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dinary Art Factor RAW novel - Chapter 7_1
3-1
파티원, 아니 이제는 길드원들이 될 얘들에게 쉽지만 쉽지 않은, 뭔가 거창한, 이해하기 힘든, 애매한 말들로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진행사항을 더 어렵게 설명한 뒤, 각 팀장들과 부팀장들을 파티장실로 불러 들였다.
내일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재 클리어는 2차적인 문제이고, 이제부터는 길드 설립을 위한 세부적인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7등급 각성자 20명을 포함한 72명의 각성자들을 새롭게 뽑아야 하고, 시청 던전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그들을 서포트할 인원들까지 보충함을 물론, 던전 클리어와 지속적인 레벨업까지 감안해야 하는 상황.
머리가 터질 것 같다.
편법으로, 단순히, 한득과 길수를 부길드장으로 임명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처음에는 길드장으로서의 큰 그림을 그려줘야, 얘들이 알아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일단 내일 이데아 미러 영상 부분 사용에 관한 협조 요청을 제주지부에 해 논 상황입니다. 클리어 영상을 통해 신규 각성자들을 모집한다면, 꽤 빠른 시일 내로 인원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청 던전 운영과 관리, 지원에 필요한 인력에 대한 보고서와 이력서들입니다. 기존, 짱쎈 파티와 연계된 서포트팀을 통째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여기 그동안 관리했던 던전 관리소 포트폴리오입니다.”
“오빠, 그냥 우리 건물하나 구매해야 할 것 같아. 여긴 더 이상 임차가 힘들데. 대출을 받든, 아니면 이번에 나오는 수고료의 일정 부분을 충당해서 외곽지역 건물을 구매하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롭게 짖든지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상주 인원, 지원팀 포함 대략 60~80명가량, 최소 4개 층을 사용해야 하고, 마법물품 보관소와 각종 편의시설을….”
“길드 산하 마법연구소 설립에 관한 제안요청서입니다. 길드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마법물품을 기초로 던전 클리어 시 드랍된 아이템에 대한 분배와 그에 대한 기여도, 공헌도를 구분하여….”
“각성자 팀별, 부서별 인력에 대한 적정 보상과 연봉 초안 마련해 봤습니다. 각성자법 O조 O항에 의거하여 연봉 산출하였으며, 인센티브 제도와 4대 보험….”
다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거나 나에게 두터운 보고서와 출력물을 넘겨준다.
이것들이!
지금 다들 짰지? 그치?
다음날 오후 2시.
한득이와 길수, 지혜와 같이 시청 OO커피숍 대형 룸에 도착해 보니,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지원팀 고용석 팀장, 마법팀 한재우 팀장, 전사팀 이상만 팀장들과 얼굴을 익힌 직원 몇몇 그리고 각성자로 보이는 이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3시에 입장하기로 한 거 아닙니까? 일찍 나오셨네요?”
“아~ 저희 요즘 시청에서 일 보고 있습니다. 아시잖습니까? 아직 던전 관리소 운영 안되는 거. 저희들 보기 싫으시면, 던전 관리소 빨리 운영하시면 됩니다. 하하.”
우릴 기다리는 게 아니었나?
“네.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운영해야지요. 그건 그렇고, 저번에 말씀한 각성자들분은….”
“이분들입니다. 참고로 다들 7등급이구요, 저희 지부소속 각성자분들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한기태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유라예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사 문창식입니다.”
30대 초반 한명과 후반 한명, 40대 중반 한명과 20대 중반 여성 두 명.
간단한 자기소개가 오고 갈 때, 마침 미혜와 김은희, 최은지도 도착했다.
커피와 음료수, 조각 케이크 등을 주문하고, 어느 정도 얼굴이 익자, 난 오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 아시다시피 오늘 시청 6등급 기갑 던전은 저희 지원 길드에서의 던전 클리어에 대한 증명, 확인 차원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클리어 진행은 전적으로 저희 쪽에서 이루어지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여러분이 계시는 거니 이 점 양해 바랍니다. 그리고 촬영은 누가 하는 건지요?”
“접니다.”
나보다 대략 5살 정도 많아 보이는 한기태 씨가 손을 든다.
“알겠습니다. 좋은 각도,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하하.”
“주연, 조연이 훌륭하니, 잘~ 나올 겁니다. 하하하.”
농담을 건네니 진담으로 돌아온다.
나 정도면 훌륭하지 뭐. 크큼.
약간의 휴식시간을 가지라고 한 후, 상태를 점검했다.
[아트팩터/전사: 한지원(Lv-6)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40, 신장/체중: 178cm/78kg,
민첩: 12, 지구력: 9, 힘: 10,
체력: 12, 지능: 8, 행운: 14,
인챈트: 13, 인벤토리: 10/10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줄럿(발업+100%)(160), 드라칸(6),
어둠의 암살자(4), 굼벵이 전차(15)
미네랄(105.732kg), 이데아 송곳(2),
생수 2L(10)),
건물: 11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블랙 코어, 라이트 코어, 랜드 스포 코어),
수정체: 0/60, 개인 보유 능력치: 0,
소환 대상 능력치: 35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260,
가스 조각(흡수): 30, 이데아주머니(흡수) 1,
이데아 송곳(흡수) 2]
커피가 달다.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간다.
오늘은 저번처럼 갑작스럽게 던전에 먹혔을 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그때는 인벤토리에 줄럿과 드라칸 뿐이었지만, 지금은 굼벵이 전차를 비롯해 어둠의 암살자까지 추가된 상태.
이번 클리어는 대규모 셔틀과 끝없는 줄럿으로 달려봐?
미네랄이야 넉넉하게… 어라?
저번 클리어 후 미네랄 환전 안했네?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입장 50분 후.
‘투쾅… 콰과광.’
‘쿠워워… 쿠우워.’
“세, 세상에!”
“말도 안 돼!”
“지, 지금 이게 무슨….”
“…….”
160개체의 줄럿들에 의해 멀티 한 곳은 그냥 순식간에 파괴당했다.
주변의 길드원들도 이상한 감탄사를 터트리는 제주지부 각성자들을 나와 같이 구경중이다.
“여긴 끝났다. 다음 멀티로 이동… 응? 잠시!”
맞아.
여긴 멀티!
가스가 있지!
전에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갑자기 솟아난다.
이 넓은 6등급 던전을 걸어서 이동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
암~ 그렇고말고.
내가 파괴된 넥서스 뒤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자, 같이 움직이던 미혜가 말을 건네온다.
“오빠, 저번에 던전 나갈 때처럼….”
“어야. 나도 방금 생각해놨어.”
“응!”
잠시 후.
“어, 어떻게!”
“뭐, 뭐야!”
“이게 지금….”
“유닛이 아니고, 셔, 셔틀?”
그렇게 놀라지만 말고 얼른 타세요.
시간이 곧 미네랄이라구요. 크큼.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입장 1시간 20분 후.
‘투콰쾅… 콰광.’
‘쿠워… 쿠우워.’
“이게 지금….”
“허, 이거 지금 꿈 아니지?”
“… 지원 길드, 길드장님만 있어도 되는 거 아냐?”
“…….”
여기도 가스가 있고, 구경꾼들도 있다.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입장 2시간 10분 후.
“9시 방향으로 공격한다. 줄럿 출발! 원거리 마법 발현! 셔틀 띄운다!”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이데아 여신의 눈물, 얼음의 벽!”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이데아 여신의 한탄! 슬픔의 이슬!”
‘투콰콰쾅… 투콰과광.’
‘쿠워워… 쿠우워.’
‘꾸우웅… 콰광. 꾸우우웅… 콰아앙.’
저번에 클리어했던 방식으로 멀티 두 군데를 우선 파괴한 뒤, 가스를 흡수해 셔틀을 대량으로 생산한 후 줄럿들과 굼벵이 전차를 태웠다.
새롭게 생산한 줄럿들과 소환된 줄럿들은 지상에서, 셔틀에 탄 줄럿들과 굼벵이 전차는 중첩된 방어탑 요소요소에 떨구고, 길드원들의 원거리 마법공격까지 있는 대로 퍼부었다.
더군다나 저번 클리어 때 보다 안정적으로 호흡이 더 잘 맞는다.
6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별거 아닌데?
‘투콰쾅… 콰광.’
‘쿠워… 쿠우워.’
파괴된 방어탑을 따라 본진 안으로 입성한 뒤, 던전 유닛들을 파괴하고, 수정체와 게이트웨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넥서스까지 파괴하자, 거대한 파란 빛이 사방에 쏟아진다.
[띠링! 6등급 기갑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띠링! 축적된 가용률로 레벨 1 상승합니다. 개인 능력치 10이 부여됩니다.]응?
이번에도 레벨업?
던전 클리어 알림과 함께 레벨업 했다는 알림도 같이 들린다.
“에이~ 이번에는 안되네.”
“저도 마력 수치만 높아졌지, 레벨업은 안 됐어요.”
“그래도 자꾸 맞다보면, 레벨업 쉬워지잖아요.”
“그쵸, 그러라고 맞는 마력파도인데.”
길드원들이 아쉬워하는 소릴 들으니, 난 가만히 있어야겠다.
상태도 나중에 확인해봐야지.
능력치 400 넘으면, 6등급인가? 크큭.
입 꼬리가 슬슬 올라가기 시작한다.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던전 클리어 보상도 보상이지만, 이데아 미러로 증명, 촬영하면서, 제주지부에서 받는 수고료만 90억 원.
거기에 던전 클리어 보상과 운영에 따른 수익까지 생각하면, 이건 걸어 다니는 금덩이다.
이래서 대기업들이 던전 운영권을 획득하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하는구나 싶다.
어이없어 하는, 기가 찬, 눈이 휘둥그레진, 말문이 막힌 제주지부 각성자들을 내버려두고, 나도 파괴된 넥서스 뒤쪽으로 움직이며, 지혜에게 이데아 송곳을 건네준 뒤, 얼른 미네랄 캐라고 시켰다.
일단 클리어 된 던전, 클리어 보상은 확실히 챙길 참이다.
미네랄이든 가스든지 간에 있는 대로 쪽쪽 뽑아 먹어야지.
프롤브 한 개체로 가스채광소를 지은 후 100개체의 프롤브를 더 소환시켜, 가스를 흡수하고 있는데,
“어머나, 프롤브가 엄청 많네요. 가스도 흡수하시는 건가요?”
20대 중반 여성 두 명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네. 건물 생성과 유닛 생산에 가스도 필요하니까요.”
“길드장님은 결혼하셨어요?”
“네. 아들이 올해 9살입니다.”
“네~ 그렇군요. 사이는 좋으시고요?”
“예,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죠. 근데 왜요?”
“아, 아니에요.”
지금 뭐 하자는 짓인데?
마법사라고 했던가?
전사? 성직자?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할 이유도 없지만.
이럴 거면 저기 가서 미네랄 캐는 거나 쫌 도와주지?
그래야 빨리 나갈 거 아냐!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입장 3시간 30분 후.
어찌 미네랄 캐는 게 던전 클리어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비슷하게 걸리는 건데?
그래도 제주지부 각성자들이 한 손 거들어주니, 이 정도지. 예전처럼 우리 길드원들끼리만 미네랄 캤으면, 하루 종일이겠다.
농담 따먹기와 신변잡기를 안주삼아 미네랄을 다 캔 후 남아 있던 셔틀에 탑승해 던전 입구까지 되돌아왔다.
던전 밖으로 나오는 현상, 약간의 어지러움이 가시자마자, 한기태 씨가 나에게 다가온다.
“저, 길드장님.”
“네. 한기태 씨.”
“이번에 제주지역 방위길드 설립하시죠? 각성자도 모집하고요?”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어쩐 일로….”
“저도 지원해도 됩니까? 지부 그만 두겠습니다.”
“예?”
얼굴 표정을 보니 진심인 것 같은데?
왜?
각성자 협회 소속 각성자가 뭐가 아쉬워서 그 좋은 자릴 그만둔데?
위험한 일 안 시키고, 월급 많겠다, 나중에 연금 빠방하겠다, 복지 좋겠다, 그만 둘 이유가….
“길드장님, 저도 지원하겠습니다.”
“저도요.”
“저흰 플러스 점수 있는 거죠?”
제주지부 각성자 7등급 5명 전부 현 직장을 버리고, 지원 길드 소속이 되길 희망한다.
공무원 신분이 철 밥그릇 아닌가?
도대체 뭘 보고 이러는 건데?
아, 이들은 공무원이 아닌가?
뭐, 우리야 7등급 각성자를 쉽게 충원하면 좋긴 하지만, 이러면 제주지부에 미안해지는데….
내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때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 길수와 한득이가 다가온다.
“파티장님, 수고하셨습니다. 괜찮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파티장님. 생각보다 클리어하는 시간이 엄청 빠르네요.”
“어, 그렇게 됐어. 부상자는 없고, 던전 클리어 보상은 나중에 지부에서 환전하려고 하는데… 근데, 저 사람들은 뭐냐?”
주변이 어수선해 제대로 된 대화가 힘들었다.
던전 입구 주변에 수십의 각성자들이 몰려 있었고, 제주지부 각 팀장들과 직원들이 각성자들에게 둘러싸여 언성을 높이는데, 분위기가 이상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왜 저희들이 입장할 수 없는 건데요!”
“지원 파티만 특혜 주는 거 아닙니까!”
“본회에 민원 넣겠습니다. 지금 이게 무슨 경우죠?”
“6등급 던전은 7등급 이하 각성자 20명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왜 안되는 건데요?”
응?
우리 때문인 거야?
던전 클리어 입장 때문에?
이번 시청 기갑 던전은 세 시간 내외로 클리어했으니, 리젠될 때까지 최소 5시간 이상 남았다.
그때까진 다른 각성자나 파티, 길드들이 클리어 입장하지 못 할 텐데, 미리 신청하려고 모인건가?
하긴 뭐, 6등급 던전이니, 각성자들이 몰릴 수밖에.
던전 클리어 입장은 지금까지는 제주지부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저렇게 몰려드는 거겠지.
굳이 저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 이유까지 파악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지부로 움직이시죠. 이데아 미러 제출하고, 저녁 어떻습니까? 괜히 드릴 말씀도 있고….”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한기태 씨가 은근한 제의를 건넨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어차피, 지원 길드 창립과 관련해 7등급 각성자가 부족한 시점이다.
이쪽에서 제의하기 전에 먼저 지원을 하는 상황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한득과 길수, 제주지부 각성자들의 차량에 나누어 탑승하고, 제주지부 각성자 협회 사무실로 향했다.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 대회의실.
회의실에 도착해 보니, 제주지부 지부장을 비롯해 못 보던 나이 든 아저씨들이 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지원본부장 공태석입니다.”
“소환계열 각성자라고 들었습니다. 반가워요.”
“7등급 각성자 소수로 6등급 던전 클리어할 수 있다지요? 정말 놀라운 일이예요.”
뭐냐?
이런 이상한 소개팅 같은 분위기는?
뭐, 짝대기 하나 가져올까?
지부장이 예전부터 언급한 본회의 임원진들인 것 같다. 저렇게 상석을 양보한 걸 보니, 본부장이 지부장보다 높은 위치인가 본데.
지부장도 그렇고 그렇게 사는구나 싶다. 그래도 본부장이 나이는 더 들어 보이긴 한다만.
대충 소개 시간을 가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시청 6등급 기갑 던전 클리어 영상이 이데아 미러를 통해 대형 스크린에 뿌려지기 시작한다.
잠시 후.
“주, 줄럿이!”
“저게 도대체 몇 개체야!”
“셔, 셔틀까지!”
“굼벵이 전차!”
경악성과 헛기침, 놀란 소리가 같이 클리어했던 제주지부 각성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컴퓨터 CG를 사용하지 않아도 제일 웅장한 화면, 본진 중첩 방어탑 파괴 장면이 압권이다.
영상 속 주인공의 외침에 주변 조연들의 펼치는 화려한 마법 발현.
“9시 방향으로 공격한다. 줄럿 출발! 원거리 마법 발현! 셔틀 띄운다!”
“이데아 여신의 분노! 불의 벽!”
“이데아 여신의 눈물, 얼음의 벽!”
“이데아 여신의 통곡! 절망의 바다!”
“이데아 여신의 한탄! 슬픔의 이슬!”
‘투콰콰쾅… 투콰과광.’
‘쿠워워… 쿠우워.’
‘꾸우웅… 콰광. 꾸우우웅… 콰아앙.’
화려한 원거리 마법공격과 지상의 수백의 줄럿들이 중첩 방어탑으로 돌격하는 장면, 상공에 띄워져 있는 수십 대의 셔틀과 그 셔틀에서 떨어지는 줄럿들과 굼벵이 전차들.
스크린 화면에 잡히는 살짝 그을린 내 얼굴과 길드원들이 땀에 젖은 머릿결이 꽤나 멋져 보이긴 한다.
중간 중간 본회 임원질들의 경악성이 몇 번 더 회의실에 울려 퍼졌고, 나도 내 모습을 지켜보며 꽤나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데아 미러에 저장된 영상이 다 뿌려지고, 회의실 불이 밝혀졌지만 어느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않는다.
뭐 나도 이렇게 영상으로 보니 꽤나 잘 나가는 것 같은데, 처음 보는 이야 어리둥절하겠지.
“… 지, 지금 이거 조작된 거 아니죠?”
“조작될 수가 없잖습니까? 이데아 미러인데요.”
“이게, 말씀하신 방위길드 길드장의 직군이라구요? 소환사? 마법사에 아트팩터? 7등급? 장난치지 말죠.”
“아까 지원 길드라고 했죠? 제주지역 방위길드, 한지원 씨? 이게 본인 능력치 맞는 거죠?”
뭐? 어쩌라고!
눈으로 봤잖아!
던전에 잡아먹히면 내가 들어가서 다시 보여줄까?
아니면, 지금 이게 조작된 영상으로 보여?
또 아니면, 내 정체의 진위 여부가 궁금해?
이 사람들이 진실을 말해주고, 영상으로 증명해 줘도 뭘 더 원하는 건데!
본회 임원들의 질문에 한창 난감해하고 있을 때,
‘텅~.’
응? 뭐야?
제주지부 직원으로 보이는 30대중반 남성이 대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더니, 허겁지겁 지부장한테 다가가서는 귓속말을 건넨다.
얼굴이 한껏 상기되어 있고, 눈이 충혈된 게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 같아 보이는데,
“뭐! 3등급?”
지부장이 깜짝 놀라며, 직원에게 되묻는다.
근데 뭐가? 아까 뭐라고 들었지?
3, 3등급?
“네? 3등급이라뇨?”
“또 무슨 일이 있습니까?”
“혹시, 설마….”
지부장 옆에 있던 본회 임원들이 내 궁금함을 대신 물어봐 준다.
“서울에서 랜덤 3, 3등급 바이오 던전 출현했답니다!”
“뭐, 뭐요?!”
“사, 삼등급이욧!”
지금까지 대한민국 내 제일 높은 등급의 던전은 사성 길드에서 관리하는 4등급 사성 기갑 던전인데.
이슈사항이 더 있는지 직원이 벌게진 얼굴로 지부장에게 귓속말을 하려고 하자, 주변에서 소리친다.
“그냥 말햇! 지금 이게 보안사항이야?”
“그래, 어차피 다 알게 돼. 무슨 일인데?”
주변의 관심을 한껏 받은 제주지부 직원이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 금방 들어온 소식입니다. 금일 오전 11시경, 서울특별시 중구 서울시청 근처에서 랜덤 3, 3등급 던전 출현. 특별시 방위길드와 사성 길드, LC 길드 입장했지만, 지금까지 클리어하지 못했다는….”
“에이~ 그럼, 얼마 안된 거잖아. 기다리면 클리어 되지 않을….”
“잠깐! 아까 어디하고, 어디 들어갔다고?”
“사성하고, LC 두 길드 전부?”
“지금 5시 30분이면, 입장 후 대략 6시간 경과됐고, 4등급 클리어 리젠 시간 두 배니까, 그럼 대략 8일정도 걸리는 게 정상 아냐? 뭐, 별거 아니구만.”
임원들이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점차 진정하는가 싶었다.
“인근에 행사가 있어, 파악된 민간인만 300여명이 먹혔답니다. 그리고….”
“뭐, 300여명?!”
“젠장! 뭔 놈의 행사를 시청 근처에서….”
“잠깐! 말 끊지 마! 자네 그거 말고 또 있나?”
“네, 사성과 LC 입장 이후에도 SG, 로데오, 질풍 길드 등이 입장했고, 현재까지 클리어 입장한 각성자 숫자만 500여명이 넘는다는 보고….”
‘쾅~ 쩌저적.’
“지부장님! 서울시청 던전 터졌습니다!”
또 다른 직원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며, 던진 한마디에 대회의실은 정적에 잠겼다.
잠시 후.
제주지부 각성자 협회 옥상 흡연실.
“형님, 17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구요! 더군다나 3등급이고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오빠! 가자. 우리가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
“기각! 가려면 알아서들 가. 난 안 간다.”
“형님, 클리어 영상 보고, 도움 요청한 것 아닙니까? 형님이 안 가시면, 저희는 필요 없어요.”
“파티장님, 일단 올라가셨다가, 진행사항 보면서 투입할 수 있다고 하니, 굳이 앞으로 나서지는 말고….”
이것들이!
이게 지금 장난으로 보여?
자그마치 3등급이라니깐!
한득과 길수, 지혜와 김은희가 서울시청 던전 리젠 클리어에 나서자고 성화다.
이들의 주장은 어차피 본회 임원진들의 클리어 동행 요청도 있었고, 현재 투입된 각성자 수와 길드 규모도 있으니, 한 숟가락 얹겠다는 건데.
난 반댈세!
저번 시청 던전 먹힌 후 제주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와이프가 울면서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어딜!
송충이는 뽕잎만 먹는 거다.
황새가 뱁새 쫓아가려다가 가랑이 찢어지는 법.
근데, 맞지? 송충이는 뽕잎만 먹는 거?
여하튼, 난 반댈세.
본회 임직원들이 서둘러 공항으로 이동해 긴급 편성된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났다.
어떻게 아냐고?
내가 지금 공항에 있거든!
“아~ 글쎄. 난 안 간다니까!”
“형님! 그냥 멀리서 보기만 하자니까요. 절대 안 위험해요. 보세요. 지금 민간인 통제 다 이루어졌다고 특보 뜨잖아요.”
“터진 던전 주변 5km 내외는 각성자들이 이중, 삼중으로 결계 칩니다.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파티장님, 본회 임원진들의 요청입니다. 저희 길드 설립과 유명세를 얻기엔, 어찌 보면 최고의 홍보 수단입니다. 가시죠?”
“오빠, 무조건 가야 된다니깐! 이건 엄청난 기회라고!”
“야! 말조심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에 뭔 놈의 홍보고, 기횐데! 이런 기회는 내가 먼저 거부한다! 좆까!”
얘들에게 큰소리 한번 뱉고, 대합실을 성큼성큼 걸어 나와 흡연실로 들어갔다.
던전 터진 게 그리 좋은가?
아니면, 전국 방송, 전국 규모의 길드와 한자리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건가? 난 도무지 모르겠다.
물론, 길드원들의 입장이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들이야 각성한지 최소 몇 년은 지났고, 각성자의 세계와 일반인, 민간인들이 생각하는 가치관, 기준도 다르다는 것도 대충은 짐작가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저급의 던전도 아니고, 무려 3등급이다.
3등급 던전이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터진 거다.
17년 전에도 8등급 던전이 터져, 수명의 일반인 사상자가 있었던 적도 있다.
물론, 금방 정리되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이 걸린 일에, 돈, 기회, 명예 등으로 갈음하고 싶진 않다.
아! 아니구나!
나도 내 목을 담보로 던전을 클리어하며, 돈을 벌고 있으니, 도긴개긴인가?
나만 아닌 척 하고 있었던 건가! 길드원들도 나와 같은 각성자, 내가 아직 이 세계를 제대로 몰랐던 건가?
갑자기 얼굴이 벌게지며 한숨이 터져 나온다.
어떻게 할까?
진짜 육지로 올라가 봐?
본회 임원진이 요청한 내역이 전산처리 되었다면, 던전 결계까지는 무리 없이 들어갈 수 있을 테고, 멀리서 지켜만 볼까? 아니면, 한자리 끼어들어봐?
이런저런 생각에 담배만 줄기차게 피워대는데, 흡연실 유리창 너머로 수십 명의 각성자들이 주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수대의 승합차와 미니버스 등에서 내린 각성자들이 서둘러 이동하는 걸 보면, 제주지역 다른 파티나 길드에 제주지부에서 요청한 건가?
굳이 제일 먼 거리에 있는 제주지부까지 본회에서 공문을 내려 보낼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
그냥 가는 거야?
구경하러?
아니면, 길드원들이 말한 한 숟가락 얹기 위해 육지까지 서둘러… 응? 저, 저놈은!
분명 맞다.
15여 년 전에 나와 같이 유흥과 도박에 빠져 지냈던 놈.
작년 용담 해안도로에 출현된 10등급 기갑 던전에서 나에게 쪽이란 쪽을 다 준 놈.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소인배. 분명 현 가 놈이다.
저놈은 분명 아리아 길드 제주지부 소속일 텐데, 왜 육지까지… 음. 잠시만.
놈을 보니 머릿속에서 찰나간 퍼즐이 지나간다.
아리아 길드 제주지부가 원래 제주지역 방위길드였고, 그걸 제주지부에서 내가 속한 지원 파티로 바뀌었다.
그리고 맞은 뒤통수.
의심은 가지만 확신이 없어, 지금까지 그 자료를 모으고 있던 상황.
만약, 혹시라도 놈이 사주했다면, 어설프게 하진 않았을 테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을 텐데….
괜한 지레짐작인가? 착각?
갑작스럽게 놈을 보니 괜한 잡생각 같은 어설픈 추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우웅~.’
한득이다.
담배를 비벼 끄고 흡연실 밖으로 나와 전활 받았다.
“왜?”
“형님, 어디 계세요? 금방 아리아 길드 제주지부하고….”
“봤다. 그리고 여기 O번 출구 앞이다.”
텁텁한 입속을 차가운 캔 커피가 씻어내기도 전에 한득이와 길드원들이 도착했다.
“형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사무실로 돌아갈까요?”
“길드장님, 괜한 고집을 피워 죄송해요.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저도 잠시 뭔가에 홀렸던 것 같습니다. 형님 말이 맞습니다. 사람 목숨을 핑계로 돈에 눈이 멀었던 것 인정합니다.”
“오빠~ 미안.”
지혜가 젤 쿨하다.
아니, 제일 무던한 건가?
“아니다. 내가 미안타.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착각했었던 것 같다. 각성한지 얼마 되지 않아, 괜한 핑계와 주접을 떨었다. 담부터는 이런 일, 없을 거다.”
내가 미안함을 담아 고개를 숙이자, 길드원들이 어쩔 줄 몰라 한다.
“혀, 형님!”
“오빠, 왜 이러는 건데?”
됐다.
인정할 거는 인정하고 지나가야 한다.
쪽팔림은 한순간이지만, 실망은 평생 가는 법.
고개를 들자, 불안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길드원들을 보니, 내가 꽤나 신망 받는 것 같아 약간은 뿌듯함이 밀려온다.
“고한득 부길드장.”
굳어 있는 내 목소리에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한득이가 미끼를 덥석 문다.
“혀, 형님. 저희가 잘못 했습니다. 제, 제발….”
“뭔 소리냐? 뭔 잘못?”
“아, 아니 그게 아니고. 그, 그런데 어, 어찌….”
그렇게나 눈치 빠른 놈이, 철없기는.
“제일 빠른 항공편 알아보고, 제주지부, 본회 연락 넣어. 출발한다.”
“… 저, 정말이십니까?”
“네, 넵! 지금 전화 겁니다. 한득은 본회 전화해! 난 지부 전화 넣는다. 은희 씨와 은지 씨는 아까 그 항공편 바로 결제하고, 지혜, 미혜는 수화물 다시 넣어! 아, 아니, 둘 다 같이 가. 어서~.”
“응. 오빵~ 최고~.”
한득보다는 길수가 더 빠르다.
그리고 지혜가 간만에 빵을 건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래. 맞다.
난 민간인, 일반인이 아닌, 각성자다.
각성자가 되어 던전 터진 걸 지켜보느니 차라리 예전 사무실을 다니리라.
사람을 한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도덕적 양심이나, 각성자로서 유닛들을 처리하겠다는 의무감도 아니다.
난 각성자다.
각성자가 제일 잘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 된다.
그 이상의 의미와 그 이하의 뜻을 품기에는 내 자신이 너무나 어설프다.
지금, 현재에 충실하면, 뭐라도 되겠지. 괜한 의심과 추측은 망상에 불과하다.
고맙다, 얘들아.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날 일깨워줘서.
근데, 지혜야.
빵은 이제 안 찾기로 한 것 같은데….
응? 빵 생각하니 왠지 배가 고프다.
우리 던전 클리어하고 나서… 저녁을 먹었던가?
제주지부 소속 각성자들하고 저녁 약속이… 음… 일단 밥부터 먹자.
공항 내 식당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김포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
서울시청 근처에서 3등급 던전이 터진 것과는 별개로 모든 일상생활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졌다.
물론 한두 명만 모이면, 대부분 그 얘기들이지만.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지혜와 최은지가 옆에서 한껏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앞으로 일어날 던전 클리어에 대해 쫑알거렸지만, 난 조용히 상태창을 외쳤다.
각성자들의 불문율.
각성자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때는 말을 걸거나, 신체를 건드리지 않는다는 거다.
양쪽 귀가 조용해지자 난 내 상태를 살폈다.
지들도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게, 각성자는 각성자인 모양이다.
[아트팩터/전사: 한지원(Lv-7)국적/소속: 대한민국/지원 파티,
나이: 40, 신장/체중: 179cm/78kg,
민첩: 12, 지구력: 9, 힘: 10,
체력: 12, 지능: 8, 행운: 14,
인챈트: 13, 인벤토리: 10/10
(각성자 부츠, 장갑, 망토,
줄럿(발업+100%)(310), 드라칸(50),
어둠의 암살자(4), 굼벵이 전차(20)
미네랄(246.348kg), 이데아 송곳(2),
생수 2L(9)),
건물: 11
(포스, 배터리, 게이트웨이, 드라칸 코어,
가스채광소, 발업 코어, 랜드 코어, 스타게이트,
블랙 코어, 라이트 코어, 랜드 스포 코어),
수정체: 0/70, 개인 보유 능력치: 10,
소환 대상 능력치: 401(프롤브),
줄럿의 상의 갑옷 1,
보유 아트팩트: 미네랄 조각(흡수) 360,
가스 조각(흡수): 360, 이데아주머니(흡수) 1,
이데아 송곳(흡수) 2]
뿌듯하다.
소환 대상 능력치 401이면, 6등급인가? 크큼.
오늘 시청 6등급 던전 클리어 후 가스조각, 미네랄 조각, 소환가능 유닛들을 풀로 채워놓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 보유 능력치는 어디로 분배할까?
체력? 민첩? 힘? … 응?
키도 1cm 커졌네?
자, 잠깐! 아직도 환전 안 했었어?
미네랄이 더 늘어났다.
김포에 도착하자마자 한득이가 누군가와 전화통활 하더니, 택시를 잡아타고 서울시청 쪽으로 향했다.
중간 중간 라디오에서 외쳐대는 뉴스특보와 택시기사의 푸념 섞인 신세 한탄에 기가 질려갈 때쯤, 민간인들을 통제하는 경계 구역에 도착했다.
군인, 경찰, 소방대원들과 대한민국 각성자 협회 소속 직원, 각성자들이 뒤엉켜 혼잡한 곳에 위치한 서울시청 3등급 던전 클리어 대책본부.
멀지 않은 곳에서 전투가 벌어지는지 매캐한 연기와 함께 간간히 포격소리, 붉은 화망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클리어가 진행 중인가? 도심에서? 설마….’
17년 전에는 8등급 던전이 어떻게 터져, 어떻게 수습되었는지 잘 모른다.
그저 며칠간 저녁 뉴스에 몇 번 나왔던 기억… 사실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관심도 없었고, 심각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무려 3등급이다.
1등급 올라갈 때마다 던전이 두 배 이상 커지고, 넓어진다.
던전 규모가 커지는 만큼 던전 유닛의 수도 많아지고, 강력해지는데,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3등급이면, 8등급의 몇 배지?
32배, 맞지?
그냥 수치로 환산해도 이 정도면, 실제로는….
이리저리 움직이던 한득이가 군인들이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채, 경계를 서고 있는 붉은색 대형 천막 앞으로 걸어가더니, 라이센스를 건네며 신원을 밝힌다.