환 형과 김은희, 지혜가 날 부축해 일으킨다.
난 마력도 없는데 왜 정신을 잃은 걸까?
과도한 스트레스?
아니면, 그냥 허약 체질?
그것도 아니면….
“얼마나 지났냐?”
“대충 30분 정도.”
내 물음에 지혜가 대답했고, 상준 형과 승찬 형의 시시비비는 다음을 기약했다.
“일단 넥서스 쪽으로 움직인다.”
“네.”
“응. 안 그래도 진짜 궁금했어. 오빠 놔두고 갈 수도 없고 해서. 크큭.”
지혜가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선배들의 연극 때문인지 얼굴에 웃음을 띄운다.
던전 입장 후 5시간 30분 경과.
드디어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6등급 기갑 던전 넥서스 앞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우린 그냥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이, 이게 전부 미네랄? 진짜?”
“오, 오빠… 이, 이거 꿈 아니지? 그치?”
“세상에!”
간단히 말해, 존나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기존 8등급 던전과 클리어 보상을 단순 비교하면 많아야 4배, 그 정도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저 커다란 수정체 같은 게 미네랄….
“어? 저기, 아직도 프롤브가 미네랄 캐고 있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미혜가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발로 조그만 프롤브를 무참히 밟아대기 시작했다.
이상한 중얼거림과 함께. 꾹꾹.
결국 수십의 프롤브들은 선배들과 일반 여성들 차지가 되었다.
프롤브를 밟아대는 미혜를 말리고, 용돈이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아차린 결과다.
일단 넥서스 파괴, 아니 ‘스펠 쇼크웨이브’ 라는 것부터.
“그냥 파괴하면 되냐?”
“네. 대신 넥서스 가까이 있어야 마력 흡수가 더 잘 될 거예요.”
“어야. 다들 준비해. 시작한다. 줄럿 20개체 소환!”
[띠링! 줄럿 20개체를 소환합니다.]새하얀 빛과 함께 나타난 업그레이드된 줄럿들. 이제는 점차 친숙해지기 시작한다.
“넥서스 파괴해.”
내 명령에 20개체 줄럿들이 넥서스에 달라붙어 기다란 건틀릿을 이리저리 휘두르기 시작하자마자,
‘콰아앙, 슈우… 우웃!’
거대한 파란 빛이 사방을 휩쓸었다.
[띠링! 축적된 가용률로 레벨 1 상승합니다. 개인 능력치 10이 부여됩니다.] [띠링! 축적된 가용률로 레벨 1 상승합니다. 개인 능력치 10이 부여됩니다.] [띠링! 중첩된 레벨 상승에 따라 숨겨진 직업, 전사 특성이 활성화됩니다. 개인 능력치 10이 부여됩니다.]응? 아, 아까 뭐라고…?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거대한 파란 빛의 향연.
편안하고, 감미로운 달콤한 초콜릿과 향기로운 꽃내음을 이상한 알림이 날려버렸다.
그리고 미처 알림이 끝나기도 전에 지혜의 커다란 외침이 내 상념을 깨운다.
“오, 오빳! 나, 나 레벨업! 두, 두 단계나 올랐어!”
“저, 저도요!”
“파티장님!”
“세상에!”
아까부터 똑같은 감탄사를 터트리는 건 최은지 담당이다.
자신들의 레벨업에 감탄한 얘들을 놔두고, 일단 내 상태부터 살폈다.
“상태창!”
[아트팩터/전사: 한지원(Lv-6)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40, 신장/체중: 178cm/78kg,
민첩: 7, 지구력: 4, 힘: 5,
체력: 7, 지능: 3, 행운: 14,
인챈트: 8, 인벤토리: 8/10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줄럿(발업+100%)(0), 드라칸(0),
어둠의 암살자(1),
미네랄(0.501kg), 이데아 송곳(2)),
건물: 11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블랙 코어, 라이트 코어, 랜드 스포 코어),
수정체: 0/60, 개인 보유 능력치: 30,
소환 대상 능력치: 3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56,
가스 조각(흡수): 0, 이데아 주머니(흡수) 1,
이데아 송곳(흡수) 2]
인벤토리 한계치를 비롯해 모든 특성이 각각 1씩 증가 되었고, 2단계 레벨업과 직군이 아트팩터에서 혼용 가능한 ‘전사’라는 특성이 새롭게 부과되었다. 능력치는 351.
2단계 레벨업을 해도 여전히 7등급이다. 젠장.
“우와~ 내가 한꺼번에 2단계 레벨업이라니! 오빠 최고!”
“파티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파티장님.”
“대단해요. 오빠.”
파티원들도 나처럼 자신의 특성을 대충 파악했는지, 나에게 다가오며 들뜬 목소리로 한마디씩 했다.
개인 보유 능력치야 나중에 던전을 나가서 고민한 후 분배하면 되고, 이제는 던전 클리어 보상과 가스 조각을 흡수할 차례.
선배들과 일반 여성들도 던전을 클리어했다는 걸 아는지,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던전 본진 여기저기 둘러보며 분위기 반전을 기한다.
지금까지 고함치고, 살려달라고 울먹였던 몇 시간의 기억조차 잊어버릴 기세로.
성난, 잔뜩 힘이 들어간, 들뜬 파티원들에게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을 캐라고 지시한 뒤, 파괴된 넥서스 뒤편으로 향했다.
용솟음치는 수증기.
가스 조각을 흡수하기 위함이다.
레벨이 두 단계나 올랐으니, 흡수 가능한 능력치도 대폭 상승했겠지?
난 프롤브 한 개체를 소환하며, 내심 흐뭇하게 쳐다봤다.
커다란 대가리를 흔들며 내 주위를 빙빙 도는 주먹만 한 프롤브.
좀 전까지 미끼로 써서 미안한데, 이제 일해야지?
소처럼 일만 하다가… 미안.
“가스채광소 생성!”
[띠링! 가스채광소가 생성되었습니다. 총량 202.548L]202리터?
그러면 대략… 670 조각?!
“대, 대박!”
아무리 가스 조각 흡수 능력치가 증가했던 한들, 670 조각은 너무한데?
과연 어디까지 흡수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증가했던 능력 수치로 봤을 때는 대충 260조각인데.
난 프롤브 100개체를 추가로 소환한 후 가스 조각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띠링! 가스 조각 흡수 능력치가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더 이상 흡수할 수 없습니다.]역시나, 최대 능력치는 가스 조각 260개.
더 이상 흡수할 수 없다는 알림과 동시에 묘한 기분에 사로 잡혔다.
남아 있는 가스를 놔두고 던전을 나가는 일은 있을 수도 없는 일.
줄럿은 됐고, 가스를 많이 잡아먹는 유닛들로 인벤토리를 가득 채워 봐?
어둠의 암살자가 가스를 얼마나 먹더라?
난 바닥을 뽈뽈 기어 다니는 프롤브 한 개체를 집어 들고 더듬이에 손을 가져갔다.
“수정체 생성! 게이트웨이 생성! 드라칸 코어 생성! 줄럿 발업 코어 생성! 블랙 코어 생.성!”
여기까지 가스 190 조각 소비.
그럼 남아 있는 480 조각으로는….
던전 입장 후 6시간 40분 경과.
“헉헉, 자, 잠시 쉬었다 해요.”
“후우~. 그래요”
“이제야 3분의 1 캔 것 같은데, 어떻게 해? 오빠한테 이데아 송곳 좀 빌려달라고….”
“아직도 다 안 캤냐?”
난 파괴된 넥서스를 지나치며 한마디 했다.
왠지 주변 상황과 얘들의 말소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
레벨업 영향인가?
“오빠! 이데아 송곳 좀 빌려줘. 미네랄이 너무 많아서 캐기 힘들어.”
“어야. 자.”
난 이데아 송곳 두개를 소환시켜 지혜에게 넘겨주고, 일반인 여성 두 명과 의미 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는 선배들에게 다가갔다.
“클리어 다 된 거 아냐? 언제 나가냐?”
“새꺄! 저걸 다 캐냐 나가지. 지원아, 그건 그렇고. 물 없냐? 목말라 뒤지겠다.”
“혹시 비상식량, 뭐 이런 거는 안 가지고 다녀? 던전 클리어 늦어지면 배고플 거 아냐?”
“물은 미혜한테 달라고 하면 될 거고, 나가서 씻고 식사하지? 우린 항상 그래왔거든. 그리고 우리 여기 들어오기 전에 회식했거든?”
이 사람들, 던전에 먹히기 전까지 씹고, 맛보고, 즐기고 있지 않았나?
2차로 노래주점 가려고 이동하고 있었던 거고.
“아~ 배고프다. 나가면 고기 먹으러 가자. 뭔 던전이 이리 넓어? 잘못 하다간 길 잃어먹기 딱 좋겠다. 참! 문희 씨와 은경 씨도 같이 가시죠?”
“그래요. 서로 같이 죽을 고비 넘겼는데, 같이 움직여야지요. 아마도 그럴 것 같긴 하지만.”
어쭈?
벌써 통성명까지 끝냈어?
던전 클리어 때문에 지금까지 일반인 여성 두 명과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하지 못했다.
어차피, 얘들이 미네랄 다 캘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도는 상황.
미혜한테 500ml짜리 생수 4개를 건네받고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쪽에서 누군가 날 험담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던전 입장 후 7시간 30분 경과.
드디어 랜덤 6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보상 미네랄을 다 캤다.
뭐 나야, 선배들하고 일반인 여성 두 명과 농담 따먹기나 하고 있었지만… 크큼.
“오빠! 힘든 일은 다 우리 시키고, 지금 여기서 일반 여성 잡고 뭐 하는 짓이야.”
“힘든 일, 지금까지 내가 거의 다 한 것 같은데? 던전 클리어.”
“흥!”
“미혜야, 지혜 코 푼다. 휴지 줘라.”
“크큭, 오빠. 이제 나가죠. 미네랄 다 캤어요.”
“어야, 나가야지. 배도 고프고, 땀도 많이 흘렸더니, 씻고 싶다. 졸리기도 하고… 근데, 얼마나 나왔냐? 얼핏 보니 엄청 많은 것 같던데… 300? 400?”
던전 클리어 미네랄 총량을 묻는 내 말에 다들 씩~ 웃기만 하고 아무도 안 가르쳐준다.
“뭐냐? 속 빈 강정이야? 300kg도 안 돼? 진짜? 6등급인데?”
미혜가 살짝 다가와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응? 뭐, 뭐라고? 아까 얼마라고? 지, 진짜? 뻥치지 말고!’
깜짝 놀라 미혜를 쳐다보다가 지혜, 김은희, 최은지를 바라봐도 다들 한번씩 고개를 끄덕인다.
선배들과 일반 여성들이 있어, 미처 말하지 못하는 건가?
근데, 여기 6등급 맞지?
6등급 던전 클리어하면 원래 이렇게 보상이 많은 거야?
그럼 5등급이나 4등급은?!
펄떡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던전 입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입구까지 대략 10km.
이것도 꽤 난감하다.
하지만, 출발하기도 전에 미혜가 해결책을 내놨다.
“오빠, 우리… 던전 입구까지 셔틀 타고 가면 안 돼?”
역시나 뒤통수를 후려치는 데는 미혜가 짱이다.
던전 입장 후 8시간 00분 경과.
셔틀 두 대에 나누어 올라타고 던전 입구까지 천천히 움직였다.
“던전에서 8시간이면, 밖에서는 4시간이니까, 나가면 12시 넘었겠는데?”
“우리 횟집에서 나온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씨팔!”
“크큭, 그러게. 내 평생 이런 뻘짓은 처음이다.”
“거기, 아저씨들! 던전 나가면 우리 오빠한테 다들 큰 절 해야 되요. 평생 은인으로 모시고!”
건너편 셔틀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던 선배들에게 지혜가 한마디 한다.
“예이~ 물론입죠.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우신 한지혜 각성자님과 다른 분들도 평생 제가 모시고 살겠습니다.”
“저도 마찬가지! 맹세합니다.”
“거부하죠.”
“크큭.”
“크크, 크크크.”
김은희의 한마디에 다들 웃음을 흘린다.
이러저런 신변잡기와 농담 따먹기가 끝나자 드디어 저 앞에 던전 입구가 보인다.
셔틀에서 내려 주변을 한 바퀴 훑어보고, 더러워진 옷을 대충 턴 뒤, 던전 입구로 들어갔다.
어지러움과 현기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주변에서 엄청난 환호 소리가 들린다.
“우와와아~.”
“클리어 됐다!”
“6등급 던전을 각성자 5명이 클리어하다니, 이건 기적이야!”
“지원 파티! 지원 파티가 해냈어!”
뭐지?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처음 던전 입장하기 전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있지 않았는데?
대규모의 환호성과 고함소리에 다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모여든 인파를 헤치며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부장과 각 팀장들이 경찰들과 함께 우리에게 다가왔다.
뒤쪽에선 무슨 방송용 카메라가 뒤따르고 있었고, 몇몇이 연신 사진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역시, 지원 파티 파티장이군! 수고했네. 대단히 수고 많았네. 어디 다친 덴 없고?”
“네, 지부장님. 근데 이 시간에 어쩐 일로….”
“무슨 말인가. 제주에서 처음으로 출현된 6등급 던전이네. 당연히 내가 와야지. 더군다나 지원 파티에서 5명으로 클리어하지 않았나. 대단하군, 대단해. 일단 움직이지. 다 준비해놨네.”
지부장의 지시에 경찰들이 우릴 경호하기 시작했고, 각 팀장들은 던전 입구와 주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허, 난리구만. 난리야.”
“이거 이래도 되는 거예요? 이렇게 차량 통제하면….”
“낼 아침뉴스에 나오겠다. 씨팔!”
시청 골목길을 걸어 나오자 도로변에 앰뷸런스와 수십의 경찰차와 소방차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고,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다.
황급히 앰뷸런스에 탑승하자,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제주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근데 왜 병원으로 가는 거지?
지치고 힘들어서 그렇지,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는데.
영양제라도 맞으라는 건가?
잠시 후.
제주대학병원 응급실 한편에 마련된 공간.
“아빠~.”
“어야~ 내 새끼!”
“자, 자기야. 흐흑, 흐흐흑.”
와이프와 아들이 날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나뿐 만이 아니라, 파티원들과 선배들, 일반 여성 두 명의 부모와 친척들까지.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울음을 터트린다.
제주지역 방송으로 뉴스 속보가 나갔고, 나중에는 전국 뉴스로도 나갔단다.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에서 던전에 먹힌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갑작스럽게, 그것도 번화가에, 사람이 가장 많은 시점에 발현된 6등급 기갑 던전.
많은 것을 주고, 또 다른 무언가를 깨닫게 만들어 준 계기가 되었다.
이게 행운인지 악운인지는 나중에 판가름 날 테고.
일단 씻자.
온 몸에서 땀 냄새가 진동한다.
병원에 사우나 시설이 있던가?
잠시 후.
다들 샤워를 하고 환복한 후 응급실에 다시 모였을 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득과 길수, 지원 파티 각 팀장들과 부팀장들이 대부분 다 모여 있었다.
음, 맞아. 우리 제주지역 방위파티였지!
비상소집이구만. 크큼.
“형님! 괜찮습니까? 어디 다친 덴 없으시고요?”
“대단히 수고하셨습니다. 형님.”
“파티장님. 대단하세요~.”
“됐고, 축복이나 힐 좀 줘라. 피곤해 죽겠다.”
“넵. 이데아 여신의 안배! 저들을 치유하라. 퍼스널 힐!”
“이데아 여신의 신뢰! 우러러 받들어 빛나라. 개인의 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